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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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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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팀 구출 작전 이후 오르카호의 내부는 조금씩 비틀려갔다. 스토커의 기습으로 중태에 빠진 사령관은 며칠 째 의식을 되찾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오르카호의 일원들도 날이 갈수록 초조하고 두려움에 빠져갔다. 각 부대마다 저마다의 슬픔과 공포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컴패니언은 사령관의 호위를 맡았던 리리스가 반 폐인이 되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임시로 페로가 컴패니언을 이끌고 병상 입구를 지키고 있다.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은 메이크업으로 지울 수 없었다.


스틸라인은 평소 그렇게 병사들을 굴려대던 간부들이 무기력에 빠져버렸다. 마리는 늘 회의에 참석하지만 레드후드는 침울한 채 그 어떤 훈련이나 작전을 계획하지 않았다. 지킬 사람이 저 모양인데 훈련은 해서 뭐하냐는 것이었다. 이프리트는 어차피 사령관은 곧 일어날 거고 꽁 휴가 얻었다면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하루종일 잠만 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이프리트가 사령관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잠으로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등의 병사들은 간부들의 통제가 사라지자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사령관을 위험에 빠지게 하지 않겠다면서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낭비하고, 남은 시간에는 백병전 훈련이라는 스스로의 처벌을 빙자해 자기들끼리 서로 주먹을 주고 받았다. 발할라와 둠 브링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스카이나이츠는 해상에 머무는 오르카호에 물자를 나르기 시작했다. 드론이나 익스프레스가 해야할 일은 자기들은 그 섬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면서 자진해서 맡았다. 늘 마하의 속도로 요안나 아일랜드와 오르카호를 오가던 그녀들의 얼굴에는 눈 밑이 아닌 옆으로 눈물자국이 생겼다. 그녀들은 늘 비행할 때 깜빡하고 보안경을 안 써서 눈이 건조해 눈물이 난 거라고 둘러댔다.


호드 팀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대장인 칸이 지휘관들 중에서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호드팀은 다른 부대보다는 양호해보였다. 그러나 칸도 밤마다 사령관이 쓰러지는 악몽에 시달려 남몰래 일어나 술로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보던 워울프는 늘 강인했던 대장의 약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평생 비밀로 삼기로 했다.


주방 또한 심각했다. 사령관이 의식불명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나간 소완이 리리스에게 칼부림을 하려 들 뻔한 것을 아우로라와 포티아가 간신히 막았다. 경호실장이라는 년이 바로 옆에서 주인님도 못 지키고 뭘 했느냐는 폭언과 함께 소완은 칼을 팽개치고 리리스의 따귀를 수십차례 날렸다. 리리스는 무력하게 소완의 행패를 받아줬고, 소완은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그리고는 사령관도 없는게 요리는 해서 뭐하냐면서 울부짖으며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숙소 구석에서 병나발을 불며 태만에 들어갔다.


닥터는 연구실과 응급실을 오가며 밤낮 가리지 않고 사령관의 회복에 매달렸다. 사령관이 죽지 않고 생명을 건진 것만으로도 그녀의 공은 충분했지만, 닥터에게는 사령관이 무사하지 못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각성제를 들이키며 잠자는 시간 까지 아껴가면서 사령관이 의식을 되찾을 단 하나의 방법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오드리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자신이 사령관에게 더 뛰어난 강화복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작업실에서는 더이상 미싱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우울증에 빠져 모든 작업이 멈추자 임시로 AGS들이 투입됐다. 그러나 바이오로이드들 만큼은 아니어도 AGS들 또한 침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램파리온과 스파르탄들은 사령관이 중태일 수록 자신들의 역할이 더 막중하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로크는 자신의 새 주인을 이렇게 잃을 수 없다면서 사령관에게 강제로 전기충격을 가해 깨우려 했다. 타이런트는 겨우 레일건에 맞아서 중태에 빠진 나약한 자는 자기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며 큰 소리쳤지만, 며칠 째 바닐라가 가져다주는 베터리에 손도 대지 않았다. 


오르카호는 그렇게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부대를 통틀어도 가장 파국을 달리는 소대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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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실. 홍련이 품에 손수 만든 음식을 한아름 들고 들어왔다.


"작전관님, 오셨어요?"


"엄마~."


병실 침대에 앉아 책을 보던 불가사리와, 게임에 열중하던 핀토가 홍련을 반겼다.


"오늘은 좀 어때요?"


