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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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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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사령관의 갑작스런 명령에도 오르카호의 모든 인원들이 오르카호의 갑판으로 나왔다. 사령관의 소집에 군말없이 따랐지만 모두들 사령관이 왜 모두를 집결시켰는지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사령관이라면 이유가 있을거라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이윽고 선상에 사령관이 나타났다. 옆에는 콘스탄챠와 아르망이 대동했고, 뒤편에는 몽구스팀이 보였다.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하나 되어 우레 같은 함성을 질렀다. 지휘관 급들이 우선 순위로 보고를 위해 만나서 말단 대원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령관이 이렇게 직접 만나러 와주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특히 함께 전선에서 싸웠던 브라우니들이 유독 좋아했다.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단상 앞에 섰다. 잠시 마이크를 시험한 후 사령관이 미소 지었다.


"모두들, 잘 지냈어? 아픈데는 없었고?"


얼마 전까지 중태에 빠져 병상에 지내던 사령관은 자신보다 부대원들의 몸을 먼저 물었다. 가슴 한 편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며 오르카의 일원들이 저마다 회답했다. 괜찮다며 환호하거나 사령관 자신부터 걱정하라는 염려 등 각양각색이었다. 


"나는 괜찮아. 모두가 걱정해준 덕분이야. 이렇게 다들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랑에 사령관은 어떻게 몸둘 바를 몰랐다. 이 많은 인원들이 자신 한 명에게 보내주는 신뢰와 애정은 언제나 사령관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마음 한 편으로는 죄책감이 밀려 와 편치 못했다. 목을 가다듬으며 사령관이 단상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모두들, 내가 왜 갑자기 불렀는지 궁금할 거야. 물론 모두에게 내가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안심시켜주려고 했던 건 맞아. 하지만....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사령관의 말에 모두들 저마다 수근댔다. 자신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니? 부대원들은 그것이 뭔지 저마다 생각해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었다. 혹시 지휘관급이라면 알지 않을까 싶어 바라봤지만 지휘관들도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윽고 사령관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이 사뭇 깊은 수심을 드러냈다.


"다들 모이게 한 이유는......모두의 앞에서....너희와 어떤 한 명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서야...."


사과? 지금 사령관이 사과라고 한 것인가? 오르카호는 사령관이 사과할 일이 무엇인지 영문을 몰랐다.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로 눈썹을 찌푸렸다. 사과라면 혹시 사령관이 쓰러진 동안 오르카호를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일까?


단상 앞에 선 사령관은 차마 자신을 사랑해주는 소중한 가족들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과거가 수치스러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저들의 사랑과 신뢰가 산산히 부숴질까봐.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번 사태를 틈타 아무 것도 아닌 것 마냥 흐지부지 넘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도저히 사령관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다. 가해자였다. 벌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최후의 인간인 자신을 처벌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었다.


"모두들.....몇 달 전의 일은 다들 알 거야...오르카호에 새로 들어온 한 소녀가.....내게 심한 말을 했었어...그리고 나는.....분노에 이성을 잃고......그 소녀를 처벌했지....."


사령관의 말에 갑판이 정적에 휩싸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사령관이 정말로 화가 났을 때만 발령나는 처벌기간. 그 기간만큼은 말단은 물론 지휘관들마저도 사령관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 몸을 사렸었다. 정적이 길어질 때마다 사령관은 가족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는 공포에 몸이 벌벌 떨렸다. 행여 저들의 애정이 증오가 되어 돌아올까봐. 하지만 피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내가 그 소녀에게 준 처벌 방식은.......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었어.....올바른 처벌이 아닌....철저하게 그 아이의 존엄과 영혼을......철저히 짓밟아버린 끔찍한 짓이었지......그건 실수도 뭣도 아니었어......내가....내가 저지른 죄악이었던거야...."


감정이 북받치면서 사령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하지만 절대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가해자, 죄인이었다. 눈물은 오직 피해자에게 허락된 것. 죄인에게는 그 어떤 눈물로 허락되지 않는다. 


