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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유리의 등장에 범이의 사고는 정지되고 입을 떡 벌린채 아무 말도 못했다.

본래라면 대충 벗어뒀던 상의라거나 게임기등을 빠르게 치웠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범이의 사고 회전은 그리 빠르지도 유연하지도 않은 편이었기에 싸울 때라면 모를까 이런 예상외의 사태엔 그저 경직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유리가 잔뜩 악에 바친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것이 자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의 당혹에 한 몫을 더했다.

"우, 우리 딸, 마음은 알겠는데 범이 지금 중환자거든, 너무 시끄럽게 굴면..."

"아빠는 좀 내버려둬! 아니 니가 대답 안 해줄 거면 아빠가 해줘! 대체 뭔일이 있던 건데?!"

"아, 아니 그게 말이야...."

"봐! 왜 다 나한테만 숨기는 건데? 여기서 제일 위험한 게 난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나야! 대체 언제까지 숨기기만 할 건데?!"

"아, 아가씨..."

범이는 평소의 다짐도 잊고 당황하며 그녀를 진정시켜고 움직였지만 그의 몸은 현재 절대안정으로 부족한 상태였고 온갖 링거와 선으로 엉켜진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자 당연히.

"쿨럭! 쿨럭! 커헉?!"

"어, 야?!"

"아놔, 내가 진짜!"
링커 몇 개가 뽑히고 상처가 벌어진 범이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지섭과 카챠는 이럴 줄 알았다며 각자 간호사를 부르고 지혈을 하려 했다.

"아, 아..."

그리고 눈 앞에서 보디가드가 피떡이 된 모습을 본 유리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나, 나 떄문에 그렇게 된 거..."

"아, 좀 조심좀해! 내가 좀 산만하게 움직이지 말라니까!"

"죄송합니다...쿨럭..."

"유리도 너 때문에 놀랐잖니!"

눈앞에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패닉에 빠지려는 그녀의 위험한 상태를 카챠는 범이를 다그치는 것으로 그의 부상의 책임을 옮겼다.

"그러니까 내가 조심하랬잖아, 거기는 무너질 위험 있으니까 실험하지 마라고."

"?"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영문모를 소리를 이어가는 스승의 모습에 범이는 순간 치매를 의심했지만.

"응? 아무리 새로운 무기를 시험해보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데서 아무 준비없이 하면 안 돼지!"
"네, 아아, 네! 아무래도 공터가 좋을 것 같아서 써본 건데... 설마 건물이 그렇게까지 약할 줄은 몰랐습니다. 괜히 무기를 구해준 친구도 휘말리게 해서, 나중에 사과하러 가야할 것 같네요."

"어? 조달자?"

"전에 말한 반 친구 있잖아요, 졸업 때 쯤에 같은 업계 사람인 거 알아서 친해졌다고 한 애요."

"아, 아~ 걔 말이구나~ 그래, 무기도 얻어준 친구 다치게 했으니까 꼭 가서 사과하렴~"

그녀가 곧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하는 것을 깨달은 범이 급하게 그녀와 말을 맞췄다.

평소의 유리라면 당연히 둘의 말이 급조한 것임을 깨달았겠지만 그녀는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 심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기에 그 점을 깨닫지 못했다.

다만 수아가 살아있었고, 그녀가 반 친구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카챠의 눈빛은 범이에게 새로운 난관이 생길 것을 직감시켰다.

그때 타이밍 좋게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와 그를 침대채로 데려갔고 선우가 유리를 데려가 사태는 대충 진정되었다.

"안 돼.. 이러다간 또 잃어버려..."

다만 이떄, 유리의 마음 한구석이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작았고, 급한 상황이었기에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유리 자신도 이것을 알지 못했다.




그날 밤

"아오, 썅..."

입원한지 하루도 안 되서 상처가 벌어지게 만든 나는 간호사 누나에게 전담 마크를 당해 꽁꽁 묶였고 간호사 누나가 퇴근한 후에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넘기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의심을 산 것 같은데...

아마 얼마 안 가서 오늘 한 말이 개소리란 걸 알아채겠지.

하아~ 말 섞긴 싫지만 혹시 모르니까 수아랑도 입을 맞춰야지.

아니지, 어차피 같은 병원이고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니 지금 부를까?

"주인님~! 저 부르셨어요~!"
"하아..."

부르고 2분도 안 돼서 달려와준 건 좋지만 오자마자 나한테 앙겨서 몸을 비벼대려는 걸 밀어내며 내가 미친 짓을 하는 걸 보면 아프긴 아프구나란 생각이 절로든다.

