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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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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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는 수십분 동안 진정하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홍련은 그런 장화를 거부하지 않고 토닥이며 달래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장화는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흡...히끅...크읍..."


눈은 물론이고 코까지 빨갛게 부어서 아직 남은 눈물을 삼키는 모습에 홍련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펑펑 울더니, 이제 좀 기분이 풀려?"


"조용히 해..그런거 아니란 말이야..."


감정이 가라 앉으니 장화는 수치심에 어딘가로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기도 모르던 진심을 토해내면서. 시간이 지나니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느낌에 어쩔 줄 몰랐다. 얼굴이 빨갛게 익은 장화가 애써 홍련의 눈길을 피했다. 그나마 자기의 내면을 본 것이 다른 이도 아닌 홍련이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점이었다.


"그래그래, 우리 동생. 자 이제 병실로 돌아가자. 넌 아직 환자야. 가서 밥 먹고 쉬어야지."


"애처럼 대하지 마..."


묘하게 아이를 다루는 듯한 태도에 장화가 괜스리 홍련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렇지만 홍련의 말대로 차라리 한껏 울고 나니 오히려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려서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었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 이토록 편한 감정이었구나. 그렇게 여기며 가슴 속의 말뚝이 뽑혔지만 여전히 가장 큰 말뚝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장화는 홍련의 손에 이끌려 떠나기 전 미련이 남은 듯 한 번 더 병실의 사령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령관은 그 소란에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장화는 떠나기 전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 대상이 신인지 아니면 사령관 본인인지는 몰랐다. 그저 사령관이 부디 일어나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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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와 오르카호 일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사령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수 있었다. 어김없이 사령관의 아침 수발을 들기 위해 병실을 찾았던 콘스탄챠는 들고 온 물품들을 전부 바닥에 쏟고 말았다. 병실에서 일어나서 풍경을 바라보는 정인의 모습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도 환상도 아니었다. 명백한 현실이었다. 


풍경을 보던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비서이자 첫 인연에게 미소지었다. 콘스탄챠는 눈앞에서 벌어진 기적같은 일에 감격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사령관은 그런 콘스탄챠를 말없이 달래주고는 병실을 나와 작전 통제실로 향했다. 그리고 전체 방송으로 자신의 가족들에게 알렸다. 악몽이 끝났다는 것을.


-훅훅. 모두 좋은 아침이야. 다들 잘 잤어?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인사였다. 하지만 오르카호에게 그 인사는 다시 한 번 그들에게 평범하지만 소중한 사람의 귀환을 알리는 낭보이자, 죽어가던 오르카호를 다시 한 번 맥동치게 하는 심폐소생술이었다. 대다수의 인원들이 환호했고, 어떤 이들은 어안이 벙벙해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수가 감격해 눈물을 쏟았고, 어떤 이들은 사령관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서 태연한 척 했다. 반응은 제각기 달랐지만 모두의 마음 속에서 환한 기쁨이 가득했다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병실에서 일어난 사령관은 즉시 오크 신체에서 자신의 원래 신체로 교체했다. 닥터의 치료와 조정 덕에 오크 신체의 본래 가동시간을 웃돌았음에도 쉬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기에 닥터는 만약 사령관이 내일까지 일어나지 못했다면, 오크 신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서 사령관의 의식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신체 전이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으음~ 역시 원래 몸이 제일 좋구나."


원래 몸으로 돌아온 사령관이 기지개와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차를 내온 콘스탄챠가 사령관을 자리에 앉혔다.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나신 거니 무리는 하지 마세요, 주인님."


"겨우 스트레칭이 무슨 무리야? 그리고 이 몸은 다친 곳 하나 없는 신규 신체라고. 그건 그렇고, 이제 뭐하면 되지?"


"겨우 방송 한 번으로 넘어가실려고 한 건 아니시죠? 저희가 얼마나 걱정하고 가슴 졸였는데요. 지금부터 오르카호의 모든 분들하고 인사를 나누셔야죠."


"그냥 한꺼번에 다 모여서 하면 안돼?"


"안 돼요~."


콘스탄챠가 짖궂게 거절했다. 자신들을 이렇게 겁 먹게 했으니 이정도는 당연했다. 사령관도 못 말리겠다면서 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했다. 가장 먼저 사령관실을 찾아온 것은 라비아타와 배틀 메이드였다.


