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이랑 이어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고요한 숲을 지나 저 멀리서 보이는 빛을 향해 나아가던 라그나는 이윽고 끝을 알 수 없이 높게 세워져있는 아름답기도하고 웅장하기도한 한 계층도시에 도착했다. 

 계층도시는 세계 곳곳을 오염시킨 ‘마소’라는 수수께끼의 입자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계 허공정부 통제기구, 통칭 ‘통제지구’라는 세계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도시다. 통제기구는 세계의 균형과 치안을 관리하는데 이는 수배자를 내를 내는 것도 포함한다. 즉, 라그나를 수배하고 있는 조직은 이 통제기구인 것이다. 평범한 수배자라면 통제기구가 관리하는 계층도시 정문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하고 피하는 행위이겠지만 라그나는 오히려 당당히 정문을 통해 계층도시에 들어갔다.

 라그나의 이런 자신감은 경험의 의한 판단인 것도 있으나, 세계에서 몇 없는 ss급 범죄자가 대놓고 정문을 통해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념과 통제기구에서 배부한 미묘하게 망가진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 덕분에 오히려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물론, 라그나는 자신이 강한 편에 속한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달려들던 자신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라그나는 숲속에서 어느정도 잠을 청하긴 했지만 도중에 방해가 있었기에 충분히 피로를 풀지 못한  라그나였기에 깊은 밤이 찾아온 가운데 아직도 낮인 것 처럼 느껴질 정도의 시끌벅적한 시장 속을 거닐면서 자신이 쉴만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걷자 저 멀리서 숙소처럼 보이는 가게를 발견하곤 그곳에서 참을 청하기 위해 주머니 속에 남아 있던 돈을 만지며 멍하니 계산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시장터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잠깐 기다리세요!”


 잠시만 기다리라는 큰 소리에 혹시나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고 싸움을 거는 것인가하는 마음에 라그나는 멍하니 있던 정신을 바짝 바로잡았다. 그리곤 천천히 뒤를 돌아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얼굴이 멍이 나 바닥에 쓰러져있는 어린아이와 술에 잔뜩 취한 것 처럼 얼굴이 붉어져있는 취객. 그리고, 그 앞을 막고 있는 통제기구 군복차림의 한 여성이 군모를 깊게 눌러 쓴채로 있었다.

 어린아이는 겁을 먹은 듯한 얼굴로 취객을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술 취한 남성에게 얼굴을 맞아 쓰러졌고 그걸 막기 위해 통제기구의 군인이 취객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취객의 난동을 막기 위한 행위로 보였다.


 “뭐야? 넌 누구야?!”


 취객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여성에게 주먹을 치켜드는 꼴사나운 모습에 라그나는 별 관심도, 흥미도 못 느낀채로 콧방귀를 뀌며 마저 갈길을 가려고 했다. 취객에게서 군인을 구해줄만한 의리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여성이라곤 하지만 엄연히 군복을 입은 채로 막아선 것이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고, 아무리 술에 취했다라곤 하지만 눈앞에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한테 시비를 걸고 있는 저 취객이 오히려 불쌍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그나는 갈 길을 갈 터였다. 그녀가 군모를 벗기 전까진.

 군인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깊게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세계 허무정보 통제기구 제4사단 소속 노엘 버밀리온 소위입니다! 즉시 물러서세요!”


 모자를 벗고 자신을 노엘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생각보다 어린 사람이었다. 생김새는 모자를 벗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머리와 함께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상당히 어려보이는 사람이 이었다. 그때문인지 자신을 소위라고 소개하자 취객은 잠시 움찔하면서 손을 잠시 내렸지만 그 여린 모습에 자신이 더 강자라고 생각했지는지 다시 손을 치켜 올린 그대로 힘을 준 채로 소리질렀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아무리 술에 취했더라고 하더라도 통제기구의 소위에게 손찌검을 한다면 분명 큰일이 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취객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대로 주먹은 노엘의 얼굴에 향했고 노엘은 이 남자를 제압하기 위해 준비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어이 잠깐”


 날아드는 주먹을 라그나가 나서서 한손으로 잡으며 막아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라그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이 놀란듯이 라그나를 처다보았다. 취객은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또 뭐야!”


