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소설은
이젠 철이 지났지만, 6챕 막혔던 늒네가 왠지 기분이 미쳐서 걸캎세계관을 기준으로 써낸 창작글이야.
따라서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고 

원작붕괴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싫다면 뒤로가기 눌러도 돼!(그래도 대놓고 붕괴를 노리진 않으니까 봐주면 기뻐!)

덧붙여 실제 사건, 인물, 배경과는 일체 관련이 없어!


늒네의 말 : 뭔가 늘어질 것 같아서 그냥 최종장 분위기를 내보기로 함. 번외라고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동일, 각 인연이 개별적인 거라고 생각하면 됨.(A의 인연에서 B의 인연은 없던 일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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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이후 번외편

[인연편1(지무카, 아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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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장 돌입전, 각 캐릭터와의 개인 인연담같은 느낌으로.
코넬리아, 로코코 편.




< 인연- 코넬리아 >


회의가 끝나고 나는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기왕이면 조금 좋은 물건을 구하려고 마음먹었다가 나름 구하는 데 애먹은 물건이다.



“칼을 모으는 취미라도 생기신 건가요?”


“어느쪽이냐면 나는 총기 쪽에 관심이 더 많지만. 그냥 아는 사람 주려고. 고마워, 수고.”



접수처의 직원에게 인사를 돌려주고 나왔다. 조금 이상한 시선으로 보인 것도 같지만 여느때의 일이니 무시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포장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긴 했지만 특히 유난을 떨일도 아닌 듯 해서 평범하게 선물하기로 했다. 지금 시간이라면 저 주변에 있겠지. 그 녀석도 의외로 고지식한 면이 있으니까. 향하는 곳은 녀석이 줄곧 트레이닝을 행하는 인근의 공원이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기다리면 올거라 생각해 근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 왔군.”



새삼 느끼는 거지만 멀리서 보고 있자니 저 녀석도 꽤나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하늘색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색감의 점퍼를 입고 조깅을 하는 미소년인가.



“여, 코넬리아.”


“점장인가.”



나는 가까워진 코넬리아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고 코넬리아도 딱히 놀라는 기색은 없이 나를 맞이했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건 그다지 드문일이 아니라서겠지.



“잠깐 괜찮아? 방해려나?”


“괜찮다.”



나와 코넬리아는 벤치에 앉았고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수건과 음료를 건넸다. 무뚝뚝하게 받는 코넬리아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내일 작전, 코넬리아는 괜찮은거야?”



지금까지의 적과 공투해야한다는 희대의 작전명령 그리고 그게 안전하다는 보장도 어디에도 없다. 언제나 최전선에서 전장을 지켜봐 온 코넬리아가 이번 결정을 가장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런 말도 없었고 회의 직후엔 곧바로 자리를 떠나버렸기에 물어볼 기회도 없었다.



“명령이라면 따른다.”


“병사라서? 그게 불합리한 명령이라도?”


“그게 내가 배운 전장의 병사니까.”



불합리한 명령이라는 건 딱히 부정하지 않는 코넬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심 코넬리아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코넬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점장. 전장이란 건 원래 불합리한 일들의 연속이다. 지휘관인 너라면 잘 아는 사실이지 않나. 거기에 나는 딱히 이번 작전에 대해서 불만족인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납득하고 있다.”


“어?”



코넬리아의 입에서 납득이란 단어가 나올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였기에 두 눈을 끔뻑이며 당황하고 말았다. 



“으음. 그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예전 08소대에 있었을때는 언제나 중압감에 눌려있었다. 엘리트 부대라는 간판이 따라다녔기 때문인지, 뛰어난 전우가 곁에 있었기 때문인지. 내게 있어 전장은 그저 잡념을 잊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러다 ‘기뢰’의 일이 터지고 부대는 새로 재편되고 전우들도 별로 남지않게 되었다. 갑자기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뢰’를 찾아낸다면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막상 달랐다. 소시… ‘기뢰’를 만났을 때, 원망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하지만 병사로서의 책임감이 또한 나를 괴롭혔다. ‘기뢰’는 배신자니까. 적어도 예전같은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고 이대로 붙잡는다면 심한 대우를 받을거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었던 나는 병사로서는 실격이겠지. 점장에는 감사한다. 그런 소시를 구해주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명령에도 따르기로 했다… 그뿐이다.”



