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게 언젯적 글이야. 그나저나 글 진짜 못 쓰네. 아무튼 올려나 봅니다.


10월 2일 16시


숲 속을 지나간다.


점점 험해져 가는 길에 차량이 점차 더 크게 흔들린다.


딱딱한 좌석이 그 진동을 그대로 전달한다.


길을 잘못 든 것이 확실하여, 한 손으로는 열심히 지도를 처다본다.


그러면서도 간신히 한 손으로 운전한다.


지도 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별다른 특징도 없는 숲 속의 도로에서 길을 찾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지도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보통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한다.


아니면, 출발할 때부터 자신의 위치를 알고 출발한다.


그러면 중간에 자신의 위치를 놓치더라도 대략이나마 짐작이 가능하고,


그러면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나도 처음에는 내 위치를 알고 있었다.


우회로는 지도에 표시된 그대로였다.


게다가 외길이었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하지 않고 나아갔다.


하지만, 길이 점차 험해져만 갔다.


대략 1시간이 지나자 나는 지나온 길을 계산해 보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가 대략 40키로쯤이었기에,


지도에서 도로를 따라서 40키로를 따라가 보았다.


하지만, 지도에서는 40키로가 채 되기도 전에 숲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느리게 갔다고 생각을 해도,


길이 굽어져 있다고 생각을 해도,


아무리 가정을 해 보아도 이미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 있었다.


내가 어딘가에서 착각을 해서 길을 잘못 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애썼다. 


하지만, 이 망할 놈의 숲은 제대로 된 지형지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울창하고 높은 나무들이 벽처럼 늘어서 있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위치를 전혀 모르겠다.


“아, 제기랄. 진짜 어디야?”


단순한 푸념을 늘어 놓아 본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빌어먹을 나무 때문이다.


나무가 탄약을 운반하던 트럭 행렬을 덮쳤다.


아주 큰 나무였는데, 죽은 지 오래되어서, 


뿌리가 다 썩어 있었다.


하지만, 크기만큼은 정말 컸다.


쓰러져서 누워 있었음에도 


충분히 거구라고 자부하는 나도 건너편이 보이지 않았다.


이 나무를 치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경험이 많은 선임의 추천으로 우회로를 통해서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길을 어딘가에서 잘못 든 것이 분명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길을 잘못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를 돌려서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이 길은 외길이고, 차를 돌릴 수 있을 만한 공각도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숲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나아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와지끈! 덜컹!


차가 기울었다. 


차 앞의 땅이 갑자기 주저 앉았고, 그 충격에 딱딱하기 그지 없는 의자가 


내 엉덩이를 강타했다.


“아 제기랄! 이 망할 놈의 길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화가 치솟아 핸들을 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경적 소리가 고요한 숲에 울려 퍼진다.


괜히 내 손만 얼얼하다.


흥분해서인지 잘 움직이지 않는 귀찮기 짝이 없는 수동 기어를 조작해서 후진을 해 본다.


엔진소리만 요란하고 바퀴는 헛돌고 있다.


차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핸들에 머리를 박는다.


화가 솓구처 올라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얼마간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밤이 빠른 숲인지라 벌써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안그래도 조금씩 어두워 지고 있었던지라 키고 있던 라이트와 더불어 상향등까지 켰다.


그러면서도 라이트까지 챙긴다.


아마 진창에 빠졌을 것이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곧 있으면 가을 장마 기간이고,


이맘때쯤에는 거의 모든 비포장도로가 진창으로 변해 버린다.


트럭에서 뛰어 내리듯이 내린다.


역시나 군홧발이 철퍽이는 소리를 내며 진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라이트를 켜고서는 차량 앞바퀴의 상태를 살펴본다.


누군가 고맙게도 판자로 덮어 둔 


물이 가득 차 있는 진창이 있었다.


바퀴쪽의 판자는 옆으로 밀려나 있다.


그리고 바퀴는 밀려난 판자의 밑에 드러나 있는 진창에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트럭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튕겨져 나간 듯 했다.


뒷바퀴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차는 앞바퀴가 완전히 주저 앉아서 뒷바퀴 4개 중 2개가 떠 있는 상태였고,


2개는 진창에서 헛돌은 듯 했다.


혼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 보였다. 


애꿎은 바퀴만 발로 차고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었다.


상향등에 보이는 이 진창의 넓은 최소 수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앞바퀴가 빠진 것을 보면 깊이도 깊고, 진흙도 되게 무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전차도 집어 삼킬 수준의 진창이었다.


