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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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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타오르는 불길 








"음... 이건 좀 별로네

사이즈도 맞지 않을 것 같아, 한 사이즈 작은게 좋겠어"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유키토는 약간 밝은 색이 어울릴 것 같아

중학교 때는 늘 검은 옷만 입었지만, 이런 재킷도 입었으면 해서"


"응..."



나는 쏟아지는 텐가의 품평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건네준 재킷을 집었다


벌써 한 시간 째 계속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래서는 도저히 즐거운 쇼핑이 되지 않았다


일단 텐가가 건네주는 옷들도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이였다


이봐... 나는 검은색 같은 어두운 색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이건 단추가 너무 달리지 않았나...?

난 좀 더 심플한 편이 좋은데 말야


커튼을 닫기 직전

나는 텐가의 발밑에 놓인 옷 바구니를 힐끗 보았다



옷가지 몇 점이 겹쳐져 있었는데

노란 셔츠나 와인컬러의 재킷 등, 비교적 화려한 색상이 많았다


텐가가 좋아할 만한 색이다

뭐, 지금은 거의 인형 옷 갈아입기 상태라

여러모로 텐가의 취미가 반영되어 있어, 내 의견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


텐가 가라사대, 유키토의 취미에 맞추다 보면

남들에게서 찐따처럼 보일 것 이라며, 솔직히 거기는 반박하기 어려운 곳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도 다소 선택할 권리는 있을 것이다

돈을 내는 것은 나니까 말이다



그것을 그녀에게 전했더니

분명히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마지막 한 벌 정도는 안되냐며

마지못해 텐가에게 타협당하는 나였다


이봐... 난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라고...



뭐... 그렇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심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것은

원래 내 사복이 적기 때문이기도 했다


흥미가 지금까지 너무도 없엇던 것이다

앞으로의 계절을 생각해서 몇 벌 정도는 가지고 잇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다음이 니시노도 불러내서 나가볼까



니시노라면 왠지 모르게

나에 대해서 맞는 옷에 대해서도 어드바이스 해 줄 것 같았다


원래 그렇게 놀기로 한 약속도 있었고 하니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내친김에 텐가의 이야기도 나오면 만만세다

왠지 니시노에게 텐가를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라면 아마 세이프일 것이다


나는 오늘 셀 수 없는 한숨을 쉬면서, 재킷을 입기로 결정했다




"그래, 좋잖아, 상당히 멋지게 보이는 걸? 역시 나야!"


"그렇네, 역시 텐가는 대단해

점원들도 칭찬하고, 역시 센스가 좋네"



당연하지, 라고 몸을 젖히는 텐가를 치켜세우면서

나는 막 갈아입은 자켓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름이 가까운 관계로

소매가 얇은 재킷을 구입했는데, 뭔가 꽤 화려했다


나라면 절대 사지 않을 종류의 물건이라서

왠지 모르게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나와 반대로 기분이 좋아진 텐가는 

즐거운 듯이 앞으로의 일정을 말했다



"기왕에 악세사리도 사자

내가 그거 파는 좋은 가게를 알고 있거든

값도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말이야"


"아, 잠깐만 기다려, 나 악세사리 같은 거 필요없어"



이러다간 마음대로 그녀가 가고 싶은 곳에 끌려다닐 것 같아

나는 당황한 나머지 그것을 저지하려 했다


액세사리란게 그거잖아?

목걸이라든지 밴드라든지, 날라리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거 말야


떠오르는 것은 역시 온천에서 파는 것 같은 실버 악세사리 였고

나는 금속을 짤랑짤랑한 소리를 내며, 걸고 다니는 취미 같은 건 없었다


옷차림에 관해서는 조금 타협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쪽에 손을 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어짜피 리얼충의 흉내였기에

일단 외관만 대충 갖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였다


또한 텐가가 사는 거라면, 죄다 가격이 비싼 거였기에

지갑에 더 이상 손상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래? 있는게 좋을텐데, 여자들이 좋아라 할거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저런거 붙이는 취미가 아니야

그리고 지금 내 지갑 사정도 좀 봐달라고"


"아, 돈이 없는 거야?

