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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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1)

― 잠깐만, 왜 하필 너야?









나무에는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그 아래에 드넓고 녹음이 가득한 운동장에서 축구공 하나가 날아갔다.

벤치나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있는 여학생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거리며 웃고, 운동장과 농구코트엔 남학생들이 각자의 취미에 푹 빠져서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1층에 딸린 작은 매점에는 간식거리를 사려고 북적이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학교 건물 옆에 딸린 급식실에선 포만감에 행복해 보이는 학생들이 걸어 나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새 학기를 열지만, 때론 개성적인 방법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점심시간을 즐기러 떠난 빈 교실 복도와 학교 밖에서 들리는 행복한 소리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카일 웡이라는 남학생…

자기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만지작거리는 손에는 취미로 수집하는 카운터즈 카드 뭉치가 있었다.



‘카운터즈!’

카운터라는 주제를 응용하여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이를 카드 게임으로 만든 것.

간혹 기간 한정 카드라며 실제 카운터가 들어간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상의 인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종의 ‘듀얼’이라는 게임도 가능했지만, 딱히 잘 맞는 친구가 없는 카일에게 있어선 듀얼 보단 수집한 카운터즈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감상하는 게 하나의 낙이었다.


선생님들은 혼자 지내는 카일을 걱정했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꽤 오랜 시간 혼자 학교생활을 해온 카일에게 있어선 지금이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다.




“아이씨…”




카드 한장이 팔랑거리며 책상 밑으로 떨어졌다.

귀찮다는 듯 떨어진 카드를 주우며 살짝 짜증을 내더니, 카드에 붙은 먼지를 후- 하고 불어 떼어낸다.





마음이 가장 안정적인 지금, 이 순간.

카일이 혼자 있는 교실 복도 쪽 창문에서 한 여학생이 까치발을 들어 눈만 빼꼼 내밀었다.

빈 교실에 홀로 앉아있는 카일에게 동그랗게 뜬 붉은 눈동자가 고정된다.


보통은 그러다 지나가곤 했으니, 카일은 시선이 느껴져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안 좋은 쪽으로 유명 인사인 터라, 대부분 알아보고 기피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건 카일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반응해서 불쾌한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여학생은 그것보다는 좀 더 다른 것에 집중한 듯했다.

마치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뜸과 동시에 창문 아래로 여학생이 사라졌다.


후다닥 뛰어오는 발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쾅!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교실 앞문을 벌컥 열더니, 성큼성큼 교실로 걸어들어오는 여학생.




“야!! 그거 뭐야?!”

“…!!”




소스라치게 놀란 카일이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운 속도로 책상 위에 두었던 카드와 검은색 틴케이스를 황급히 책상 밑으로 감춰버렸다.

하지만 단발머리의 여학생은 카일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 듯, 붉은 눈을 반짝거리며 카일의 자리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다가오는 타인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는데, 그것도 일면식 하나 없는 다른 반 여자애가.

당황한 카일이 여학생을 향해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나, 나가주십시오! 교칙 위반입니다!”

“어? 너 왜 같은 2학년인데 존댓말 써? 근데 어차피 너 말고 아무도 없잖아~ 좀 들어오면 어때서~”




보통은 여기서 이상한 애 취급하고 가버리곤 했었지만, 여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던 다른 반 학생들도 놀라 교실 안을 힐끔 보고 가버리거나, 혹은 계속 서서 구경하거나…


지금 왠지 모를 위기감과 부담감을 느낀 카일은 두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더니,

여자아이가 문을 열면서 만들어냈던 큰 소음만큼 큰 목소리로 매섭게 소리를 질렀다.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잖습니까!!”

“흐으음…?”




이미 카일의 자리까지 거의 다 온 여자애.

흥미롭다는 듯 음흉한 미소, 카일은 불쾌해하며 더더욱 손에 쥔 카드들을 꼭꼭 숨겨버렸다.


때마침 교실로 오던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멋대로 들어온 여학생을 보고는 호통을 쳤다.




“너! 몇 반이니! 당장 안 나가?!”

“에이…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나중에 봐~”



구경났다는 듯 쳐다보던 복도의 학생들도 재빠르게 사라지고, 여학생도 카일에게 손 인사를 하며 빠르게 교실 밖으로 도망쳤다.

평화가 깨진 교실. 카일은 대충 숨겨놨던 카운터즈 카드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선생님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중년 여성쯤으로 되어 보이는 인자한 표정의 선생님은 상담일지라는 노트를 가지고 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카일의 앞에 의자를 돌려 자리를 잡았다.




“음… 그래, 카일. 새 학기는 좀 어떻니?”

“…똑같습니다.”




동떨어진 세계를 자신만의 방해하는 것.

그건 선생님도 예외가 아니었다.





“음, 그래. 그래도 반 친구들은 괜찮은 것 같고?”

“…네.”

“그러면 괜찮은 것 같으면 친구들이랑…”



선생님은 겉도는 카일이 걱정되었을 뿐이었다.
그 만의 평화로운 세계를 깰 생각도 없었으며, 오로지 학생을 위한 행동이었다.






“다들 저랑 몇 번 대화하면 그 뒤론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애초에 친구가 되기엔 서로 안 맞는다는 증거죠. 다들 절 피하는데, 왜 제가 먼저 가야 하죠?”

“카일, 사회에서 혼자 모든 걸 다 할 순 없어.”

“왜 저에게만 변화를 요구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대로가 좋습니다. 오히려 누가 간섭하는 게 싫다고요.”




