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yandere/9640260

"어? 왜 내 방 문이 열려 있지?"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오랜만이구나, 용사여, 3년만인가? 날 내팽겨치고 그대는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나 보군."

"마왕? 네가 왜 여기 있어?"

마왕이 있었다.

세월이 지났음을 암시하듯이, 그녀의 머리에 있는 뿔은 더 자라 있었고, 눈동자는 더 붉은 빛을 띄었으며, 등 뒤의 날개는 더 자라 있었고, 몸도 전체적으로 성장해 있었다.

"전에 살던 세상은 어떻게 했어?"

"아아, 멸망시켰다. 그대의 가치를 모르는 세상은 필요 없지 않나? 그래서 그곳의 모든 걸 집어삼키고 차원을 뛰어넘기 위한 에너지로 사용했지. 그럼, 이쪽에서 앞으로 잘 부탁하마. 용사."

"잠깐, 난 여기서 산지 17년이나 지났는데, 왜 3년만인거야?"

"음? 그대가 인간들에게 의해 처형된 후, 분노한 난 2년 동안 세상을 멸망시키는 일에 착수하고, 세상을 먹어치워 이쪽 세계로 넘어가는데 1년이 걸렸으니까, 3년이 맞을 것이다."

아무래도 세계 사이에 흐르는 시간은 상대적인 것 같다.

"그럼 넌 이쪽 세계로 넘어오자마자, 내 집을 바로 찾은 거고?"

"물론이지, 그대의 영혼의 기운을 쫓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 잠만... 그럼 마왕 넌 살 곳은 있냐?"

"음? 걱정 말게나. 너를 찾아가는 중에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은 모두 얻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이미 집도 다 구했고, 여기서 살기 위한 신분도 이미 구했지. 아, 참고로 내 집은 네 옆집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 방에서 나갔다.

그래도, 전생에 알던 자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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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생각해 보자. 나는 현재 이 세상에서 고등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옆집에 전생에 알던 마왕이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살기 위한 신분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그녀가 뭘 하겠나? 당연히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전학 오겠지.

그리고 내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자, 오늘은 전학생 한 명이 온다."

"쌤! 여자인가요?"

"그래 나 여자다."

"아니 쌤 말한 게 아닌데...."

"자자, 전학생 들어와서 자기소개 해봐라."

드르륵, 문이 열리고 예상대로 마왕이 들어온다.

"이화영이다. 잘 부탁한다."

그녀는 변신 마법을 썼는지, 하얀색이었던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변했고, 눈동자도 검은색이 됐고, 뿔과 날개는 사라진 상태이다.

"으음... 자리가 두 자리 비었구나.... 어디에 앉힐까...."

"선생님, 전 용철이 옆자리에 앉겠습니다."

"음? 용철이랑 아는 사이니?"

"네. 꽤 오래된 사이입니다."

"그래, 그럼 용철이 옆에 앉도록. 자자! 전학생이랑 얘기는 나중에 하고, 조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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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디서 왔어?"

"용철이랑은 무슨 사이야?"

아니나 다를까, 조회가 끝나자마자 그녀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녀는 내게 바투 다가와 나에게 질문한다.

"음... 인간들은 원래 새로운 존재가 오면 이렇게 질문하는가?"

"우리 반이 좀... 다른 애들한테 관심이 많아서 그래, 애들 질문에 대꾸좀 해줘."

"음, 알았다. 아, 너의 전생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으마."

그녀는 반 친구들이 하는 질문들에 답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용철이 이 부러운 새끼~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니~"

"뭐? 여자친구 아니야. '여자 사람 친구'이지."

"그래 그래 여자 사람 친구겠지~~"

"아니 진짜..."

물론 전생에 내가 그녀와 친했던 건 맞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평화롭게 지낸다면 더 친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라니... 그 관계를 맺기에는 그녀는 나한테 과분한 여자이다.

"음? 여자친구라는 게 무엇이냐?"

"어? 전학생 대체 어디서 온 거야? 여자친구라는 말도 모른다니 ㅋㅋㅋ 어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해서 사귀고 있을 때 그 여자를 남자의 여자친구라고 하는 거야."

"음? 그럼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지어미가 되는 것이냐?"

"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나저나 너 말투가 좀 옛스럽다. 특이하다."

"지어미... 지어미라.... 용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 갑자기 왜?"

"그야, 우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지 않느냐?"

"어.... 그렇긴 하지?"

"그럼 한 번 말해봐라. 그 긴 시간 동안,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어... 집 가는 길에 말하면 안 될까?"

"용철이~~ 이제 여친 생기는 거야?"

"잠깐잠깐 그게 아니라..."

