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소설은
이젠 철이 지났지만, 6챕 막혔던 늒네가 왠지 기분이 미쳐서 걸캎세계관을 기준으로 써낸 창작글이야.
따라서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고 

원작붕괴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싫다면 뒤로가기 눌러도 돼!(그래도 대놓고 붕괴를 노리진 않으니까 봐주면 기뻐!)

덧붙여 실제 사건, 인물, 배경과는 일체 관련이 없어!


늒네의 말 : 뭔가 늘어질 것 같아서 그냥 최종장 분위기를 내보기로 함. 번외라고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동일, 각 인연이 개별적인 거라고 생각하면 됨.(A의 인연에서 B의 인연은 없던 일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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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장 돌입전, 각 캐릭터와의 개인 인연담같은 느낌으로.
지무카, 아이린 편.





< 인연- 지무카 >



늦은 저녁, 무카를 찾아낸 장소는 해변가였다.



“여기 있었네.”


“점장님?”



무카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나 내가 여기 찾아온 게 의외인가?



“몸이 안좋다고 하니까 걱정할 수 밖에 없잖아. 아이린에게 물어보니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말이지.”


“그 아이는 또 쓸데없는 짓을…….”


“그보다 몸이 안좋으면 쉬라고. 왜 밖에 나돌아다니는거야?”


“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걱정해서 찾아온 사람한테 너무나 쌀쌀맞은 반응이구먼.”


“…….”



대하는 무카는 무표정이다. 이쪽 화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예감이 든 나는 다른 화제를 꺼내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선 뭐했던거야? 아, 혹시 노을 구경? 이곳에서 보는 노을은 꽤 그림이 되지.”


“이곳에서 노을을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실없는 얘기하지 말라며 구박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카가 관심을 보여온다. 내심 럭키를 외치며 나는 대답했다.



“어쩌다 가끔? 솔직히 여유롭게 노을을 보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말이야.”



보통은 카페 업무. 그게 아니면 부대 관리에 관한 업무에 치인다. 뭐, 이젠 익숙해져서 그러려니하고 즐기고 있기는 한데.



“딱히 경치를 구경하려고 온 건 아니에요.”



수평선을 바라보는 무카의 그 말은 왠지 차갑게 들렸다. 그보다 시선도 왠지 엉뚱한 쪽을 향하고 있는 거 같고… 뭔가 신경쓰이는 게 있는건가?



“흐음, 그럼 내일 작전에 대한 고민이라거나?”


“점장님은 걱정같은 건 안되세요? 매번 태연한 표정만 하시잖아요. 처음엔 그런 척을 하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장님은 정말로 태연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핫, 그건 또 엄청난 평가인걸.”


“칭찬 아니거든요.”



무카가 나를 대체 어떻게 보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나도 사람이다. 당연히 모든 일에 태연하게 있을 수는 없다. 일례로 이번 사태만 해도 충분히 평생 놀랄 거 다 놀란 느낌이었다. 다만 확실히 적응은 빠를지도. 거기다 이번 일은 처음이 워낙에 큰 서프라이즈였다보니 왠만한 사태에 대해선 무감각해진 것도 있긴 있고.



“혹시 그거 알아? 못된 장난에 가장 좋은 대처 방법?”


“… 장난을 친 사람보다 더 즐기라는 건가요?”


“오, 알고있네?”



무카를 비하하는 게 아니지만 그녀의 성격이라면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혹시 아이린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비슷한 말을 전해 들었을까?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죠?”


“맥락은 같은거야. 너무 골치아픈 일이 생기면 차라리 고민을 던져버리고 즐기는 거지.”


“그건 무책임한 게 아닌가요?”


“그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때고.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그리고 답을 못찾아서 결국 즐기기로 한거야.”



솔직히 구색만 좋을 뿐인, 비겁한 변명이란 건 안다. 만일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만일의 방법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런 건 의미가 없다. 내가 그녀들을 배신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나는 내 목숨의 무게를 알았다. 단순히 내가 중요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로 인해 연관된 사람들을 알게 된 이상, 내가 길을 벗어나버리면 그 사람들마저 배신하게 되는거라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자신이 자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진 모르겠다. 다만 아르스나 파우스트처럼 되고싶지는 않다. 그렇게는 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듣기 좋은 얘기일 뿐이네요…….”



