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기자단 습격사건 미스터리... 진상은 무엇인가'


코엑스 6자회담 기자대기실에서 일어난 유혈 사태에 대해 아직 말이 많았으나 어느 정도 잠잠해진 분위기였다. 사건의 피해자인 MBC와 중앙일보도 처음에는 계속 욕해대더니 지금은 그냥 그런 일로 넘기는 듯 했다.


일단은 나도 목격자라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그런 건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당장 사회가 급변하고 있었고 기자로서의 업무가 산더미같이 쌓이고 있었다.



"김 기자, 이 길 맞아?"

"네비게이션 보면 맞긴 한데?"

"야야, 아니잖아.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이라고."

"진짜네?"

"그니까 내가 운전한다니까."

네비게이션이 자기 말대로 가지 않는다고 띠링거렸다. 다시 산출되는 예상 시간은 몇 분 늘어나있었다.


"이러다가 늦진 않겠지?"

개성공단 재가동식. 북한의 경제가 다시 한 번 개방되는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됐다.

"그래도 저기 출입사무소 보인다."

저 멀리서 군인들과 양옆으로 치워진 바리케이드가 보였다. 군인들이 지나가는 차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었다.

이미 도라산 출입사무소에는 기자단과 한국 기업인들과 정부 요인들이 너도나도 들어가려고 차들로 빼곡했다. 개성에서 역사적인 행사가 열리다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차가 밀리고 있었다. 이쯤되면 행사에 늦을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했다.

"어떡해. 이러다 우리 징계먹는 거 아니냐?"

"여기 네비에 시간 보면 그나마 괜찮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어."

"에잉,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속으로 걱정하면서 몸에서 그냥 힘을 뺐다.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으니 나른해졌다.


차가 하나 둘 출입사무소를 통과했고 곧 있으면 우리 차례였다.

"한 기자, 통행증 있지?"

"어, 있지."

"그거 좀 갖다주라."



그때였다. 갑자기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상용 사이렌이 울렸고 군인들이 총을 들어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뭔 일이야?"

"그러게 뭐냐 이거? 일단 카메라 들까?"

군인들이 어디서 나오는 지 줄줄이 불어났다. 어느새 도로의 양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군인들이 뒤에서 차를 빼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굉장히 다급했다.

군인 한 명이 우리 차에게도 왔다. 창문을 두드리면서 열라고 말했다. 창문을 열자 군인이 말했다.

"긴급상황입니다. 빨리 차 빼세요!"

"네?"

"차 빼요!"

군인이 시간이 없는지 이 말만 하고 다른 차들에게도 말하러 뛰어다녔다.


무슨 일인지는 바로 알 수는 없었지만, 창문을 여니 들리지 않았던 바깥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개성공단에서 비상사태 발생!'

'뭐? 철원에서도?'

대충 이런 군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개성공단에서 뭔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뒤에서부터 차례로 차가 하나 둘 빠지는 게 보였다. 아직 뒤 차가 빠지지 않아서 아직 나가지 못했다.

"한 기자, 일단 네가 운전해. 나 카메라 좀 챙기자."

김진우 기자의 직업 정신이 발휘되었다. 뭔가 일이 터질 거라고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차에서 내려 자리를 바꿔 타서 운전석에 앉았다.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차 양옆으로 쌓았다. 뭔가 큰 게 오고 있는 듯 했다.


"저기 옵니다!"

"일제 사격!"

저 앞 1km쯤 지점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귀가 먹먹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했다.

뒤에서 차가 빠지고 있었다. 뒤에서 세번째 차가 후진 중이었다.

"씨발, 저게 뭐야!"

"모릅니다!"

군인들의 대화 소리였다.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일단 김진우 기자가 하고 있듯 기자의 일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우선 상황을 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후진하면서 한 손으로 문자 앱을 열었다. 일단 급해서 목록에서 먼저 보이는 강신호 정치부 부장에게 타이핑했다.

'개성공단에서 급변사태 발생. 도라산에서 군인들 일제 사격 중.'


"저거 몇 명이야!"

"모르겠습니다!"

"대충 백명쯤 돼?"

"아뇨, 백명이 아니라... 아무튼 엄청 많습니다!"

옆으로 자동차가 역주행해 지나갔다. 그러더니 줄줄이 릴레이로 역주행해 달리고 있었다.

앞에서 갑자기 엄청 많은 양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피난민인 듯 했다. 손에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 가방을 들고있는 사람, 옷을 입다 만 사람 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뛰쳐나왔다.

뭔가 불안해서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한 기자, 우리도 저렇게 해야 돼?"


그 때 다른 군인이 다시 와서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열어 무슨 말을 하는 지 들었다.

"역주행해서 여기서 빠져나가세요!"

"네?"

"차 빼요! 시간 없어요! 곧 있으면 온다고요!"



"꺄악!"

열린 창문을 통해 북한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눈빛은 흐리멍덩해 사실상 없었고 움직임은 일반인들보다 빨라 일부가 따라잡히고 있었다. 군데군데 옷이 잔뜩 헤져 있었고 일부는 조선인민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행렬이 사람들을 덮치고 있었다. 앞에서 비명소리와 고통에 가득한 소리가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들렸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나였지만 무슨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좀비사태.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