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작성해본다.

나는 얼굴이 희미한 일행 두 명과 목적지 없는 여행길에 떠나있었다. 우리들은 도보로 여행했고, 지치는 줄 몰랐었다. 목적지는 몰랐지만 왜인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는 모두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행 한 명은 내게 키 작은 여자를 쫓는 두 남자가 있었다고 굉장히 험악한 분위기였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우리 이야기도 아니니 크게 관심갖지 말자고 말했다. 그 때, 저 멀리서 마치 인왕상을 닮은 듯한 두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소녀같아 보이는 형체는 두 남자를 피해 도망치는 듯 보였고 남자들은 뛰지 않고 있었음에도 충분히 소녀를 추격했다. 나는 이게 무슨 어이 없는 상황이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리 일행은 나선으로 된 회랑으로 이루어진 건물에 도착했다. 'ㅁ'자형 복도에 중앙에는 오르내릴 수 있는 나선 계단이 있는 구조였을 것이다. 그 공간에는 두 남자와 소녀도 있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그 건물을 우리 집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소녀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웃인줄 알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지만 마주 인사하지 않고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그대로 나를 지나쳐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 뒤를 따라 좀 전의 남자 두 명 또한 우리를 지나쳐 지나갔다.

일행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니 알겠다더라. 죽음의 위기에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서 목숨을 거둬가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괜시리 나는 반박이 하고 싶어져, 그에게 내가 죽을 뻔 했던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는 놀라며 '말하지 말라니까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어라 하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말을 할 수 없었다.

두 인물을 나는 한 번에 멀찍이서 시선에 담을 수 있었다. 그 곳에 나는 없었다. 내가 서있어야할 자리에 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충격보다는 허망함과 가족에 대한 걱정, 그래도 이제 나는 아마 죽었을 것이니 더 이상 고통받을 일도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를 평생 찾을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형체는 없지만 의식이라도 있으니 내 집으로 가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설명해보자 하고 집으로 붕, 떠서 가는 와중에 나는 그렇게 꿈에서 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