"아주 좋아요. 이제 당장 퇴원해도 될 정도에요."


"나도나도! 병실에만 있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해! 밖에 나가서 슝 날고 싶어!"


"조금만 더 참아줘요. 아직 퇴원하려면 좀 더 있어야 하니까. 배고프죠?"


홍련이 도시락을 꺼내자 정성스레 만든 주먹밥과 닭튀김, 유부초밥, 잘게 썬 과일들이 나왔다.


"유부초밥은 카엔씨한테 도움을 좀 받긴 했어요."


""잘 먹겠습니다.""


불가사리와 핀토가 도시락을 먹을 때 홍련은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병실에는 과격한 훈련으로 입원한 브라우니 몇을 빼고는 다른 인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병실에 가장 있어야할 소녀가 없었다.


".....장화는 어디있어요...?"


"큽...!!"


홍련의 물음에 핀토가 씹던 입을 딱 멈췄다. 불가사리도 닭튀김을 집던 젓가락이 허공에 멈췄다.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의 시선이 서로 마주치고는 안전부절 못했다.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은 반응에 홍련이 한숨을 푹 쉬었다.


"먼저들 먹고 있어요. 장화는 제가 가서 데려올테니."


홍련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레 장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병실을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중환자실. 스파르탄과 컴패니언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허가받지 않은 자들은 절대 출입할 수 없었다. 오직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유리를 통해 중환자실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그곳에 장화가 서있었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장화를 보던 홍련이 조심스럽게 장화에게 다가갔다. 장화는 홍련이 다가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 너머 중환자실 안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곳에 사령관이 있었다. 팔에 링거 여러 줄을 꽂고, 머리와 몸에 붕대를 감은 채 얼굴에 호흡기를 달고 누워서 미동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옆에 있는 심박 측정기만 아니었다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다. 


"...또 여기 있었구나, 장화야....."


장화는 대답이 없었다. 병실에서 누워서 안식을 취해야한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장화는 틈만 나면 이렇게 중환자실을 찾아왔다. 처음에는 사령관을 만나야 한다면서 난동을 부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는 이렇게 한 자리를 지켰다. 


"어서 가자, 언니가 점심 싸왔어. 많이 먹어야 너도 빨리 낫지."


홍련이 장화의 손을 잡고 병실로 데리고 가려 했다. 하지만 장화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홍련이 잡아 끌면 그래도 힘없이 따라오던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바닥에 발을 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홍련이 이번에는 어깨를 잡고 부축하려했다.


"...킥.."


그때 장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모습에 홍련이 흠칫 몸을 떨었다.


"장화야...?"


"킥...저 꼴 좀 봐...웃기지 않아..?"


장화가 중환자실의 사령관을 가리켰다. 키득거릴 때마다 장화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게 누가 멍청하게 굴래?....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쓸데 없이 영웅 놀이 한다고 나서기는. 한심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홍련이 장화를 자기 쪽으로 돌려 세웠다. 장화의 어깨를 잡은 홍련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사령관님이 왜 저렇게 누워 계시는데.....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니..."


"내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어...? 그러게 늘 하던대로 오르카호에서 자기 따까리들한테 명령이나 내리면 될 것을. 왜 직접 총을 들고 설쳐대, 설쳐대기는."


"장화!!!"


홍련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다 장화가 아직 환자라는 점을 상기하고 다시 숨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말했다.


"사령관님은 여태 널 알게 모르게 신경 써주셨어. 네가 오르카호에 잘 지내는데 도와주시려 했고, 네가 사고 치는 것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셨어. 사령관님에게 그런 말을 해선 안돼."


"왜 안 돼? 겨우 이런 고물에서 지내게 해준 걸로 고마워하라는거야? 내가 언제 사고치는거 덮어달라고 했어?! 다 자기가 좋아서 멋대로 한 거잖아, 난 그런거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대!!!"


홍련의 얼굴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며 장화의 어깨를 잡은 손이 스륵 내려왔다. 그러건 말건 장화는 계속해서 큰 소리를 냈다.


"지금도 그렇잖아!! 내가 언제 구하러 오라고 했어?!?! 그냥 나 같은거 두고 갔으면 됐잖아!!! 아니면 그 땅꼬마 년한테 시켜서 섬을 통째로 날려버리라고 해도 돼고!!! 자기가 전쟁놀이 하고 싶어서 막 멋진 척 돌격하다가 한 대 맞으니까 쪽팔려서 저렇게 누워있는 거겠지!!!!! 그럴거면 아예 영영 일어나지 말라고 해!!!"


