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어느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 선비는 평소 남한테 모든 것을 베풀면서 살아오면서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고 해도 함부로 목숨을 빼앗지 않는 훌륭한 인품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선비한테는 시집가려는 처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노무 자식아! 그 놈은 니트질하는 놈이여! 장가를 갈 생각은 커녕 방에 틀어박혀서 니트질만 한다고! 성격 좋으면 뭐해!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일 안하는 그 놈이 뭐가 낫다는 겨?!"

 

네. 저 이유라네요. 성격좋아도 니트면 소용없네요.;; 그런데, 여기는 내레이션 방입니다. 데드풀이 아니라고요! 음, 아무튼.

 

어느 날, 선비는 어머니의 친구 심부름을 보낼 겸 아주 가까운 이웃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이웃마을로 가는 산길은 험한 편이 아니어서 선비는  어머니가 말씀하신 물건을 친구분한테서 잘 전달하여서 집으로 수월하게 돌아갈 줄만 알았습니다.

 

"후, 다행이네. 산길이 별로 험하지 않아서 집에 빨리 갈 수 있겠어."

 

하지만 그럼 전래동화가 아니죠!

 

"?! 또 뭐가 있어요?!"

 

그건 미리 말하면 재미없... 아 저기! 보세요! 저기 뱀이 있습니다! 아주 유용한 단백... 아니지! 아직 설국군인이 안 간 이 시기에 뱀이 밖에 나와있었습니다. 그 뱀은 추위에 부들부들 떤채로 얼어죽어가기 직전이었어요. 비록 니트질만 했던 선비였지만 그런다고 누군갈 죽게 할 만큼 무심한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뱀아? 무슨 일이니? 왜 이 추운 날씨에 나와있는거지?"

 

"하아... 선비님. 부끄럽지만 밤새도록 동창회에 술을 먹다... 아니, 먹이를 찾으러다니다가 숨을 곳을 못찾고 여기 이 땅바닥에 있게 되었습니다."

 

"아아, 뱀아. 그렇다면 네 몸이 다시 따뜻해질때까지 내 몸을 감싸거라. 그럼 금방 나아질게다."

 

"감사합니다! 선비님!"

 

뱀의 이런 어이없... 딱한 사정을 들은 선비는 이런 뱀이 가엾다고 여기고는 뱀의 몸이 다시 따뜻해지길 기원하면서 뱀한테 자신의 몸을 두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선비의 실수였습니다. 뱀은 선비의 몸을 감싸는 순간, 빛이 뿜어지더니 뱀의 몸이 커지면서 뱀의 머리 대신에 매우 글래머한 하늘색의 장발의 여자의 상반신이 선비를 덮쳤습니다. 

 

"어어어억!! 뭐.. 뭐야?!"


 "후후훗. 순박한 선비같으니라고. 그냥 넘어갔다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텐데."


"뱀! 이 녀석! 네 목숨을 살려줬는데 은혜를 배신으로 갚으려고 하는거냐!"


"난 뱀이어서 배가 고파서 말이야. 보답으로 널 잡아먹어줄께~♪"


아아. 뱀은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해준 선비의 은혜를 배신한 채 그대로 잡아먹으려고 하네요. 선비는 니트질만 했지만 남한테 폐를 안 끼쳤는데, 도와주려다가 자기 목숨을 잃게 생겼습니다! 아, 마침 저기에 소가 오고 있군요. 그 때 선비는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뱀한테 제안했습니다.


"잠깐! 스톱! 뱀아! 저기 저 지나가던 소한테 물어보자! 내가 이대로 잡아먹혀도 되는지 말이야!"


"어머. 귀찮게. 할 수 없지. 그럼 지나가는 동물들한테 물어보는 걸로 해줄께~. 세번뿐이야."


이로서 선비는 뱀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세번밖에 물어볼수 밖에 없는 제한을 받아야했거든요. 그래서 선비는 지나가던 소한테 다가가서는 물었습니다.


"소야! 내 말을 들어봐! 내가 뱀을 구해줬는데 뱀이 날 잡아먹으려고 해! 내가 이대로 잡아먹혀도 되는거니!"


그러자 소는 어째서인지 찡그린 표정을 하면서 시큰둥하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뱀한테 먹히든지 난 상관없어! 당장 비켜! 성질나죽겠네!"


아니, 오히려 성을 내네요. 선비는 소의 대답에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뱀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선비와 뱀은 계속 산길을 걸어가던 중에 이번에는 다 늙어가는 떡갈나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선비는 그 떡갈나무한테 다가가서 물어봤습니다.


"떡갈나무야! 뱀이 은혜를 잊고 날 잡아먹으려고 해! 이대로 먹히는 게 당연한거니!?"