굳이 이 진창에서 빠져나가자면 나갈 수는 있다.


어디에서 통나무라도 구해와서 오늘밤동안 고생하면 


차는 진창에서 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빠져나와봤자 무엇을 하겠는가.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무리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이제 나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사람들이 나를 찾으러 올 것이다.


우리 부대 트럭이 되었든,


수색대가 되었든 간에, 내가 지나간 경로는 대략 알고 있을 테니,


내 바퀴자국을 따라서라도 나에게 올 수 있다.


처벌은 받겠지만, 상황을 보아 큰 처벌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진창에 빠진 것이 행운일 지도 모르겠다.


도착하지 못 했던 변명거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차량의 시동을 껐다.


차의 등이 꺼지자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온다.


하루 종일 들었던 엔진 소리도 사그라든다.


시원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시계를 들여다 본다.


시계가 18시 08분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잘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있는 시간이다.


차에서 대충 시간을 때워 본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지포 라이터를 괜히 만지작 거린다.


괜히 대검을 꺼냈다가 집어넣고, 


담배도 괜히 만지작거려 본다.


정말 할 일이 없어, 잠을 청해 본다.


해가 져서 날이 점차 차가워 지는데, 늦게 자서 춥게 자느니, 


차라리 아직 날이 덜 추울 때 잠을 청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막상 잠을 청해 보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청하려고 의자에 기댄 상태 그대로 눈을 뜬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반짝인다. 오늘따라 별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괜히 별자리를 찾아본다. 


별자리를 찾으려 수많은 별들을 이리저리 이어 본다.


하나도 찾지 못 했다. 


나 같은 도시촌놈은 별자리도 못 찾는가보다.


별자리를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별들로, 


잘 알지도 못 하는 별자리를 찾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져서이다.


그러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빠져 들었다.


10월 3일 새벽 2시 26분


잠에서 깨어났다.


딱딱한 의자에서 불편한 자세로 자서인지, 


온 몸이 굳어 있다.


온 몸의 찌뚜둥함을 느끼면서 차량에서 내려본다.


차가운 밤바람이 덮쳐 온다.


추위에 떨면서도 차량에서 내려서 진창을 살펴본다.


진창에는 여전히 물이 많다.


후레쉬를 키고, 앞바퀴를 확인한다.


여전히 진창에 빠져 있다.


뒷바퀴도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어휴.


한숨을 쉬면서 차량으로 도로 올라간다.


잠자는 사이에 차량의 내부 공기는 식어 있었다.


엔진의 시동을 켠다.


잘 걸리지 않는다.


몇 번이나 시도한 뒤에야 엔진이 겨우 켜졌다.


엔진이 켜지고 난 후에도 차량의 엔진음이 불안정했다.


추운 날씨 탓이다.


히터를 틀어서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 본다.


아직 동이 트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잠에서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라,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었다.


잠기운을 이기지 못 하고 눈커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잠기운을 이겨내야할 이유도 없기에 그대로 잠에 들었다.


추위를 느끼며 일어났다.


히터를 틀었을 터인데 내부 공기가 아직도 차가운 그대로이다.


히터를 확인해 보니,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고장난 듯 싶다.


히터를 끄고서 잠깐 생각을 해 본다.


추운 날씨는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추운 곳이 좋은 건 아니다.


기왕이면 따뜻한 곳에서 있고 싶다.


히터를 어떻게 고칠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법이 없다. 


나는 차량을 수리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저, 야매로 꼭 배워야만 하는 기술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히터도 안 나오는 차의 시동을 끄고 차 밖으로 내렸다.


발로 바퀴나 몇 번 차고서 


길 옆의 숲으로 담배를 피우러 간다.


담배를 두 모금쯤 피웠을 때, 


담배를 피우면서 숲 속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저 멀리에서 불빛이 보였다.


이 숲 속에서 불빛이 뜻하는 것은 


사람 말고는 없다.


차량으로 달려간다.


차량에 두고 왔던 대검을 챙기고는 그 불빛을 향해서 나아간다. 


어두운 숲 속을 라이트로 비추어 가며,


나무들을 피하면서 뛰어간다.


불이 움직이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따뜻한 곳에서 잠시 신세를 질 수 있다는 소리이다.


어쩌면 집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나아가니 그 불은 모닥불이었다.


수풀을 간질이는 바람에 실린 숲의 소리 사이로 타닥이며 모닥불이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이다. 


한가득 쌓여 있는 장작 위에서 일렁이는 불꽃. 


