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불이 붙었다. 


라이터를 탁상에 대충 던져두고, 창밖을 바라봤다.


거실은 뭉게뭉게 떠오르는 탁한 구름만이 지독한 담배 냄새를 풍겼다.


 "...후"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머리가 개였다.


창 밖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날씨 곱창이네."


미세먼지 하나 섞이지 않은 맑은 눈물을 흘려댈 뿐이었다.


장마가 시작된지 어느덧 2주째가 되는 날이다.


 "이런날도 매미가 울긴하는구나."


 -맴 -맴 소음 공해자들은 끊임없이 울어댔다.


그 소음 속에서 그는 조용히 회상한다.


-


20대에 평범한 직장. 나름 경력 있는 신입의 이지적인 태도는, 소위 말해 꽤 간지났다.


라인 잘탄 계열사의 대리정도? 연봉 7000.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순정이 있었다.


초중고를 같은 동네에서 나온, 소꿉친구와의 결혼. 그가 자신을 일구어낸 이유였다.


어릴때부터 그는 약속을 참 잘했다. 그리고 잘 지켰다.


둘은 결혼하기로 했었다.


아내의 부모님은 웃었다. 이제야 딸을 데려가는구나. 하고


솔직히 거의 예정 된 결혼이었기에, 양가 부모님의 납득? 전혀 필요없었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고 그날부터 나와 아내는 한 집에 살았다.


아내는 내조를 참 잘했었다.


관계도 이상할 정도로 잘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첫 관계시에 피가 나온다는 것은 내 상식이 잘못 되었던 걸까?


아무튼 뭐 상관 없었다. 어짜피 이제 결혼도 다 했는데. 나랑 평생 살건데.


피임은 항상 내가 먼저 했다.


나는 일찍 결혼했지만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었다.


근데 항상 피임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순간부터 아내의 배가 불러왔다.


임신했다고한다.


항상 피임기구를 썼는데, 그게 가능하긴할까?


전혀. 불가능이다. 콘돔은 임신가능성이 0에 수렴했다.


뭐 자기가 바늘로 뚫어놨네, 어쩌네.


근데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버렸다.


무정자증.


그날 검사결과지 보여주면서 이혼하자고 했다.


아내는 그때되서야 실토했다.


나 오기 1년전부터 남자친구를 사귀었다고.


내가 왔는데 버리긴 싫고, 남자친구도 버리기 싫어서 두집 살림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미안하다고.


어이가 없었다.


남자친구까진 그럴 수 있다고해도, 두 집 살림이 말이나 되는 짓일까?


나는 내 아이도 아닌 아이를 키울 수 없었다.


이혼하고, 일에 전념했다.


여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돈은 계속 모였다.


혼자 사는 것은 익숙했고, 즐거웠다.


어느날이었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아이를 받아줄 수 없다고, 몸이라도 갈 수 없냐고.


사정사정하는데.


전화를 툭 끊어버리고 차단했다.


너무 가증스러웠다. 제일 열이 받는건 나 아니면 남자친구라는 두가지 선택지를 놓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 제일 화가났다.


뱃속에 아이는 뭔 죄가 있으랴.


 "쓰레기같은년."


그렇게 아내와의 연락은 끊어졌다.


*



어느 순간 부터였을까. 집을 나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이사할까 생각했지만 회사에서 가까운 이런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그냥 이사하겠다는 선택지는 버렸다.


여자친구도 생겼다.


아내? 비빌수도 없을정도로 성격좋고, 이쁜 여자친구였다.


첫경험하면 피가 나온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일주일전에는 같이 혼인 신고서도 제출했다.


내 이혼 이력도 얘기했다. 받아주더라.


아무튼 같이 동거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여자친구짐을 우리집으로 옮기자고 했다.


이게 신혼이지.


근데 이사 일주일전에 여자친구가 크게 다쳤다. 집가다가 누가 밀어서 크게 넘어졌다고했다.


일단 여자친구와 애기를해서 따로 원룸집을 주고 친구랑 좀 지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아마, 누군가 내게 나쁜맘을 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느껴지는 기척부터 여자친구에게까지, 이유없는 악의는 결코 이유없는 것이 아닐터.


나는 집앞에 cctv를 달고, 며칠간 계속 관찰했다.


 "어."


범인 얼굴이 나왔다. 전처였다.


대가리가 띵했다. 아니, 니가 여기서 왜나와?


연락의 차단을 풀고 대화를 하려했다.


오랜만에 통화하게된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지금 만나러 갈게, 어디야? 어디야? 어디야? 어디야?]


미안하다고 반복하며 통활 끊지 않거나, 만나러 오겠다고 하거나.


미친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 법원에 cctv랑 접근 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고나서 3개월.


-


장마가 시작하고 여자친구가 잘 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지내는 것 같다.


여자친구는 아직도 친구네 집에서 살고 있다.


나는 여자친구한테 꾸준히 돈을 보내고 있다. 친구랑 나눠도 쓰고 하고 싶은거 하라고 주는 돈이었다.


통화도 잘되고. 바람기 자체가 없는 여자였다. 대인 적이 있어서 백퍼 신봉은 아니지만,


마음이 넓은 여자라 그런지 눈치껏 그런점까지 딱딱 처신잘해주는게 너무 고마웠다.


아무튼 나는 지금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에 몸을 맡기며 생각한다.


 '이사 가던가 해야겠다.'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반대편 상가건물


1층


머리를 산발하고


한손엔 우산


한손엔 전기충격기


입꼬리를 올리고


나를 보며 웃고있을,


아니, 웃고있는 전처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