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1편








https://youtu.be/_tzl47lwnu4

(마우스 우클릭 - 연속 재생) 





[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2)

― 하루종일 따라다녀도 뭐 없어.










카운터즈 카드 수집가라면 꼭 지키는 국룰 같은 것이 있었다.


‘수집한 카드들은 신체의 일부처럼 소중히 대하기.’


지금 그 국룰이 카일의 신경질적인 손짓한 번에 깨져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다른 수집가의 카드를!


카운터즈 카드를 모으는 사람에게 카드가 어떤 존재인지, 국룰이 얼마나 중요한지 카일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시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팔랑거리며 내려오던 카드들이 전부 떨어졌을 때,

드르륵하며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와 함께 주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일을 등진 채 쪼그려 앉아, 교실 바닥에 흩뿌려진 카드들을 조심스럽게 한장 한장 주우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하하… 미안, 내가 너무 시끄러웠지?”




여전히 손을 쳐내던 그 순간 그대로 굳어있는 카일.

놀란 표정이 미안함으로 변하고, 어색하게 들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거두었다.




모두가 자신을 질색하며 외면해버리는 모습만 보아왔고, 그로 인해 누군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주는 것이 낯설었을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을 정도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똑같은 카드 수집가로서 땅에 떨어진 카드들을 줍는 저 심정을 카일이 모르진 않았다.




“……아니, 아닙니다. 그… 죄송합니다…”




뒷머리를 괜히 헝클어뜨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카일에겐 단지 오랫동안 배우지 못하고 만들지 못한 교우관계에서 온 스트레스였을 뿐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은 당혹스럽고, 상처받을만한 행동. 


물론 싫다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도 좋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화적인 방법을 두고 이렇게 공격적으로 대할 이유는 없었다.


여태껏 다가왔던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화내 본 적은 없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미 카일을 피해 다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울거나, 화내거나, 무시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응?”




카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하는 사과에 뒤를 돌아보는 주시영.

카드가 흩뿌려질 때처럼 똑같이 놀란 표정이었지만,



“…….”

“왜… 그러시죠?”



울지도, 화내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카드를 줍는 것도 멈추고, 쪼그려 앉은 채 아무 말도 없이 올려다보고 있다.


왜 저러는 거지…?

사회성 제로라고 생각했던 놈이 사과하니까? 알고 보면 괜찮은 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카일의 순수한 의문에 동그랗게 뜨고 있던 주시영의 눈이 반달로 휘어진다.




“헤헤, 미안하면! 저번에 네가 가지고 있던 카드 내가 봐도 괜찮을까?”

“…네?”

“카운터즈 카드! 너 말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거든!”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저 표정이 카일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정말 그거면 되는 건가? 그런 이유였던 거야?


평범한 동급생이라면 이미 냉소적으로 대한 순간부터 혀를 차며 카일을 피했을 것이지만, 주시영은 그렇지 않았다. 

손을 맞아서 애지중지하던 카드들이 교실 바닥에 나뒹굴어 먼지가 붙었는데도,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주워들었다.


결국 카일은 괜히 카드가 든 틴케이스를 찾기 위해, 주시영을 등지고 자신의 책가방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려주시죠.”

“정말?!”




엄청나게 들뜬 목소리가 둘만 있는 교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 역시 괜히 알겠다고 했어…


단단히 잘못 엮였다며 이마를 짚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모든 건 자기가 손을 너무 세게 쳐낸 탓이라고 자학할 뿐이었다.











***













그땐 정말 카드만 궁금해하는 줄 알았다.

카일의 투박한 틴케이스에서 나타난 카드덱을 본 주시영은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게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이제 이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그건 주시영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안일한 생각이었다.

수집한 카드를 보여주면 궁금증이 해결됐으니 오지 않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주시영의 호기심을 더욱더 부추겼고

그다음 날에 주시영은 카일이 남아있는 교실에 찾아와 같이 듀얼을 해보자며 졸라대던 탓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차라리 그때 철판 깔고 나는 원래 이런 놈이니 꺼지라고 욕이라도 해야 했다며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애초에 그럴 깜냥이 못 되는 인간 부스러기니까.


동갑내기들에게도 존댓말을 쓰고, 사람을 잘 대할 줄 몰라서 나오는 냉소적인 태도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뿐,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방어적인 성격이라는 게 더 맞았다.












“…이제 그만 좀 오면 안 됩니까?”

“쉬잇! 쉿!”




주시영이 카드를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두 사람 사이 책상 위에는 카운터즈 카드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위한 듀얼 필드가 펼쳐져 있었다. 

카일의 전개 방식이 많이 골치 아픈 듯, 들어 보였던 검지는 턱으로 옮겨가고 항상 생글생글 웃던 표정은 오만상을 쓰고 있었다.


그냥 친선전으로 하는 건데도 저렇게 기를 쓰고 하고 싶을까.

카일은 혀를 쯧- 하고 한번 차곤, 카드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었다.

듀얼 필드를 한번 쓱- 훑는 올리브색 눈동자는 고심 끝에 나올 주시영의 수를 미리 읽었다.


굳이 얼굴에 티 내진 않았지만, 앞 수를 읽었다는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카드를 잡고 있는 주시영의 왼쪽 손, 옷소매 안쪽에서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꽤 보기 드문 물건임을 깨닫고, 카일은 무심코 단어 하나를 흘려보냈다.