그러자 떡갈나무는 몹시 썩은 표정을 짓고는 아주 노이즈가 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너, 천년동안 여친을 못 사귀어본 내 앞에서 그 얘기를 하냐... 염장지르러왔냐... 앙?"


"아... 아니! 난 그 말이 아니라!"


"꺄악! 무서워라!"


오, 이런 하필이면 천년동안 모태솔로로 살아온 떡갈나무의 신경을 긁고 말았네요. 그러자 떡갈나무는 큰 몽둥이를 들더니 선비와 뱀을 치려고 하네요! 덤으로 뱀은 떡갈나무의 속을 긁으면서 분노 게이지를 올렸습니다. 후, 간신히 선비는 떡갈나무의 공격 앞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뭐! 뭐야! 뱀한테 벗어나려고 했는데 나무한테 죽을뻔했네!!"


"앙♥! 나도 죽을 뻔 했어잉~!"


"왜 나무를 화나게 했어!"


"내 먹이라는 걸 완전히 각인시키려고 한거양~!"


 뱀은 선비와 함께 자기가 죽을 뻔했으면서 아잉을 붙여 말했습니다. 사실 뱀이 유리한 건 여전했습니다. 아무튼 선비는 뱀과 원치않는 동행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엄청 긴 수염을 한 노승이었습니다.


"살았다! 뱀아. 이제 저분이 마지막이야. 아마 같은 사람이라면 말이 통할거야!"


"후우, 알았어. 세번째로 만나는 사람이 스님이라니."


선비한테 유리한 지원군이나 마찬가지인 지나가던 스님을 발견하자 뱀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쩔 수 없이 노승한테 물으러갔습니다.


"스님! 스님!"


"무슨 일이십니까? 선비님. 저런 아름다운 뱀처자를 껴안고 계시면서 오시다니요."


"실은 제가..."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얘기니. 중략 넘어가겠습니다.


"음, 그러시단 말씀이시군요. 얼어죽을뻔한 뱀을 살리려다가 오히려 잡아먹히기 직전이시란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스님! 이런 부당한 일이 당연하다고 보십니까?!"


"어머~ 스님. 선비님은 제 것인데 끼어들면 제가 더 곤란해요~. 아항~"


선비는 그동안 자기가 겪었던 일을 노승한테 말하면서 자기가 잡아먹혀도 되는지 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뱀이 끼어들면서 스님의 방해를 원치않는 건 덤이였고요. 그러자 노승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음, 확실히 부당한 일이군요."


"하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스님!"


"평생 니트질만 해왔던 선비님 앞에 이런 몸매가 글래머하면서 관능적인 뱀 여인한테 감싸고 있는 것 자체가 제 인생상으로 아주 부당합니다!"


"에? 잠깐만요? 스님? 왜 그러세요?"


"어... 이거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


선비는 노승의 대답에 살았다고 안심하고 뱀은 그 대답에 실망하는 순간, 노승은 머리에 혈관이 튀어나오더니 자신이 든 석장을 하늘을 향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승은 염불을 외우자 거대한 먹구름이 모여들고는 강렬한 번개를 내리쳤습니다!


"부당한 일과 함께 사라져라! 이노무 자식아!!"


잠깐!! 스님! 선비님을 죽일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선비는 갑작스러운 노승의 분노가 담긴 번개로부터 피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서 도망을 쳤습니다. 비록 간신히 살았지만 뱀은 여전히 선비한테 달라붙었습니다. 결국 선비는 자기 목숨이 다했다는 걸 알았는지 자포자기했습니다.


"결국 네가 이겼다. 뱀아. 날 잡아먹든지 마음대로 해."


"하아... 드디어 포기했구나. 선비야. 그렇다면 널 잡아먹어줄께. 아주 강렬하게."


뱀은 자포자기했다는 선비의 말에 혀를 낼름거리고는 선비의 입에 아주 진하고 강렬한 키스를 나누면서 잡아먹었습니... 에엥? 그 날 이후 선비는 뱀한테 잡아먹히고, 또 집에 돌아가면서까지 잡아먹혔습니다. 선비는 잡아먹히면 먹힐수록 니트질에서 벗어났고, 뱀은 아예 인간이 되어서 그 선비의 며느리가 되어서 밤마다 선비를 잡아먹었답니다.


"자기야~. 오늘밤에도 잡아먹을께!"


"여보. 나 오늘만 쉬면 안될까?"


"안돼! 자기 체온이 이렇게 강렬한 걸~!"


"아아, 이런 배은망덕한 뱀은 못말린다니까."


그 후 선비는 뱀과 결혼하여 자식들을 낳고 낳아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잘됐어요! 잘됐? 잠깐? 소와 떡갈나무? 스님? 왜 저한테 오시는 건가요?! 잠깐만! 왜 이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