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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장녀이자 오랜 소꿉친구인 얀순이에게 돌연 얀진이랑 결혼한다고 알려주고 싶다.


내 주변 인간관계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줄 알았던 얀순이는 그런 나의 통보에 평소 생기 넘치던 눈이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기쁘게 반들거리던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해 파들거리는걸 보고싶다.


그런 얀순이의 상태를 전혀 모르던 나는 그저 들뜬 마음으로 청첩장을 나눠주고 싶다.


그걸 받고 집에 돌아간 얀순이는 잠자코있다가 돌연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목이 몇갈래로 찢어질만큼 울기도하고 광소를 흘리기도 하는걸 보고 싶다.


이내 완전히 미쳐버린 얀순이는 자신의 방, 아니 집을 에워싸고 있는 얀붕이의 사진에 한번씩 입을 마추면서 수줍은듯 웃는걸 보고 싶다.


"헤헤헤... 얀붕이도 차암...♥︎ 아무리 그래애도 자기 아내 될 사람 이름도 헷갈리다니... 그래도 그런 모습마저 귀여워 ♥︎♥︎" 라며 마냥 행복하고 해맑게 웃는 얀순이의 표정에는 광애 그 자체가 담겨 있는걸 보고 싶다.


그리고 얀진이와의 결혼식은 얀순이가 잡아준 남미의 어떤 외곽 도시에서 하고 싶다.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없는 도시지만, 마냥 들떠 얀진이와 나는 얀순이가 붙여준 리무진 기사의 차를 타면서 꽁냥거리고 싶다.


아름다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얀진이의 앵두같은 입술에 짖궂게 키스를 하다가 어느새 도착한 야외 식장에는 얀진이 부모님이 반겨주시는걸 보고 싶다.


사위답게 씩씩하게 인사하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인상좋게 활짝 웃으며 남자답다고 칭찬해주시는걸 보고 싶다.


그리고 식이 시작하려는 순간, 주변에서 현지 사람들이 천천히 주위를 에워싸는걸 보고 싶다.


게다가 식장을 예약해준 얀순이는 코빼기에도 안 비치는걸 보고 싶다.


어찌되든 식은 시작하고 얀진이와 손을 꼭 잡고, 얀순이의 비서가 주례를 봐주는곳까지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고 싶다.


비서가 주례사를 시작하는걸 보고싶다.


"신랑 신부는 앞으로 닥쳐올 풍파를 마주해야 할 용기를 가져야 할것입니다."

"신랑과 신부는 서로 사랑할걸 맹세합니까?"


"네!"


"네!"


"네..!"


무언가 한번 더 대답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럼, 진짜 신부. 입장해주십시오.

식을 진행하기 앞서 청결 유지를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Por favor progresa."


비서의 말이 끝나던 순간, 자랑스러운 딸이 결혼 한다는 사실에 벅차올라 눈물을 훔치던 얀진이의 부모님이 날라오는 산탄총탄에 의해 육편이 되어버리는걸 보고 싶다.


얀진이는 그 모습을 현실감각없이 허망하게 바라보고, 얀붕이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려는 순간.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이 스피커에서 우렁차게 흘러나오고, 카펫을 수줍고 황홀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얀순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얀진이와 정확히 똑같은 메이크업에 똑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얀순이의 모습은 숨막히게 아름답지만 그녀의 손엔 그녀의 머리보다 더 큰 날이 달린 도끼를 보고 싶다.


그런 얀순이의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고 압도적이여서 완전히 식은눈으로 부모님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얀진이를 잡아끌고 도망치려고 하지만, 곧 정확히 날아온 총탄이 얀진이의 허벅지를 꿰뚫자 힘없이 쓰러지는 얀진이를 보고싶다.


그 와중에 하염없이 가까워진 얀순이는 내 뺨을 본인의 하얀손으로 사랑스럽다는듯 쓰다듬은 후에 예고없이 얀진이의 발목을 도끼로 내려치는걸 보고 싶다.



한번


 두번



   세번!!!!




뼈가 드러나고 피가 콸콸 흘러나오는 얀진이의 다리는 더 이상 사람의 다리가 아닌것같이 보이고 여전히 우렁차게 결혼행진곡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얀진이의 비명소리가 더 크게 메우는걸 보고 싶다.


"그러게... 감히 얀붕이에게 누가 꼬리치랬나요? 제 주제를 알고 조용히 직장후배로 남아있었다면 축의금 정도는 받아줬을텐데..."


얀순이는 곧 짜게 식은 죽은 눈으로 도끼를 얀진이 미간에 후려치는걸 보고 싶다.


이마가 쩌적 갈라지고 두개골뼈가 몇개는 튀어나오며 뇌수가 울컥울컥 튀어나오며 피는 식장을 잔뜩 염색할 기세로 하염없이 흘러나오는걸 보고 싶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오줌을 질질 흘리고 있는 얀붕이를 본 얀순이는 새빨개진 얼굴로 도끼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두팔로 내 목을 감싼후 쪽쪽 키스하는걸 보고싶다.


"얀붕아...♥︎ 우리 결혼식을 방해하는 쓰레기들은 다 치웠으니까아..♥︎♥︎ 진짜 결혼식을 시작하자?"


그렇게 시체와 고깃덩이가 널린 식장에서 결혼서약을 실어증걸리기 일보직전의 얀붕이가 간신히 턱을 움직여가며 마치는걸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