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1860년대 클래식 음악)




도쿄의 니시카타(西片) 부근에 있는 고풍스러운 2층짜리 양관(洋館)의 자신의 방 안에서, 마토이 아야코는 오늘도 책을 읽으며 무료한 주말의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마토이 가에서 둘밖에 없는 적녀(嫡女)중 하나, 마토이 아야코의 언니인 마토이 아이코가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름다운 양장을 차려 입고 정오에 집을 나선 지 벌써 세 시간 반이 흐른 채였다. 두 적녀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숙모인 하시모토 이사코는 밑 1층의 응접실에서 손님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그 말소리는 2층의 방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오늘도 다시금 떠오른 오후의 태양은 창문을 통과해 마토이 아야코의 상체를 비추어 방에 선명한 명암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길게 땋은 마토이 아야코의 검은 머리칼을 빛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문자열을 읽어 가는 것을 반복하던 마토이 아야코는 이내 오랜 시간 끝에 몸을 움직였다.


탁.


나츠메 소세키의 ‘런던 탑’ 의 마지막 문장까지 전부 읽은 마토이 아야코는 책을 덮었다. 검은 표지의 책이 종이들을 하나로 모으며 약간의 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먼지는 햇빛을 관통하며 마치 자그마한 눈 결정처럼 날고 있었다.


『此れから何を読めば良いのかな。』

“이제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이제 막 열여섯 살에 접어든, 일본에서 상당한 부를 쌓은 가문의 차녀는 기품 있고 절제된 목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토이(円居)가문의 역사 중 28년이 담긴 저택의 2층 방을 천천히 걸으며 마토이 아야코는 전부 읽은 책을 제자리에 돌려 두기 위해 방의 창문 옆에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吾輩は猫である」、「坊ちゃん」、「彼岸過迄」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춘분 지나고까지’—


나츠메 소세키가 남겨 둔 명작이 늘어서 있는, 책장의 위로부터 두 번째 칸에 꽃힌 책들을 마토이 아야코는 손으로 훑었다. ‘런던 탑’ 이 꽃혀 있었던 빈 칸에 다시금 그 책을 집어넣은 뒤 마토이 아야코는 책장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천천히 둘러 보기 시작했다.


『これは。。』

“이건...”


일본어로 된 소설들, 외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소설들, 외국어로 된 익숙한 제목의 소설들을 지나치다가 마토이 아야코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낯선 책 하나를 발견했다. 책장의 정중앙에 꽃힌 붉은 표지에, ‘마토이 가의 역사(円居家の歴史)’. 라 쓰여진 두꺼운 책을 뽑아 들고선 마토이 아야코는 곧바로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창가의 책상으로 향했다. 


밝은 창가에서 투과되는 일광에 책의 모습은 책장 앞에서보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책은 상당히 오래전에 만들어진 듯 표지가 약간 색이 바래 있었고 종이는 희미한 황색을 띄고 있었으나 망가지거나 페이지가 누락되거나 찢어진, 손상된 부분은 전혀 없는 듯해 보였다. 마토이 아야코는 이 모습을 보고 처음 본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더욱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토이, 그것은 단순히 마토이 아야코의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성씨로서만의 의미가 아니라 그 선조들의 핏줄과 역사들이 전부 결집된 하나의 이름 같은 것이었기에 마토이 아야코는 자신의 가문의 역사가 적혀 있을 이 책을 읽고픈 충동이 계속해서 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꿀꺽.


마치 극대한 비밀을 몰래 들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토이 아야코는 침을 삼키고 천천히 한쪽 손을 표지에 가져다 댄 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속 표지에는 겉 표지에서 보았던 제목과 함께 저자와 날짜가 기록되어 있었다.


『秦野憲秀、大正元年。。。』

“하타노 노리히데, 다이쇼 원년...”


다이쇼 원년, 서력으로는 1912년. 지금이 쇼와 13년, 서력으로 1938년이었기에 마토이 아야코는 이 책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하타노 노리히데라는 이름 모를 사람이 편찬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시켰다. 하타노라는 조금 드문 성씨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름을 뒤로 한 채 마토이 아야코는 책의 본문을 보기 위해 다시금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페이지에는 활자가 검은 잉크로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마토이 아야코는 인쇄 상태를 확인한 직후, 다시금 이 책의 문자열을 눈으로 따라 가며 읽기 시작했다.



- 여기서부터는 아야코가 읽는 책의 내용이다. -


마토이 가의 원류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그 선조가 불분명하나, 마토이 가와 혈연이 이어진 많은 사람들은 마토이 가가 후지와라씨 북가 본류 - 셋칸카(摂関家)류라고도 함- 의 방계 후손이라고 말한다. 남아 있는 아주 약간의 사료들에 따르면 후지와라노 타다미치(藤原忠通)의 후손인 마츠도노 모토후사(松殿基房)를 시조로 하는 마츠도노 가의 분가라고도 전해지나 확실하지는 않다.


그 사료에 따른 본가인 마츠도노 가는 교토 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공가이나 이미 오래 전에 쇠퇴하여 후손들이 전혀 남지 않아 알 길이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마토이 가는 그 마츠도노에서 갈라져 나온 분가이나 동시에 종가의 권위를 획득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허나 헤이안 시대로부터 에도 막부까지—





너무 피곤해서 중간에 끊었다

이어서 나중에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