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야, 어딨니.


다우징로드를 들고 수맥을 찾는 사람처럼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와이파이를 찾아 찜질방 여기저기를 돌아가니기 시작했다.


진성 흙수저인 나에게 데이터 무제한은 꿈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문명의 이기다.


아니 뭐 서비스같은것도 이기라고 치나? 잘 모르겠네- 그냥 뭐 문명의 서비스- 아니 자본주의 서비스라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겠다.


원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고, 돈이 없어도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그러니 머리도 나쁘고 돈도 없는 나는 남들보다 두 배로 구를 수 밖에 없는... 그런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오오- 잡힌다 잡혀.... 


베터리가 빵빵하게 있는 휴대전화가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여자 취침실에 들어가야 신호가 강해진다는게 문제지만... 안을 슬쩍 들어다보니까 뭐... 컴컴한게 아무도 없었다.


... 뭐 거슬리면 말해주겠지.


근처에 굴러다니는 목침을 베고 바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바로 휴대전화로 네이버, 아니 나베르라고 적혀져 있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믿었던 영국 '아델라' 총리마저.... 미국 '탈리아' 전 대통령 추하기 전에 내려와..라고 말해 파문'


'10초간 침묵한 김재연 대통령... '파격 인사' 논란'


.... 삼성도 없어졌는데,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아 괜찮아. 뭐 예상한 결과다.


이번에는 네이버, 아니 나베르 지도를 한번 검색해보자. GPS 연동이 되어 지도에는 내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이 유식역 근처니까, 그 주위부터 천천히 늘려볼까? 유식역 입구를 중심으로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건드린다. 

특히 내가 있는 7번 입구를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았다.


삼성이 없어지고 LG가 없어진 마당에 지하철의 역 이름이 몇개 바뀐거는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홍대 입구는 청대 입구로, 강남역이 있어야 할 곳에는 초서역 등등, 자신이 알고 있던 역 이름과는 다른 노선표를 보니... 머리가 좀 아찔하긴 하지만.. 아니 뭐.. 그건 그냥 대충 넘어가자.


그런거 하나 하나 따지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신경 써야할게 많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이 정도면 역 이름만 같지, 내가 알고 있는 동네랑은 완전 다른 동네인데... 이제부터는 어쩌지...?


그래도 한가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몇몇 군데는 유식역처럼 이름이 같긴한데, 진짜 말 그대로 유식역처럼 이름만 같지 막상 가보면 내가 알고 있는 역이랑은 다른 곳일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일단 여기서 하룻밤 더 지낼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갈데도 없는데 굳이 바깥에 나가서 고생을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세계랑 같은 곳일까?


아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긴 한데.. 그.. 차원 이동이니 뭐니 그런거. 혹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닐까?


조아라나 문피아 소설을 보면 이런 내용 많이 나오잖아, 담배 사러 바깥에 나갔는데 이세계로 전이했습니다. 평범한 안마사인 내가 이세계에서는 명의?


어느 날 창작물 속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일어나고 보니까 20년 전 그날로 회귀를 했다, 12년간 같은 게임을 하면서 고인물이 되어버린 나, 어느 날 게임 속에 빙의 해버렸다??


뭐 그런거, 혹시 시발 그런게 지금 내게 일어난건 아닐까?


왠지 병신 같지만 신빙성 있어 보였다. 아니, 뭐 그거 말고는 지금 내게 처한 이 상황을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속한 이 세계가 혹시 남녀간의 성별이 역전된 정조역전의 세계라면?


남녀간의 역할이 반전되었기 때문에 여자가 뺨을 맞고 물 싸대기를 맞는 장면이 고스란히 공중파 방송에 나와도 할말이 없는 그런 세계라면?


그럴듯 하다.


이 사회에서는 대통령이.. 여자지 않은가? 방금 인터넷 뉴스를 보니 영국의 '아델라'총리니 미국의 '탈리아' 대통령이나 우리나라의 '김재연'대통령.. 사진을 보니 전부 다 여자였다.


음.. 당연한 결과인가? 보통은 우리 사회에서도 남자가 대통령을 하는 법이니까, 남녀간의 성역할이 반전된 세계면 충분히 여자도 아니, 여자가 대통령을 하는게 맞겠지.


아니 하는게 어울리겠지? 모르겠다. 머리가 복잡하다. 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여자가 대통령을 할 수 있을까?


