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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19)
― 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관리국은 그들 외에 알지 못할 수많은 정보를 비밀스럽게 쥐고 있었고,
협력하고 있던 미 정보부 요원과 실비아가 ‘드러나지 않은 진상’을 파헤칠떄까지도 관리국은 합중국과 대중에게 침묵하고 있었다.
샤레이드의 대재앙이 일어난 뒤에도 크고 작은 침식재난은 세계 각지에서 계속 일어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귀한 전력인 카운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관리국이, 카일은 가증스러웠다.
그러니, 우리가⋯ 합중국이 침식 증후군에 저항하고, 강화 인간을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하는 관리국을 대신해서 인류가 자신을 그리고, 누군가를 지킬 힘을 스스로 갖게 한다.
테라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은 적어도 카일이 알고 있는 한 그런 프로젝트였다.
“⋯⋯클리포트 게임.”
사도, 그리고 마왕이라는 존재와 세계의 안위를 걸고 싸우는 것. 게임이란 이름대로 클리포트의 마왕도 게임의 룰을 지켜야만 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정보.
“게임의 승리 방법.”
최고기밀로 처리가 되어있어서, 날고 긴다고 하는 정보부도 찾지 못했다.
즉, 승리 조건은 모른다.
“테라사이드의 목적.”
마왕의 등장으로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막는 준비를 하는 것.
“테라사이드의 기초.”
현실개변력을 기반으로 부상, 죽음, 침식 광기 등에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한 카운터의 신체를 이용해 강화 카운터를 탄생시킨다.
“기초 인자⋯”
인자를 정제하여⋯ 적성체에게 투입⋯
적성체는 침식 광기에 내성이 있어 인자 투입에도⋯
⋯⋯.
“아.”
카일이 쥐고 있던 펜이 딱! 소리와 함께 힘없이 부러진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너무 많은 힘을 준 모양이었다.
“후⋯⋯.”
테라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수개월째. 생체실험에 가까운 프로젝트들이란, 으레 오래 걸리기 마련이었다.
그게 심하면 수년이 아니라 십년 단위로 계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는 걸, 카일은 잘 알고 있었다.
매일같이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도미닉 부사령관의 말만 아니라면 이렇게 무리해서 진행할 일도 없었겠지만, 결국 상관의 명령이니 무리해서라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살짝 뻑뻑한 눈을 거칠게 비비다가 뜨니 초점이 흐려진다.
늦은 시각, 업무 책상 위 스탠드 불에 의존해 읽고 있는 문서, 카일은 새하얀 문서들 위로 개발새발 기어가는 검은 활자들을 피곤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실험의 경과보고, 검증, 보완점⋯.
분명 눈에 띄는 결과는 존재했다. 보완점도 정확히 집어낼 수 있었다.
도미닉 중장이 내사과인 카일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도 그런 능력을 십분발휘할 거라 여긴 만큼 그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고 있었다.
카일은 딱 거기까지 만족하고 안주해도 상관없었다. 주어진 임무만 다하면 되는 게 군인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딱, 딸칵.
딱, 딱, 딱.
새 볼펜을 꺼내어 제일 먼저 한 것은 쓰다가 끊긴, 결재 사인이 아닌 책상 빈 곳 두들기기였다.
마치 초조한 듯 왼쪽 엄지손톱을 물어뜯는다.
“⋯⋯이상해.”
분명 프로젝트의 기초와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멍청한 관리국과는 다르게 대의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변하지 않는다.
카일에겐 실험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권한이 없었다.
실험의 경과 검증, 보완점, 결과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는 위치였다. 내사과에 소속되어있으나, 프로젝트에서는 그러라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떠올랐다.
어딘가 묘하게 비틀려있다고.
그것만으로도 판단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 수 있었다.
극복, 해결법에 대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의 기조가 변하고 있다고.
분명히 제한된 정보에도 인류가 저항할 힘을 가지게 하는, 그런 대의를 가진 프로젝트임은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도.
왜 실험은 점점 침식광기내성에만 집착하고 있지?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싸우기 위해서 침식파에 저항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CSE레벨이 높은 지역에서 있을수록 이터니움 방호복과 카운터워치의 잔여 이터니움 함량을 더 철저히 체크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내성이 있어도 싸울 힘이⋯ 대항할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애초에 완벽한 내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이곳에 너무 집중하면 안 된다. 보완해야 할 점이다⋯
펜 놀림이 바빠졌다가⋯
“보고를⋯⋯.”
무언가 깨달은 듯 멈췄다.
이미 수차례 다른 말로 보고를 올렸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그중엔 아예 반려된 보고서도 있었다.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마치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펜을 잡지 않은 왼손을 들어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마왕의 등장으로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막는 준비를 하는 것⋯.
승리 조건도 알 수 없는, 그 클리포트 게임을 이기려면 현실개변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개변력을 기반으로 부상, 죽음, 침식 광기 등에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한 카운터의 신체를 이용해 강화 카운터를 탄생시킨다―
지난 보고서⋯. 아니야, 저번주는 반려되지 않았어. 아니야, 아냐. 아냐. 조금 더 전에⋯
“실험계획 리플레이서 인자. 개선점⋯”
여전히 손을 이마에 붙인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하는 혼잣말.