무카는 수긍하는 듯 했지만 좋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눈물과 약간의 후회를 담은 작은 소원이 떠내려갔다… 죄를 깨닫는 것은 언제나 모두 끝나버린 뒤… 부디 바라건대 바다여, 제 소원을 전해주세요…….”


“… 어디 책에 쓰여 있던 말이야?”


“글쎄요. 어디서 봤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무카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눈치였기에 나도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가 지고서도 한동안 해변가에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종종 무카의 옆얼굴을 훔쳐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선이 뺏긴 것이다. 달빛 아래 미인은 아름답다고 하던데 무카가 원래부터 미소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히 달의 여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슬슬 돌아가요.”


“응? 아, 아. 그래.”


“뭔가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냐, 아냐. 잠깐 생각에 빠져있어서 그랬어.”



당황한 내 태도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무카였지만 계속 추궁해오지는 않았다. 뭐, 생각에 잠긴 건 실제로 맞는 말이고 세이프야, 세이프.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다만 본인에게는 차마 전할 수 없는 진실의 말이지만.



“다음엔 아이린과 함께 노을을 보러오도록 해요.”


“그래.”



내심 그 얼굴을 독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린 건 비밀로 해두자… 



“무카?”


“아무것도 아니에요.”



보통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법이던데… 앞장서는 무카의 뒤에서 나는 방금까지 무카가 시선을 향하고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응?”



문득 인형같은 것이 보인 듯 했지만 다시 제대로 보자 떠밀려 온 해초더미였다. 기분 탓인가……. 깨닫고 나니 어느새 무카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기에 나는 황급히 무카를 뒤쫒아갔다.





< 인연- 아이린 >



“좋아, 끝났다.”



시재점검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기지개를 폈다. 그런 내게 아이린이 음료수 한 캔을 건네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점장님.”


“오, 땡큐.”


“그나저나 갑자기 고장이라니. 뭔가 마지막까지 시끌벅적한 하루였네요.”


“뭐, 어느 면에서는 우리답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예의 작전에 대한 내용을 부대원들을 소집해서 알린 결과, 아니나다를까 소동이 일었다. 그래도 열심히 설득하고 호소한 결과 결국 제안은 받아들여지고 소란은 수습되었다. 이후 우리는 각자 마지막 정비에 들어갔고 몇몇 사람이 카페에 남아 일을 돌보게 되었는데 폐점시간이 되서 마감처리를 하던 중 POS기가 먹통이 되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본래라면 업자를 부르는 일이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느정도 대처법을 알고 있으므로 내가 수리를 하는 일이 되었다. 덕분에 연장근무다. 아이린은 그런 나를 위해 남아서 다른 일을 봐주고 있었다.



“굳이 아이린까지 남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렇다고 어떻게 점장님만 남기고 가나요.”


“간 사람들도 있다만.”


“그거야 점장님이 억지로 돌려보내신 거고요.”


“뭐, 그건 그래.”



솔직히 남아있어도 할 것도 없고 인력의 낭비일 뿐이라 필요없다고 한건데 다들 뭘 그리 한사코 거절하는지 돌려보내느라 일종의 월권까지 행사해야 했다. 특히 무카는 엄청난 고집이었지……. 결국 최후의 타협으로 제비뽑기를 한 결과, 아이린이 당첨되었다는 거다.



“위험한 장소는 아니지만 늦은 밤이니까 데려다줄게.”


“후후, 밤의 데이트군요.”


“어?”



데이트라는 말이 의외로 마음에 꽂히는 게 있어서 나는 무심코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진정해라, 나?



“점장님도 참. 뭘 그렇게까지 부끄러워하시나요. 쿡쿡.”


“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잖아.”


“아니, 이런 미소녀랑 밤에 단둘이 걷는 게 데이트가 아니고 뭔가요. 그보다 점장님은 불만족이신건가요?”


