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커다란 프로젝트가 성공한 기념으로 회사직원들 다같이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1차에서 조용하다 싶던 회식이 2차에서 분위기가 달아올라 다들 부어라 마셔라 하였고

과장님과 부장님이 과음으로 제 몸을 못 가눌 수준이 되어서야 해산할 틈이 보였다.

와중에 팀장님은 와이프 바가지에 못이겨 나에게 뒷처리를 맡기고 도망가버리셨고...

두분을 부축해서 억지로 3차를 가자고 하시는 것을 다음에 같이 가시자고 설득하여 어찌저찌 돌려보내고서

술자리에 다시 돌아가니 다른 직원들은 이미 집에 돌아가고 없는 모양이었다.


" ...하아 "


허탈함에 한숨이 나왔다.

최근, 여직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딱히 나쁜짓을 한 기억은 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여직원들에게 미움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과의 말수도 줄어버렸고

아마 지금같은 경우도 자연스럽게 귀가타이밍을 잡고 가버렸을거라고 생각한다.

답답한 마음에 컵에 냉수를 따라 마셨다. 식탁에 컵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소파에 놓여져있는 가방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놓고간걸까?

라고 생각하자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 아... "


" 얀순씨, 아직 집에 안가셨어요? "


그녀의 이름은 얀순씨, 성격이 조용한 탓에 주변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에 조금 챙겨줬었다.

덕분인지 다른 여직원들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그녀만큼은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 ㄴ, 네...잠시...화장실...갔다오느라... "


떨리는 목소리로 늘어트리듯이 말하는게 얀순씨의 말버릇이었다.

몸도 같이 떨리는 바람에 내려오는 안경을 곧잘 검지로 올려주곤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우스꽝스럽게도, 내가 여직원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기 전에도 나름 호감은 있었지만

직장 따돌림 같은걸 당하다보니 그녀에게 뭔지 모를 연대감을 느끼고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깨라인보다 살짝 더 내려온 단발머리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 다들 이미 돌아간것 같은데 같이 갈까요? 역까지는 바래다 드릴게요 "


사람들도 모두 돌아갔겠다. 우리도 집에 돌아갈 일만 남았으니 자연스럽게 권유 해보았다.

거절당하면 꽤나 상처 받을 것 같은데...


" 네...좋아요 "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멋쩍게 웃었지만

그 웃음 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이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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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게 대화하면서 걸어가던 도중에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빗줄기가 꽤나 굵어져 나와 얀순씨는 잠시동안 문닫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러모로 잘 안풀리는 날인것 같네...

그나저나, 처마 밑에서 두명이 같이 서있다는건 꽤나 좁게 느껴지는구나

주변에 열려있는 가게도 없고, 인적이 적었던 거리라서 무언가 미묘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근데...왜 이렇게 갑자기 졸린거지...?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잠 이라도 깰겸 우산이라도 사와야 할까...라고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 많이...내리네요... "


어색한 공기를 풀으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얀순씨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 그러게요, 제가 가서 우산이라도 사올게요 "


" 아, 아니에요 얀붕씨...그럴...필요는... "


" 아니에요. 근처에 편의점 한두군데정도는 있... "


왼쪽에 서있던 얀순씨가 내 소매자락을 붙잡았기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얀순씨가 왼손으로 가리킨 곳은...

모텔...?


" 어, 어차피...!막차 시간도 다 돼가니까요...!오, 옷도....많이 젖었고... "


그녀의 높아진 목소리. 처음들었다.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푹 숙인 고개에서 그녀의 은은한 샴푸향이 올라왔다.

나는 벙쪄서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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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텔방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타올만 걸친채로 침대에 앉아있다.

그녀가 씻는 소리가 들린다...샤워기가 물을 흩뿌리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긴장되는 소리였나?

격양된 가슴을 애써 쓸어내리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남자가 리드해야 할 것인데

성실하게 자라온 사람이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잠이 쏟아져서 제대로된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남자로써 실격이야...

고개를 숙이고 긴장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때,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나와 똑같이 갈아입을 옷이 없었던 그녀도. 타올 한장만 걸친채로 아무렇지 않은듯 화장대 앞에 앉아서 머리를 말린다.

문득, 귀가 붉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긴장하고 있구나.

긴장감이 한층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긴장하지 않도록, 내가 리드하지 않으면...

그런데...정말...아까부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잠이...쏟아져서...아...


' 털썩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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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나를 핥는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어라...이건 뭐지...강아지인가?

힘이 안들어가...너무 몽롱해...

감각이 돌아오고, 청각이 회복되는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내 얼굴을 핥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다.

강아지? 는 아닌것 같다...



" 하아...하아...♥ "


그리고 누군가의 격양된 숨소리...


" 얀붕씨...얀붕씨♥ "


" 얀순씨...? "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일을 보고 경직했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기절하듯 잠들었고, 침대에 눕혀져서...얀순씨에게 핥아지고 있었다.

얼굴이 침범벅으로 되어있는게 느껴졌다.


" 어머 얀붕씨...일어나셨네요 "


" ㄴ, 네...저 얀순씨...이게 어떻게 된거죠? "


내 질문에 익살스럽게 웃는 그녀였다.