코넬리아가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 건 매우 드문 일이어서 나는 묵묵히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반성했다. 생각해보면 코넬리아도 엄연히 감정이 있는 여자아인데, 전장에서 보여준 그 믿음직하고 든든했던 모습은 저런 고뇌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소시를 구해낸 건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고 나는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여기 온 목적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래, 하지만 너무 불합리한 명령은 나도 내키지 않으니까 선처할게. 참, 그러고보니 줄게 있어. 손 좀 줘봐.”


“음? 이건…….”



나는 코넬리아의 손바닥위에 가져온 나이프를 올려놓았다.



“전에 쓰던 건 저번에 부서진거지? 모두를 지켜줘서 고맙기도 하고 준비해봤어.”



코넬리아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내가 준 나이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마음에 들어준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코넬리아를 위해서 준비한 나이프는 컴뱃 나이프로 그 중에서도 특히 내구도에 신경을 쓴 제품이다. 제작사는 물론 JUDAS. 전장용에 걸맞게 끔 스테인레스 블랙스틸로 제작되어있고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자루부분엔 고급가죽이 사용되어있다. 특히 내구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수 합금으로 코팅되어 있는 인기제품 중 하나다. 기술만 조금 받쳐준다면 결정체도 절단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일품이다.



“불편하진 않아?”



내 말에 코넬리아는 나이프를 몇번 휘둘러보더니 말했다. 공공장소에는 위험한 짓이긴 한데 코넬리아가 설마 실수를 할 리도 없을테고 나는 주변에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지만 살폈다.



“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감사한다, 점장”


“괜찮아. 코넬리아는 언제나 큰 도움이 되어주니까, 그 답례.”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점장의 지휘에는 언제나 살아나고 있다. 그 부대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 좀 쑥스럽지만.”



나는 괜한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줄 것도 전했고. 여기 온 김에 나도 간만에 코넬리아의 트레이닝이나 한번 동참하고 갈까나.”



일어나서 준비운동 개시. 그래봐야 기지개랑 가벼운 스트레칭 말고는 하는 게 없지만. 코넬리아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건 환영이다. 나도 새로운 나이프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으니.”


“잠깐! 달리기만 할 거라고?”



황급히 외친다. 부대의 지휘관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머리를 쓰는 게 특기지, 육체를 쓰는 일은 조금 뒤떨어진다. 실제 사격조차 합격점은 못받았고!



“농담이다. 점장의 전투능력은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트레이닝은 권장한다. 만에 하나에 대비해 자신의 몸을 지킬 수단이 되기 때문.”


“하핫… 꼭 고려할게.”



그나저나 코넬리아… 이제 농담도 하게 된 건가. 언젠가 코넬리아가 살갖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올 날이라도 올까? 저편에서부터 밝게 웃으면서 달려오는 코넬리아가 손을 흔들면서….



“읏…….”


“왜 그러지?”


“아니, 잠깐 눈에 뭔가가 들어가서… 자자, 달리자구.”



나는 코넬리아에게서 수건을 뺏어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위험한 상상을 해버렸어.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스스로도 알 수 있다. 이게 그 갭모에인가, 뭔가 하는 건가! 나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코넬리아가 내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전력으로 달리면서 부디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어떻게든 잊으려 노력할 뿐이었다.