"그 아이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생겨 버렸고....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지......그 아이가 밤마다 내가 준 상처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후에야.....그게 잘못이라는 걸 깨달았어......"


사령관은 눈을 감고 잠시 침묵했다.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다잡은 후 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인원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는....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고결한 사람이 아니었어.....나 또한 과거 오만함과 죄악에 취해....스스로 파멸을 이끌었던.....구 인류와 다를 바 없는 남자였던 거야....나는....여러분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는 놈이야...."


"여러분에게.....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할 자격도 없고.....그렇지만....그렇다고 내가 해야할 일과....내가 저지른 죄를 피하지는 않겠어...너무 늦었지만.....지금이라도 해야만 해서....모두를 이 자리에 불렀어....."


사령관은 단상에서 물러나 선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한 소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르망과 콘스탄챠와 함께 따라왔던 몽구스 팀. 그들의 틈에서 적발의 장미 타투의 소녀, 홍련의 자매 장화의 앞이었다. 장화는 얼이 나간 채 자신에게 다가온 사령관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윽고 둘이 마주했을 때 사령관은 장화의 앞에 무릎 꿇었다.


"사..사령관...."


"이미 너무 늦었지.....내가 너한테 준 상처....그건 절대 용납 받을 수 없는 죄악이었어....늘 후회했어...과거로 돌아가서.....너에게 그런 상처를 준 내 자신을 늘 돌이키고 싶었어.....이제와서 뻔뻔하겠지만.....너에게는 가식이고 위선이겠지만......이게 내 진심이야....."


사령관은 무릎을 꿇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사령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올바른 방법이었다.


"정말 미안해, 장화야....그날 네게 끔찍한 처벌을 줘서 미안해......너에게 상처줘서 미안해....네가 미움받는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장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무릎 꿇고 뉘우치는 사령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정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휘관들도, 콘스탄챠와 아르망도 침묵을 지켰다. 이 자리에서 먼저 말을 열어야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윽고 그 주인공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날.....언니가 돌봐주고....보살펴줘서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발작은 오지 않지만.....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늘 무서워...."


"미안해....."


"....몇 번이고 사령관을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그 날 본 사령관의 모습이 생각나서.....두려워서 갈 수가 없었어...."


"...미안해....."


"...왜....왜 이제야 사과하는 거야.....좀 더 일찍 사과해줬으면......"


"....모두 내 잘못이야....내가 겁쟁이라서.....널 만나는게 무서워서.....더 일찍 사과하지 못했어...."


둘의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둘의 감정이 달아올랐다. 먼저 터진 것은 장화였다. 장화는 사령관의 앞에 무릎 꿇고 사령관의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굵은 눈물을 흩뿌리면서.


"내가..!!! 내가 그날 얼마나 괴로웠는데!!! 내가 얼마나 사령관한테 빌었는데!!! 내가 먼저 잘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 날 본 사령관이 마리아 여제님보다 무서웠단 말이야!!!!"


"정말 미안해...내가...내가 죽일 놈이야....미안해......"


사령관도 입을 굳게 다물고 터지려는 눈물을 참아 냈다. 사령관을 때리던 장화는 이내 주먹질을 거두고는 무릎 꿇고 흐느꼈다. 홍련이 그런 장화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사령관도 결국 부르르 떨며 고개 숙여 눈물을 감추려했다. 무릎 위에 말아 쥔 주먹이 굳게 쥐어졌다. 소매로 눈물을 닦은 장화가 아직 마르지 않은 눈으로 사령관을 응시했다.


"아직도....아직도 사령관이 조금 무서워....사령관이 나를 또 미워할까봐 무서워.....하지만...사령관은....날 구해주러 와줬어...날 괴롭힌 철충에게 분노해서 직접 두들겨 패줬고.....나 대신 공격을 받아줬어.....그러니까..."


비틀거리며 일어난 장화, 사령관에게 한 발짝 다가가더니 자신의 작은 품으로 사령관을 안아줬다.


"이럴 땐...이렇게 하는 거라고 언니가 가르쳐줬어..."


"장화야...."