"그래그래~ 열심히 해라 이 형님과 친구들은 눈치가 있으니까 빠져 줄께~~ 얘들아 가자! 얘네 둘이 서로 담소 나누게!"

반 친구들은 작당이라도 한 듯 반에서 나갔고, 결국 교실에는 우리 둘만 남아있었다.

"자, 말해보게나,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생각이고 자시고..."

"난 그날 그대가 죽은 이후로, 분노에 휩싸인 채 3년을 보냈다. 인간들을 죽이고, 그대의 가치를 몰라본 그 세상을 멸망시키고 이리로 넘어왔지. 그래도 상관없다. 그 힘든 세월 끝에 다시 널 만나게 됐으니까. 자, 난 그대를 소중하게 대할 준비가 됐다. 그대는 준비가 됐느냐?"

마왕, 이화영은 내 얼굴에 손을 갖다대고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다.

"내... 지아비가 되겠느냐? 날, 너의 지어미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

"....!"

김용철은 얼굴에 붉은 빛이 돌며 당황한 채 밖으로 나왔다.

"어? 어떻게 됐어 용철아?"

"그러게~ 걔한테 고백은 잘했어?"

"아니, 오히려 이화영이 나한테 고백 비스무리한 걸 한 것 같아서... 질문 하나 하겠는데, 지어미와 지아비가 무슨 뜻이야?"

"어... 지아비는 남편을 옛스럽게 부르는 말이고, 지어미는 아내를 옛스럽게 부르는 말인데? 왜, 설마 걔가 너한테 지아비가 되달라고 한 거야? 씨발 복받은 새끼!"

"개 부럽네 씨발! 누구는 17년째 솔로인데!"

"신이시여! 자비가 있다면 이 기만자에게 번개를 내려주소서!"

반 남자애들은 광기에 빠졌고, 반 여자애들은....

"와, 그럼 지금 전학생이 너한테 고백했는데 그걸 내팽겨치고 나온거야? 쓰레기네!"

"아니 잠깐만, 고백이 아니라 청혼 아냐? 씨발 개쓰레기 새끼!"

"야 김용철! 걔 청혼 좀 받아줘라! 물론 저 여자애가 아깝긴 하지만!"

"그래그래 받아줘라 좀!"

이화영이 고백을 한 사실을 듣고 나한테 빨리 고백을 받으라고 하고 있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린다.

"음? 용철, 왜 대화를 나누다 밖으로--"

"야야 전학생! 너 쟤한테 고백한 거야?"

"음? 지아비가 되달라고 말했으니, 고백이라 할 수 있지."

"너, 쟤 어디가 맘에 든 거야?"

"음? 오래 전 고독의 늪에 빠진 채 가만히, 시체처럼 있던 나를 그 늪에서 꺼내주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자가 바로 용철이다. 내게 손길을 내밀고, 대화를 나누었다."

"어... 그러니까, 넌 지금 너랑 첫번째로 말을 나눈 애가 용철이라서 걔가 지금 마음에 든다는 거야?"

"그러하다."

"와 씨... 용철이는 무슨 말을 했길래 얘가 이렇게 푹 빠진 거야? 야 용철! 너 얘 처음 만날 때 무슨 말 했어?"

"어? 그게...."

당연히 말할 수 없다. 그러려면 과거에 내가 용사였던 시절의 얘기를 해야 되는 거니까.

"아니 용철아 너 어떻게 말한 건지 이 형님에게 좀 알려줘라! 나도 그렇게 말해서 여자친구 좀 만들게!"

"그래그래! 너만 커플이냐? 우리도 커플이 되고 싶다!"

"아 씨발...."

결국 난 전생의 정보와 관련된 말을 제외한 채로 내가 그녀에게 말한 것을 그대로 말해줬다. 솔직히 지어내느라 좀 힘들었지만.

"좋아! 이 말만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다!"

"가자! 여자친구 만들러!"

그렇게 대부분의 남자애들은 어딘가로 갔다. 

뭐, 십중팔구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겠지만.

"자, 이제 조용해졌으니, 내 고백을 받아주겠느냐?"

"어?"

"용철아, 내, 고백을, 받아주겠느냐?"

망했다. 말투가 점점 세지고 있다.

"설마, 나만 너한테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냐?"

물론, 나도 그녀한테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마왕과 용사라는 특수한 관계에 놓여져 있었고, 또 나라는 자에게 얽매이기에는 그녀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도 내게 마음이 있으니...

"알겠어. 되줄께. 네 지아비가 되줄께."

"정말이냐?"

"그래."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대 귓속말을 했다.

"전의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평화로운 만남과 일상을, 지금 여기서 보내자."

"후훗. 역시 그대가 마음에 든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