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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이다.

정확히는아버지를 죽이고 독립한 이후 가장 많이들은 말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첩의 자식 같은 거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엄마와 아버지의 관계는 원나잇이었고 그 원나잇으로 엄마는 나를 낳아버렸다.

그럼 첩의 자식이 아니냐고 묻겠지만사실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겐 첩은 있지만 처는 없으니까.

우리 나이 때의 소년소녀가 뒷세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보통 두 종류다.

뒷세계 관련 사람에게 자의든 타의든 빛이 생겨서 억지로 들어오게 된 경우.

아니면 나처럼 애초에 뒷세계 관련자에게 길러진 경우.

아버지는 킬러히트맨암살자 등 명칭은 다양하나 간단히 말하면 살인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셨다.

듣기로는 우리 집안은 대대로 암살업에 종사해왔고 그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간다지만 난 솔직히 모르겠다.

아무튼 정은 곧 약점이 된다는 것이 집안의 철칙으로 취급되고 있어 집안 사람에게 연애 및 혼인은 불가하다.

그렇다면 대체 가문을 이을 후계자를 어떻게 만들까?

그건 바로 어머니처럼 아무 여자를 잡아 원나잇을 한 다음 몰래 약을 써서 수정시킨 후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몰래 감시한다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여자면 거기서 감시는 끝일정 조건을 만족한 남자아이면 고아원에 맡기게 한 다음 입양 가능한 나이가 되면 집안에서 손을 써서 입양한다.

그렇게 호적으론 양잔데 혈연상으론 친자인 기묘한 부모자식의 관계가 생긴다.

그 과정에 마찰이 생기면 씨받이가 된 여자는 죽게 되지만 우리 어머니는 돈을 주니 순순히 따라 아직도 살아계신다고 한다.

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자인 내가 왜 아버지에게 입양 될 수 있냐하면아버지의 씨에 문제가 있던 건지 아버지가 씨를 뿌린 여자들은 하나같이 임신에 실패하거나 딸이었다.

듣기론 남자아이도 몇 명 정돈 어떻게 태어나긴 했지만 하나 같이 어딘가 하자있었다고 한다.그렇게 10대 후반부터 시작했지만 30대 후반이 되어도 한 번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아들을 낳지 못한 아버지는 점점 초조해졌고 그 초조함이 아들이 안 되면 딸이라도 라는 심정으로 자기가 뿌린 씨들 중 여자로 태어난 아이들을 찾아보시기 시작했다.

물론 신체적 우월성 때문에 남자아이를 선호했던 아버지의 기준에 성이 차던 여자아이가 흔할 리가 없었고 포기하려던 찰나나를 발견하셨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 여자애 치고는 우월한 신체또래보다 비범했던 머리무엇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특별한 재능.

성별을 제외하면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우월했던 나는 아버지의 눈에 띄게 되었고그렇게 고아원에서 아버지에게 입양되었다.

보통 한글을 때기도 전에 입양되었지만 나는 태어난 이후 버림받은 이후에나 다시 발견되었고 그 덕에 7살이라는어쩌면 가치관이 완성되어 더 이상 조기 교육을 통한 세뇌가 불가능한 나이에 입양되었다.

어쨌든 당시에 고아원에서 어두운 아이로 자랐던 나는 평생 연이 없을 줄만 알았던 친부모가 생겼다는 기쁨과 아버지께 칭찬받고 싶다는 일념 하에 내 모든 가치관과 인격을 바꿨다.

처음엔 이미 어느 정도 쌓아있던 윤리관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아버지께 다시 버려지는 게 두려워 참고 아버지의 훈련을 버텼고 곧 익숙해지게 되었다.

아버지는 공과 사를 매우 잘 구분하시는 분이셨다.

훈련은 엄격했고 체벌도 심했지만 절대 사적인 이유감정적인 이유로 손을 올리신 적은 없었다.

훈련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작은 상도 주시고 칭찬도 해주셨다.

나는 벌이 두려워하기 보단 칭찬을 갈망해 더더욱 훈련에 몰두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5, 12살이 되었을 때 쯤, 5년이란 훈련 속에서 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다른 성인킬러보다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결코 뒤지지 않는 1인분의 킬러가 되었다.

이때 아버지가 선물로 주셨던 나이프는 일생의 보물로 지금도 소중히 쓰고 있다.

어쨌든 이때 나는 아버지의 진정한 딸이 되었다 생각했다.

아버지께 아버지라 부를 수 있었고 1년 넘게 단 한 번의 벌도 받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보며 웃어주셨다.

분명 우리들은 킬러라는 뒤틀리고 잘못된 직업이지만서로 사랑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부녀라 생각했다.

그래, 5년 전 그날까지는.