"야, 너, 나랑 입 좀 맞추자."

"네?!"

"왜?"

또 뭔데.

"내 노예라며, 시키는 대로 좀 해라."

유리하나 상대하는 것도 미치겠으니까.
"여, 역시 주인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응? 뭔 실례를...너 뭐하는 읍?!"
어째선지 내 허리 위에 올라탄 수아는 그대로 내 볼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더니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 그대로 지 입을 내 입술에 갖다댄다.

그리고 그 안에 침투하는 녀석의 혀.

"으읍?!"
뭔데,

뭐가 어떻게 된 건데.

평생 입 안에 음식물 아니면 치약 아니면 쇳덩이 밖에 안 넣어봤던 입 속에 살아있는 물체가 처음으로 들어와 내 입을 유린한다.

굳이 비유하면 거대한 낙지를 빨판을 제거하고 탕탕이로 만들어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그것과도 다르다.

수아의 혀는 부드럽지만 매끄럽진 않고, 따뜻했으며, 무엇보다 수아 본인의 침으로 끈적했다.

그 수아의 혀가 내 혀를 시작으로 이빨, 잇몸, 입천장등.

마치 내 구강 모든 곳을 다 맛보갰다는 듯이 사정없이 구석구석을 훑어갔고 난생 처음 받아보는 경험과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하게 뜨겁고 갑갑한 느낌에 나는 저항다운 저항을 할 수 없었다.

"후아~! 하악, 하악, 주, 주인님, 저, 처음이었는데 기분 좋으셨나요...? 혹시 아프진 않으셨나요? 저는, 가볍게 가버린 것 같아요오~"

"어? 어...응?"

"후후, 주인님, 귀여우셔라. 멋지시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자꾸 이렇게 매력있는 점만 보이시면 저, 못 참는다고요?"

오싹.

몸이 떨리는 동시에 나는 이 소녀를 이길 수 없을 것을 직감했다.

서로 죽이는 거라면 모를까 나는 이제 재한테 거스르긴 힘들 것 같다.

그냥 막, 아무런 맥락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만족하지 못하셨다면... 이대로 쭉, 갈까요...?"

마치 고양이 처럼 내 위에 엎드려 입으로 내 환자복 단추를 무는 수아.

"우움 주인니임~"

본능적인 브레이크가 내 정신을 깨웠고 나는 그나마 멀쩡한 왼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아냐,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충분하고 더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니 일단 멈춰."

왜일까, 예전에 술에 취해서 방을 잘못 찾아 내 방에서 옷을 벗고 내 침대로 달려든 스승님이 떠오르는건.

아니 그보다 입맞추러 불렀는데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일단 우리 중요한 일부터 끝내자고."

"중요한 일이요...?"

"그래, 말했잖아, 유리랑 학교에 뭐라고 할지 입 좀 맞추자고?"
"입? 어? 아아... 그게 그 소리였어요? 저는 또..."

"그거 말고 딴 뜻이 있어?"

내가 모르는 은어인가?
"혹시 주인님..."

"왜?"

"라면 먹고 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라면 먹고 가는 게 라면 먹으러 가는 거지 뭐 딴 뜻이 있어?"

뭐지?

아까부터 영문 모를 말만 하는데, 혹시 나,

유행에 뒤쳐졌나...?

"이, 이 정도이실 줄이야..."

"왜, 뭔데, 뭔 뜻인데."

요즘 모르면 안 돼는 말인거야?

"음, 그럼 말이죠, 말로 설명해줘도 좋지만, 직접 몸으로 배워볼까요?"

다시 단추 사이로 손을 넣으려는 수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좀 불안하니까 나중에 딴 사람한테 물어볼게."

아니면 인터넷이 뒤져보지 뭐.

"칫."

바로 혀를 차는 모습을 보건데 내가 잘한 짓이겠지.

"야, 나 진짜 너 때문에 죽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얼른 입만 맞추고 서로 자자."

"네에~ 그리고, 언제나 적적하실 때 부르시면 올테니까 불러주세요?"

내 귀에 입술을 가볍게 맞대며 말하는 수아.

그녀의 숨결이 귀에 닿아 가볍게 떨렸지만 그 이상으로 앞으로 얘랑 3년을 얼굴보며 지내야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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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조회수가 안 나온다....

그리고 이제 고등학교 부분은 빠르게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