그러면 미리 말하지, 내가 사줄테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게 아니라..."



싫다고 해도, 텐가에게는 도저히 통하지 않는 모양이였다


자못 기분 좋은 듯이 선도하기 시작하는 텐가에게

이제 어떻게 대할 것인가 궁리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전방에서 어딘가 눈에 익은 인물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저건..."


"액세를 사면,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만들자

투블럭 이런거 의외로 잘 어울릴 것 같아

나로서도 좀 와일드 한 편이... 유키토,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멈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텐가가 이쪽을 보는 순간,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사람도 걸음을 멈추었다



"아, 유키 군과 텐가 양, 우연이네"


"코토네... 왜..."


"...여기에 어떻게?"



이 자리에 없었던

또 다른 소꿉친구, 하야마 코토네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소꿉친구 셋이서 만나는 구도는 

예전에 쇼핑몰에서 우연히 텐가를 만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우연일까, 낮의 메시지가 생각났다



그 때는 텐가와 코토네의 배치가 정반대였지만

텐가와는 달리 지금의 코토네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코토네를 보고, 나는 조금 안심이 됬지만

코토네는 내 양손에 쥐고 있는 짐을 보자, 기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어떤 제안을 던져왔다



"쇼핑 중이였구나, 모처럼이니까 나도 따라가도 돼?

아, 무거워 보이니 내가 좀 들어줄게"


"에, 아니... 그게..."



괜찮다고 하기전에

코토네는 내가 들고 있던 봉투를 재빨리 빼앗았다


코토네치고는 다른 때보다도 그 억지스러운 행동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작스런 코토네의 등장에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텐가였지만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화내듯 코토네에게 참견하기 시작했다



"자...잠깐만 기다려, 코토네! 나와 유키토는 지금..."


"같이 쇼핑하는 거지?

데이트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말야

오랜만에 소꿉친구 끼리 나도 함께 했음 좋겠는데 말야"


"으윽..."



텐가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코토네가 말을 걸어왔다


그런 코토네에 텐가는 아무 대꾸도 못하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방식은 전례 없는 막무가내의 행동이였다

어쩐지 코토네 답지 않다고 생각해 버렸다



"하지만... 나와.... 나와 유키토는...!"


"텐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지?

그것도 유키 군 이외의 사람이 좋다면서"



그래도 뭔가 말하려고 발버둥친 텐가의 말을

코토네는 있는 힘을 다해 잘라내버렸다


코토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경악했다


설마 여기서 그것을 입에 올리려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텐가도 마찬가지였던 듯, 분명이 동요하고 있는 얼굴이였다



"에... 그걸 어떻게?"


"그런 것 보다도, 텐카 양

그렇다면 유키 군이랑 둘이서 외출하는 건 안 돼

눈치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바람을 피우는 거니까 말야

텐가가 좋아하는 사람이 알면, 텐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코토네는 텐가를 타이르듯이 말하면서도


코토네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텐가의 머리색처럼 붉게 타오르는 무언가가 이른 거렸다


우리들의 주위만 갑자기 온도가 내려간 듯한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지금의 코토네에게는 뭔가 말할 수 없는 박력이 있었다



"나는 사정을 아니까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 사람이랑 유키 군이랑 

양다리 걸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

텐가 양도 그런 건 최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유키 군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그렇겠지?"



갑자기 코토네에게 이야기를 강요당한 나였고

영문도 모른 채,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코토네도 내 반응에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텐가를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나와 함께해도 상관없겠지?

텐카 양은 유키 군과는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잖아?

그저 같이 외출한 것이지, 데이트가 아닌 거잖아?"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고

텐가는 마지못해 고개를 떨구며 수긍했다


코토네는 그런 텐가를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