그 위로 피어오르는 뿌연 색의 연기.


불꽃의 냄새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문득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뱃 속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비어 있는 위가 음식을 보내라고 아우성을 친다.


푸릇푸릇한 수풀을 헤치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어둠 속을 헤쳐 나간다.


저 멀리에서 일렁이던 모닥불이 어느새 손에 잡힐 것만 같이 느껴진다.


모닥불의 따뜻한 기운이 이 멀리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모닥불의 곁에는 세 명의 사람이 있다.


모포를 두르고 잠에 들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숲 속의 밤에서 잠에 들지 못 했는지,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


나의 걸어감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수풀이 부스럭거린다.


그는 꽤나 멀리에서부터 내가 다가감을 알아 차렸다.


내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 것일까?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한쪽 손을 올리고는 흔들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어느 정도 다가가서야 그에게 나즈막한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주변의 사람들이 깨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웃는 얼굴로 양손을 들어 보였다.


언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만능의 대화법이다.


“여기서 캠핑하시는 것 같은데 잠시 신세 좀 질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그게 저기 도로를 지나가다가 진창에 빠져서 말입니다.”


그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있는지 숲을 둘러 보았다.


“그게 여기서는 안 보이고요. 좀 멀리 있는 곳인데요.”


[누구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언어였다.


이제서야 그가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저기. 하나도 못 알아 들으시나요?”


그의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정말로 하나도 모르는 듯 싶다.


나는 열심히 손짓 발짓을 다 해 가며 그에게 내 사정을 설명했다.


길을 잃어 버린 것, 차가 진창에 빠진 것, 지금 내가 아주 춥다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그제서야 그는 이해했다는 듯,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작은 빵을 건네 주었다. 


아주 딱딱하고 거친 아주 저급의 빵이었지만, 너무 배고파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딱딱한 빵을 겨우 씹으면서 불을 쬐고 있으니,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가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어, 그의 시선을 살펴 보니, 내 대검으로 향해 있었다.


내 대검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대검에 관심이 있냐는 듯이 제스처를 취했고, 


그는 그렇다는 표현을 해 왔다.


나는 대검을 꺼내서 그에게 건네 주었고,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받더니,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주의 깊게 살펴 보는 모습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남자가 칼에 관심이 있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아 그냥 무시했다.


추위가 가시고, 허기가 조금은 물러나자 주변을 관찰할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칼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그를 관찰했다.


그 남자는 호리호리했고, 키도 상당히 작아 보였다.


옷은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녔는지, 상당히 헤져 있었고,


어디에서 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오래되어 보였다.


칼을 어지간히도 좋아하는지 대검을 준 지가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배도 부르고, 추위도 가시고, 다른 짓도 하다보니 졸음이 몰려 왔다.


눈꺼풀이 점차 감기고 눈을 몇번 꿈뻑이고 나니, 완전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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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누군가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나에게로 향하고 있다.


잠에서 반쯤 깬 상태로 그 소리를 듣고 있는다.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일지,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지.


잠에 취해 사고가 마비되어 잠자코 듣고만 있었을 뿐,


평소라면 당연히 했을 생각들을 전혀 하지 못 했다.


스릉


철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무슨 일인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나는 잠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다.


내 목에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순간 그것이 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목에 닿아 있지도 않았지만, 금속의 차가움이 내 목에 전해져 왔다.


그 금속의 차가움은 너무나도 시리게 느껴졌고


마치 칼이 점차 늘어나 내 목을 절단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머리 위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누구냐. 여기에 있던 사내는 어떻게 했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한탄스러울 수가 없었다.


“저는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떻게 했어!]


그 사내가 호통을 쳤다.


“여기에 있던 사내에게 물어 보십!”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는 내 뒷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윽.”


너무나도 갑작스런 충격에 나는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만하게. 그 사내는 아무것도 모를 걸세.]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교수님의 조수는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아마 도망간 모양이야.]


[도망 갔다구요?]


[내가 그렇게 험하게 대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온 것도.]


[그래, 원래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네. 그 녀석 그렇게 가기 싫다고 버티더니.]


[그래서 이 사내는 어떻게 할까요?]


[뭐, 그 사내의 사정이 어떤지는 들어봐야 알지 않겠나.]


[그런데 전혀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은데요.]


[뭐, 몸짓 손짓은 어느 나라나 통하는 법일세.]


나는 뭐라고 떠드는지 모르는 대화를 들으면서 다시 원래 자리에 앉았다. 