 그런 남자가 무척이나 거슬리는지 라그나는 살기를 품은 얼굴을 취객에게 들이밀며 조용히 말했다.


 “뭐야, 뭐야…..넌 그것 밖에 말을 못하는 병신이냐? 저리 꺼져”


 그와 동시에 라그나는 오히려 주먹을 날려 취객의 안면을 가격했다. 라그나의 주먹을 맞은 취객은 그대로 뒤로 뒹굴러졌으나 적당히 힘을 조절한 것인지 다행히 크게 다친 모습은 아니였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저….저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노엘을 뒤로하고 라그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얼추 병원에 갈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 나온것을 확인하곤 쓰러져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앉으며 손에 돈을 쥐여주곤 슬며시 말을 건냈다.


 “이거 가지고 어디 의원에나 가봐라. 밤이라서 열려있는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


 “인사는 됐으니까 빨리”


 돈을 다시 돌려주려는 듯한 모습에 라그나는 괜찮다라는 마냥 말을 꺼냈고 아이는 돈을 손에 꼭 쥐고선 라그나에게 고개를 숙이곤 이내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흐뭇한 얼굴을 하곤 다시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라그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하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노엘을 바라보았다. 노엘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는지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라그나는 그런 노엘에게 다가가 얼굴을 쳐다보았다.


 ‘닮았어’


 라그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자신의 여동생인 사야가 보였다. 아주 오래전 자신의 동생들과 같이 살던 교회에서 발생했던 사건. 그 사건에서 헤어졌던 여동생과 노엘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마치 사야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딱 노엘의 나이대와 생김새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할정도였다.


 “저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엘은 자신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는 라그나의 시선에 쑥스러운지 얼굴을 새빨개지면서 영문을 모를 감사인사를 건낸다. 라그나는 노엘의 말에 시선을 잠시 옆으로 돌리면서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사야가 여기 있을리가 없지. 하물며 통제기구의 소위? 말도 안되는 소리….’


  옛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오른 팔에 통증이 생기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 어린 시절의 사건에서 입은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몸이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라그나는 불쾌한 감정이 점점 생기는 것을 감지하곤 서둘러서 움직였다.


 “잠시만요!”


 자리를 떠나려는 라그나를 노엘이 그의 팔을 잡으면서 멈춰세웠다. 갑작스러운 노엘이 행동에 라그나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무미건조한 라그나의 목소리에 노엘을 살짝 기가 죽은 듯 했지만 이내 미소를 띄우면서 대답했다.


 “방금 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은혜를 갚고자 하는데 팔을 웅켜쥐신걸 보니까 많이 아프신 모양이네요! 부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 그리고 성함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모범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에서 라그나는 또 다시 사야가 생각난 라그나는 노엘의 눈을 피하며 거절했다.


 “됐어. 누군가에게 이름을 알려줄만한 사람도 아니고 크게 다친것도 아니고 예전에 다친 곳이 아픈 것 뿐이니까. 답례는 됐으니까 이만”


 노엘의 손을 뿌리치면서 피하듯이 자리를 피하려는 듯한 라그나의 모습이 살짝 열 받았는지 노엘을 볼을 부풀리면서 멀어져가는 라그나를 쫒아서 다시 팔을 잡고  끌어당기면서 말을 걸었다.


 “아니! 반드시 보답하게 해주세요! 은혜를 입고 그걸 갚지 않는다면 군인의 체면이 안선다고요! 하다못해 식사라도 대접하게 해주세요!”