“실험 대상의 범위를⋯ 일반인을 제외한 침식체에게 유효타를 줄 수 있는 카운터로 제한하는 것⋯”
합리적인 지적이었다.
침식재난과 그리고 미지의 문제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유효한 전력이 필요할 터.
그러나.
“⋯⋯반려됨.”
테라사이드 프로젝트는 분명 더 이상 무고한 희생이 나지 않도록 하는,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하는 관리국을 대신해서 인류가 스스로와 타인을 지킬 힘을 갖게 하는 프로젝트라서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방향을 확정지을 권리는 카일에게 없었다.
내사과라서 분석, 결과정리, 보고체계를 맡긴 것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조사하라고 명령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이건 구원이나 희망보단⋯ 안배잖아⋯”
“그럼 수없이 지나온 침식재난은⋯?”
“죽은 사람은⋯?”

“아⋯! 씨⋯!! 젠장⋯!”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고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스스로 세운 원리원칙은 말한다.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부하의 의무이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문을 과도하게 가지지 않는다.
구원의 기반이 되지도 못한 채, 무의미한 희생이 되었을지라도⋯
그래, 그럴지라도. 이 바닥에 있는 이상, 받아들여야 한다.
추스르고 든 얼굴엔,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초췌한 눈동자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문서 더미들을 내려다보았다.
―――!!
“뭐⋯? 긴급 호출?”
[ 소령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관리국이⋯ ]
***
언젠가 본인들이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치면 진실을 공표하리라고 생각했지만.
합중국은 적어도 지금 시기는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이례적으로 합중국에 직접적인 요청을 해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외곽지역은⋯ 구원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신뢰하지 못할 미래는 합중국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들에게 남은 건 살아남아야 할 현재뿐이었다.
긴급 호출이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뉴오하이오에 집합한 델타세븐의 대원들은 마리아 사령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라사이드는, 어떻게 됐지?”
그 누구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테라사이드 프로젝트는 바로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검증을 끝마치지 못했고, 설령 완벽한 리플레이서 인자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이식받을 실험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카일은 그게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적어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임의 승패가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되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스스로 상기했듯⋯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부하의 의무이며,
이 바닥에 있는 이상, 그리고 살아남아야 할 현재만이 있는 한.
의문을 표할 시간은 없었다.
결국 명령이 떨어지면 확정되지 않은, 무엇하나 믿을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다 죽으러 떠나야 한다.
프로젝트가 희망을 그렸다면, 아니⋯ 희망적이기라도 했다면, 적어도 이런 비참한 기분은 아니었겠지.
카일은 남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사령관은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는지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모두가 말없이 결단을 기다리던 때, 함선 격벽 문이 열리더니 다급해 보이는 얼굴의 대원 한명이 들어와 사령관을 향해 말했다.
“사령관님 보고드립니다! 클리파 군세가 점점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지금 이 속도라면 현실 세계에 곧 27시간 뒤면 마왕이 나타날 거라고 관리국이⋯”
“그, 그 정도로 빠르다고?! 마리아 아줌마! 이건⋯”
“됐어. 실비아.”
놀라서 큰 목소리로 말하는 실비아의 앞으로 제이크의 오른팔이 가로막는다.
말 안 해도 모두가 깨닫는 이야기였다.
준비되지 못한 게임에 급히 징집된 카운터 양성프로젝트의 카운터 생도들이 위험하고,
민간인들이 대피하기에도, 급하게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도⋯ 27시간이란 시간은 정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미합중국은, 델타세븐은 현재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들은, 우리는 관리국이 아니니까.
“게임을 연 마왕은? 누굽니까.”
열린 격벽 앞에 선 대원에게 카일의 질문이 날카롭게 날아든다.
일단 군세를 막으려면,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면, 적이 누군질 알아야 한다는 게 카일의 생각이었다.
“그게⋯ 다른 마왕의 간섭이 심해서, 파악이 힘들다고 합니다⋯”
“하하, 그게 뭐야? 세계를 관리한다고 거드럭거린 거에 비하면 완전 무능하잖아?”
제이크 대령답지 않은 허탈한 웃음이 내부를 울린다.
그때 마리아 사령관이 팔짱을 풀고, 도미닉 중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미닉은 이곳에 남아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하지만, 사령관님⋯!”
“실비아.”
이미 마리아 사령관은 결단을 내린 듯, 두 눈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고,
당황한 부사령관의 말을 가로막으면서까지 명령을 내린다.
“현재 클리파 군세를 막는 인력들이 배치된 곳을 확인하고 위성 자료를 가져올 수 있겠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어떡하게⋯?”
관리국은 태스크포스 1이면 모를까, 델타세븐에 직접적 지휘권한이 없었다.
합중국이 유일무이하게 움직일 수 있는 특수한 카운터 병력부대를 움직여야 한다면⋯
카일이 반신반의하며 묻는다.
“비정규전, 입니까?”
마리아 사령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수시 간 뒤, 클리포트 게임의 여파로 붉은빛으로 물든 합중국의 하늘에 푸른 함선 한 대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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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인증 내일 첨부하겟읍니다.. 생각못하고 데탑 꺼버림..
작업인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