"일어나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주인님. 그리고 죄송해요. 제가 오르카호의 방어를 더 철저히 했었다면 주인님이 다치실 일도 없었을 텐데...."


"담아두지마, 라비아타. 듣자하니 스토커는 지하에 굴을 파서 오르카호로 접근했다고 들었어. 설마 철충이, 그것도 연결체가 지하로 매복할 줄이야. 둠 브링어의 폭격을 틈타 오르카호의 레이더가 정상작동하지 못하는 틈을 노리기 까지 했어. 네스트 녀석, 아주 치밀했군."


"그리고....저는 이전에도..."


"또 그 얘기야? 됐어, 그건 벌써 지난 일이라고. 난 다 잊었다는데도, 참."


사령관이 몇 차례 손사레를 치고 나서야 라비아타는 간신히 물러났다. 라비아타 외에도 다른 메이드들의 반응도 다를 건 없었다. 평소에 매도를 입에 담았던 바닐라는 그 순간만큼은 매도보다 진심어린 걱정으로 사령관을 대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것은 스틸라인의 마리와 레드후드였다.


"승리, 사령관 각하!"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각하!"


늘 그랬듯 늠름한 둘이었지만 얼굴만큼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 때문에 걱정들 많았지? 미안해."


"아닙니다. 각하께서 무사히 일어나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더 바랄게 없는 지경입니다!"


"오히려 슬픔 때문에 저희들의 근무에 태만을 보여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정상근무에 들어가겠습니다."


"아니야, 듣자하니 밑에 애들도 나 때문에 마음 고생 심했다고 들었어. 당분간은 마음 편히 쉬게 해줘."


"음...사령관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말은 그리했어도 사실 마리와 레드후드도 내심 부하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 자신들이 없는 와중에도 훈련에 힘쓴데다,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서 서로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일쌈으며 자해 아닌 자해를 했다는 사실에 둘 다 탄식했다. 자신들이 강한 모습을 보여서 저들을 안심시켜야 했었다. 슬픔을 못 이겨 부대가 망가져가는 것도 몰랐다니, 지휘관으로서 실격이었다. 이 기회에 자신들도 좀더 스스로를 돌아볼 겸 휴가를 기획하기로 했다.


"달링. 달링이 보여준 행동과 모습이 얼마나 남자다웠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을게. 아무나한테 내 남자라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야."


레오나가 자신에게 매달려 울고불고 난리가 난 안드바리와 알비스를 달래는 사령관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사령관은 차마 저 미소가 절대로 마냥 좋아서 짓는 미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오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 사령관에게 다가와 얼굴을 바싹 다가갔다. 레오나의 미소가 한순간 사라지더니 분노와 슬픔이 반쯤 섞인 오묘한 표정이 됐다.


"하지만 이번 만이야.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도록 해. 누구 심장마비로 죽게 하고 싶지 않거든."


사령관은 애써 미소 지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미안, 레오나. 그건 들어줄 수 없겠어. 만약 내 가족들이 또 위험에 처한다면, 난 다시 몸을 날려서 구할 거야."


"너무하네, 달링. 거짓말로라도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도 않고. 그래서 내가 반한 거긴 하지만."


레오나가 사령관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춘 후 들어온 것은 칸이었다. 사령관이 짖궂게 웃으며 칸을 맞이했다.


"이야, 우리 군기반장."


"크흠. 놀리는 건 그만두시오, 사령관."


"왜? 내가 듣기에도 참 멋졌는데? '작작들하시오! 아니면 내가 친히 상대해주겠소!'. 칸한테 그렇게 어마무시한 면이 있을 줄 몰랐어?"


"그건...!! 탈론!! 내가 사령관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했잖은가?!"


"히히 죄송해요, 대장님. 그래도 사령관님을 알 자격이 충분하시다구요."


호드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찾아온 부대는 참 곤혹스러웠다.


그 이후로 오르카호의 부대들이 차례로 사령관을 방문했다. 둠브링어는 다른 때와 달리 사령관에게 울면서 안겨드는 메이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스카이나이츠는 사령관의 위문공연을 기획해 찾아왔다. 아스널은 자신이 감정을 못 이겨 마리와 싸울 뻔했다며 스틸라인에게 사죄할 자리를 만들어 달라 부탁했고, 용은 다음에는 자신이 사령관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리리스는 도저히 사령관을 볼 수 없다며 자기는 쓰레기라며 연신 자책하다 사령관이 자신은 아직 리리스가 필요하며 리리스 말고는 누구도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설득한 후에야 간신히 활력을 되찾았다.