 ‘아니 곤란한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이젠 군인의 체면까지 내세우면서 자신을 멈추게 하려는 노엘의 모습을 보곤 라그나는 매우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을 비추었다. 당연하다. 자신은 SS급 현상수배범이고 상대는 통제기구의 소위. 즉, 적인 것이다. 그런 적과 같이 있다가 언제 자신의 정체를 들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혜니 보답이니 따지다간 자신이 위험해지는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라그나는 노엘을 떨치기 위해서 팔을 흔들었고 노엘은 그런 그를 잡기 위해서 있는 힘껏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둘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새웠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마치 여동생과 오빠의 귀여운 싸움처럼 보일 뿐이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라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허어...허어….알았어...알았다고…먹을게….먹으면 되잖아...”


 더 이상 길게 끌어봤자 이 소녀가 포기할리 없다라는 것을 깨닳은 것인지 지친 듯이 숨을 내뱉으며 결국엔 노엘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라그나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드리자 이내 기쁜 듯이 웃으며 마치 방방 뛰듯 환호했다.


 “됐다! 그럼 빨리 먹으러 가요!”


 “풋….진정해”


 그런 노엘의 모습에 마치 진짜 여동생인 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라그나는 쓴 웃음을 짓고 진정하라면서 상냥히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


 라그나가 머리를 쓰다듬자 노엘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라그나는 황급히 머리에서 손을 땠다. 아무리 사야를  닮았다고 하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짓은 역시 무례한 일이었다.


 “미안. 무심코…”


 라그나의 사과에 노엘은 살짝 볼을 붉히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아요! 물론 머리를 쓰다듬어져서 깜짝 놀랐는데 오랜만에 가족한테 만져지는 것 같아서….괜찮았어요…..저 혹시...한번 더... 가능할까요? 쓰다듬….”


 매우 부끄러운듯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노엘의 부탁에 라그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어차피 한번 저지른 일이니 괜찮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다시 손을 머리쪽으로 옮겨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뭐 괜찮나?’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지만 좋은게 좋은거겠거니 하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노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비명과도 같은 한마디의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라그나 더 블러드엣지다!!!”


 그 한마디에 둘은 순간적으로 모든 것들이 경직했다. 라그나라는 말에 노엘은 당황하듯 입을 열었다.


 “에? 어디에?”


 “당신 눈 앞에 있습니다!!”


 눈 앞에 있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노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눞 앞에 있는 라그나를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라그나는 등 뒤에서 소리친 사람들 찾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지금!’


 애초에 들어갈때부터 누군가에게 들켰다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찌어찌 일이 커지기 전에 도망을  칠 수라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바로 앞에 소위라는 나름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있다. 하필이면 헤어져버린 여동생 사야와 가장 닮은 그녀 앞에서. 게다가 자신의 정체를 들어낸 그 목소리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래선 도망치더라도 무사히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러가지 생각이 라그나의 머리 속을 지나칠 때 노엘이 라그나의 손목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행동에 라그나는 노엘을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짓말이죠?”


 노엘은 생기를 잃을 듯한 눈빛으로  라그나를 쳐다보며 그에게 거짓말이기를 바라듯이 말을 걸었다.


 “아...아니...그게”


 라그나는 노엘의 눈빛에 아니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노엘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그 눈빛에 라그나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런 라그나의 모습에 노엘은 슬며시 고개를 숙이고 라그나의 옷깃을 놓더니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한 순간이라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그러곤 약간의 침묵 후 내뱉은 노엘의 말에서 라그나는 소름이 끼칠듯한 살기를 느끼곤 온 몸이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 지금 도망치지 않는다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 경고에 라그나는 서둘러서 자리를 피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라그나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본 노엘은 자신의 허리춤에 장착해 놓았던 2자루의 총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믿었는데…..전투를 실행합니다”


 라그나는 수 많은 인파를 거칠게 헤쳐나가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 느꼈던 살기에  저도 모르게 계속해서 식은 땀을 흘렸다.