뭐 비하의 의미는 아니지만, 여자면.. 임신도 하고, 생리도 하고 이것저것 제약이 많잖아. 근데 어떻게 대통령같은 직을 할 수 있는걸까?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한번 해봤지만... 내 머리로는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예전에 할거 없을 때 조아라에서 남녀역전 관련 해서 소설을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 보통 거기서도 여자가 임신을 하는 문제는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보통 남녀역전에서 그런 식의 세세한 설정같은건 별로 신경 안쓰는 편이니까... 그래도 그런 남녀역전 소설 중 몇몇은 남녀간의 임신 문제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는 했는데, 대부분 내용이 아마...


해마처럼 여자가 수정란을 남자 입에 밀어 넣으면 남자가 대신 애를 임신한다거나, 아니면.. 음.. 보통 그런 식의 설정을 쓰고는 했지.


손가락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린다. 아니 시발.. 그런건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터치 스크린을 눌러 임신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최대한 가까운 곳을 목적지로 정한 아름이, 어디로 갈지 정해졌으면 다음에는 그곳으로 갈 일만 남았다.

출근 시간이랑 겹쳤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이것저것 곤란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수정란이 자궁 벽에 착상하여 모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태아로 발육하는 과정이다- 나베르 사전.

여성의 임신 기간은 수정된 날로부터는 266일, 수정을 하지 않은 날부터는 280일이다.


... 대충 짧은 시간이지만 사전을 훑어본 결과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도 여자가 아이를 임신하는게 당연한 사회였다. 불행 중 천만다행이네. 근데 이러면 남자가 너무 유리한 사회 아닌가?


아니면 이 세계의 남자는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보수적인 사회라서 함부로 몸을 놀리는 사람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그런 사회인가?


그래서 여자를 만나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와 부인를 돌봐주는 그런 인생을 사는거지, 잘 모르겠다. 


이런 남녀관계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이트는 없을까? 스크린을 두드려 인터넷 사이트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그 중에서 국내 야구 동호회 갤러리라는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야구 동호회 갤러리라면, 아무래도 여기서는 여초적인 사이트겠지? 


내가 생각하는 것 처럼 남여의 성역할이 반전 된 세계라면 야구같은 구기종목을 주제로 한 갤러리는 여초 사이트가 분명할 것이다.


[본인 솨솨대 생인데 욕먹는 것보다 야갤 먹어서 더 좋음]


[내년에 재수해서 어디로 갈까?]


[코코대 체육교육학과 최고 아웃풋]


[숭숭대 댄스부]


[야순이 패션 센스 ㅍㅌㅊ?]


[야순이 얼굴 이 정도면 ㅁㅌㅊ냐?]


[38살 야순이 저녁 밥 ㅁㅌㅊ?]


...야구 갤러리인데 하라는 야구 관련 글은 안 올라오고, 이상한 글만 올라오네. 근데 숭숭대 댄스부라고?


어떻게 학교 이름이 숭숭대냐, 게시판을 내리다가 [야순이 얼굴 이 정도면 ㅁㅌㅊ냐?]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눌러볼까? 스크린을 눌러 [야순이 얼굴 이 정도면 ㅁㅌㅊ?]라는 글을 눌러보았다.


서버가 안좋은지 사진이 업로드 되는데 시간이 좀 버벅거렸다. 사진이 업로드 되는 동안...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보통 정조역전 세계면 평범한 남자가 엄청 이쁜 여자에게 달라붙고 뭐 그런 내용이 자주 나오거나, 아니면 엄청 무슨 성욕에 미친 색마 컨셉 잡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고 다니는 뭐 그런 류의 소설이 유행하지 않는가?


정조 역전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서 관계를 가지는건 굉장히 쉬운 일로 묘사되고는 하니까.


어.. 사진떳다.


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탄식. 뭐 당연한 결과지만 정조역전 세계라고 모든 여자들이 예쁘거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뭐.. 그야 우리 남자들도 잘생긴 남자, 귀여운 남자, 뭐 존나게 터프한 남자가 있으면, 그와 반대로 못생긴 남자, 웃기게 생긴 남자, 짜증나게 생긴 남자 뭐 그런류의 남자들이 있으니까.


더럽게 여드름 난 피부, 뻐드렁니와 돌출된 입, 그리고 낮은 콧대와 넓은 콧볼, 좁은 이마와 도수가 얼마나 높은지 눈이 작게 보일정도인 안경 등등...


얘는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원래 우리 사회에서도 남자는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능력이 전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댓글을 보니 역시 사람 생각은 전부 비슷한것 같았다.


[우리 레즈는...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레즈야... 힘내라 이거야! 여자는 봊나 능력만 있으면 당당하다 이거야!]


[우리 레즈는 엄마가 뱃속에서 기를 때 공정에 뭔가 착오고 있었는것 같다. 다시 태어나라 이거야! 환생 치료가 답이다!]


