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여기에는 무슨 일이예요 데오노라?"


천상의 종소리보다 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데오노라의 귓가에 매돌았다.


그래 이런 목소리였지

여가 기억하는 사테라의 목소리는....


사테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오르자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운 외형 또한 떠올랐다.


시로헤비 지팡구의 말로 하얀뱀이라는 뜻으로

그 말보다 더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눈꽃송이 처럼 하얀피부

비단결 같이 고운 머리

마치 눈꽃같이 아름답고 금강석처럼 빛이났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하얀 그녀의 피부와 절묘하게 어울려졌다.

마치 눈꽃에 맺힌 피물같았고

금강석에 박힌 루비같았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그녀의 수 많은 별명과 별호들 중에서 

그녀의 미와 관계된 것은 단 한개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사테라 그녀를 말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전장의 악마'라고


전장에서의 그녀의 몸은 언제나 붉은 색이였다.

마치 피를 먹은 눈처럼

새하얀 부분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몇 명의 인간들은 그녀를 붉은라미아라고 알고 있을 정도로

전장에서 그녀는 언제나 사람의 피를 뭍히고 살아왔다.


용기가 넘치는 자가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을 즐겼고

사람의 산 채로 잡아먹는 것을 즐겼고

살려고 발버둥 치고있는 죽어가는 자를 짓밟는 것을 즐겼다.


구시대부터 전장에서 악명과 무명을 쌓아간 그녀의 무력은 구시대부터 여와는 단 종이한장의 차이였고


신시대에 들어와서 몬무스가 되었을 때 더 강해져서 여와 동급이라도 할 만큼 강자가 되었다.


허나 여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이유는 그녀가 강해서가 아니다.


사테라... 그녀가 여와 동급의 강자이기는 하나 지금 우리에게는 마왕님이 계시고 최강의 용사께서 있으며

델에라와 하트의 여왕 그리고 여가 있다.

그 외에도 이름난 강자가 지금도 모이고 있다.


그녀 정도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전력이다.

오히려 벨에게 고문을 가하고 벨의 목을 조른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미친짓이다.


허나 여가 그녀에게 여가 도움을 청하려는 이유는....... 

그녀가 벨에게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래... 저주

시전자가 피시전자에게 내리는 사악한 것

매개체를 통해서 어떤 자에게 내리는 사특한 것

심하면 상대방을 죽일 수 도 있는 악독한 것

시전자가 해제하지 않는다면 피시전자가 죽지 않는다면 결코 해제되지 않는 것


뭐... 사실 그녀가 건 저주는라 별 것 없다.


그녀가 벨에게 건 저주는

'언제나 시전자에게 위치를 노출당하는 저주'에 불과하니까


언제나 벨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뿐임 저주이니까


그래서 처음에 이 미친년을 제압했을 때는 그녀를 추방시키려고만 했을 뿐이지만

언제나 이 미친년이 벨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이 년을 감옥에 가둬두고 있다.


고작 위치를 파악하는 저주로 감옥에 가둬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라

벨을 노리는 자를

심지어 벨의 위치도 언제나 알 수 있는 자를

수중에서 풀어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렇기에 그녀를 감옥에 가둬두고

그녀가 저주를 해제할 시 그녀를 감옥에서 풀어주겠다고 하였지만.....

그녀가 20년 째 수감 중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녀는 20년 째 저주를 걸고 있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다.

현재로써는 벨의 위치와 안위를 알 수 있는 자가 사테라뿐이라는 말이다.


물론 마왕님과 용사가 납치범들이 쓴 순간이동 마법을 분석한다면 그자들이 이동한 위치를 알 수 있지만

그자들이 한 번만 순간이동했을리는 없고

계속 이동중일 테니


지금은 그녀말고는 그 누구도 벨이 어디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벨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테니

벨이 순간이동했고 계속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그녀도 잘 알고 있겠지

벨이 납치된다는 것을


그리고 태평한 그녀의 상태를 보건데 벨은 아직 살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벨이 살아있다.

벨이 살아있다.

내 아가가 살아있다.

내 사랑이 살아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가슴 속에 희망이 벅차 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벨을 구할 수 있다.

그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꺼림직하지만

벨을 구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그러니 여는 사테라에게 부탁해야한다.

제발 벨을 구해달라고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

감옥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에는 수 많은 마법진들로 포박되어지고 있는 사테라가 보였다.


그녀는 여를 보면서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이겼다는 듯이


그래... 이긴 것은 그녀가 맞겠지....

그녀는 무려 20년을 버텼으니까


그녀의 기다림이 열매를 맺었으니까

벨을 구해주는 대가로 그녀에게 무엇이든지 내주어야 하니까....


"어머... 데오노라 이게 얼마 만이예요?" 

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사테라는 가소롭다는 듯이 여를 비웃고 있었다.


그녀의 비웃음에 손에 힘이 들어갔으나 순식간에 풀렸다.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사테라"


"어머.... 20년 만에 만난 아내에게 안부인사는 못할 망정 부탁부터 하다니....."


"사테라... 급합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 아닙니까?

벨이 납치당했습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머나..... 데오노라 안타깝게됬네요... 벨이 납치당하다니 어쩌면 좋아요?

저는 지금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어서 도와줄 수가 없는데..

하지만 데오노라가 저를 풀어준다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그리 말하면서 그녀는 여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마법을 풀라는 듯이


여가 멍청이로 보이는가?

어디서 수작질을......


유일하게 벨의 위치를 알고 있는 그녀를 풀어준다면 그녀는 그 즉시 벨을 향해 순간이동할 것이 분명하다.

벨을 노리는 년 혼자서 벨에게 간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사테라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벨이... 내 아이가 있는 곳만을 가르쳐주십쇼.

그러면 벨을 구한 후에 풀어드리겠습니다.

저주를 해주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단 이 드라고니아에서는 추방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벨의 곁에도 접근금지이고요"


여의 제안에 사테라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우더니 아까까지 했던 존칭까지 버려가면서 여를 노려보았다.

"이봐..... 데오노라 장난해?

벨이 걱정되지 않나봐?

나한테 그런 제안이나 하고 말이야?

지금 누구에게 칼자루가 있는지 모르겠어?

벨이 납치당해서 한 시가 급한 지금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할 처지가 아닐텐데?"


.... 욕심 많은 뱀년

그러나 저 뱀년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은 없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테라?"


"뭐 별 것 없어...

단지 벨의 곁에만 있게 허락해주면 되"


.....젠장

"알겠습니다.

단 저와 계약 하나 하시죠

절대로 벨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과

사건이 풀릴 때까지 제 곁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에만 동의한다면

당신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당신의 제안까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여의 제안에 사테라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동의할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를 구속하던 마법진들이 산산조각 나더니

자유가 된 그녀에게 몇 가지 마법진들이 다시 얽혀왔다.

음.... 계약이 잘 이행되었군


자유가 된 그녀가 그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 몸이 결리듯이

몸을 털어대면서 여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면 계약을 지켜야겠지?

벨이 있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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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