 ‘뭐야 방금 그 살긴!’


 라그나는 현상수배자가 되면서 지금까지도 수 많은 위기를 넘어왔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수 많은 적들을 해치워가면서도 그런 살기를 느껴본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자신의 원수 조차도 자신에게 그런 살기를 품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대상 포착”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거리를 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그나는 자신의 뒤에서 대상을 포착했다고 하는 노엘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식겁했다. 그리고 살짝 뒤돌아본 그녀의 얼굴은 마치 기계와도 같은 차가운 표정이었다.


 ‘이대론…!’


 열심히 달리고 달렸지만 어느 샌가 자신을 따라온 노엘을 보곤 이대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금세 따라 잡힐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노엘은 두자루의 총을 들고 자신을 쫒고 있다. 수틀린다면 언제든 발포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노엘과 전투를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동생 사야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와 싸우는 것은 매우 거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자신의 허리에 있는 대검에 손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이쪽이야”


 싸울 준비를 하던 라그나의 머리 속에 마치 라그나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라그나의 등 뒤쪽에서 커다란 천둥이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천둥에 노엘도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눈을 가리며 시선을 돌렸다. 노엘은 전조조차 없던 갑자기 떨어진 천둥으로 흔들린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라그나를 찾으려고 했다.


 “...어라?”


 그러나 라그나는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어디론가 사라진듯한. 마치 여기에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이 사라져있었다.



 “....레이첼?”


 “쉿”


 라그나는 어느센가 골목길에서 레이첼의 품에 안겨있었다. 갑작스러운 레이첼의 등장과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건지 모르는 라그나는 어안이 벙벙하며 레이첼의 이름을 불렀을 때 레이첼은 장난기 있는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펴고 자신의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곤 레이첼은 손으로 한 곳을 가르켰고 라그나는 가르키는 방향 끝에 노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설마 레이첼이 구해준건가?’


 그렇다면 자신이 왜 이런 골목길에 있는지 설명이 된다. 레이첼의 마법으로 천둥을 떨어뜨려 모두의 시선을 피하게한 후 자신을 이곳으로 슬며시 전이시킨 것이 분명하다. 한가지 의문이 해결되자 라그나는 또다른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레이첼이 곳에? 왜 나를 구해준거지?’


 자신과 헤어진지 얼마 안되어서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레이첼이 자신을 구해줬다. 시간적으로도 인과간계로도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 구해줘도 불만인 모양이네?”


 “우선 고맙다곤 하지”


 “천만에?”


 여러 생각이 든 라그나의 표정이 불만을 표하는 듯한 얼굴이었는지 레이첼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라그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라그나는 그녀의 말에 멋적듯이 감사를 표하며 그녀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그의 눈에 순간적으로 들어온 것은 레이첼의 아쉬운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무엇인가 불만이 있는 것인지 물어보려던 라그나는 자신이 잘못 본것인듯 순식간에 웃는 얼굴로 표정을 바꾼 레이첼를 보곤 질문을 바꾸었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냐 토끼”


 “어머. 자꾸 그런 식으로 부른다면 아무리 인내심이 많은 나라도 화낼꺼란다. 라그나”


 “레이첼….”


 “좋아. 어째서 여기에 있냐고 한다면…..그냥?”


 순순히 자신의 말에 응해주는 라그나가 기특한 것인지 우아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레이첼. 그런 레이첼의 대답에 라그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안그래도 노엘의 문제도 있는데 이제는 이 녀석까지라는 생각이 들때 쯤 레이첼은 라그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지만 말고 저 아이의 말을 한번 잘 들어보렴”


 레이첼의 말에 라그나는 골목길에 숨어 노엘을 바라보았다. 노엘은 어디선가 찾아온 다른 통제기구 군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변의 인파는 많았지만 집중을 통해 노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네. 그럼 여기에 천둥이 떨어진건 나중에 조사하도록 하고 진 키사라기 소령께 라그나 더 블러디엣지를 발견했다고 전달해주세요. 전 여기서 좀 더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이라고?! 그 녀석도 있는 거냐”


 라그나는 이제 이 곳의 모든 통제기구에 자신의 존재가 들킨 것도 모자라서 하필이면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인 남동생 진이 곳에 있다는 것때문에 머리가 더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쩔 생각이야?”