그때 나는 전력으로서 충분했지만 단독임무를 맡기에는 미숙했기에 집안과 연관된 다른 킬러들의 조수로써 어느 암살의뢰를 맡으로 갔다.

타겟은 적대 조직 보스의 딸.

자신들 외에도 습격을 많이 받아 보디가드를 고용했겠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킬러집안이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했고 실제로 보디가드들이 안전루트랍시고 이동한 길을 먼저 파악해 매복했고보디가드들은 우리에게 우왕좌앙 하다 경호대상인 딸까지 잃어버리는 머저리 짓을 보여줬다.

살인에 쾌락을 추구하던 다른 킬러들은 너무 쉽게 풀려 맥이 빠진다고 한탄했지만 오직 아버지께 칭찬받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들어보니 나와 동갑이라고 해서 또래를 죽이는 것엔 아주 작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원하는 장난감을 받기 위해 못 먹는 피망을 잠깐 눈 감고 삼키는 정도의 이야기였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다른 선배들과 함께 칼을 빼냈다.

그리고 그때양 손에 커다란 칼을 든 작은 괴물이 나타났다.

그때 그 괴물이 한 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이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정말아무런 예고도복선도 없이 나타나 선배 한 명의 목을 자기 팔보다 큰 쿠크리 나이프로 꿰뚫었고 남은 한 자루로 목을 잘라 그대로 발로 짓밟았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깔끔한 일격.

실제로 살인을 업으로 삼기에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한 번에 자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아는 우리는 당연히 예상외의 상태에 당황했고 괴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에게 뛰어들어칼부림을 일으켰다.

다급히 선배 중 한 명이 총을 써봤지만 안 그래도 맞추기 힘든 거칠게 날뛰는 작은 표적을 당황한 사람이 쏴봐야 맞을 리가 없었고 오히려 소리가 어그로를 끌어 그 선배는 괴물의 주먹에 목이 부러져 먼저 죽어버렸다.

실패는 물론이고 죽음을 감지한 선배들은 급하게 도망쳤지만 아버지께 칭찬 받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고 있던 나는 그러지 못했고그만 도망치는 게 늦어버렸다.

자신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자기 건지 남의 건지 구분 못할 많은 피들을 뒤집어 쓴 괴물은 숨을 거칠게 쉬며 나에게 걸어왔고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촤악!

“...?”

예상과는 다르게 내 목가죽은 멀쩡하게 붙어있었고 대신 어깨뼈가 얇게 베여 피를 뿜어댔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다리힘이 풀리고 오줌을 지리며 그저 벌벌 떨 수밖에 없었고 괴물은 표적이었던 아이를 데리고 한 마디를 내뱉으며 그대로 사라졌다.

꺼져.”

그 날 이후 한동안 나는 그 괴물에게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께 거둬지며 죽을 각오는 했었지만 살해당할 각오는 없었던 나는 살의를 받으며 살해당한다는 공포에 져버렸던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버지의 반응이었다.

그날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귀환한 나는 아버지께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감정 따윈 버리신 냉철한 분이라 항상 생각했지만 마음 한 편으론 죽을 뻔한 딸하다못해 후계자가 겨우 살아왔으니 이 정도 어리광은 받아주실 거라면서 나이에 안 맞는 합리화까지 해가며 아버지께 걸어갔고 그런 날 본 아버지는

아무리 조급했다지만역시 여자를 데려온 건 악수였나.”

나의 안부가 아닌 나를 입양했던 자신의 결정을 걱정하고 있으셨다.

그리고 5년간 쌓아왔던 나와 아버지의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제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 나는 장기말혹은 암살에 쓰는 무기에 불과했던 거라고.

아버지에게 후계자란 도구는 애착을 가지며 사용해 줄지언정 정을 주며 아끼는 것이 아니라고.

성적을 못 내면 체벌을 줬던 것은 무뎌진 무기에 날카로움이 깃들도록 제련한 것이고항상 먹고 자는데 부족함을 못 느끼게 해줬던 것은 무기에 녹이 슬지 않도록 관리를 해줬던 것이었다.

나를 칭찬하고 자주 선물을 줬던 것은 그저 베는 맛이 좋은 무기에 애착을 가졌던 것.

딱 거기까지였다.

베지 못하는 검 따위겁을 먹은 무기 따윈 아버지께 장식품 이하의 가치조차 없었다.

총명했던 나는 그것을 깨닫고 내 안에 도사리던 공포를 아버지에 대한 집착으로 바꿔가며 필사적으로 임무를 맡았고 1년 쯤 지나 미친 듯이 사람을 죽이는 데만 집중한 나는 다시 예전과 같은 신뢰를 아버지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기뻤던 과거와는 달리 그 당시의 나는 불안감이 더 깊어졌다.

만약 내가 또 실패하면 다시 아버지께 버림받는다라는 불안감.

