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모두 허구의 이야기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상담 받으라고 편지를 받았는데 여기로 오는거 맞죠? 

 

한여름에 긴팔 입으면 덥지 않냐고요? 아 저는 괜찮아요. 그냥 긴팔이 좋아서요...

 

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고요?

 

음... 저는 상당히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네? 아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부모님이 조금 엄하셨어요.

 

그래서 좀 맞기도 하고 많이 혼났었죠.

 

아니에요. 가정 폭력 같은 게 아니라 제가 능력이 좀 모자라서 그랬던거에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저한테 실망해서 매일 밤 술을 드시면 마구 매질을 하셨고 어머니도 항상 저한테 쌀쌀맞게 대하셨던 거겠죠. 


뭐, 제 자업자득이니까 어쩔 수 없죠...

 

저는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노력이 좀 모자랐는지 부모님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노력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은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한테 항상 잘해주던 여자애가 저를 위로해주어서 그나마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아 네 맞아요.

 

혹시 거기 종이에 적혀있는 건가요? 아 그렇군요.

 

아무튼 얀순이는 어릴때부터 저랑 같이 지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였나 집에서 맞다가 쓰러지면서 머리를 소파에 부딪히는 바람에 기절해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가 2인실을 썼는데 제 옆 침대에 있었던 애가 얀순이였어요.

 

아무래도 얀순이가 여자애다 보니까 처음에는 엄청 어색했는데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까 신기하게도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에요.

 

저랑 좋아하는 것도 똑같고, 싫어하는 음식도 똑같고,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바로바로 알아듣더라고요.

 

진짜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처럼 제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였어요. 

 

그렇게 같이 여러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엄청 친해졌어요.

 

맞다, 선생님 얀순이가 숨바꼭질 엄청나게 잘하는 거 아세요? 한번 숨으면 아무도 못 찾더라고요. 지금 한번 보여드릴게요. 선생님 눈 감고 딱 10초만 세주세요.

 

아 장난 그만 치라고요? 네 그럼 다시 말할게요.

 

아무튼 퇴원한 다음에 집에 왔는데 얀순이가 저희 집에 놀러오고 싶다는거에요.

 

근데 부모님한테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어머니가 안 보시는 사이에 몰래 들어오게 해줬어요. 

 

처음에는 그냥 종종 놀러왔는데 어느날 얀순이가 제가 혼나는걸 봤나봐요. 

 

그러더니 저보고 저희 집에서 같이 지내며 제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하는거에요. 

 

제가 그래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이미 다 허락받았다고 말하면서 제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같이 지내며 도와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뭐 저는 마음 잘 맞는 친구랑 함께 지내는 셈으로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낮에는 각자 학교에 가고 밤에는 제 방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죠.

 

가끔 부모님이 제 방에 들어오시면 얀순이는 바로 숨고요.

 

그러다 고등학교는 같은 곳으로 가게 되었죠. 남녀 분반이라서 얀순이랑 같이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쉬는 시간마다 얀순이는 저를 찾아왔어요. 

 

다른 친구들은 남자반에 여자애가 찾아오는 데 꽤 낯설었나 봐요. 얀순이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애들이 계속 힐긋 보기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크게 신경 안 썼지만요. 자연스럽게 반 친구들과는 좀 멀어지게 되었지만 얀순이가 계속 함께 있어서 괜찮았어요.

 

제가 얀순이 반에 찾아가기도 했느냐고요? 제가 얀순이를 찾아가려고도 해봤는데 얀순이가 부끄러웠는지 그건 항상 거부하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뭐 숨기고 싶은 게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무튼 고등학교에서도 그냥 그럭저럭 지냈어요. 친한 친구도 몇 명 생겼고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부모님이 이혼하시게 되었어요. 한 3달쯤 되었으려나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큰 잘못을 해서 그런 거겠죠. 

 

이혼하신 다음에도 어머니는 따로 일을 구하시지 않고 그냥 집에 계셨어요. 위자료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서 그런가 봐요.

 

어느 날 밤에 어머니는 저를 앞에 앉혀놓고 제게 말씀하셨어요. 그동안 미안했다고. 못 준 사랑을 이제라도 줄 거라고요. 그러더니 지금까지 충분히 고생했고 앞으로 막 그렇게 자신을 혹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그런 가짜같은 사랑을 이용해서 내 자리를 차지하려 하다니 이런 불여시 같은 것

저는 갑작스럽게 바뀐 어머니의 모습이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그동안 계속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다가 갑자기 목적지가 뒤로 가버린 셈이잖아요. 게다가 혹사라는 말도 이상했어요. 저는 항상 해오던 대로 계속 했는데 갑자기 혹사라니요. 

다 너를 

일단은 너무 혼란스러워서 대충 알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왔어요.

 

그날 밤 제가 방에서 얀순이 옆에 앉아서 얀순이와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갑자기 들어오시더라고요. 어머니가 너무 갑자기 들어오시다보니 얀순이가 숨을 겨를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얀순이를 보시고는 갑자기 저를 걱정하시면서 다음날 같이 정신과에 가자고 하셨...

그건 걱정이 아니라 나를 정신병원에다 가둬놓아서 너랑 나를 떼어놓으려는 수작이었어

그런 거야?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저랑 얀순이를 떼어놓으려고 얀순이를 정신 병원에 가둬놓으려고 하셨어요. 그때 얀순이가 저한테 잠깐만 자리를 비우면 모든게 해결될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없는 사이에 어머니와 담판을 짓겠다고요. 그래서 저는 얀순이를 믿고 자리를 비웠죠.

