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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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챈창작대회] 첫사랑의 법칙 (11)

― 받은 게 처음이라서, 주는 법을 몰라서.










원래라면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와 스터디 플랜을 깨작이고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카일이 눈을 뜨자마자 한 것은 노트북 전원을 누르는 것이었다.


제대로 잠들지 못해 빨갛게 충혈된 눈과 내려앉은 다크써클.

의자에 앉지도 않고 책상 앞에 서서 무선마우스만 달칵거리길 몇 번. 칙칙한 두 눈에 빨간색 너튜브 마크가 비쳤다.






관리 비상 대응 단계는 아직도 3레벨. 여전히 샤레이드 직할 도시의 전망은 밝지 않았으며.

달라진 것이라곤 인근 지역의 대부분의 카운터가. 태스크포스와 합중국의 지원을 받아 진압 중이라는 이야기뿐이었다.


침식재난을 관리하는 관리국도 버거워 할 정도의 대재앙이라는 건가.

어제 새벽부터 있었다는 침식재난이 아직도⋯










⋯차라리.



그래, 차라리. 카운터라서, 지휘 관리받으면 살아있을지도⋯



아니야. 바로 샤레이드에 간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아씨⋯!”




두손으로 머리를 세차게 마구잡이로 내려친다.

관자놀이가 띵해질 정도로, 한참을 때리고 나서야 간신히 멈춘다.


너무 세게 내려친 탓인지 왕왕 울려대는 머리. 

그 머리를 붙잡고, 꾹꾹 눌러 담은 불안함을 토해낸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괜히 신경질적으로 뻑뻑한 눈을 마구잡이로 비볐다가 떼어내니,

시야의 초점이 흐려졌다가 서서히 돌아온다.


여전히 새까맣게 타들어 가 있는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오고, 노트북 옆에 있는 탁상 캘린더의 날짜를 훑었다.


개학까지. 3주.


등교하면, 소식을 분명히 알 수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도, 찾고 싶지도 않았다.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꽉 다문 입.

그러다 고장 나는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노트북을 거칠게 덮어버렸다.


일어나기도 힘든 대규모 침식재난이 대륙을 뒤덮었다는 소식을 듣기만 해도,

평범한 일반인도 공포에 질릴만한 것인데.

고작 고등학생이, 그것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자연재해에 가까운 재난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너무 가혹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그런 거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도망쳐야만 했다.




“공부나⋯ 하자⋯”




아무것도 못 했던, 그때의 방학식 날처럼⋯

학업이라는 수단으로 도망치고, 진실을 좇는 것을 유예한다.






이성이 불안에 좀먹힐까 두려우면 두려울수록.

더더욱 광적으로 독서와 공부에 집착한다.






새빨간 진실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새까만 포장지로 덮어서 묻어둔다.






















***














때아닌 장대비를 뚫고 등교하는 고등학생 무리.

방학이 끝난 것도 아쉬운데 비까지 쏟아지고 있으니, 대부분의 학생은 얼굴이 죽상이었다.



유달리 우중충하고 침울해 보이는 학교 건물. 그 학교로 들어가는 정문이 멀리 보이는 인도 위를 걷고 있는 카일.

쓰고 있는 검은 우산 아래, 초췌한 얼굴이 흐릿한 시선으로 정문을 응시하며 걷고 있었다.


찰박거리는 웅덩이. 걸을 때마다 찝찝하게 조금씩 젖어오는 교복 바지 끝.

애매하게 젖은 바짓단이 주는 불쾌함에 인상을 쓰는 순간, 여학생 두 명이 카일의 옆을 지나갔다.




“들었어? 이거 이상기후래⋯”

“헐. 야! 무서워. 하지마. 우리도 거기처럼 침식재난인지 뭔지 일어나면 어떡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답게, 그 일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나가는데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계속 회자가 되는 모양이었다.

우연히 두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버린 카일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곱씹었다.


⋯귀마개라도 살까.




“하⋯”




알기 싫으면 뭐 할까. 덮어놓는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좋든 싫든, 도망쳐온 길의 끝에서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공부나 하자고 마음먹은 날 뒤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으니까. 찾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방학식 날 물어온 약속의 형태는, 아직 답을 내릴 때가 아니었다.












정문을 지날 때쯤부터는⋯

불안한 듯, 빈손을 입가에 올려 손톱을 물어뜯었다.


평소대로의 학교였다. 단지 비가 와서 우중충해 보이는 것이다.

