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7일. 그날은 북한이 영변에 핵을 투하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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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여기 왜 에어컨이 안 나와?"
"몰라. 여기 생각보다 시설 별로잖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북한 측 준비 자세가 말이 아니었다. 정치부 기자로서 몇 년을 일해봤지만, 정상회담이랍시고 이렇게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이번 회담은 북한이 완전하고 영원한 핵무기 폐기인 PVID를 하겠다고 북한 측이 먼저 요청해서 이루어진 회담이었다. 마침 임기 말 지지율이 저조한 문재인 정부의 사정과 맞물려 정상회담이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북한 측은 경호원도 제대로 안 섰고, 기자단도 몇 명 보내지 않았다. 경호원들은 김정은을 경호하는 듯 마는 듯 계속 외신 기자들과 히히덕거리기 바빴고, 그 중 일부는 일터를 탈출해 클럽으로 도망치거나 택시를 타고 국정원으로 가 탈북 신청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북한이 며칠 전에 개혁개방을 선언했다지만 너무 빠른 변화였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남한 물이 고팠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김 기자, 카메라 챙겼어?."
"어, 챙겼어."
"이제 곧 있으면 6자회담도 끝이네."
잠시 기지개를 폈다. 방송국 입사 동기인 김진우 기자가 카메라를 정리해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다.
"6명 다 나오게 찍었어?"
"잘 찍었지."
사진에는 국가원수인 김정은, 문재인과 함께 다른 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찍혀있었다. 다른 나라들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며 외교부 장관을 대신 보냈다 각각 미국의 블링컨, 일본의 모테기, 중국의 왕이, 러시아의 라브로프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는 건가?"
"그랬으면야 좋겠지. 근데 통일된다 된다 그러다가 좌절되는 게 어디 한두 번이냐? 됐어, 난 기대 안 해."
"그래도 이번엔 좀 느낌 좋지 않냐? 이번에 진짜 개혁개방하고 국경도 열었잖아. 오늘 개성공단 다시 열기로 합의하고. PVID에 서명도 했잖아."
"넌 그걸 믿냐? 한두번 속지 다시는 안 속아. 조금 이러다가 다시 연평도에 포 쏘든가 하겠지."
김진우 기자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옆동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홱 꺾었다. 그러자 상상도 못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 측 기자 한 명이 MBC 기자의 팔을 물어뜯고 있었다. MBC 기자가 아프다고 팔을 바등바등대고 있었으나 조선중앙텔레비죤  기자는 입으로 MBC 기자의 살점을 뜯어냈다.
"누가 좀 도와줘!"
다른 기자들이 달려들어 북한 기자를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힘이 너무 셌다.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북한 기자는 오히려 다른 기자들을 모두 간단히 제압했고, 중앙일보 기자는 손등을 물어뜯기기까지 했다.
북한 기자의 눈은 초점을 잃은 상태였고,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물어뜯고만 있었다. 그 모습은 딱 한 마디로 정의되었다.
좀비. 딱 좀비 그 자체였다.

그 때 북한 측 경호원이 눈치를 채자마자 단번에 달려들어 현장에서 그 기자를 제압했다. 역시 경호원이라 그런지 기자들보다 힘이 세서 금방 떨어뜨렸다.
경호원이 그 자리에서 기자를 묶어 이송했다. 그리고 바로 그 기자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야! 119 불러!"
119를 부르자 아수라장이 된 기자 대기실 인파 사이로 구급대원이 들것을 들고 뛰어왔다. 역시 정상회담의 준비자세는 이거지 하고 빠른 속도에 감탄했다.
출혈이 심한 MBC 기자는 구급차의 들것에 실려 이송되었고, 중앙일보 기자는 손등만 다친 지라 제발로 걸어서 구급차에 실려 들어갔다.

상황이 종료되었으나 기자 대기실은 이미 처참했다. 피가 사방에 흩뿌려져 이미 바닥이 거의 다 붉은 빛이 감돌았다. 방송국 기자들이 이와중에 언제 또 갖다놨을 지 모를 카메라도 끈적한 혈흔으로 얼룩졌다.
기자들은 모두 이 난데없는 충격적인 상황에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러나 다들 바로 정신을 차리고 본업으로 복귀했다.

"김기자, 이거 그거 맞지? 그, 좀비였나? 그거."
"맞는 것 같은데? 에이, 설마..."


뉴스에서는 이 사건이 좀비 실사판이 아니냐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자가 희생된 MBC와 중앙일보에서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사건을 보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니 이젠 좀비 바이러스냐고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때는 그 누구도 곧 닥쳐올 지옥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존재하는지, 또 어떤 형식으로 다가올지는 그 누구의 예상을 초월했다.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이날은 북한이 영변에 핵을 투하한 지 일주일 되는 날이자, 대규모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