 

한 시간 정도 뒤에 다시 방으로 돌아왔어요 저는 얌전하게 제 방 침대에 누워있더라고요. 얀순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저한테는 알려주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여자의 비밀인지 뭔지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그래도 생각나는건 없냐고요? 저는 기억이 안난다니까요...

내가 선생님께 말씀 드릴 수는 있는데 네가 들으면 안돼. 알겠지?

알았어. 선생님, 얀순이가 말씀드리겠대요. 저는 잠깐 빠져있을께요.

오래 안 걸릴꺼야. 다 말하면 알려줄테니까 들으면 절대 안돼. 

알겠어. 편하게 말해. 나는 쉬고 있을께.

그래 알았어.


쌤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아 얀붕이네 어머님이요? 


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는 안방 침대에 누워 계세요. 앞으로 일어나실 일은 없을 테지만요.


네 맞아요 제가 죽였어요. 목을 가위로 찍었거든요. 


아니 솔직히 그동안 힘들어 하던 얀붕이를 위해 제가 계속 사랑을 주면서 얀붕이를 지탱해주고 있었는데 거기에 함부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행동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그동안 얀붕이가 열심히 노력할때는 모른척 하며 지나치더니 이제 와서 사랑 운운 하는건 진짜 잘못된 행동이었어요.


하지만 그 거짓된 사랑이 거짓이라는 판단은 얀붕이가 내리기는 힘들죠. 


그동안 받은게 있어야 알텐데 받은게 없으니 당연한거죠.


그래서 제가 벌을 준거에요. 


얀붕이한테 진정한 사랑을 주는 제 자리를 강탈하려고 했던 그 수치도 모르는 년한테요.


어머 선생님 휴대전화는 갑자기 왜 보시나요?


경찰에 전화하시려고요?


차라리 문자를 하시는게 어떨까요?


선생님이 전화를 하시는 모습을 밖에 계시는 다른 분이 들으면 다른 오해를 하실 수도 있어요?


아뇨 입막음 같은건 안해요. 뭣하면 지금 바로 신고하시죠. 저는 선을 넘지만 않으면 건드리지 않습니다. 선 말이죠...


저는 감옥에 가도 괜찮냐고요?


네 저는 괜찮아요. 얀붕이도 같이 갈꺼고요. 


제가 얀붕이랑 함께 지내면서 보니 얀붕이 주위 세상은 너무 얀붕이한테 위험해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죠. 얀붕이랑 같이 혼자만 있는 곳으로 가기로요.


아시다시피 집에 돈이 없는 편이 아니다 보니 충분히 브로커를 이용해서 독방으로 옮길 수 있어요. 


이미 사람도 알아놓았고요.


자 어서요. 빨리 신고하시죠.


저는 여기까지만 말할께요. 얀붕아 나는 다 끝났어. 이제 네가 말할 차례야. 

그래 알겠어.

엿듣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럼 당연히 아니지. 수고했어.

 

얀순이가 잘 말씀 드렸나요? 얘 착하죠? 얘는 엄청 뭐랄까... 배려심 깊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며 나를 언제나 이해하주는... 음... 엄마 같은 친구에요. 


네? 저희 어머니 어디 계신지 아냐고요? 저는 모른다니까요.


아니 선생님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로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저... 선생님... 왜 계속 핸드폰을 보고 계세요? 지금 상담중인데...... 급한 문자요? 네 알겠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아보라고요? 병원은 갑자기 왜요? 저는 크게 아픈 곳이 없는데요? 정신과요?

얀붕아, 잠깐만.

선생님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얀순아 갑자기 왜? 

나도 상담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너도 상담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지금 나 거의 다 끝났는데 기다려 주면 안돼?

지금 꼭 상담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알았어. 그럼 먼저 말해.

근데 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오래 안걸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께

응 금방 끝날 거야... 너랑 나를 떨어트려 놓으려는 이런 사람들은 그냥 놔두면 안 되거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너를 진정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우린 한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잖아. 항상 사랑해 얀붕아

 



X일 오전 11시 ---시 ------ 교육 지원청에서 상담교사를 살해한 뒤 상담실 집기를 파손하며 난동을 부리던 19살 A 군이 피해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되었습니다. 목격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범하게 상담하고 있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돌변하여 책상에 있던 가위로 피해자의 목를 찔렀”다고 증언했습니다.

 

한편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군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에선 이불에 싸인 4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그 시신이 A 군의 어머니인 B 모 씨의 시신이며 시신 상태로 미뤄 사망한 지 3개월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였으며 국과수는 B 모 씨가 현장에서 발견된 사무용 가위에 목을 찔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상 외에도 다수의 타박상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이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다.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얘 민우야 잠깐 나와서 이 기사 좀 봐라."


"신문은 갑자기 왜요?"


"이거 우리 동네 아니니? 너 혹시 A라는 애 알아?"


"그럼 당연하죠. 우리 반 애잖아요. 근데 왜요?"


"이거 한번 읽어 봐라"


"헐..얘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요?"


"너 혹시 얘랑 친하니?"


"아니 얘 공부 엄청 잘하는 모범생으로 전교에 소문이 자자해요. 전교 1등에다 운동도 잘하는 애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요...?"


"아니 그래도 평소에 뭐 이상한건 없었어?"


"아 그래 걔가 평소에 혼잣말을 좀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애가 그래도 누구 죽일 애는 아니었어요."


"공부만 하다 미쳐버렸나보다. 에휴 불쌍한것...쯧쯧"



 



 

항상 올라오는 글들을 보기만 하다가 처음 글을 써보는 얀린이(?) 입니다. 처음에는 최대한 재밌게 써보려고 했는데 막상 써보니 노잼이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글쓰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