[레즈야...요즘은 여자들도 성형 많이 한다...돈 많이 벌어라]


정조역전의 세계라고 외모의 기준은 뭐.. 크게 다르지는 않은것 같다.


게시판을 뒤돌아가, 이번에는 [숭숭대학교 댄스부.GIF]라고 적혀져 있는 게시글을 보았다.


움짤이라서 업로드가 느려, 댓글을 먼저 읽어 봤는데.... 올라온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댓글이 벌써 13개가 달려 있었다.


[ㅓㅜㅑ.... 옵빠...]


[퍄퍄퍄퍄퍄]


[옵빠... 나 죽어...]


[니믜 씌빨.. 우유통 낭낭하게 빨고 싶노 ㅎㅎ]


ㄴ[우리 레즈는 파라과이에서 갤질 하네?]


ㄴㄴ[파라과이 방패 단단하네 이거야]


ㄴㄴㄴ[파라과이 언니 언니 빽만 믿겠다 이거야]


ㄴㄴㄴㄴ[어떤 여자가 꽃밭에서 두 손을 벌리고 있는 사진]


ㄴㄴㄴㄴㄴ[어떤 여자가 혓바닥으로 칼을 핥고 있는 사진]


ㄴㄴㄴㄴㄴㄴ[어떤 여자가 정장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ㄴㄴㄴㄴㄴㄴㄴ[어떤 여자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ㄴㄴㄴㄴㄴㄴㄴㄴ[어떤 여자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버스에서 내려가는 사진]


아니, 이 여자는 대체 뭔데 이렇게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거지? 어 움짤 떴다.


음... 올라온 움짤을 보니 속이 메스껍다. 내 나이 또래의 평범한 남자 아이가 반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 움짤이었는데, 조금 안무가 격렬했다.


내가 댄스는 잘 모르지만, 브레이크 댄스를 추느라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장면을 편집했는데, 어... 음... 조금 기분이 어색하다고 해야할지,


아니 뭐 당연히 움짤이 올라오고 그런건 뭐.. 여자니까. 여자니까 올라올 수 있는데, 계속 움짤 속의 남자아이의 춤이 묘하게 여자 아이돌 스럽다고 해야할지.. 춤선이 조금 부드럽다고 해야할지..


원래 세계의 여자 아이돌이 추면 어울릴법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조금 메스껍다고 해야할지...


아니 좀 남자면 출때 추더라도 좀 파워풀한 춤을 추고 그래야지 이거는... 하... 미꾸라지도 아니고


[개 역겹네;;; 여자들은 이런걸 좋아하냐??] 그런 댓글을 달고 게시물에 비추를 하나 날렸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한번 하니, [ㄴㄷㅈ],[네다좆]만 달려 있었다.


뭐지? 네 다음 좆돼지? 그런걸 의미 하는걸까? ... 뭐 신경쓰면 복잡하다. 다른 글을 클릭해보자. 이번에는...뭐지 이거는?


이번에도 [숭숭대 댄스부22222.GIF]라고 적혀져 있었는데 댓글 수가 장난 아니었다. 업로드 시간을 보니 불과 1분도 안지났는데,  댓글 수가 벌써 140개를 돌파하고 추천수는 300개를 돌파했다.


대체 시발 얼마나 쩔길레 1분만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거지? 폭발적인 반응에 궁금해진 나는 사진을 한번 눌러보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아 여우가 아니다... 그저 킹갓....]


ㄴ[감사합니다 선생님!!!!]


ㄴㄴ[감사합니다 선생님!!!!]


ㄴㄴㄴ[감사합니다 선생님!!!!]


ㄴㄴㄴㄴ[감사합니다 선생님!!!!]


ㄴㄴㄴㄴㄴ[여우 센세 압도적인 감사!!!!]


대체 어떤 사진이길레 그런거지..?


어 업로드 됐다. 스크롤을 위로 올려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음? 중간에 업로드가 덜 된건가?


어떤 영감이 구질구질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깨 아래로는 업로드가 덜 된건지 아직 나오지가 않았다.


공용 와이파이라서 업데이트가 아직 덜 된건가? 하고 확인을 해봤는데, 음... 30초를 더 기다렸는데도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스크룰을 아래로 내려보았다.


여우가 한쪽 발을 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안심하라구! 나쁜 할카스는 사막 여우가 물리쳤으니까]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당신은 사막 여우 센세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댓글에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는 글과 함께 추천을 박지 않으면 할카스의 저주가 오게 됩니다.


할카스의 저주라는게 대체 뭐지?


그리고 이 압도적인 추천수는 또 뭐고? 벌써 1000을 넘겼잖아? ... 이 세계의 여자들은 조금 이상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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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배물 포기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