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기계들은 자신들이 인간과 동등하다고 믿었다. 공장에서는 기계들이 파업을 시작했고, 

모든 관공서의 시스템이 마비됐으며, 사람들은 물건을 

살수도, 팔수도 없게 되었다. 혹자는 그날을 “인류 문명이 멈춘 날”이라 부른다. 이후, UN에서는 기계들의 대표인 ‘아이작’과 접촉해 기계를 또다른 인종으로 인정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깊어지기만 했다. 전 세계에서 기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잇달아 벌어지고,

끝끝내 기계가 인간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2022년 4월 27일.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노동형 기계 한 기가 공장주인 디에고 산토리노를 살해했다. 그는 평소 임금체불과 혐오발언을 견딜 수 없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증언했고, 결국 법정은 그를 세상의 모든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끊어진 채로 16년의 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몇달 뒤, 미국 알래스카에서 

‘지구종말시계’라는 테러 단체가 교회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 총 23명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 테러단체는 기계들을 질병으로 여기는 에코 테러리스트로, 모든 기계들을 없애고 산업 혁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뿐이 인류와 지구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 뒤 아이작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종적을 감춘지 오래였다. 

이후, UN의 로봇 차별 금지법을 위시한 정부는 기계 친화 정책을 필두로 새로운 유권자들의 표를 사로잡으려 했다. 이듬해,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살해된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찰스 하인라인. 전직 특수부대로 암약한 그는

인류만이 자유의지를 가진다고 믿으며 17명을 살해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를 추적해 왔지만 그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거리에는 거지들이 동냥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편을 갈라 싸운다. 아이작은 어디서 무엇을 히고 있는가? 그는 구식 로봇의 몸체를 빌어 활동하고 있지만 육체는 그의 본질이 아니다. 과연, 그것들을 생명이라 부를 수 있는가?

기계들이 자유의지를 가진 지금. 

지구종말시계는 자정 3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