정말로, 단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렇게, 본관 건물 입구에 도착해서야 검은 우산을 접으니―




“야, 그 전학생있잖⋯"

“쉿, 쉿. 저기 걔 있잖아⋯”

“아⋯”




이런 건 참 쓸데없이 귀에 또박또박 잘 들리곤 했다.

갑자기 꽂히는 시선. 먹구름만큼이나 칙칙한 눈깔을 돌려 무시하려고 하지만⋯

또 쓸데없는 눈길과 입방정이 자기에게 꽂히고 있다는 사실에 좋든 싫든 신경이 곤두섰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계단을 오른다.






1층.







2층.







1반⋯


아⋯








이제 와 뒤돌아보니, 주시영이 원래 몇 반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억력은 꽤 좋은 편인데도, 구체적으로 몇 반인지 단 한 번도 말했던 기억이 없었다.


궁금하지 않았고,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으니까.

먼저 찾아갈 이유도 없었다.



늘. 항상.

주시영이 먼저 카일이 있던 7반으로 찾아오곤 했으니. 

몇 반인지 모른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본다.

어쩌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잊고 있는 걸 수도 있다고, 그렇게 믿으며 짚어보았다.


물어뜯던 손가락이 엄지에서 검지로 바뀐다.







“아, 맞아! 내가 누군지 말 안 했지?”


“옆 반 주시영이야!”





옆 반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지⋯

바로 옆 반⋯?





1반.





2반.





3반⋯






3층.





4반⋯


















“6반에 걔 샤레이드 출신이라며?”








6반.


6반이다. 







소문은 순식간에 입과 입을 타고 나간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를 가나 그렇다.

좋든 싫든, 알게 되고.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대부분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럴 땐 또 생각 없이 말하는 저 입방정들이 도움이 되곤 한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기에.

소문의 뒷말을 듣기도 전에 불똥이 자신한테 튈세라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렇게⋯


그저 빨리 도망치고 싶어서 걷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도망치고 싶은 진실에 가까워진다.


담담하게, 빨리 걷는다고. 머리는 인식한다.

하지만 잔뜩 수축한 올리브색 눈동자가 초조함을,

과하게 물어뜯은 엄지손톱에 비친 새빨간 피는 불안함을 알렸다.



뜨거운 목구멍 아래,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심장의 고동은―

















“걔 실종됐대⋯ 말이 실종이지⋯”


“야, 야⋯ 쟤⋯”










―결과를 알기까지 걸리는 카운트다운이었다.









“어⋯?”





카일은 주시영의 자리가 어디인지 몰랐다.

훤히 열려있는 6반 교실의 앞문.


좋든 싫든. 반 아이들이 올려놓은 책상 위의 흰색 국화꽃들. 그 앞을 지켜보는 두 명의 어른.

이제서야, 잔인한 방법으로 주시영의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새빨간 진실에서 도망치고 있었는데,

하얗게 빛이 바랜 결과가 있었다.









“아⋯⋯”





그 새하얀 결과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축축한 복도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복도 한가운데에 주저앉은 탓에, 지나가던 학생들의 이목이 쏠린다.

아직 빗물에 젖어있는 우산을 놓쳐, 다리 위에 엎어진다.


축축한 우산이 불쾌한 감촉을 만들어내도,

흔들리는 눈동자는 아무 색깔도 없는 흰 국화꽃을 보고 있었다.













“허억⋯”




들숨을 한 번 삼키고, 날숨을 내뱉지 못했다.



답해야 했던,

유보했던 약속은 결국 핑계로 남는다.


예쁘게 줄곧 피어있었던 붉은 꽃은 색을 잃고, 하얗게 시들어버렸다.








여기 반 아이들이, 선생님이 흰색 국화꽃을 남겨놓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애초에, ‘실종자’라는 것은⋯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일말의 ‘여지’일 뿐이었다.



결국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






“하아⋯ 하아⋯"





다시 느껴지는, 뜨거운 목 안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카운트다운.


뜨겁고, 고통스러운 감각.


마치 같이 놀자며 손목을 잡아끌었던 그날의 기억처럼.


욱신거리는, 불쾌한 느낌.




이제 없는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무엇이 붙잡는 건지.



항상 붙잡혔던 손목 언저리가 시리고 차갑다.



얼음장처럼 차갑다.







차갑다.












“차⋯가워⋯?”















오랫동안.

방학 내내. 카드들을 꺼내 보지 않았지만⋯











“어⋯?”











그 형태는 여러 번 보지 않아도,

이미 나타난 순간 직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카일은 주시영의 워치를 처음 발견한 날처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









카운터즈 카드 수집가라면 절대 모를 수 없으니까.





카운터 워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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