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그가 보인다.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다. 성가신 인사를 건넨다. 이쪽도 인사를 받는다.


자리에 무너지듯 앉는다. 그가 나에게 물어온다. 무슨 걱정 있느냐고 내가 그에게 답한다. 별 걱정 없노라고, 그가 말을 잇는다. 행여 걱정 있노라면, 나중에라도 나에게 말하라고, 나는 술을 마신다. 씁쓸한 술의 향이, 내 입안에 감돈다. 

 그가 술을 따른다. 내가 술을 받는다. 서로 안부를 묻는다. 최근 근황을 묻는다.나는 대답이 적다. 그는 말이 많다. 나는 술을 마신다. 그는 술을 따른다. 테이블이 쾅 울린다, 내가 잔을 내렸다. 그는 술을 따라준다. 나를 말리지 않는다. 나는 술을 마신다. 술이 나를 마신다. 내가 걸레가 되어, 테이블을 닦고 있을 때,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리도 많이 힘들었냐고, 자기 말만 하고는, 그저 토닥이며 있는다. 

 나는 말없이 흐느낀다.무언가 안에서 올라온다. 나는 말을 삼킨다. 그저 모든 것이 밉노라고, 그저 세상이 밉노라고, 심지어 나조차 밉노라고, 나는 이것을 차마, 게워낼 수 없다. 나는 이번에도 삼킨다. 이번에도 차마 참는다.



글이  잘 써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