하지만 이미 카일에게는 그저 위선이었을 뿐이었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변화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그랬다.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꼭 고쳐야 하는지는 의문이었다.
애초에 이런 말투, 이런 성향인 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인간미라곤 조금도 없고, 타인에게 가시를 세우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부스러기 같은 인간.


줄곧 혼자 학창 시절을 보내던, 카일 스스로 직접 달아둔 꼬리표는 절대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런 꼬리표를 만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맞벌이인 부모님은 카일이 잠들 때나 돼서야 퇴근하셨고, 카일이 무엇을 하든지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사실상 알아서 잘 크고 있다는 부모의 안일한 생각이 방종에 가까운 환경으로 만들어 버린 탓이었다. 


그러니… 이런 부스러기랑 아무리 자신과 대화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듯한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는 카일에게 있어서 그저 불필요한 선의였다.



그 뒤로도 몇번의 대화가 오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















평화를 거하게 깨진 그날 이후로 카일은 점심시간, 쉬는 시간이건 간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그 붉은색 눈동자가 틈만 나면 까치발을 들고 카일의 반을 창문 너머로 보고 가곤 해서.

거슬리지만 반응하진 않았다. 귀찮아지니까…


당연하게도 다른 반 아이들이 있으면 굳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수업 시간엔 그 여자애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번 다른 사람에게 가시를 세우는 카일이 공부와 담을 쌓은 건 아니었다.

노력하면 노력하는 만큼 나오는 결과물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특이한 성향을 가진 카일에게 있어서 꽤 마음에 든 것이었다.

마땅히 생각해둔 진로나 꿈이 있던 건 아니기에 결국 그것도 어느 정도 관성에 따라 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수집한 카운터즈 카드를 만지작거리거나 그마저도 질리면 학교에서 혼자 남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하교한, 교실에 아무도 없는 지금,

이 순간이 카일에게 있어서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계속 어슬렁거리는 그 여자애도 하교했을 테니 이 시간은 온전히 카일의 것이었다.


새 학기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봄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고, 은은한 꽃내음과 책장이 팔랑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교실.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아마 그냥 지나가는 선생님…






“오! 안녕~”




아직도 집에 안 갔어?!


진짜 독한 찰거머리한테 걸렸단 생각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애의 인사는 복도 창문에 막혀 아주 작게 들렸지만, 카일은 돌아보지 않았다.

괜히 반응해주면 알고 있던 그 여자애가 반으로 들어올 것만 같아서였지만…





“집에 안 가고 혼자 뭐해?”




별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미 열려있던 교실 뒷문으로 들어온 여자애…

설마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걸까. 어차피 말 몇 마디 나누면 사라져버릴 사람이면서.


카일은 인상을 확 구겼다. 그러는 너는 왜 집에 안 가고 쓸데없이 얼쩡거리냐고…


고등학교 막 입학했을 때나 잘 모르는 애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렸지.

같은 학년에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카일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알음알음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알아보면 먼저 피해 다니는 학생들이 대부분.

2학년으로 올라올 때까지, 대부분의 동급생은 카일 웡이라고 하면 “아, 걔…?”하면서 슬금슬금 피해 갔다.


카일은 그런 취급이 늘 편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갑자기 2학년이 되어서, 그것도 여학생 한 명이 무대포로 들이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여학생은 조금의 망설임 하나 없이 카일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교복 재킷에 붙은 명찰을 빠르게 훑었다




“흐으음~ 이름이 카일 웡이구나?”

“나가주시죠. 교칙 위반입니다.”

“에이… 반에 너밖에 없잖아? 내가 뭐 훔치러 온 것도 아닌걸?”

“좀 나가달라고 제가 저번에도… 하아…”




여학생은 카일의 불쾌한 표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책을 보는 카일의 옆자리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연신 나가달라는 말에도 뻔뻔하게 웃으면서 옆에 앉는 태도가 보통 철면피가 아니었다. 카일과 다른 쪽으로 괴짜임이 분명했다.




“아, 맞아! 내가 누군지 말 안 했지? 옆 반 주시영이야!”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마시죠…”

“헤헤, 그러지 말고! 그래! 내가 말이야 전에 네가 그거 가지고 있는 거 봤거든? 카드!”




혼자서 잔뜩 들떠 보이는 주시영이 자기 교복 치마 주머니에서 빨간색 틴케이스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어 케이스 뚜껑을 열었다.

얘가 뭘 하든지 말든지, 카일은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아 책장에 개발새발 기어가는 까만 글자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봐봐! 이거 봐!”

“…안 궁금합니다.”

“흐으음… 너무 까칠해~ 그렇게 날 세우고 있으면 다 도망가겠다!”



이를 꽉 깨물었는지 뿌드득 소리가 났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짜증을 꾹꾹 눌러 담는 카일의 옆으로 가까이 주시영은 뭔가를 내밀었다.




“아무튼! 나도 그 카드 게임 좋아하는 데 이거 봐ㅂ…”

“나가라고 제가 몇번을…!!!”





결국 임계점에 다다른 인내심은 화가 되어 폭발했다.




“…?!!”

“어…?”




카일이 신경질적으로 쳐내버린 하얀 손.

주시영이 쥐고 있던 카드들을 놓치고, 알록달록한 카드들이 공중에서 함박눈처럼 흩뿌려졌다.



손을 맞는 바람에 카드를 공중에 날려버린 주시영도

얼떨결에 너무 과하게 반응한 카일도

놀란 토끼 눈으로, 팔랑거리며 교실 바닥으로 서서히 떨어지는 카드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음화 2편





+)

팬픽부분 참가합니다.

태그는 피폐이므로 감상에 주의를 요합니다...

편당 4천자 이상 약 20편 이상 예상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카운터즈 카드는 카일 카운터케이스에 언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