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구름은 어둑하고,
구름의 거대한 그림자에
도시는 가려진다.
비가 오는 날,
길거리엔 역시 사람이 별로 없다.
어쩌면 버려진 듯한,
암울함마저 감도는 거리를
나 혼자 걸어간다.
쏴아하는 빗소리가 거슬린다.
내 머리를 때리는 비가 싫다.
비에 젖어 몸에 달라 붙는 옷이
싫다.
바닥에 고여 첨벙이는 웅덩이도 싫다.
물에 더렵혀진 거리를 본다.
도시를 본다.
어두운 날에,
물은 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깨끗해야 할 터인데,
지금은 모든 것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모든 것을 더럽게 만든다.
불쾌하다.
길거리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선다.
대낮인데도, 밝게 켜 놓은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검은 물에 비치는
하얀 등이 싫다.
시야 한 구석에서 밝게 빛나는 것이 싫다.
처밀고 올라오는 짜증을,
처밀고 올라오는 불쾌함을,
처밀고 올라오는 화를,
참고서 지나간다.
참, 나 같다.
이 사회 부적응자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