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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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10)

― 늦어버린 은 붉은색. 결국 벗지 못한 새까만 가면.















ㅇㅇ : 지금 샤레이드 4단계라고? 말이됨? 이게 무슨 대재앙이냐 시발 


샤크스4 : 프롢트ㅂ베이,쪽에서돓.. 지금.간다는덻.,, 저거ㅁ막ㄱ을 수.있?낣... 잘 몲루겠읆,,


ㅇㅇ : 영상뜬거업슴????? 아 올리면 혐짤로 짤리나?


용붕이 : 님들 저 현직 용병인대 좆댐ㅋㅋ 지금 그로니아로 끌려가는중... 수구...


ㅇㅇ : 윗댓게이야 꼭 살아돌아와라


ㅇㅇ : 야 샤레이드 걍 마비라는데? 관리국 놈들 뭐함? 지금 샤레이드로 지원 간다는 새끼가 안보임


이터니움좋아 : 아니 그럼 지금 딴데서 또 침식재난 터지면 걍 망하는거잖아 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속이라곤 조금도 없는, 소리 없는 아우성.

달칵거리는 마우스 소리의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실시간 카붕이 좆됐다...jpg 






 지금 총들고 뛰쳐나가는중

 씨발 진짜 이거밖에 방법 없는거냐? 나 진짜 죽기싫어 살고 싶어 씨발

 


 ㅇㅇ : 지랄하네 침식재난 터졌는데 사진찍을 시간은있냐? 주작도 그럴듯하게 쳐야지ㅋㅋ

  ㄴㅇㅇ : ㄹㅇㅋㅋ

   ㄴㅇㅇ : 시발 저거 구라아님 진짜로 그분이오시는있34뎅ㄹ느ㅏ아ㅡ아아악악

    ㄴㅇㅇ : 병신


 ㅇㅇ : 침식재난 터졌는데 인터넷이 잘도 되겠노

  ㄴ ㅇㅇ : 게이야 저기 로터스면 터진다. 거기 지금 경보 2단계로 내려감.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진짜…! 하…”




거의 발작에 가깝게 무선마우스를 던져버리고, 머리를 감싸 책상 의자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직접 알아보겠다며 집으로 도망치듯이 돌아와서는 비에 젖은 몸을 씻지도 못하고 연신 노트북만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카드를 사야 한다는 것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부정하고 싶은 진실들을 미친 듯이 쫓았다.




“아으…”




잔뜩 웅크린 몸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한없이 작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아져 버렸다.




아무리 계속 쫓아도, 영양가 없는 정보들만…

혹은 시내에서 보았던 뉴스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기사들이 전부.

여전히 샤레이드 직할 도시는 4단계 경보로 인해 거의 마비 상태라는 것과 역대급 규모의 재난으로 사상자와 실종자 집계가 여전히 어렵다며 도돌이표로 말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난생처음 보는 태스크 플래닛까지 헤집어보지만, 카일의 입장에선 신용하기 힘든 목격담만 가득했다.




“하아…”




고개를 들어 잔뜩 초췌해진 얼굴을 드러낸다.

생기 하나 없는 썩은 동태눈깔엔 노트북 화면에서 나오는 네모난 빛을 담고 있었다.

이러고 있는 지 벌써 세 시간째.




달칵. 달칵. 달칵.




온 세상이 샤레이드의 대재앙을 주목하는데, 왜 알려진 건 이것뿐인 거지?

관리국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달칵.




결국 시내에서 보았던 뉴스특보 너튜브 채널을 찾고,

전광판에서 보았던 앵커의 모습이 보이는 섬네일을 클릭한다.


아주 잠깐 버벅대는 로딩 아이콘. 1초가 마치 1분처럼,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 ……현장에 접근한 관리국 태스크포스 3의 강습함 그레이스테이션의 샤레이드 직할 도시 촬영 영상입니다. ]





실시간 스트리밍이 재생되자마자 보이는 것은 차원 함선이 상공에서 찍은 도시의 모습이었다.

시청하는 일반인들이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침식체가 나오는 일부 장면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었지만…




“이게… 뭐야…”




단 몇초만 보아도 영상 속의 샤레이드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현재 부상한 4종 침식체를 격퇴하기 위해, 관리국은 관리 비상 대응 단계 중 제일 높은 단계인 3레벨을 선포하여,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태스크포스가 동원되어 교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사람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모자이크되어 픽셀 단위로 조각조각 깨져있는 탓에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 식별된 4종 침식체의 개체수는 현재 두 마리. 추가로 감지되는 개체가 있는지 계속 탐색 중에 있습니다. ]







온통 붉은색…

붉은색이 가득했다.


죽은 자가 간다는 지옥을 현실에 부상시킨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온 세상이 붉게 변해있었다.










[ 현재 추가 속보 전해드리겠습니다. 샤레이드를 제외한 사상자 및 실종자를 집계 중에 있으며… ]










채도가 높아서, 눈이 자꾸만 시려온다.

