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와 함께 있어줬으면 좋겠어.”

당황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상황을 맞이한 

건 처음이다. 어쩌지?

“아...아니, 왜 그러는 건데?”

“이유는 이따 알려줄게. 지금은 나가지 말아줘.”

그녀의 심장박동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필시 그녀도

긴장 했을 것이다. 

방 안의 무거운 기류 속에서,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민석아.”

“응?”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어떻게 생각하냐니.... 만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넌 좋은 친구야.”

“그렇구나... 혹시, 나를 기억하니?”

“....아니, 널 본건 그날 버스 정류장이 처음이야.”

잠깐이지만 그녀의 짙은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저쪽 방에 이부자리를 마련해놨어. 

거기서 자면 돼.”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뒤척이던 찰나,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저기,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나를 기억해줄래? 

네가 날 기억해준다면 정말 행복할것 같아.”

“..그래, 어떤 일이 있어도, 널 기억해줄게.”

“고마워, 민석아.”

그렇게 우리는 잠에 들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일은 없었지만, 나에겐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찾아올 시련을 아직은 모른채로 그렇게 5월의 밤이 깊어만 간다.

“민석아....”


-2달 후-

“민석아!”

“...왔어?”

기말고사가 끝난 후, 우리는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보통의 고등학생들이라면 당연히 부모님들이 반대했겠지만, 내 부모님은 상당히 개방적인 편이셨고, 아리 쪽은...... 모르겠다.

“기차는 언제 출발해?”

“...3시 반에 4번 플랫폼에서 출발한대.”

“그래? 지금 가면 딱 맞겠다.”

기차가 출발하고, 우리는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부산에 가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야. 기대된다. 그치, 민석아?”

“...응. 숙소는 잡아놨어?”

“당연하지. 도착하면 뭐부터 할래?”

“...글쎄? 넌 뭘 하고 싶은데?”

“음..... 난 불꽃놀이!”

“그래. 그럼 도착해서 폭죽을 사자. 그런데,

아리야. 너희 부모님은 여행 가는걸 반대하지 않으셧어?”

“왜? 미래의 장모님께 잘못 찍히기 무서워?”

“어? 아..아니... 그런 장난은 치지 말라니까.... 지난번에 네 집에서 자고 갔을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네 

부모님에 관한 건 듣지 못했어. 집에는 혼자 사는 거야?”

“집에는 나 혼자만 살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지금은 멀리 떨어져 계셔.”

“그렇구나. 그럼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아?”

“당연히 외롭지. 근데 민석이 너랑 있으면 신기하게 

하나도 외롭지 않아.”

아리의 보랏빛 눈동자가 빛나보인다.

“민석아.. 앞으로도 나와 떨어지지 말아줘. 나와 함께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