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상당히 오랜 기간 한 걸그룹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았어. 다행히도 나름 좋은 연예기획사라 매니저라는 직업 특성상 따라오는 육체적 고단함 정도를 제외하면 사내 부조리나 사건 등도 없었고, 애초에 주인공도 적당히 지고 적당히 이길곳을 아는 사람이라 평판도 좋았어. 걸그룹 멤버들한테도 인기가 좋았지. 선 절대로 안넘고, 일 잘하고, 사근사근 잘 대해주니까. 거기다 '개연성'도 보유한 남자야.

근데 어느날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는거야. 사유는 별거 없고 이제 그만두고 복학하려고 한다는거지. 애초에 일 시작했던게 등록금 벌려고 했던거라고 ㅇㅇ...

자기만 일 잘하면 잘릴 일도 거의 없고, 항상 인력을 요구하는 직종이라 진입방벽도 낮고, 방송계 돌아가는 시스템이 궁금해서 해봤다는거야.

하긴 애초에 일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고 잘생긴 애가 매니저를 한다는게 이상한 일이긴했지 ㅇㅇ;

걸그룹 애들도 처음엔 ㅇㅇ 그렇구나... 나가서도 잘 되세요 연락할게요 하고 빌어줬지.

근데 새로 들어온 매니저가 완전 양아치새끼인거야.
일 못해, 운전은 난폭해, 심지어 변태새끼인지 물건이나 속옷같은것도 훔쳐.

한두번은 참아도 세번부터는 이제 고의적인거잖아. 악의가 느껴진다고. 참을 수가 없는거지. 회사에서도 문제 인식하고 새로 매니저를 구하려고 하는데 아까 말했잖아.
일 고되고 박봉인 매니저를 누가 하려고 하겠냐고.

새로 들어와봤자 개판인거지...

연심 같은것은 아니고, '아 오빠가 매니저 맡고있을땐 엄청 편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그 오빠는 SNS도 안하는지 인스타 페북도 없어서 소식도 모르고. 연락하겠다 하긴 했었는데 솔직히 이제 매니저도 아닌 남자한테 메시지 보내기도 좀 그렇잖아. 걸그룹인데...

근데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았지. 대부분 10대 중후반인데 그중 두명(심지어 쌍둥이)이 티는 안냈어도 내심 매니저를 좋아하고 있던거야. 일 잘해, 선 안넘어, 배려심 있어, 복학한다 할때 들으니까 학교도 명문이야, 얼굴도 잘생겼어(제일 중요), 한창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는 시기인데 감정이 그쪽으로 흐르지 않는것도 이상하지 ㅇㅇ...

결국 그 두명은 참지 못하고 매니저한테 연락을 해. 몇번 뚜-뚜- 거리다가 전화도 바로 받아.

"어 순아 진아, 왠일이야? 오랜만이다~"
"어어어어, 어, 그냥, 그냥 전화했어."
"아 그래? 너네들 요즘 휴식기잖아. 나중에 밥이라도 한번 먹자~"

당연하지만 매니저쪽에서 밥먹자고 하는건 별 문제가 안되지. 매니저도 업계에서 구르면서 스캔들이나 여러가지 업계 생리에 대해서 아는데.. 이 의미는 그냥 '실장님이나 다른 기획사 관계자분들이랑 같이 밥 먹자.'라는 뜻이야. 둘이서만 만나면 당연히 스캔들이니 Out이고, 관계자들 낀 자리에서 '전 매니저가 일 잘했던 친구라 밥 한번 같이 먹었습니다.'하면 별 문제가 안되잖아.

근데 둘은 오해를 하는거지. 오빠가 우리 아직 안 잊고 있었넹! ㅇㅇ 그런듯... 근데 밥은 왜 먹자고 하지? 혹시 우리 좋아했었나?

"나중에 실장님한테 한번 문의해볼게~"
"앗, 네, 넵!"

망상회로 존나 돌려서 뇌가 타버리기 직전 쯤에 쿨링이 팍 들어와버리는거지. 실장님까지 나오니까 이제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그렇게 휴식기라 무난하게 지내고
어느날 실장님이랑 같이 매니저랑 4명이서 밥을 먹어. 다른 멤버들도 오고싶어 했는데 스케쥴이 있었어. 사실은 그냥 실장이 쌍둥이만 시간 있을 때 잡은거지만. 인원 많으면 귀찮거든.