“…워치?”

“어어? 어떻게 알았어? 너 진짜 천재다!”




갑자기 받은 관심이 좋은지 잔뜩 찌푸리던 표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계속 마주쳤던 미소가 떠오른다.

천재라니. 고작 카운터 워치를 알아봤다고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비행기도 너무 태우면 멀미가 나는 법. 무심한 표정이 정색으로 변했다.




“바보도 아니고… 손목에 워치가 다 보이는데 못 알아보는 게 바보 아닙니까?”

“응? 다들 그냥 시계인 줄 알던데? 워치라고 바로 알아본 건 카일 네가 처음이야!”




연신 대단하다며 띄워주는 덕에 카일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칭찬받을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갑자기 듣는 칭찬이 너무 어색해서,

왜인지 잔뜩 들떠 보이는 붉은 눈을 살짝 피했다.


의문 하나가 떠오른다.

카운터는 대부분 카운터 아카데미로 많이 가던데 왜 일반 학교로 온 걸까.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의문일 뿐이었고, 그런 걸 물어볼 만큼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카일은 퉁명스럽게 주시영의 말에 대답했다.




“천재가 아니라, 카운터즈 카드 수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런가? 그럼 카일은 카운터가 아니겠네?”

“워치가 없으니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다른 생각, 다른 감정을 가진 두 눈이 마주쳤다.

어이없다는 듯 불만 가득해 보이는 올리브색 눈, 무엇을 보아도 즐거워 보이는 붉은 눈.



올리브색 눈이 제일 먼저 시선을 피하자, 붉은 눈에 웃음이 물든다.




“풉… 아하하하!”

“왜, 왜 웃는 거죠?”

“그냥? 자! 오퍼레이터 세리나 발동!”

“아니…!”




스나이퍼 저격이 나올 줄 알았는데…!



처음 마주치고, 무심코 손을 세게 쳐버렸던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카일은 계속해서 주시영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었다.






***








천성은 바꿀 수 없었다. 

몇 마디만 나눠보면 이상한 놈이라고 외면했고, 어른들은 카일의 태도를 바꾸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들과 친밀한 교류를 하기란 어려운, 먼지 부스러기 같은 놈.







“야! 카일!”




이런 부스러기가 대체 뭐가 재밌다고 찾아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카일의 미간에 내 천(川)자가 생긴다.





“놀자!”

“오늘은 안 됩니다.”

“왜―?!”




순식간에 카일이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달려오는 주시영.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붉은 눈을 독서를 하는 카일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아이씨…!”

“엥?”




갑자기 나타난 얼굴에 크게 놀란 카일이 짜증을 내며 몸을 뒤로 젖혔다. 

짜증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고도, 주시영은 왜 그러냐는 듯 얼굴을 들이민 자세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을 맞췄다.


오늘은 정말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카드 게임을 하자는걸 받아주느라 반납 기한이 다가오는 책을 다 읽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주시영은 질리지도 않는지 평소처럼 카드를 들고 나타나 버렸고,

오늘 방과 후 시간은 정말 절대 양보할 수 없었기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납 기한이 내일까지입니다. 오늘 안에 다 읽어야 하니 방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으음…”




책상 앞에 가만히 서서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카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빨간색 틴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제발 이번만큼은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 애꿏은 책만 꾹 쥐고 있을 때.

주시영은 줄곧 마주칠 때마다 보았던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 그냥 옆에 가만히 있을게!”

“…그냥 나가주면 안 됩니까?”

“어차피 집에 가도 혼자라서 심심한걸…? 걱정하지 마 안 건드릴게! 안 건드려!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있겠다며 능청스럽게 카일의 옆자리에 의자를 끌어당기고 앉는다.

빈말은 아니었는지 냅다 책상에 엎드리고, 꺼내서 보는 건 핸드폰.


그래… 이거라도 어디야…


그나마 좀 읽을 수 있겠단 생각에 안심하려는 찰나.




“근데 그 책 뭐야? 공학…? 이해하기 쉬운 이터니움 공학…?”




그래도 역시 매일 보는 핸드폰보단 새로 사귄 카드 게임 친구가 더 관심이 가는지 고개를 들어 카일이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




“자꾸 방해하면 선생님께 말씀드릴 겁니다.”

“치이―”




정작 책을 읽는 당사자는 친구고 나발이고 그저 방해꾼으로 여길 뿐이었다.

주시영은 결국 삐친 척 책상에 냅다 엎드려 고개를 파묻어버렸다.







팔랑―



단둘만 있는 교실은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이따금 밖에서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의 환호성이 창문 너머로 들려왔다.


책장을 얼마나 넘겼을까. 거의 다 읽어갈 때 쯤, 수상할 정도로 조용한 옆자리를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았다.




“어…”




불편하지도 않은 지, 너무도 평온한 표정으로 엎드려 자고있는 얼굴이 보였다.

대충 잠자는 폼을 보아하니 학업이랑은 담을 쌓고 지낼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저럴 거면 집에 가서 자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에 혀를 한번 쯧-하고 차고는 다시 책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




아까 집에 가면 혼자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됐어.



잡생각에서 벗어난 카일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타인에 대해 알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카일에게 있어서 주시영은 그저 귀찮고, 질긴 녀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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