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8)
― 우린 12시 30분의 시곗바늘
갑자기 뜬 소문은 새로운 가십거리가 없으면 금방 사그라든다.
그러니 예의라곤 밥 말아 먹은 놈들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 게 제일 좋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멀어지게 했던 그날 이후로 주시영은 카일이 있는 반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남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작자들이 물을 만한 건더기가 조금도 없었고, 카일에게 쏟아지던 수많은 시선은 조금씩 거두어져 가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이 더 이상 접점이 없어 보이자 왜 그런지 궁금해하는 목소리들이 가끔 있곤 했지만, 어쩌다 한번 스치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 정도는 1학년 때, 그 누구하고도 친해지지 않고, 혼자 다닐 때부터 종종 들었던 쓸데없는 소리였으니 무시할 수 있었다.
마치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애초에 만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혼자였었던 시간처럼, 먼지 부스러기라는 꼬리표에 걸맞은 위치로 되돌아갔다.
먼지 부스러기… 그런 인간한텐 어울리는 위치와 모습이 있는 거다.
인간미라곤 조금도 없고, 타인에게 가시를 세우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부스러기 같은 인간.
이론적인 공부 말고는 다른 걸 배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게 내 모습이다. 가장 잘 어울리는 딱 맞는 꼴.
모든 건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씨…”
자기 방 책상 서랍 안을 빼고.
새로운 펜을 꺼내려고 열었다가 얄밉게 웃고 있는 고양이 스티커와 눈이 마주쳤다.
너를 닮았다며 가지라고 억지로 쥐여준 그 스티커. 무른 심성 때문에 붙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서 그저 내버려 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그 옆으로 한정 카드가 책상 스탠드 빛을 받아 반짝인다.
우중충하고 칙칙한 카일과는 다르게, 자기가 바로 구하기 힘들다는 한정 카드라고 뽐내느라 알록달록하게 빛난다.
밀린 공부를 하느라 지친 어두운 올리브색 눈이 내려오는 눈꺼풀 때문에 반쯤 가려진다.
모든 게 다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아직도 이렇게, 너무 무르구나.
이제 다시는 필요 없으니 버려야 한다.
있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다.
“버려야…”
버려야 한다.

팅…! 팅…
테이프 필름이 되감기고, 다시 들려온다.
촤르륵…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끝일 거라고 여겼는데.
이대로 다 예전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미안해…"
생기 없는 동태눈이 완전히 가려지고,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질끈 감는다.
그땐 그렇게 쉬웠는데, 왜 지금은 또 이렇게…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은 너무 쉽지만, 어질러진 감정의 파편은 다시 정리하기가 어렵다.
이미 터져버린 물풍선을 무슨 수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런 감정들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주는지 몰라서, 엉망진창으로 흘러간 시간.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고양이 스티커가 반짝인다.
매몰차지 못해서… 물러터진 심성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그냥, 갖다버리면 되는데. 왜, 어째서.
결국 책상 서랍은 검은색 펜 하나만 빠지고, 여전히 무르고 여린 그 시간을 간직한 채 닫혔다.
***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좌절해야 할지.
계속 쌓아 올린 습관과 기반 덕분에 카일의 기준에선 벼락치기였음에도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고, 1학년 때와 똑같이 평이한 편이었다.
그래도 어쩌면, 한눈을 파는 시간이 적었다면, 조금 더 올랐을까…
자책하는 것도 잠시. 이젠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누구 눈에 띄지 않으니 금방 관성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들렸던 쓸데없이 궁금해하는 목소리들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온전히 본인의 시간을 가졌는데도.
기말고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체 왜… 오르지 않은 거지…?
이번엔 다른 사람이 내 시간을 뺏은 것도 아니었는데 어째서?
두 시험의 결과가 결국 외부 요소가 문제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떨어지진 않았으나, 크게 오르지도 않은 등급들.
공부 방법은 다양하고, 사람마다 맞는 방법도 다르다. 어쩌면 이젠 성적을 올리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곧 맞이하는 여름 방학이 카일에게 있어선 중요한 기회였다.
방학으로 들뜬 반 아이들 틈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상을 정리하며 골똘히 생각했다.
오늘은 집으로 바로 귀가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가방 지퍼를 잡아 올렸다.
“우리 내일 놀러 갈래?”
“그래!”
카일의 앞자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여학생들. 들뜬 발소리들이 교실 뒷문으로 멀어져갔다.
다른 학생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는 하굣길은 싫으니, 교실과 복도의 소란스러움이 사라질 때까지 조금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무심코 교복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아, 맞다.”
안 가져왔었지.
원래는 항상 가지고 다녔지만, 공부에 집중하겠다며 집에 두고 나오는 날이 훨씬 많았다.
게다가 이젠 카드 게임 하자며 달려드는 애가 없으니, 더더욱 가지고 나올 이유는 없었다.
근데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기엔 시간을 내다 버리는 것 같은데.
책이라도 보기엔 한번 집중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데다, 도서관 대출시스템이 방학 때문에 일시 정지 상태였기에 읽을 만한 책도 수중에 없었다.
