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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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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어긋나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로부터 2시간 정도 지나

나는 양손에 짐을 들고 텐가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벌써부터 팔이 피로해지기 시작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텐가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었기에 말이다


벌써 낮 시간도 조금 지났기에

슬슬 어디 가게에 들어가서 식사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되면 다소 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햇는데...


아무래도 현실은 이상과는 다른 것 같았다



"다음에는 저기로 가자!"



텐가가 가리킨 가게는 옷가게였다


방금 전까지도 한 시간 가량 망설이다가

몇 벌 옷을 샀는데, 아직도 산다는 것인가


텐가의 집이 부유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카드로 사는 모습을 봤을 때는 역시 격차를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고교생이 된 기념으로 받았다고는 하지만

내 입학 축하선물은 구형 스마트폰이란 말야...

부모님에게 원망은 없었고, 내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하긴 했지만

옆집의 소꿉친구에게 큰 경제 격차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였다



"아 좀 쉬지 않을래? 슬슬 가게도 비고 하니까 점심이라도 먹자"


"벌써 녹초가 된 거야?

오리엔테이션 때도 생각했지만, 넌 참 체력이 없구나?"


"알았으니까 이제부터 운동도 할 거야, 그러니 좀 봐줘"



텐가의 말에 약간 짜증이 났지만

실제로 체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였기에 부정할 수도 없었다


역시 이런 점도 텐가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겠지


이런식으로 냉정하게 자신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 나에게 있었다


최근 몇 시간 사이에 제법 텐가를 대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였다



텐가의 말에는 가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많지만

흘려 보내면, 그 이상 추격해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냥 듣기만 하고 흘려보내면 될 것이다


왜 이렇게 간단한 일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나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음... 근데... 너 좀 변한거 같다?"


"뭐가?"


"아니...뭐랄까, 좀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텐가는 자신의 앞머리를 만졌다

그것은 텐가가 수줍어할 때의 행동이였다


텐가가 나를 칭찬하는 일 따위는 좀처럼 없었다

그렇다고 칭찬받아 봤자, 내가 그녀를 특별히 생각하는 바는 없었다



어른스럽다고? 

웃기는 소리하네, 나보다 코토네나 니시노가 훨씬 어른이야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텐가의 말에, 예전 같았으면 펄쩍 뛰며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목표는 아까 말한 그 두 사람


목표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곳에서 기뻐하고 있으면

곧 예전의 나로 되돌아버릴 것이다



"그래? 기분 탓 일거야

그것보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도 고프고 말이야"


"아니야... 역시 뭔가 다른 것 같아..."



중얼거리는 텐가를 넘기며, 나는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았다


젊은이들을 위한 거리의 카페가 많은 가운데

그 중 햄버거 체인점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야, 저기로 하자, 지금이라면 비어있고, 딱 좋겠지?"


"저거...라니, 저건 패스트푸드점이잖아! 제정신이야!?"



뭐야 이 반응은?


나로서는 네 반응이 더 제정신이냐고 따지고 싶어

고교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초이스이면서

나름 저렴하기까지 하잖아


하지만 이것을 말했다간 텐가는 더욱 더 분노할 것이다


우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럼 어떡해?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맡기겠지만, 난 그다지 걷고 싶지 않은 걸"


"그럼... 멋진 파스타 가게라던가, 뷔페라던가, 여러가지가 있잖아"



돌아온 말은 텐가 답기도 했지만, 내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틀렸다



"전자는 내게 인연이 없는 곳이고

후자는 너 소식하잖아... 코토네처럼 많이 먹을 수도 없을테고"



뷔페란 말에 코토네를 비유로 내걸었지만

사실은 단지 이 쇼핑에 그다지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텐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서민인데다 밥 한 끼에 천엔 이상 쓰지 않는다고...



아무튼 이렇게 텐가는 물러날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시무룩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언짢은 듯 뭐라고 중얼거렸다



"...코토네와는 괜찮지만, 나와는 싫다는 거야?"


"어... 텐가?"


"됐어, 자 가자, 추천하는 가게를 들었으니 그 쪽으로 갈게"


"...알겠어"



그렇다면 처음부터 거기에 가자고 말하지 그랬어요, 텐가양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반대는 하지 않을텐데


싼 가게 정도는 알고 싶은 참이였기에

뭐 일단 매장 안으로 가면 대충 가격표를 볼 순 있겠지


대체 여자얘들의 마음이란 알 수가 없단 말야



어쨌든 간에, 이제 쉴 수 있을 것 같군


나는 그 가게의 가격이 저렴하기를 바라며

일단 양이 많고, 싼 것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