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마을은 언제부터 인가 쥐들에게 시달렸습니다. 쥐들이 곡식을 훔쳐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나무로 된 집이나 기구들도 갉아 먹고 심할 경우 자고 있는 사람의 신체 일부분을 물어 뜯기 까지 했죠. 처음엔 그냥 쥐들이 많은 것이라 생각해 고양이를 많이 데려왔지만 오히려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고양이들이 쥐들에게 파먹히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렇게 살던 도중, 마을에서는 쥐를 잘 잡는다는 피리꾼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쥐들에 의한 피해가 심해지니 촌장님은 소문의 피리꾼을 찾기 혈연이었습니다. 몇 날 몇일이 지나도 소문의 피리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두 좌절하고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던 도 중, 그 소문의 피리꾼이 나타났습니다.

 피리꾼의 모습이요? 네, 그는 우스꽝스러운 큰 모자에 맞지 않아 덜 떨어져 보이는 큰 옷들, 그리고 벗겨질랑 말랑한 큰 신발에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 마치 광대 같았죠. 촌장님은 그에게 쥐들을 쫓아주면 어마어마한 돈을 주겠다 약속했습니다. 피리꾼은 웃는 표정으로 흔쾌히 수락했고 피리꾼은 기묘한 피리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쥐들은 마치 홀린 듯이 피리꾼을 따라갔습니다. 모두들 그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피리꾼은 모든 쥐를 소탕했다며 처음 마을에 왔을 때처럼 웃으며 보수를 달라 했습니다. 촌장님은 돈을 내일 중으로 마련할 테니 기다려 달라 했죠. 

 그날 밤, 촌장님은 마을 몇몇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네, 저도 모인 사람 중 하나였죠. 촌장님은 피리꾼에게 줄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촌장님은 피리꾼에게 주겠다는 돈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아까웠던 것이지요. 그렇게 마을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촌장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저 피리꾼이 오자 마자 그 괴물 같은 쥐가 사라진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건 우리에게 돈을 뜯기 위해 저 피리꾼이 꾸민 짓이라고. 네, 촌장님은 그냥 돈을 주기 싫었던 겁니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줄 돈에서 마을 사람들이 줘야할 돈으로 바꾸어 마을사람들의 욕심도 건든 것이었습니다. 다들 자기 돈이 아까워 사기꾼이다, 쓰레기다 등등의 말로 피리꾼을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돈 주기가 아까웠다는 것을. 하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찬성하는 데 제가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네? 좀 더 솔직해지라 고요? 어, 그게, 네, 맞습니다. 마을에서 배척 받기 싫었던 겁니다. 거기서 반대 했다가는 피리꾼과 같이 사기꾼으로 몰렸겠죠. 그래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돈을 주지 않고 대신 돌팔매질로 혼쭐을 내겠다는 것으로 회의가 끝나자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주고 피리꾼에게 돌팔매질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자 피리꾼은 웃으며 촌장에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자신이 당할 일도 모른 채 말이죠. 그리고 촌장은 피리꾼에게 호통치기 시작했습니다. 쥐들이 이상했다, 너가 쥐를 조종한 것이다, 그러니 그 많은 쥐들이 널 따라 간 거다, 등등 이상하고 논리도 맞지 않는 말들을 내뱉어 마을 주민들의 분노를 일깨웠습니다. 그리고 촌장의 신호에 맞춰 사람들은 돌을 집어 들고 피리꾼에게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리꾼은 돌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돌팔매 질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죠. 네? 저요? 저는 던지지 않았습니다. 말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지켜봤습니다. 네, 그냥 지켜봤습니다. 아뇨, 저도 말리려고 했습니다. 네, 피리꾼의 머리에서 피가 나자 말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피리꾼의 모습을 보고 저는 얼어붙어 말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그 피리꾼, 마을에 처음 왔을 때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돌을 맞아도, 마을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어도, 계속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니까, 그게, 아, 맞아. 피리꾼은 돌팔매 질에 못 이겨 마을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한밤중에 피리꾼의 피리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아직도 못 잊습니다. 쥐를 이끌 때와 똑같은 피리소리였습니다. 그 소리가 마을에 울리자 마을의 아이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피리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막으려 했지만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그 소리에 이끌렸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불러 아이들을 막으려 했지만 피리꾼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아님 그 피리소리에 홀린 건지 저는 저 혼자 아이들을 막으러 피리소리를 쫓아갔습니다. 