그래도 전보단 많이 조용해진 것 같으니, 지금 나갈까.
집에 가면 공부 계획부터 다시 세워야겠다고, 교실 뒷문을 향해 걸어가며 오후의 할 일을 곱씹고 있을 때…
“…!!”
열려있는 교실 뒷문 앞에 서서, 복도 왼편을 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복도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떨구고 있는 고개가 카일이 있는 7반이 아닌 복도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온 거지…?
진작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복도가 분명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이미 꺼져버린 소문에 불씨를 던져놓기 충분한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을 보아하니, 일부러 반 아이들이 다 빠져나가 한산해졌을 때 와서 서 있는 것이 분명했다.
카일이 이미 하교하고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을 텐데, 주시영은 그런 방법을 택했다.
자기를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 카일은 교실 밖으로 쉽게 발을 내딛지 못했다.
정작 중요한 것 하나.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섣불리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지금 이제 와서, 뭘 더 하고 싶은 건지.
대체 내가, 나란 먼지 부스러기가 뭐라고.
그렇게 도망치듯 가버렸으면서, 왜 다시 왔을까.
앞문으로 빨리 도망칠까…? 말을 걸어야 하나…? 싫은데…
“아.”
“쉿―”
카일이 뭔가 하기도 전에, 인기척을 느낀 주시영이 고개를 들고, 검지를 들어 자기 입술에 가져다 댄다.
희미한 미소, 묘하게 지쳐 보이는 붉은 눈.
마치 햇빛을 못 봐 생기를 잃어버린 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주시영은 누가 혹시라도 볼까 좌우로 복도를 한번 훑곤,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는 카일에게로 걸어갔다.
그 보폭을 따라, 카일도 뒷걸음을 쳤다. 얼굴에 불안함이 물든다.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되니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카일 혼자 남아있던 교실에 주시영이 들어온다.
2학년 7반 교실에 두 사람이 완전히 들어오고, 주시영은 조용히 교실 뒷문을 닫았다.
“…응! 이 정도 위치면 안보이겠지?”
“예…?”
상체를 기울여 교실 복도 쪽 창문 쪽을 돌아보며, 마치 주변을 의식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희미하게 웃고 있던 미소는 제삼자의 눈을 완전히 차단했다며 안심했을 때,
같이 카드 게임을 하던 그때의 그 모습, 그 미소로 다시 변했다.
“안녕. 잘 지냈어?”
“……예?”
언제 눈치를 봤냐는 듯이.
다시, 꽃밭에 꽃이 활짝 피려고 한다.
“잘 지냈냐구. 아하하… 난 카일이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몰라서… 그래서 기말고사 끝날 때까지 방해 안 하고 기다렸어.”
“……그렇습니까.”
“응응. 화는… 다 풀렸어?"
조심스럽게 물으며, 멋쩍게 검지로 뺨을 긁적인다.
무대포로 들이대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미소… 미소만 남아있다.
“…미안해.”
“네?”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서. 착한 네가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는데, 그렇게 도망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
이번에도, 그때처럼 또.
또, 가슴이 답답하다.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애꿎은 주먹만 꽉 쥐었다.
내가 착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왜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제가… 착하다고요?”
“응! 내가 잘 모르고, 너무 나만 생각해서… 내가 너를 존중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니까. 넌 그럴 때 화를 냈으니까?”
“…….”
“이젠 알 수 있어. 음, 아니. 알고 있었어!”
대체 네가 뭘 안다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이 계속 목구멍 아래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
“네가 나쁜 애였다면… 나랑 카드샵을 가지도 않았을 거고…”
아냐… 난 그때 그냥, 내 오후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었어…
“선뜻 네가 직접 뽑은 한정 카드를 주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정말로 필요 없었으니까. 네가 아쉬워서 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으니까…
“카일은 그냥 서투른 것뿐이잖아? 나는 이상하다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꽃향기… 또 꽃향기가 분다.
그 향기가 너무 강해서.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을 쉬는 게 힘들다.
“그러니까… 미안했어, 그때는.”
왜 이딴 병신한테 사과하는 거야…
고통스럽게 목구멍 안을 맴도는 수많은 말들.
날숨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또 한숨이 나온다.
터질 것 같은 수많은 대답 중에서 간신히 그중 하나를 끌어올린다.
“……됐습니다.”
힘겹게 목구멍을 긁어내서 한다는 말이 이딴 말이다.
참으로 글러 먹은 부스러기에 어울리는 대답.
“응!”
그런데도, 그래도.
알겠다는 듯 웃는다.
뒤통수나 긁으면서, 눈도 못 마주치고, 겨우 툭 던지듯 내뱉은 한마디가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었다.
“아하하! 이제 좀 너답네~”
“…….”
……
“…고마워.”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화들짝 놀라선 붉은 눈을 쳐다본다.
또다시 마주친다. 다른 생각, 다른 감정을 가진 두 눈이.
이번에, 인제 와서야, 피하지 않는다.
올리브색 눈은 붉은 눈을 의아하게 보고 있었다.