이 외에도 두번째 주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며 부디 몸을 아껴달라는 로크, 자기 주인이라면 레일건 정도는 당연히 털고 일어나야 한다는 타일런트, 사령관의 방벽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 했다며 자책하는 스트롱홀드, 다음번에는 최강지휘관인 자신을 데려가라는 알바트로스와 그런 알바트로스를 꼬리로 때리는 글라시아스, 차후 더 강하고 튼튼한 육체를 만들겠다는 닥터와 더 좋은 장비들을 준비하겠다는 아자즈와 오드리 등. 


사령관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었는지,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걱정을 끼쳤는지 절절히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순서는 마지막 부대의 차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똑똑


올 것이 왔구나. 심호흡을 한 후 사령관이 말했다.


"들어와."


마지막 부대인 몽구스 팀이 차례로 들어왔다. 홍련이 중앙에 서 경례를 했다.


"사령관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서 정말, 정말로 기쁩니다."


"나도야 홍련. 몽구스팀 전원 무사하지?"


"응, 사령관!"


"사령관님이 구해주신 덕분에 모두 건강해요!!"


미호와 핀토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사령관이 마지막으로 봤던 불가사리와 핀토 모두 심한 부상을 입었었는데, 다행히도 둘의 상처는 말끔하게 치유된 듯 보였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 홍련이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몽구스팀의 작전관으로서, 그리고 모두의 보호자로서 여기서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저희를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령관님."


"감사합니다, 사령관!"


몽구스팀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사령관은 절도 잇는 그들의 감사에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사령관의 눈은 자연스레 구석에서 사령관의 시선을 피하는 장화에게로 향했다. 


전처럼 자신을 두려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장화는 여전히 사령관과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애써 눈을 돌렸다. 사령관은 쓰게 웃으며 자신은 응당 그래도 싸다고 여겼다. 


"장화는 어때? 상처는 이제 안 아파?"


그렇다고 계속 피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었기에 사령관은 모처럼 장화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다. 장화가 흠칫 하더니 이내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입을 우물 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장화는 느닷없이 사령관에게 소리쳤다.


"누.누가 그때 구해달라고 했어?! 왜 멋대로 나서는데?! 다.다른 녀석들한테 멋진 모습이라도 보이고 싶었던 거야 뭐야?!"


자신을 가리키며 장화가 횡설수설 하며 소리쳤다. 사령관은 그 모든 말들을 아무 대꾸 없이 받아들였다. 아직이구나. 내가 아직 장화에게 다가가려면 멀었구나. 그럴 만 했다. 자신이 장화에게 준 상처는 겨우 목숨 걸고 지켜준 걸로는 씻을 수 없구나. 사령관은 당연하다고 여기며 장화의 폭언을 묵묵히 들었다. 


그래서 차마 보지 못했다. 장화의 당혹감과 절망이 섞인 표정을.


"그렇게 나자빠져서 드러누우니까 좋아?! 다른 사람들 피 말리는 꼴 보면서 잠 잘 자던데, 이 참에 내가 영원히 재워줄 수도 있다고!!"


'바보야, 그딴 말 할거면 그냥 좀 닥쳐! 왜 난 맨날 이 모양인건데?!'


사령관에게 정말로 하고싶은 말이 있건만, 장화의 입은 정신과 따로 놀고 있었다. 멋대로 지껄이는 입을 뜯어버리고 싶은 심정에 장화의 눈이 점점 수치와 울분으로 얼룩져갔다. 또 사령관을 화나게 하겠구나, 또 사령관에게 미움 받겠구나. 그런 절망적인 상상을 하면 할 수록 장화의 입은 더 밉살스런 말만 골라 퍼부어갔다. 그렇게 장화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짙어갈 때.



"장화야."


홍련이 장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홍련의 개입으로 장화는 가까스로 사령관을 향한 폭언을 멈출 수 있었지만, 차마 홍련을 볼 수가 없었다. 홍련이 그렇게 연습을 도와줬건만, 이렇게 망치고 말았다. 분명 자신에게 실망했으리라 여긴 장화가 간신히 홍련을 올려다 봤다. 홍련은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로 장화를 대했다.