 안개가 끼고 어둑어둑한 숲속 길을 아이들을 따라 걷던 도중 저는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습니다. 네, 바로 그 피리꾼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앞질러 그에게 닿으려 했습니다. 당장 그만두라고, 돈은 어떻게든 지불할 테니 아이들은 내버려 두라고. 그럴려고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번개가 치자 저는 무서워 덜덜 떨었습니다. 번개가 치자 순간 피리꾼의 온 몸은 실에 매달려 있었고 그 실 끝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너무 무서워 아이들이고 뭐고 다 내팽겨 치고 마을로 뛰었습니다. 이건 제가 어찌 할 것이 아니라고, 사람을 더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마을에 다가가자 저는 더 큰 공포를 맞이했습니다.

 마을, 더 이상 마을이라 하기 힘든 폐허에는 쥐들이 집과 가축,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쥐? 쥐들이라 했습니까? 아뇨, 그건 쥐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쥐들이었죠? 어? 아니, 아닙니다. 쥐들이 아닙니다, 그건. 그건 수많은 쥐들이 뭉쳐져 있는 하나의 괴물이었습니다. 하나? 아니야, 아니야! 그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마리고, 아니 한 마리고, 아니, 아니!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것은! 그것은 마을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아아,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마을사람들의 비명과 찍찍거리는 소리 거기에 수많은 벌레가 귓속을 헤집는 듯한 그 소리란! 거기에 끊이지 않는 피리꾼의 피리소리까지! 저는 무서웠습니다. 무서워서 도망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도망갔습니다. 네, 도망갔습니다… 주여, 오, 주여… 도망갔습니다… 저, 저는 제 죄에서 도망갔습니다… 네, 도망갔습니다…

 

 고해실 안에서 한 남자가 머리를 감싼 채 떨고 있었다. 한동안 계속 떨던 남자는 진정이 되었는지 수척해진 머리를 들고서 고해실 건너편의 수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네, 수녀님 제 죄를 고하겠습니다.”

 고해실 건너편의 수녀는 조용히 그의 죄를 듣고 있었다.

 “저, 저는 끔찍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피리꾼을 돕지 않았고,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을 버리고 저 혼자 살았습니다. 아아, 수녀님 저는 이 죄를 어찌해야 합니까!”

 남자는 다시 흥분을 했는지 손을 벌벌 떨고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이 죄를, 남자는 자신의 죄를 두려워하며 절규했다. 잠잠히 남자의 고해를 듣던 수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수녀의 침착한 목소리에 남자의 떨림은 멈췄다. 그는 더 이어지지 않는 수녀의 말을 듣기 위해 고해실 벽에 다가갔다. 이윽고 남자의 귀가 고해실 벽에 닿았을 때, 수녀는 입을 열었다.

 “혹시 그 피리소리가 이 소리 아니었습니까?”

 Tekeli-li

 그 소리를 듣자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고해실을 뛰쳐나갔다. 남자는 성당을 벗어나 큰 도로변에 나왔다. 성당을 박차고 나온 남자를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자를 보고 모두 일제히 소리를 내었다.

Tekeli-li? Tekeli-li, Tekeli-li? Tekeli-li!

 “으아아아아악!!!!”

 남자는 절규했다 어디를 가도 피리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그를 향해 피리소리를 내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 피리꾼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죄?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 마을 사람들을 버린 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남자가 왜 쫓겨야 하는지. 오직 저 멀리 이 모습을 보고 웃을 뿐인 피리꾼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