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는 즐거운 마음에 들뜬채 한 매장에 들어섰다.

그 매장은 곧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잔뜩 빛을 내고 있었다.


제임스는 추운 손을 잠시 비비다가 아기자기한 산타양말을 집어들었다.

딸 아이가 본다면 무척이나 즐거워할 것이였다.

또한, 그는 그 옆에 있는 완구코너에 가서 장난감을 바구니에 넣었다.

언뜻봐도 제법 비싸보이지만, 그의 자녀 나이대의 아이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들이 잔뜩 담겨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하나 골랐다.

고급스럽고 제법 묵직한 와인병을 만족스럽게 매만진 제임스는 장바구니에 와인까지 집어넣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이 모두 끝나고, 그는 장난감과 와인으로 가득 찬 바구니를 조수석에 밀어 넣고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는 아내의 목소리에 괜히 바보같은 웃음이 났다.

한결같이 상냥한 그녀의 목소리에 괜시리 울컥하기도 했다.

그는 바싹 마르고 찢어진 입술을 혀로 잠깐 쓸더니,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네. 얘들은 자고 있어?"


"아니, 아직. 내일이 크리스마스라고 안 자겠다네."


젠장, 얘들이 잘때 선물을 넣으려고 그랬는데.

얘들이 잘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하나.

그런 그의 상념을 아내가 깨트렸다.


"아이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어. 산타가 흰 수염 달린 노친네가 아니라 삭발한 까까머리에 건장한 체격의 30대라는걸."


"뭐? 애들이...... 젠장, 분명히 작년까지는 순수했는데."


"지금은 타락했다는거야? 응?"


짖궂은 아내의 농담에 결국 제임스는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8개월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있는동안, 애들은 많이 컸어."


"이제 같이 커가는걸 볼 수 있겠네. 이젠 백수니까."


"백수라고?"


"그래." 



제임스는 운전석에 탄 후, 시동을 걸었다.



"집에 갈거니까, 예쁜 속옷이나 입고 있어."


"스피커폰이야. 얘들 듣고 있다고. 조용히 해."


"어..? 어, 그래? ... 얘들아, 이제 빨리 자렴."


"풋, 바보. 거짓말이야."


"후, 안되겠어.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테이크다운 시킬거야."


"오호, 그래?"


"'오호, 그래?'가 아니고 나 정말 학창시절 레슬링했었어."


"그 얘기만 200번 들었어. 얘들 이만 재울테니까, 빨리 와. 조심히."


-띵동


그때, 아내의 휴대폰 사이로 집 벨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제임스는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레이나, 누구 왔어?"


"그러게. 누구지?"


"배달음식이라도 시킨거야?"


"아니, 한번 나가볼게. 진짜 끊어."


"레이나, 잠깐만!"


그러나 레이나는 이미 전화를 끊은 이후였고,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제임스는 자기도 모르게 차의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



"수고했어."


두꺼운 검은 후드복과 가면을 썼음에도, 여자의 외모와 몸매는 아름다웠고 비닐을 덧댄 그녀의 신발은 절명한 레이나의 몸에서 흩뿌려진 피를 밟았다.


"아이들도 처리했습니다, 보스."


"수고했어. 예거."


"제임스는 어떻게 할까요. 대기할까요?"


"아니, 그럴것 없어. 이 꼴을 보고 정말로 슬퍼할거야. 구멍난 그의 마음을 틈타서 그를 내걸로 만들거니까."


여성은 만족스러운듯 낮게, 그러나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차마 눈조차 감지 못한 레이나의 빛을 잃은 눈은 허망하게 대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레이나를 차갑게 경멸하듯이, 그러나 조소의 감정이 섞인 눈빛을 보내던 여성은 조용히 되뇌였다.


"너 같은 년은 애초에 제임스랑 어울리지 않았어.. 제임스도 이걸 바랬을거야. 사랑스러운 제임스를 꼬드긴 더러운 년.. 감히 그를 유혹해서...... 그의 불행을 끝내줘야만 했어. 불쌍한 제임스......"


그렇게 미친듯이 중얼거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예거는 점차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가셔야합니다."


"....제임스는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보스. 가셔야합니다. 그래야지 보스께서 원하시는걸 이룰수 있습니다."


"가지."


"철수!"


예거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과 기관단총을 든 남자들을 죽은 레이나와 그녀의 아들딸을 버려두고 후문으로 빠져 나갔다.


제임스는 이 상황은 꿈에도 모른채 행복한 상상을 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말이다.





------------------------------------------------------------------------------------------------------------------------------------------------------------


개썅년 소꿉친구 마피아 얀데레를 써보고 싶었음.

주인공이 얀데레 마지막에 죽여버리는 전개 괜찮음?

주인공 성격은 퍼니셔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