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글로써 옷을 갖춰 입은 생각은 이게 아니라고 아우성친다. 잘못되었다고 소리친다. 나또한 알고 있다. 나 또한 고운 꽃신 신겨 비단 옷으로 포장해 기쁨의 눈물로 가는 길 배웅하고 싶지만, 그런 생각, 그런 소망에도 나는 낡은 신 욱여넣고 해진 옷 덮여 씌워진걸 울면서 종이에 밀어낸다. 비록 해지고 낡은 신이지만 내 옷장에는 그것 밖에는 없다. 그런 현실이 괴롭다.


나는 초대하고 싶다. 내 마음과 머릿속을 울렸던 나만의 영화관에. 나는 말하고 싶다. 떠올리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뒷 내용이 구상되던 각본을. 그럼에도 그럴 수 없는 건, 생각에 비해 손은 너무나 뒤쳐지고 있었기에.


쫓겨지듯 나온 생각과, 토해지듯 나온 표현들. 글은 좋은 표현 방법이다. 그러나 생각은 더 훌륭한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곳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에 생명을 불어 넣기 편하다.

그러나 검은 흑연과 흰 종이로 구성된 세상에선 살아있던 것도 죽어서 박제가 된다. 다 내 미숙함이다.


텔레파시가 있지 않는 한 생각들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 초라한 글이나마 여기 남겨본다. 형체조차 없는 상태로 존재조차 망각될 것들이 내 안에서 두려워함이 느껴지기에. 한때 사랑하던 사건. 인물. 그리고 세상이 잠깐의 망각으로 흔적마저 지워졌음을 경험했기에.


그렇기에 나는 쓴다. 또한 이렇게 소망한다.

'나는 꼴리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낡은 옷 덮였던 생각을 색동옷 아름답게 입혀 단정히 놓아 잘 정리하고자 한다. 어느 날 넘긴 종잇장에 남겨진 생각이 나를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게.

그러니까 어떡하면 꼴리게 쓸 수 있는지 방법 아는 갤럼있으면 알려줘라 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