그렇기에 나는 임무에 매진하면서도 한 편으로 아버지와의 관계를 굳힐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1년 전 같이 임무에 나섰다가 괴물에게 죽어버린 한 선배가 집안의 철칙을 어기고 애인을 만들었었다는 것이 들어났다.

집안에서 가장 충직했고 동시에 냉철했던 자였었기에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집안은 당황하면서도 뒤집어졌고 온 힘을 다해 그 여자와 그 여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 세상에서 지웠다.

아버지랑 나름 친했었던 관계라 6년간 몇 번 보지 못한 아버지의 감정적인 일면을 보게 되어 지금도 나에게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나뒷수습도 대충 안정적이게 되어 모두가 차차 그 남자가 일으켰던 문란을 잊을 때 쯤어쩌다가 아버지께 보고를 하던 내가 그 남자를 거론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를 그가 일으켰던 추태가 들어가니 전과 마찬가지로 충직하고 냉철했던 훌륭한 킬러로 회상을 하던 것이었다!

그가 결코 그런 자가 아니었다는 게 이미 1년 전에 들어났는데!

아버지와 그의 관계는 2년 전 그가 죽기 전과 동일했다.

죽으면 사람은 거기서 끝.

그건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틀어졌던 관계가 개선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악화될 일도 없다.

그 말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한 나는 당시에 표현 못할 충격에 잠겨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느낀 감정은 환희가 아니었을까.

아버지와의 좋은 관계를 영원히 이어지도록 할 방법을 줄곧 찾아다녔었으니까.

희망을 찾은 나는 일에 더욱 열중했고 실력과 실적은 성장기를 맞이했던 덕분인지 수직으로 상징했고 처음엔 여자라고 온갖 욕을 먹었던 아버지도 점점 시대에 맞춘 훌륭한 선택이라는 호평을 들어가며 점점 나를 훌륭한 후계자로써 떳떳하게 자랑하셨고 나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애착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가문 내에서도 버거워해 거절하고 싶었지만 가문의 위신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던 뜨거운 감자 같던 의뢰를 단독으로 해결한 날아버지는 입양하고 7처음으로 나를 딸이라 불러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때 내 안의 감정은 행복으로 가득 넘쳤고 나는 이것이 아버지와 내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관계라 직감하여 아버지께 받은 나이프로 아버지의 목을 찔렀다.

지난 6생사를 넘나드는 시련과 집착은 나를 기습에 있어서는 아버지는 물론이고 가문 전체에서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킬러가 되었고 아버지는 자신이 찔렸다는 것을 자각하시지 못한 채 그대로 절명하셨다.

그리고 눈을 감지조차 못한 채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시체로 변한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나는 눈물을 흘렸고이제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달성감에 주저앉아버렸다.

해냈다.

이걸로 나와 아버지는 영원히 사이 좋은 부모 관계야.

후계자에게 기습당해 배신감이나 분노를 느끼는 일 없이자신이 죽는다는 공포를 느끼는 일 없이그저 딸에 대한 기특함만 느끼다 죽어버린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계시지 않아.

이걸로 우리의 관계는 평생 고정돼.

그 날 이후 나는 가문사람들이 말을 들을 때까지 닥치는 대로 죽인 다음 독립했고 가문도 후계자도 아닌그저 아버지의 딸로서 키워진 킬러로 살아갔다.

그리고 이후 평범하게 중학교를 다니며 킬러를 이어갔고 그 사이에 진심어린 우정을 나눈 친구비슷한 처지에 동질감을 느낀 동료처음으로 연애적인 호감을 느끼게 해준 선배등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쌓고절정이 되었다 싶을 때마다 죽여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오빠저랑도 친해져요.”

그리고 이번엔 무려과거 내게 죽임을 당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동시에 진리를 깨닫게 해준 고맙디 고마운 괴물과 재회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백호파의 딸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했지만 그걸 계기로 인연을 만든걸까그녀의 보디가드가 된 그는 키라던가 얼굴이라던가 많은 게 바뀌어 순간 착각을 했나 싶었지만.

적당히 하지?”

그 말을 들은 순간오빠가 그 괴물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이거야이 떨림이 공포.

짐승이라누가 지은 건지 모르지만 정말로 훌륭한 창작센스라 생각한다.

나에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해준 은인이젠 내가 다가가 보답해줘야 한다.

우리앞으로 친하게 지네도록 해요앞으로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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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할 땐 유리 단독히로인이었는데 연재해보니 메인 히로인이 히로인(웃음)인 소설이 되어버린 건이 대하여
필살기 3연참!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근데 원래 조아라에서 쓰던 판타지 소설 240화 연재하면서 그림 한 번 못 받아봤는데 얘는 10화 쓰고 두개나 받아보네...하하...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