 그런 라그나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첼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라그나에게 이후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본다. 그런 레이첼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안들지만 지금은 화를 낸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어쩌긴 여길 벗어나서 도시 밖으로 나가야지”


 “밖에는 생각보다 현상금사냥꾼들이 많던데?”


 이곳을 벗어나 숲에서 노숙할 생각이었던 라그나의 계획을 레이첼은 아주 보기 좋게 망치는 말을 늘어놓았다. 레이첼의 말을 들은 라그나는 더욱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조용히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밖에도 현상금사냥꾼들이 있다면 십중팔구 발견되어 결국 대규모 군대와 싸움을 이루게 될 것 이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생각하던 라그나를 레이첼이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한가지 제안을 건냈다.


 “그럼 차라리 내 성에 머무는게 어때?”


 “뭐?”


 레이첼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라그나는 자신이 무엇을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라그나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내가….네 성에서?”


 자신이 들은 것을 그대로 레이첼에게 물어보자 레이첼은 아주 당연하다시피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도 안되고 이 도시에서도 안된다면 오늘은 특별히 내 성에서 자는 것을 허락할게"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레이첼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라그나는 의심을 품었다. 라그나가 알고 있는 레이첼이라면 이런 상황을 좀 더 악화시켜서 자신을 골탕먹일 것이 분명했기에 오히려 이런 호의가 그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싫으면 그냥 가도 좋아. 그 스토커 남동생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부탁합니다. 성에서 자게 해주세요”


 남동생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라그나는 고개를 숙이며 레이첼에게 성에서 잘 수 있게 부탁했다. 그런 라그나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든 것인지 레이첼은 라그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후훗….아주 좋은 태도야. 라그나?”


 라그나는 그런 레이첼의 태도가 매우 화가나는 태도였지만 안식처를 제공하는 레이첼에게 화를 내 봤자 자신의 손해라는 것을 억지로 납득하고 있었다.


 “아, 대신 한가지 알아둘것. 내 성엔 남는 방이 없어서 넌 나랑 같은 방에서 자야겠어. 불만은 없지?”


 “.....뭐?”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지 다시 레이첼에게 의문을 던지는 라그나였지만 레이첼은 그런 라그나의 멱살을 잡아 끌어 라그나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과 가까운 위치에 놓았다. 그러곤 강압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내 성에서 자고 싶으면 더 이상 말대답하지 말것”


 갑작스럽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레이첼의 행동에 라그나는 할말을 잊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대답 하지 말것….알았어?”


 이번에는 생기를 잃은 눈을 하고선 자신의 말에 대답할 것을 요구하는 레이첼의 모습에 라그나는 황당해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군인들이 모이는 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럼 이제 가볼까?”


 라그나의 대답을 받은 레이첼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곤 손가락을 튕겨 차원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라그나는 그런 레이첼을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고 천천히 차원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아 드디어 시험 끝내고 다음편 썼네

여전히 제목을 뭘로 할지 몰라서 그냥 무제라고 적어놈

글 쓰면서 느낀건 역시 원작있는 걸로 글쓰면 해당 설정까지

설명하면서 글을 써야해서 마음껏 글 쓰기 힘들다는 것

게다가 빌드업까지 해가면서 이야기를 쓴다는건 역시 힘든 일이네

얀데레는 좋은데 좋은 빌드업을 하기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겠음

뭔가 부족하거나 고쳤으면 하는 점, 이야기 전개의 문제점 등

지적할 것 있음 알려주면 감사....

부족한 글 봐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