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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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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빙빙도는 두 사람 





"맛은 그저 그랬네"


"그래... 맛은 그저 그랬지..."



동시에 지폐가 두 장 날아갔지만 말이다...

덧붙여서 1인분으로 말야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가게였다


일단 더치페이를 해준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그다지 위안은 되지 않았다



우리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방문한 가게는

텐가의 희망대로 과연 여성스럽과 세련된 레스토랑이였다


장식은 복고풍 서양식으로, 나라도 센스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훌륭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조명이 분위기를 잘 조성하고 있었다


커플에게는 좋겠지만, 나로서는 기분 나쁜 곳이였다


만일 정식 데이트로 왔다고 해도, 여기는 좀 아니였다



메뉴에는 영어인지 아님 외계어인지 이상한 글자가 적혀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내 영어 성적을 알고나 있는 걸까?

이런건 고등학생이라도 알 수 없을 텐데!


어른이 되어도 읽을 수 있을련지는 모르는 것이 슬픈 점이지만...


일단 가타카나로 대충 읽어서 주문을 한건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바보 취급을 당해버린 느낌이 있었다

이것이 제발 내 피해망상에서 나온 것이길 바란다...



일단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은 고등학생이 들어올만한 가게는 아니라는 것


주위에 있는 커플도 사회인이나 대학생 정도의 사람들 뿐

분명히 고교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우리 둘 밖애 없었다


텐가 뿐이라면 몰라도

나 같은 건 그녀에게 잘 보일려고 억지로 들어와 버린 남자로 보이지 않을까?


점원도 나를 보고는 어딘가 흐뭇하게 웃고 있던 것 같았다


어쨌든 그 가게에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



양도 적었다

비싼 값인 파스타는 내겐 너무나도 배에 차지 않았다


다만 소식을 하는 텐가로서는 만족스러웠던 것 같고

오히려 SNS에 사진을 투고하기까지 했다


마주보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내 접시까지 같이 찍혔는데

나는 곧바로 여자친구와 같이 먹고 있던 걸로 하라고 했다


만약 니시노가 나와 함께 있엇단 말을 보면 최악의 상황이 되니 말이다

이상하게 오해할 가능성도 있으니, 그렇게 된다면 변명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식사 중에 코토네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그건 뭐였을까?



그것은 내게 아직 요리가 오기 전의 타이밍이였다

우리 둘은 주문을 하고 나서,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나는 게임을 하는 동안, 갑자기 나에게 문자가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발신인은 코토네

그녀가 보내온 말은 (어디에 있어?)라는 간단한 문구였다


나는 곧 답장을 보냈고

다음으로 돌아온 말은 (언제 돌아와?)라는 또 간단한 문구로

아마 당분간은 아직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답장이 온 것 같았으나

갑자기 음식이 도착하는 바람에 답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중에 화장실에 갔을 때라도, 몰래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어떡하지? 아까 그 가게로 돌아갈 거야?"


"음, 글쎄"



아마 다음은 쇼핑의 계속을 할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텐가는 뭔가 망설이고 잇었다



"뭐야, 또 가고 싶은 데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무데나 빨리 결정해줬으면 하는게 내 진심이였다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싶었다


잠시 방황하던 모습을 보이는 텐가였지만

나를 힐끗 보고 나서야, 비로소 목적이 정해졌는지

좋아, 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곧바로 나도 뒤쫓아갔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왠지 조금 전과는 다른 골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이, 그 쪽이 아냐"


"나도 그런 건 알아"



그럼 어디에 가냐고 물어도

텐가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쿵쿵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래도 텐가의 행동은 좀 석연치가 않았다


행선지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을텐데

내심 불만이 쌓이면서도, 나는 얌전히 텐가를 따라 계속 걸었다


5분 정도 걸어 간신히 도착한 것은

어느 옷 가게의 앞이였다



"여긴 남성 옷가게 잖아, 청바지라도 살 셈이야?"


"아, 너는 정말 눈치가 없구나?"



텐가는 당해도 모자란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짐작할 만한 것이 없었다


스트레이트 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변화구를 던진 셈이니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미안해,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내

미안하지만 텐가의 입으로 직접 가르쳐줄 수 있겠니?"


"흐응, 유키도도 이제 솔직해졌내

여유도 생긴 것 같고 말야, 좋은 변화야

그럼 그런 유키토에게 가르쳐 주도록 할게"



뭔가 기분이 좋은 듯한 텐가는 콧방귀를 뀌며

내게 득의양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모처럼이니 내가 유키토를 코디해주고 싶었어!

상냥한 나에게 고마워 하도록 해!"


"...........아하"



이거 뭐라고 답해야 하는 거야?



왜 퇴짜를 맞은 상대에게 고마워하면 안 되는 거지?


이 녀석은 시체차기가 취미인건가?

도S도 어지간히 해야지...


부끄러워서 낯을 가리고 잇는 텐가에게

나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왠지 여러가지로 바보 취급 당하고 있었던 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나는 텐가가 눈치재지 않게,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