밥도 맛있게 잘 먹고, 근데 이제 밥 맛있으면 술 마렵잖아. 쌍둥이는 미성년자니까 술 안주고 매니저랑 실장 둘이서만 마시는데 문제는 실장이 주량이 너무 쌘 나머지 매니저가 버티질 못해. 매니저가 주량이 4병 반 정도인데 실장은 뭐 끝이 없어.

결국 마시다보니 매니저는 거의 반기절. 실장은 아직 괜찮긴 한데 술마셨으니 운전 불가능하니까 대리운전 부르고. 쌍둥이는 다시 숙소로 가야하니까 회사에 요청하고.

매니저가 반기절상태니까 택시를 태워서 보내야 할거 아냐. 은근슬쩍 쌍둥이가 실장한테 물어보는거지. 매니저 오빠 집주소가 뭐에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오빠, 오빠, 정신차려봐. 집 주소좀 말해줘. 어...나...내집... 서울특별시... ○○구... 어...

은근슬쩍 핸드폰 열어서 카톡도 보고. 전화번호부도 열어보고. 메시지도 보고.

매니저는 택시 태워서 보내고, 쌍둥이도 차타고 집에 갔지.



매니저는 다음날 일어나서 집에 어케왔는지는 기억 안오는데 카톡이 몇개가 와있는거야. 쌍둥이들한테 온건데 뭐 식당 식탁위에 코박고있는거, 실장님이 자기 업어서 택시까지 옮겨다주는 영상같은거 오면서
'아니 ㅋㅋ 님 완전 알쓰 아님?'
같은 카톡이 와있어서 피식 웃으면서
'응 다음 미자~' 하고 보내고
원래는 개인적으로 카톡 한번도 해본적 없는데 자연스럽게 카톡도 하고 그러는거지.

그러다가 솔직히 누가 누굴 좋아하고 그러면 다 티가 나잖나. 쌍둥이들 카톡하는게 그런 낌새가 좀 느껴지니까 그냥 읽씹 안읽씹 가끔 해주고 그러면서 연락 빈도를 줄였어. 이러나 저러나 매니저도 걸그룹 애들 다 잘되길 바라고 있잖아. 고작 자기 때문에 스캔들 나오면 웃길거 아냐.

근데 언제부턴가 집에 돌아오면 좀 이상한거야. 물건 배치가 좀 변해있는것 같고. 전자기기 끄고 나갔는데 켜져 있는날도 있었고.

급기야 어느날은 렌즈가 달린 이상한 기계를 찾아냈어.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집을 뒤져보니까 너무 많이 나오는거야. 매니저는 대학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거든. 뒤지는데는 얼마 안걸렸지.

어치피 원룸 형태지만, 부엌에 하나-현관에 하나-화장실에 하나-안방에도 하나까지.

문득 소름이 돋는거야. 누가 이런걸 설치하지? 왜? 나를 봐서 어디에 써먹겠다고?

소름도 돋고, 궁금하기도 하고, 한번은 방 안에 카메라 따위를 숨겨놓고 외출을 해. 외출이 끝나고 거하게 술에 취해 기분 좋게 들어온 매니저가 카메라에서 확인한내용은 충격적이였어.
쌍둥이가 나와있던거야. 모자에 마스크, 쓰고있어도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는 패션선글라스까지 단단히 무장을 하고 와서는 자기가 몰카를 찾았던 위치를 둘러보는거지.

그러다가는 숨겨진 카메라를 보고서는

"왜 없애고 그래요. 오빠가 우리를 티비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오빠를 보고싶어서 그러는건데."

라는거야. 그러고는 떠났지.

술에 취해서 제정신도 아닌데 이런걸 보니까 너무 두려운거야. 그때 전화기가 울리는거지. 쌍둥이 중 동생인 아이였어. 너무 무서워서 받지 않았지. 차라리 실장님에게 연락한다면 나았을텐데.

삑.삑.삑.삑.
띠리링~

그때 도어락이 눌리는 소리와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겁에 질려서 방문을 쳐다본 매니저가 목격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