     악!!!!


공기를 찢는 거센 파열음과 함께 장화의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참지 못하고 홍련이 결국 장화의 뺨을 치고 말았다. 격해진 감정에 씩씩 대는 홍련이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인 눈으로 장화를 원망스레 쳐다봤다. 자기가 맞았다는 사실에 잠시 마비된 장화가 무의식적으로 얻어 맞은 뺨을 훑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홍련의 손모야을 그렸다.


"내가......밤마다 발작하는 널 보살펴주고......감정기복이 심해져서 행패 부리던 걸 전부 받아줬던 건......그래도 네가 내 동생이라서.......널 사랑해서 견딜 수 있었던 거였어.......이렇게 끔찍한 말이나 내뱉는 아이일 줄 알았으면.....돌봐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사랑...? 누가? 언니가? 나를? 웃기지마, 언니가 날 사랑할리가 없잖아!!!"


장화가 홍련에게 달려들었다. 키 차이 때문에 휘청하는 수준이었지만, 장화는 홍련을 붙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언니는 그냥 사령관한테 잘 보이려고 날 돌봐준 거겠지!!! 그리고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으니까 연기는 집어치워!!!! 전부 알아!!! 가식 떨지 말라고!!!"


"대체 뭐가 가식이라는 건데?!?! 대체 왜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건데?!?!"


"다들 날 미워하니까!!!!!"


장화가 버럭 소리쳤다. 식식 대며 울분을 삭히던 장화가 다시 숨을 들이키고 거세게 토해냈다.


"전부 날 미워하잖아!!!! 예전부터 그랬어!! 마리아 여제님도 날 미워했고, 사령관도 날 미워해!!!! 이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날 미워하고, 언니도 날 미워할 거잖아!!!!! 다들 날 버릴거야!!! 날 아무데나 내팽개칠 거라고!!!"


"....장화야...."


장화가 자기 머리를 쥐어 뜯어으며 광소를 지었다. 자수정 같은 보라빛 눈이 경련하듯 요동쳤다. 장화의 얼굴이 모순된 표정을 지었다. 입은 낄낄 거리며 웃고 있는데 눈은 당장이라도 무너지고 망가질 것 처럼 공포에 절어 있었다.


"난 그 꼴 절대 못 봐!!!! 아무도 날 버리게 두지 않아!!!! 그 전에 내가 먼저 버릴거야!!!!!! 버림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모두를 버릴 거라고!!!!! 남들이 미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미워할거야!!!!!! 언니도 미워할 거야!!!! 언니가 날 미워하고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언니를 버릴거야!! 난 절대로 먼저 버림 받지 않아, 절대!!!!!"


와락


장화는 느닷없이 느껴지는 온기에 말문이 막혔다. 홍련이 자기를 껴안은 것이었다. 장화는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온기와 포옹에 이성이 마비된 듯 했다. 무슨 일인지 감을 못 잡을 때 자신을 안은 홍련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언니.....울어....?"


"........."


아무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홍련이 파묻은 자신의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낀 장화는 홍련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화는 느닷없이 홍련이 왜 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기가 상처를 줘서? 그러면 날 안아 줄 리가 없는데? 영문을 모를 때 홍련이 말했다.


"미안해 장화야.....언니가 때려서 미안해....언니는 너 절대 안 미워해..."


"..날....안 미워한다고.....? 거짓말....."


장화가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날 안 미워할리가 없잖아.....나 때문이잖아......다 나 때문이라고.....사령관이 저렇게 누워있는 거....사령관이 무리하게 우릴 구하려고 했던거......사령관이 날 지키려다 공격받고 저렇게 됐잖아.......모두들 다 알고 있어. 나 때문에 저렇게 됐다는거. 전부 내 탓이잖아. 전부 내 나쁘고 못 되서 이렇게 된 거라고. 다들 날 미워할거야. 나만 아니었어도 사령관이 다칠 일은 없었을테니까."


"아니야....절대 그렇지 않아...."


"거짓말하지마...언니도 나 미워하잖아...언니도 사령관 좋아하잖아.....그런데 어떻게 날 안 미워해...? 내가 언니한테 지금 막 무슨 말을 했는데....."