"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얀붕씨...얼마나 많은 계획을 짰는지 몰라요... "


계획...?

단어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눈빛이 살짝 뒤틀려있음을 알수 있었다.

이거...뭔가 좀 위험한 느낌인데...



" 얀붕씨...오늘 드디어 이루어지는거네요, 저의 길고 길었던 소망이... 오늘을 위해서 얀붕씨의 취향에 맞추려고 매일매일 스토킹하고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얀붕씨의 시선만 계속 따라다녔어요...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


그녀가 잠시 뜸을 들였다. 시선이 위로 향했다가 점점, 천천히 나와 시선을 맞춘다.


" 얀붕씨가 쳐다보는 여자들을 죽이고싶은 살인충동을 억누르느라...엄청 많은 감내를 했답니다...? "


양손으로 자신의 두 뺨을 가리며 엄청난 말을 뱉는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광기로 물드는 것이 느껴진다...

나를 눕히며 점점 가까워지려고 한다.


" 얀붕씨가 저에게 잘해준 그날부터...저는 얀붕씨만 생각했어요...향기, 체형, 옷, 성격, 얼굴, 이름 모두, 모두, 모두...!!! "


" 저도 물론...얀붕씨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모든걸 바꿨어요...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얀붕씨 집에 몰래 들어간건 용서해주실거죠? "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뱉는 통에 대답을 할수가 없다.

그녀의 눈빛이 한순간 바뀌었다.


" 저...이렇게나 노력했는데...칭찬 안해주실 건가요...? "


칭찬을...해야할까?

칭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칭찬하면 방금과 같은 행동이 지속된다는 것 아닐까?

나는 여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대답을 못하고 벙쪄있자 그녀가 선수를 채갔다.

나를 눕히고, 기습적인 키스가 들어왔다.

혀가 얽혀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가 엉켜 타액을 섞는다.

정열적인 키스를 넘어 무언가를 갈망하는듯한, 그런 키스

한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소리, 간간히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방안에 퍼졌다.

그녀는 만족한듯, 침을 늘어뜨리며 간신히 입술을 뗀다.


" 얀붕씨의 침 맛있어...♥ "


" 저는...얀붕씨의 취향이라면...뭐든지 알고 있어요♥♥ "


그렇게 말하곤 침대에 누워 강아지가 주인에게 하는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 이렇게...여자를 밑으로 바라보는걸 좋아하시죠? 여자가 복종하는걸 좋아하시죠? 후배위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엉덩이를 때리기 편하잖아요? 그러니 어서 제 배를 쓰다듬어주세요, 저를 얀붕씨의 강아지로 만들어주세요♥♥ "


나는...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 멍♥♥ "


그녀가 강아지처럼 짖는다.

나는...얼떨결에...그녀의 페이스에 말려...

정말...그럴까?

이렇게나 나를 잘 알아주고...유일하게 나를 잘 따라주고...정말 내 취향의 여자인 건데...

그저 당황해서, 상황이 흐르는것에 휘말려서...?

나도 이젠 나를 모르겠다...


" 어서요 주인님♥ 저에게 주인님의 증표를 새겨주세요♥♥ "


나는...여기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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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씨는 남들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출근해서 해야 할일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어렵게 일어나 세안을 마치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집을 나선다.

직장에 출근하면 아무도 없다. 항상 그녀가 1등이다.

그때부터 그녀의 진짜 일과가 시작된다.

책상 밑 서랍에서 포스트잇과 펜을 꺼낸다.

얀붕씨가 쓴 것처럼 악질적인 말을 적어낸다.

그 포스트잇을 여직원들의 책상에 붙여둔다.

만약 얀붕씨가 일찍 출근하게 된다면? 괜찮다. 어제 그는 밤늦게까지 집에서 잔업을 하느라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는 일이 있어도, 선물로 준 가방 악세서리에 내장 되어있는 GPS로 위치를 확인하면 될것이다.

여직원들이 출근하고, 불쾌한 얼굴로 포스트잇을 찢어서 휴지통에 버린다.

계획이 성공하면. 얀순씨는 살짝의 행복을 느낀다.

음침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낮에는 해킹한 그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불쾌한 말들을 직원들에게 던진다.

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만한 선을 지켜서.

최대한 그를 피하는 정도로만.

다행히도 얀붕씨는, 카카오톡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알람은 내가 다 꺼놨으니 괜찮다. 빠르게 톡을 보내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매일하는 일과임에도 불구하고 성취감이 더 달아오른다.

오늘은...회식하는날...

그의 물컵에 약을 타서 모텔로 데려갈 계획인 것이다.

이 모든걸 얀붕씨는 몰라도 된다.

그저, 얀순씨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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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많이 부족한게 느껴지네요

전에 AK12소설로 많은 분들이 정신적 피해를 받은것 같아 얀데레 소설을 하나 바칩니다 ㅎ

여러분들의 니즈에 제대로 충족했을지 모르겠어여

참고로 물컵에 약탄건 의외로 얀붕이가 약빨이 잘 안들어서 어찌저찌 모텔로 데려가긴 한 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