“사실… 1학기만 다니고, 부모님께 다시 카운터 아카데미를 다니고 싶다고 설득하려고 했어. 그게 안 된다면 가출해서라도… 태스크포스에서 용병으로라도 일하려고 했었어.”
“…….”
“난 카운터니까. 워치가 있으니까… 이걸 잘 쓰고 싶었거든. 근데 이 학교에서 카운터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게 싫어서… 하하…”
늘 먼저 피하는 건 올리브색 눈이었는데, 이번엔 붉은 눈이 먼저 의아하단 듯 보고 있는 올리브색 눈을 피한다.
고요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교실의 책상과 의자를 훑으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그래서 괜히 정주면… 떠날 때 슬프니까. 계속 다니고 싶어질 것 같아서. 친구를 못 만들었었거든. 굳이 공부해야 할 이유도 못 찾겠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지나가는 구름에 가려진다.
점점 우중충해지는 교실에서, 의아함은 깊은 의문이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근데 카일, 널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어.”
카일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쳐다본다.
반달로 휘어지는 눈, 올라가는 입꼬리.
주시영은 두 손을 괜히 등 뒤로 숨기며, 말을 이어간다.
“그냥… 널 처음 보고, 너랑 같이 놀다 보니까. 이대로 다녀도 괜찮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대로 그만두면…”
괜히 발끝으로 교실 바닥을 두 번 콕콕 찍으며, 또 눈을 피했다.
흐린 말끝. 삼켜진 뒷말. 한참을 말하지 못한다.
“아, 아무튼! 네 덕분에 계속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아하하!”
쓸데없는 말…
애초에 우린 상극인데, 섞일 수가 없는데.
서로 피해만 봤으면서 뭐가 고마운 건데…
나에게도 그렇듯, 너에게 좋은 기억일 리가 없잖아.
근데 나 때문에 학교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예전에 우리 약속했었던 거 기억나?”
“약속…?”
“다음에는 안 해본 새로운 덱으로 짜서 게임 하자―라고 했었어.”
아…
그래. 그런 약속을 했었지.
설마 이제 와서? 지금, 당장…?
“아! 지금 하자는 건 아니야!”
황급히 앞으로 내밀어 내젓는 두손. 정말 그런 거 아니라는 듯 마구잡이로 교차했다.
“그럼 대체…”
“카일 네가 괜찮다면…”
뜸을 들인다.
그 잠깐의 망설임 동안…
창밖의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들어와 교실을 밝힌다.
“2학기에, 네가 괜찮은 날에… 놀지 않을래?”
“…….”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저 밝게 웃는 붉은 꽃을 비춘다.
무작정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아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물어왔다.
또 터져 나오는 모진 감정을 맞아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어리숙하고 멍청한 손짓 하나에 꺾일지도 모르는데…
너는 왜 또…
왠지 눈이 시려오는 것 같아서, 멍청하게 보고 있던 두 눈을 황급히 교실 바닥으로 거두었다.
이상하게 쳐다볼 수가 없다.
쿵… 쿵… 쿵…
귓가엔 고동 소리. 심장은 자꾸만 목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서.
왠지 잘못될 것 같아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 이런 거―
“아! 지금 답 안 해줘도 돼! 2학기 되려면 멀었잖아?”
“…….”
“내 핸드폰 번호… 알려줄까? 나 방학에는 샤레이드로 돌아가거든.”
―싫다.
무슨 표정인지 볼 수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거 싫어서,
낯설어서,
싫다.
“아아, 맞다. 핸드폰 없다고 했었지? 깜빡했네… 하하하…!”
어색한 웃음소리도 귀에 거슬려서 싫었다.
싫어서, 싫은 감정 같아서, 스스로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걸어오는 말을 모두 무시하고 있었다.
간지러워서. 귀도, 목 안도, 그냥 모든 게 간지러워서. 빨리 도망치고 싶다.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앞에 서 있는, 천진난만한 목소리.
그냥 빨리 도망쳐서… 빠져나올 걸…
“그럼… 2학기에 보자!”
빨리 가.
“약속에 대한 답은 그때 말해줘.”
제발.
“안녕! 까먹지 말고!”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안녕이란 말 뒤는 너무도 고요하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지? 그냥 빨리 가면 안 될까.
귓가에 맴도는 일정한 소리, 괜히 또 갈 곳을 잃은 두 눈.
교실 바닥을 마구 훑으니.
아직도… 아직도 보이는 갈색 단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대답.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또 막힌 목구멍 아래에서 고통스럽게 끄집어올리는 말.
그렇게 힘겹게 대답하려고 입을 떼려던 찰나―
“…안녕!”
다급한 발소리,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
쿵!
……
교실에 한참 정적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꽃향기는 사라지고,
튀어나올 것처럼 쿵쿵거리는 심장도 조금씩 얌전해졌다.
꽃밭을 벗어나, 또다시 먼지 부스러기처럼 흙바닥을 구른다.
그렇게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려던 말은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리숙하고 바보같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보내버린다.
목구멍 안에서만 자꾸 맴돈다.
귀찮은 녀석.
싫어.
오지 마.
알아서 해.
잘 가.
결국 그렇게 또 외면하는 것처럼.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