나를 갑자기 위협하고 때린 사내에게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살펴본 바로는 아마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어라 자기들끼리 계속 대화를 나누더니 중년의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자네,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나는 호리호리해 보였던 사내에게 했던 것처럼, 몸짓과 손짓을 이용해서 다시 사정을 설명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그 사내가 나에게 자리와 음식을 나눠준 일, 그리고 잠에 들은 것.


[흠, 대충은 알겠네. 숲 속에서 조난을 당한 모양이구만.]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따라가 봅세. 입은 옷이 특이한 것이 마음에 걸려.


수상한 사내를 따라가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안 하는 짓입니다.


우리는 어린아이가 아니지 않나. 여차하면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걸세.


아이고, 알겠습니다. 빨리 다녀오도록 하죠. 


알겠네. 그럼 자네. 여행자(투리스키)


그 사람이 나를 불렀다. 


그러면 거기로 안내 좀 해 보게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에게 가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만 떠나라는 뜻인지, 아니면 진창에 빠진 것을 도와주겠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일단은 길을 떠나려 했다.


그러자 내가 칼을 건네주고는 돌려 받지 못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칼집을 집어 들고 그에게 내 칼이 어디에 있냐는 식으로 물었다.


[자네, 이 사내의 칼을 본 적이 있는가? 칼을 찾고 있는 것 같네.]


본 적 없습니다. 주변을 잘 찾아보십시오. 어딘가에는 있지 않겠습니까?


찾아보고서 하는 말일세.


그러면 혹시나 말입니다만 교수님의 조수가 가져갔을 수도 있습니다.


내 조수가 그랬을 리 없네!


저들끼리 무어라 다시 떠들기 시작하길래 나는 찾는 것을 포기했다.


얼마나 비싼 칼도 아니었고, 애초에 내가 멋대로 다룬 잘못도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에게 시선을 보냈고, 그들은 대화를 마지못해 끝내고는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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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밟히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발이 스치는 풀에 맺혀 있던 이슬이 부서지는 소리.


진득하게 달라붙는 아침안개와 숲의 공기가 흐르는 소리.


밤 중에 지나갔던 기억을 되살리며 나무를 하나하나 짚으가며 걸어간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는지, 아침 안개가 낀 숲 사이에, 비어 있는 공터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한참이나 걸은 탓에 그 공터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길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길을 걸으며 뒤에 있는 두 명의 사람에게 


저 멀리 있는 공터를 가르켰다.


이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이라도 건넬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 뒤에 있는 두 사람과는 쓰는 말이 달라서 잡담 한 마디도 건넬 수가 없다.


적적한 걸음을 부지런히 옮겨서 공터에 도착하자,


방향이 틀렸는지 트럭은 보이지 않고 어제 지나갔던 도로만 있다.


다행히 밤새 타이어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내가 어제 지나갔던 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시 걸어야 함을 한탄하면서 타이어자국을 따라 걸었다.


뒤에서는 또 둘이 뭐라고 떠들고 있다.


뭐가 이렇게 신나는지 두 명은 열정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었다.


나도 대화에 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 안개의 하얀 지평선 너머로 트럭의 검은색 윤곽이 보인다.


가벼운 발걸음을 빨리빨리 옮기며 서둘러 걸어간다.


걷는 것도 아닌, 뛰는 것도 아닌 애매한 속도로, 발을 부지런히 옮긴다.


트럭은 밤새 진창을 열심히 눌러, 그 사이로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후진만으로도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트럭에 올라 탔다.


시동을 걸고, 잠깐, 엔진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


이런 트럭의 엔진은 큰 힘이 내기 위해서는 예열이 조금은 필요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성질이 급한 그들은 벌써부터 뒤로 나오라는 수신호를 시작했다.


원래 하는 수신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쨋든 후진하라는 소리는 맞는 거 같았다.


이 쓸 데 없이 복잡한 수동기어를 후진으로 놓고,


천천히 후진을 시작했다.


차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잘 빠져나오나 싶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자, 진창에 조금씩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후진하라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이재로 후진하면 미끄러질 것 같았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보내는 저들을 믿고 


후진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살짝 앞으로 갔다가 최고 속도로 후진을 시작했다.


미끄러지는 것처럼 차가 밀리더니,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진창에서 빠져나갔다.


예상치 못하게 트럭이 뒤로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하마터면 핸들에 머리를 또 박을 뻔 했다.


나는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 그들을 찾고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내 앞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적어도 이 트럭만큼은 크지 않을까싶은 무언가였다.


무엇이라 말하기 굉장히 어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