“스스로 미소녀라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점장님!”


“아, 아. 미안미안.”



볼을 부풀리며 주먹을 휘둘러오는 아이린을 받아주며 나는 당황했던 마음을 몰래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이린 녀석, 왜 갑자기 그런 얘기는 해가지고… 아무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 데이트라는 단어때문에 아이린과 내가 남녀사이란 걸 의식해버린다. 실제로 아이린은 미소녀고 나같은 거엔 과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단 착하고 조금 덜렁이인 여동생같은 느낌이지. 그에 비하면 무카는 쌀쌀맞은 여동생인가, 지무유는 완벽초인 여동생이군……. 잠깐 잡념에 빠졌던 나는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럼 가자.”


“네~.”



카페의 문단속을 마친 나는 아이린을 숙소로 데려다주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나 도중에 갑자기 아이린이 발길을 세웠다.



“점장님, 잠깐 산책에 어울려 주시지 않을래요?”


“안 될거야 없지만. 어디에 가게?”


“헷, 그건 비밀이요!”



아이린은 왠지 들뜬 표정으로 앞장서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린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뒤를 따라갔다. 한동안 대화없이 걸어서 도착한 장소는 인근의 해변가였다.



“여기는….”


“노을이 보기 좋은 장소라고 하더라고요.”


“노을이라니, 너… 지금은 밤인데?”



하늘에 빛나고 있는 건 달뿐이었다. 이 프린세스 아일랜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이기도 하므로 밤에도 밝은 섬이기 때문에 별빛은 미약해서 밤하늘의 로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별빛이 수놓은 밤하늘이란 건 보고 싶을지도.



“… 노을은 양보했거든요.”


“응?”


“저는 밤바다로 만족한답니다~ 저거 봐요. 달이 비치고 있어요, 점장님!”


“자, 잠깐, 아이린!”


“아하핫~.”



뭐가 그리 신났는지 웃고 떠드는 아이린 때문에 잠깐이나마 느꼈던 위화감은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그저 텐션이 높아진 아이린에게 휘둘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즐거웠다. 언제까지나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래버릴 정도로.



“하아~ 지쳤어요.”


“그렇게 까부니까 그렇지.”


“아, 감사합니다.”



백사장 위에 그대로 주저앉으려던 아이린을 잠시 붙잡아 바닥에 대충 천을 깔아주었다. 뭐가 그리 들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린은 맨발로 바다에 뛰어들 정도로 본격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덕분에 잠깐의 산책정도의 시간은 훌쩍 넘기게 되었다.



“내일이면 또 싸우는 거네요.”



갑자기 아이린이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조금 침착한 듯 하면서도 불안하게 들렸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아이린은 폭력에 대해서 꽤 약한거지. 한 명의 병사로서는 큰 실점이다. 하지만 애초에 아이린이 병사가 된 건 어쩌면 나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건 또 역으로 말하자면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는 뜻도 된다. 역시 아이린은 이대로가 좋은거야.



“아이린은 싸우는 건 싫어하지?”


“필요한 일이란 건 알아요… 죄송해요.”


“괜찮아. 그건 아이린이 그만큼 착한 마음씨를 지녔다는 거잖아? 모두는 아이린을 이해하고 있어.”


“차, 착하다뇨. 그렇지 않아요…그게 지금도 점장님을……. ”


“아이린이 힘들면 나나 동료들이 얼마든지 손을 빌려줄 거니까. 걱정하지마.”


“아, 알겠으니까요!”



더이상은 부끄러웠는지 아이린은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그런 아이린의 반응을 보고있자니 나도 괜스레 쑥스러워져서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긁었다.



“그, 그럼 돌아갈까? 충분히 쉬었지?”


“네, 네! 점장님도 일찍 쉬셔야 할테니까요!”


“…….”


우리는 왠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결국 숙소 앞에 도착할때까지 뭔가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주고받고 헤어지기 전 아이린이 뭔가 중얼거렸지만 듣지못해서 캐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뭘 중얼거렸길래 그런걸까? 돌아가는 길,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하나 빛나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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