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첫째이자 장남인 얀붕이는 사실 얀붕이의 부모에게 있어 눈엣가시인 존재였어. 원래라면 결혼하고 몇 년쯤 있다가 견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애를 가질 생각이었는데 하필이면 허니문이었던 거야. 분명히 피임약도 제대로 먹었는데도 임신을 해서 부부는 서로 의심하고 쌔웠지만 태어난 아기는 명백히 둘의 유전자를 잇고 있었지.


낙태는 윤리적으로 좀 그래서 낳은 거지만 안 그래도 지출이 늘어나 부모는 사소한 걸로도 얀붕이를 구박하고 애정을 안 주는 게 다반사였음. 오로지 밥과 가끔씩 사주는 옷이 다였어.


반대로 1살 어린 둘째이자 장녀인 얀순이는 부모의 모든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며 살아왔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20만원짜리 소고기여도 지체없이 사주고, 입고 싶은 게 있으면 100만원이여도 눈 깜짝 안하고 사줬지. 게다가 평범한 외모의 얀붕이와는 달리 좋은 유전자는 전부 다 받았는지 귀여운데다 크면 훌륭한 미인이 될 게 뻔히 보였음.


당연히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를 부러움과 질투, 시기의 눈으로 봤지만 부모가 얀순이를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밥도 먹이고 태권도나 유도 도장도 같이 보내는 식으로 해서 난생 처음으로 '관심'을 받아서 묵묵히 버텼어. 자신의 존재는 오로지 얀순이를 위해서란 생각을 하며 말야.


어릴 때의 얀순이에게 얀붕이란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주는, 하인같은 사람이었음. 나쁘게 말하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이었고.


게다가 부모의 사랑을 맘껏 받으며 영악하게 자랐는지 얀붕이가 자신의 가슴이나 그곳을 만졌다고 거짓말을 해서 아빠에게 두들겨 맞는 걸 엄마 품 안에서 우는 척하면서 웃으며 보거나, 학교에서 얀붕이가 변태라며 완전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서 쓰레기로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얀붕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니 태어나서 한번도 얀순이에게 모진 언행을 하지 않고 얀순이를 보호했음.


중학생 때 러브 레터를 거절한 학생이 흉기를 들고 얀순이에게 돌진하면 자기가 한몸 받쳐 지키거나.


고등학생이 됐을 때 예쁘고 성숙한 몸을 노리고 접근하는 쓰레기가 있으면 전부 다 쳐 바르거나.


아니면 가끔씩 악몽을 꾸는 얀순이 곁에 꼭 붙어서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거나.


이런 얀붕아의 모습에 얀순이는 그에 대한 평가가 고쳐졌어. 하인 겸 장난감에서 자기가 죽을 때까지 지켜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조금은 착해진 얀순이는 오빠에게 독설을 하는 걸 줄이거나 몰래 사탕, 초콜릿 같은 걸 가방에 넣어주는 식으로 감사를 표함.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하도 자기를 안 데리러 와서 먼저 나갈려고 신발장에 갔을 때, 오빠의 옆 모습이 보이자 오랜만이 옥을 내뱉으며 다가갔을 때-


"저, 얀붕 선배.. 예전부터 선배를 좋아했어요. 다른 애들은 선배를 욕하고 비웃을 지 몰라도, 저한테 선배가 정말로 멋져 보여요."


"..좋아. 대신에 공공연하게 다니면 너도 힘들 수 있으니깐 밝히진 말고, 알겠지?"


그 말을 듣고 정말 행복하게 웃는 자신의 동급생 얀진이가 있었지. 자기 반의 반장. 청순하고 착해서 얀순이 자신도 속으론 호감을 품던 그 아이. 손톱이 살을 베 피가 흐를 정도로 손을 쥐던 얀순이는, 동생을 기다리게 했다며 얀진이를 먼저 보내고 오는 오빠를 숨어서 보며 다짐하지.


그가 자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것을 확신하고, 그에게 모든 걸 받칠테니 그도 자신에게 모든 걸 받쳐야 한다고. 어떤 일이 있을지라도.


그 이후에는 적당히 얀순이가 얀진이를 불러서 두들겨 패다가 죽이고 늘 오빠에게 못되게 굴었던 자기 부모도 다 죽인 다음에 오빠를 감금해서 영원히 함께 지내는 걸 보고 싶다. 그 둘을 꼭 빼닮은 누나가 자신의 부모가 하는 것을 남동생에게 하는 걸로 끝나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