눈꺼풀에 살짝 가려진 탁한 올리브색 눈동자에 화면이 비추고, 붉은 얼룩이 진다.






[ 샤레이드 직할 도시의 생존자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상당히 절망적이라는…  ]









빨갛게,

빨갛게 물든다.









“카일도 하나 붙일래? 무슨 색 좋아해? 빨간색?”














모자이크되지 않은 하늘도, 폐허가 된 건물들도 빨간색.


온통 빨간색.








“어때? 이 빨간색이랑 잘 어울리지?”






빨간색.


















…그래. 그런 색 좋아했던 것 같네.

늘 보물처럼 들고 다니던, 얄밉게 혓바닥을 내밀고있는 뱀 스티커가 붙어있던, 그 틴케이스도 붉은색이었잖아. 


그게 활짝 핀 붉은 꽃 같아서.

때론 쳐다보기도 힘들었어.


그랬었어.


그랬었지.






그래서… 그렇게 너무 좋아한 색이라서.

붉은 하늘, 붉은 바다라서…


그래서,


그래서… 그 색깔을 전부 끌어안은 거야?







아니지?




그렇게 붉은색이 좋았다고 해도 그건 아니잖아.

저긴 지옥이잖아. 지옥이나 다름없잖아.


아니지? 그렇지?








이런 식으로 멀어지길 바란 건 아니었어. 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왜, 왜?


아니… 아니야. 아직 모르잖아. 넌 카운터잖아. 

카운터니까. 너 카운터로 일하고 싶었다며. 꿈이 카운터즈 카드에 실리는 베테랑 카운터였다며.


그러니까… 이런 거에,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거라고 했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이건…











팅…! 






내가 감당할 수 없단 말이야…






팅…






왜 나한테…






촤르륵…







왜 나에게…





왜 나한테!






도망치고 싶어. 이게 이라면 도망치고 싶어.







내가 감당 못해 이런 건…






연락처라도 받아둘걸.






내 잘못이 아니야 이건.




받은 게 처음이라서, 주는 법도 모르고…




난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어.



내가 가시나 세우는 바람에 네가 붉은 바다에 빠져버린 거야?


그냥 처음 그때 끝났어야 했는데.


그때 제대로 답했다면 달라졌을까?


너 때문이야.

전부 내 탓이야.

처음부터 바꿀 수 없었던 거잖아.


네 잘못은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내가 그때 답했더라면… 약속 지킨다고 했다면 달라졌을까?

우린 친구인 적… 없었잖아.

아냐, 미안해. 밀어내서 미안해. 친구 아니라고 해서 미안해.

전부 네 탓이야. 손 쳐버려서 미안해 카드에 먼지가 묻게 한 것도 카드를 구겨지게 만든것도 전부 내 탓이야못버티겠어

싫어한적 없었어 끝까지 맴돈건 너였어 다른사람은 없었어 너 밖에 없었어죽을 것 같아서.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해줘 도망치고싶어 아무도없어

왜나에게이러는거야 온통빨간색네가좋아했던빨간색제발 다음 학기에 학교에 나와줘 내가 병신이었던거니까 


거짓말은 그만












…!


일어나보렴…!


















“카일…!”


“헉…!?”


“카일! 어디 아프니?! 응? 괜찮아?!”








벌써 어머니가 퇴근하신 늦은 시간.

옷도 안 갈아입고 의자에 그대로 기대어 잠든 카일에게 침대에서 자라며 잔소리하려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 다급히 깨운 듯 했다.




“헉… 허억… 어, 어머니…?”

“그래, 엄마야. 괜찮니…?”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듯, 놀라서 크게 뜬 눈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이미 방전되어 꺼진 노트북, 이미 어두컴컴해진 밖…




“악몽이라도 꾼 거야? 온통 땀에다가… 끙끙대고 말이야…”




이따금…

사람의 몸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몰려올 것 같을 때, 스스로 마비시키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잠이 쏟아지곤 한다.


지금 꿈에서 허우적대다가 깨어난 몰골을 보아하니, 딱 그런 이유였다.




“그냥… 불편하게 자서… 그런 것 같아요.”

“아휴…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열나나 보자.”

“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의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눈을 피하지만, 카일의 이마에 따뜻한 손이 닿았다.

열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 카일은 괜찮다며 그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뗐다.




“휴… 그래도 혹시 아프면 이야기하고? 땀범벅이니까 샤워도 좀 하렴.”

“…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오늘따라 무심하게 들렸다.

앓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늘어졌다.


분명 무슨 을 꾸지 않았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되짚어보지만, 기억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꿈을 잊어버렸다는 건, 기억하기 싫다는 거니까. 그리고 애초에 도피성 수면에 가까웠다.



절대 괜찮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절대로, 괜찮을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여전히. 평범한 고등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시간은 벌써 밤 열두 시.
방전되어 켜지지 않는 노트북.


새까맣게 내려앉은 밤.

한참 동안, 계속. 그 어두운 밤에 갇혀있었다.










다음편 11화




+)

붉은글씨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