< 인연- 로코코 >


친남매는 아니지만 내가 코코의 오빠였다는 중대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우리의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위험하니 숨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거지만 코코의 그 성격이 무엇보다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저 아가씨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반응해도 툭하면 삐지고, 나한테 괜한 화풀이를 해오면서 틱틱대니 지금처럼 똑같은 거다. 사내에서는 좋은 콤비네 뭐네 떠드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거 전혀 기쁘진 않으니까. 그래도 예전처럼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불합리하게 당하는 건 아니라서 나도 그러려니 하고 있는 중이었다. 코코가 그러는 건 대개 나랑 관련된 일일 때가 많고.



“하나 물어봐도 돼?”


“그래.”



그래서 왠지 평소와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로 코코가 그렇게 물어왔을 때는 조금 신기한 느낌이었다.



“너는 ‘저 세계의 나’의 얘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했어?”


“그건 어떤?”


“용서하지 말라던 말.”


“흐음.”



코코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녀가 아니다. 그러니 그녀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고민하고 살아왔는지 정확히 평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키고 싶은 것은 나였겠지. 그런 내가 없어졌고 이해자도 사라졌으니 그녀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목표를 이루고 싶었을거야.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을 원한 거 아닐까? 줄곧 혼자였을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동료는 우리는 아니잖아. 그러니 코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애초에 우리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끝나는 얘기도 아니고.”



그녀는 멍청하지 않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건지 정확히 알고 있고 나를 부를 때도 확실히 구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만일 우리가 용서한다해도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말해왔다는 것은… 아마 그런 당연한 비난조차 해주는 사람이 없었겠지. 그야말로 모든 걸 잃고서 주위에는 전부 적 아니면 타인.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도움의 손을 뻗친 건 다름아닌 적. 겨우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가족의 정은 한낱 신기루 그리고 또다시 외톨이. 애정의 반대말은 혐오나 증오같은 게 아니라 무관심이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고독은 그야말로 독이 되는 약한 생물이다. 솔직히 그녀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는 풍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나 혼자 외톨이가 된다면 나로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으으음.”


“드물게 고민이네.”


“뭐야, 그 말투는? 내가 마음껏 말하는 상대는 너뿐이라고. 애초에 내 모든 고민의 99.9%는 거의 네가 원인이거든?”


“그래그래. 미안해. 그래서 이렇게 호출에 응해서 얌전히 불만을 들어주고 있잖아.”


“흥…!”



어쩌면 전매특허가 아닐까 생각되는 코코의 팔짱자세를 보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가져온 커피를 잔에 따랐다. 이번에 새로 연구하는 중인 향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는, 특제 커피다. 향에 눈치챘는지 로코코가 관심을 보여왔다.



“그건 뭐야?”


“이번 우리 카페 연구 시제품. 감상 부탁해.”


“완전히 카페 점장이 다 됐네.”


“뭐, 실제로 점장이니까.”



코코는 내가 따른 커피를 가져가서 한모금 들이킨다.



“향이 좋네. 어떻게 한거야?”


“원두를 볶을 때 조금 신경써서? 그리고 조금 비장의 재료를 추가.”


“이상한 건 아니지?”


“안전성은 충분히 검토했어. 딱히 이상한 재료도 아니니까 안심해도 돼.”


“흐응, 꽤 좋은데. 더 있어?”


“얼마든지 분부만 내려주세요, 아가씨.”


“…….”



아, 붉어졌다. 의외의 직구같은 타입엔 또 약하지, 코코. 성격이 에러라 채갈 남자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터무니 없는 남자에게 넘어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다.



“자, 애정결핍 아가씨를 위해서 듬뿍 애정을 담은 한 잔.”


“쓰,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


“크헉!”


“… 정말이지. 커피 맛을 모르겠잖아…….”



코코가 뭐라 중얼거리듯 했지만 예상외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던 나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대충 나에 대한 불만이겠거니 하지만……. 그나저나 나날이 정진하는구나, 코코여. 이번 타격은 꽤 매웠다…….


오늘도 R.o.S.E의 프린세스 아일랜드를 이끄는 공주와 그 노예집사는 평화로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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