홍련은 대답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장화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얼마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줬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늘 상처를 받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온 장화에게 이것이 장화가 알고 있는 유일한 대응방법임을. 그렇게 스스로 상처 입히고 자신을 고립시켜서 상처 받을 일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상처 입기 전에 남에게 상처를 줘 자신을 보호하는 너무나도 미성숙하고 잘못된, 그렇지만 그만큼이나 안쓰럽고 슬픈 스스로의 보호였다. 


하지만 홍련은 장화에게 그 틈을 보았다. 상처를 주며 고립을 자처하는 그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장화의 본심을. 더 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상처 입고 싶지 않다. 그 증거로 그렇게 폭언을 내뱉으면서도 장화는 끝까지 홍련을 언니라고 불렀다. 홍련에게 만큼은 절대로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내심이 장화 스스로도 모르게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홍련은 눈앞의 자신의 동생이 너무나 가엾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장화야.....언니는 절대로 널 미워하지 않아..미워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미워하지 않을거야....절대 널 버리지도 않을 거고, 절대 너한테 상처주지 않을거야.....만약 오르카호의 누군가가 우리 장화를 상처 주면 언니가 지켜줄게. 장화가 슬퍼하면 옆에 있어줄게. 장화가 오르카호에서 쫓겨나면......언니도 같이 갈거야....이제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게....내 동생......"


동생. 미워하지 않아. 지켜줄게. 같이 갈게.


홍련의 말 하나하나가 장화의 뇌리를 때렸다. 이럴리가 없었다. 자기가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면 모두들 물러나며 장화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장화가 가시를 세울 때마다 장화에게 냉랭해지며 그렇게 장화에게서 멀어졌다. 홍련도 분명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장화는 홍련을 밀쳐내지 못했다. 되려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으려 했다. 토악질을 하려는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오늘 하루종일 먹은 게 없었으니 올라올 것도 없었다. 속의 열기는 목구멍을 지나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윽고 열기는 머리에 도달하더니 눈을 통해 빠져나왔다.


주륵.


장화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장화는 벌벌 떠는 손으로 자기를 껴안은 홍련을 자신도 함께 안았다. 열기가 장화의 뇌를 장악했다. 열기가 장화의 뇌를 조종해 장화 멋대로 입을 열게 만들었다.


"미....미안해 언니.....사실....다 거짓말이야........."


장화가 홍련에게 더 바싹 다가갔다. 둘의 포옹이 더 단단해졌다.


"사실 버림 받기 싫어.....미움 받기도 싫어......내가 버림 받기 전에 먼저 버리는 것도 싫어...미움 받기 전에 남들을 미워하는 것도 싫어....이제 혼자는 싫어. 평생 혼자였어....마리아 여제님한테 얻어 맞은 날 밤도 늘 혼자였어....여제님 명령을 듣고 임무에 나갈 때도 혼자였어....인간들이 다 멸망하고 난 후에도 혼자였어...매일 콘크리트 더미에서 혼자 잠들었어...밥도 혼자 먹었고, 싸울 때도 혼자였어."


"이제 그만해, 장화야..."


"언니가 밉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야. 언니가 처음이야. 나한테 밉다고 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고 한 거.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언니는 내 마음 다 알아줬어. 언니, 나 버리지마. 나나나 미워하지마. 나.나도 언니 안 버릴게, 나도 언니 안 미워할게."


"괜찮아....이제 괜찮으니까....."


"내가 다 잘못했어. 못된 말만 해서 미안해. 미안해미안해미안해잘못했어잘못했어..."


장화의 무릎이 스스르 꺾이면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런 장화의 몸을 홍련이 천천히 받아주면서 자신도 함께 바닥에 무릎 꿇었다. 어느새 장화는 홍련에게 매달린 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물이 쉴새없이 넘쳐 흘렀다.


"잘못했어...잘못했어...사령관.미안해.미안해...나 때문에 나 때문에.....나만 아니었어도...나만 아니었어도....."


장화의 몸이 떠는 세기가 점차 강해졌다. 바람의 촛불처럼 세차게 흔들리던 장화의 눈동자. 결국 장화의 내면 속에 있던 가장 단단하던 마음의 벽이 깨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


홍련에게 매달린 장화는 아이처럼 울부짖었다. 홍련은 울부짖는 장화를 토닥이며 마치 아이를 달래주듯 나지막히 노래를 불렀다. 적막이 드리운 오르카호 중환자실 입구에서 두 자매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눈물을 흘려줬다.


"미안해, 미안해 사령관!! 나 때문에      미안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