"그런 말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말 있었지?"


"........"


"괜찮아, 언니가 도와줄테니까. 우리 모두가 도와줄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해보자."


홍련의 인도와 함께 장화의 마음이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몽구스팀도 장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줬다. 멋모르고 떠들던 입이 그제야 제지되어 마침내 장화의 의지로 돌아왔다. 장화는 사령관의 눈을 봤다. 그의 얼굴에는 장화를 향한 미움은 없었다. 오직 자애와 부드러움으로 빚어진 다정함만이 있었다. 그제야 장화는 며칠 동안 다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미......미안해...사령관..."


장화에게 들려온 말에 사령관이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장화가 사과를 한 것인가, 자신에게? 잘못들었나 싶었을 때 장화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내가 아직도 다른 사람하고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몰라서 그랬어......"


장화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렇지만 시선은 계속해서 사령관을 피하지 않았다.


"사령관이 일어나면....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사령관이 날 미워해도.....그래도 들어줬으면 해.....고.고마워 사령관.....나하고 언니하고....몽구스팀 동료들 구하러 직접 와줘서......"


말을 이어갈 때마다 장화의 목소리가 떨려갔다.


"나 구해줘서 고마워, 사령관......사령관 아니었으면....난 이 자리에 없었을 거야....그러면 언니도 슬퍼했을 거고......나.나 언니가 슬퍼하는 모습은 보기 싫었어....."


감정이 달아오르면서 장화의 눈이 요동쳤다. 빨갛게 익어가는 눈가가 결국 눈물을 한방울 두방울 떨어뜨렸다.


"그리고....다른 것보다....이..이 말이..제일 하고 싶었어.....미안해, 사령관....."


"뭐가.....미안하다는 거야....?"


"내가....그동안 사령관한테.....심한 말만 했잖아.....지금도 그렇고.....저.저번에도 그렇고......."


울먹이며 흐르는 눈물이 많아지자 장화가 소매로 애써 눈물을 닦으며 훌쩍였다.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이 멋대로 흘러나왔다. 이 몸은 어떻게 된게 주인인 자기 말은 죽어라고 안 듣는다며 장화가 속으로 한탄했다.


"내..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지만 않았어도......그.그 날 사령관이 날 미워하지 않았을텐데...우웁.......전부 나 때문이야....내.내가 나쁜 애라서 그랬던거야....사령관은 하나도 잘못 없어...쿨쩍.....미..미안해 사령관...내가 그동안 잘못했어...히끅...흑...흡.....나...나 미워하지 말아줘, 사령관...."


이제 울음소리에 묻혀서 장화는 말도 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사령관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사령관이 과연 자신을 용서해줄까? 장화는 이제 눈물을 닦느라 앞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저벅 저벅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리에 장화가 몸을 떨었다. 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장화는 무서운 상상에 사로 잡혀 얼어붙었다. 사령관은 어떻게 할까?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며 쏘아붙일까? 아니면 손을 올려서 나를 때릴까? 아니면 또 그 무서운 방으로 데려가서 괴롭힐까? 어떤 쪽이든 장화는 자신에게 걸맞는 대우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령관의 행동은 장화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사령관은 그저 그의 따뜻한 손으로 장화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반응에 장화가 사령관을 올려다 봤지만, 이어 사령관은 그 품으로 장화를 안아줬다.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는 원망이나 미움 따위는 없었다.


"괜찮아, 장화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사령관의 다정한 말이 장화의 내면을 흔들었다. 홍련의 말대로였다. 언니처럼 사령관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장화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사령관을 봤다. 이내 사령관이 장화와 포옹을 풀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콘스탄챠에게 말했다.


"콘스탄챠, 지금 당장 전인원 오르카호 갑판으로 집합시켜줘. 내가 모두에게 반드시 해야할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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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래 계획했던건 사령관의 부재를 틈타 오메가가 쳐들어와서 오르카호가 위기에 처했다가 사령관이 극적으로 깨어나는 거였는데, 얘기도 길어질 것 같고, 스토커한테 장화 구해준 거하고 겹칠 것 같아서 그냥 빨리 깨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