"고마워, 사령관.....모두 앞에서....직접 사과해줘서...나....이제 사령관 안 미워해.....나..사령관 용서줄 수 있어....사령관이...나 용서해준 것처럼.....그러니까.....사령관도 이제....사령관을 용서해줘도 돼...."


"큭....."


터지려는 오열을 사령관은 이를 굳게 다물고 견뎌냈다.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 따뜻했다. 자신은 이 작고 여리고, 다정한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그거 사랑에 굶주리고, 사랑에 무지해 미움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밖에 모른 가엾은 아이였을 뿐인데. 


이윽고 사령관의 곁으로 하나 둘 다가왔다. 그들의 눈에는 그 어떤 실망과 분노도 없었다.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굳건해진 신뢰와 애정이 담겨 있었다.


" (홍련) 잠깐은....사령관님을 원망했습니다...장화가 괴로워하는 모습에...저도 괴로운 나머지.....하지만...사령관님이 지금까지 저희에게 보여주신 헌신...그것 또한 진실이었죠.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이렇게 모두 앞에서 장화에게 사죄해주셔서..."


" (칸) 자신의 치부를 모두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지. 그런데도 사령관은 그 길을 택했군. 두렵고 수치스러울텐데도....나는 그대가 정말 대견하네, 사령관."


" (마리) 각하, 저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각하께 실망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각하께서 보여주신 모습은 저희 모두의 귀감이었습니다."


" (용) 겨우 그 정도로 구 인류와 자신을 동일시 하다니. 그대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것만으로도 그대는 구 인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고결하네.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가 스스로 증명했어."


" (레오나) 사실...나는 그 날 달링 보여준 모습이 조금 뜻밖이긴 했어. 무섭기도 하고....달링이 이거 밖에 안되는 남자였나 하기도 했지..하지만...달링이 이렇게 뉘우치고 있다면....용서해줄 수 밖에 없잖아?"


" (메이) 흥! 다들 그렇게 물렁해서는! 앞으로 지켜볼 거야, 사령관! 또 누군가한테 상처라도 줘봐?! 내가 구 인류들에게도 반항할 수 잇는거 알지? 다음에도 그랬다가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 (라비아타) 저희 또한 사과드릴게요, 사령관님. 사령관님이 보여주신 한 번의 모습으로 사령관님을 두려워했던 저희를....사령관님은 여전히 저희에게 다정하고...사랑스러운 분이십니다."


" (아스널) 사령관이 병상에 누웠을 때 난 모두가 분노에 먹혀버린 것을 봤다. 나 또한 분노를 이기지 못했지. 우리 모두 분노의 노예가 될 수 있었다는 걸 봤다. 그러니 사령관이 그 날 분노에 휩싸여 저지른 실수.....이번만 묵인해주겠다. 부디...다시는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게, 사령관. 나 또한 다시는 분노에 휘둘리지 않을테니."


저마다 다정한 용서과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지휘관부터 말단까지. 전투원부터 비전투원까지. 넘쳐나는 사랑에 사령관은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토록 소중한 내 가족들. 자신이 죄를 지었음에도 자신을 용서해주는 그들의 연민과 사랑은 도저히 사령관 하나에게는 너무나 과분하고 무거운,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애틋했다.


사령관은 눈물을 흘리머 굳게 다짐한 얼굴로 일어났다. 장화는 잠시 사령관에게 포옹을 풀고 홍련의 곁에 섰다. 장화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를 보며 사령관은 모두에게 선언했다.


"최후의 인간이자!!! 오르카호의 사령관으로서!!! 여러분들의 가족의 일원으로서!!!! 여기 있는 모두에게 약속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겠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를 내 손으로 지킬 것이며!!! 모두의 명예와 존엄을 수호할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영원한 맹세입니다!!!!"


오르카호의 갑판에 폭풍과도 같은 환호와 박수가 울려퍼졌다. 오르카호가 들썩이는 가족들의 환호로 들썩였다. 그렇게 사령관과 장화에게 새겨진 얼어붙은 상처가 마침내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그저 진실된 사과와 진실된 헌신을 통해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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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참 오래 기다렸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음 화부터 쎆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단히 대비들 하라, 제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