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채널

"그래서, 나에 대한 걸 불었다고?"

"그 대신, 내부에 적을 심었지. 어차피 언젠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잖아?"


가면의 대마인──아니, '진짜' 코우카와 오보로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 여자를 정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믿을 수 없으면 어때. 이번 일로 대간부 사이, 불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는걸."


노마드와의 싸움은 어차피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

단기간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상대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당신이 걸어둔 제약만 아니었다면, 진즉 한 대 패고 남았을 거야."

"미안해. 벌충은 나중에 따로 할게. 아니면, 지금 바로 침대에서 한 판?"

"꺼져. 그럴 기분 아니거든."


그리고 눈길을 힐긋 돌려, 이쪽이 준비해 온 선물 쪽으로 향한다.


"폭탄까지 떠넘기기야?"

"그냥 폭탄이 아니야. 잉그리드를 자극할 수 있는 특대 폭탄이지."


아마 요미하라를 이잡듯 뒤졌겠지만, 잉그리드는 돌로레스의 흔적을. 시체조차 찾지 못했을 거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 내 손아귀에 있으니까.


뇌물 전달용 소형 냉장고에 억지로 구겨넣어진 돌로레스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꽤 재밌는 능력을 쓰더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허를 찔려, 애 좀 먹었어. 물리적인 공격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몇 배로 증폭해 적에게 돌려줄 수 있더라고. 써먹기에 따라선, 편리한 무기가 되지 않겠어?"

"이쪽에 해를 끼치지 않을 거란 보장은?"

"받아."


나는 코우카와 오보로, 이하 찐보로에게 스마트폰 하나를 던져주었다.


"뇌에 칩을 박아넣었지. 마음껏 가지고 놀아. 필요할 때만 현계시켜도 되고. 어차피 정보상 외에도 창관 마담도 겸업하고 있으니, 이곳 도쿄 킹덤에서 MAG 수급이 어렵지는 않겠지."

"강제로 계약한 거야? 어떻게?"

"그건 국가기밀급 사안이라서."


대충 마과의 키류의 끝내주는 솜씨와 외계인 고문을 통해 알아낸 요령 중 하나라고 답해주겠다.

마법소녀 (강제) 계약이나, 동료마 (강제) 계약이나, 별반 차이 없더만.


찐보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차피 어디 사는 누구 씨가 남의 신상을 멋대로 까발려 버리는 바람에, 모든 걸 제자리에 되돌려도 당당히 얼굴 까고 활동할 수는 없겠지만."

"그쪽도 찬성해 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야? 이쪽은 여전히 뒷수습 건으로 까다롭다고."


질린다는 양 손사레를 치자, 그녀의 시선이 내 오른팔로 향한다.


"그게 예의 의수? 상당히 정교한걸."

"왜, 탐나? 못 줘. 오차 마을의 기술력이 집약된 거라고."

"작년에 생포한 외계인을 고문한 결과물 중 하나인가?"

"......망할. 대체 우리 쪽에 스파이만 몇이나 있는 거야."


마법소녀들이 쓰던 아티팩트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력한 의수다.

지휘만 하는 게 고작인 '눈병신'이라고 얕잡아 보며 다가온다면, 꽤 아픈 꼴을 보여줄 수 있는.


"여하튼, 잃은 게 있는가 하면, 얻은 것도 있는 사건이었지."


내무부 조약 9과의 과장 사와모토 미와코와 조직 범죄 특수반의 수석 수사관 후지사키 아이가 반쯤 재기불능이 되었다.

동정은 하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마족을 상대하는 건 역시, 개조인간 따위 보다는 대마인이 더 믿음직하다고.

이번 요미하라 급습 건은 그 증명이었다.


비록 누구의 목도 따지 못했지만, 대놓고 쳐들어 가, 마음껏 들쑤시고 나왔다는 증명을 했으니까.

하물며 아키야마 선배의 운석충돌 건은 또 어떠한가.


대마인이 요미하라의 천장 위, 도쿄의 붕괴를 신경 쓰지만 않는다면, 요미하라를 박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정부 측 인간과 마족 진영에도 알린 셈이다.


아니, 요미하라 뿐만 아니다.

도쿄 킹덤이나, 아미다하라 등의 어둠의 도시에까지.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를 염려해 사용하지만 않을 뿐, 대마인 진영은 언제든 핵폭탄급 화력의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공의 적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

"언제는 안 그랬나?"


일본의 정재계는 매국노 투성이다.

미연이든, 중화 연합이든, 노마드든 끈을 못 대서 안달이지.


대마인의 뒤통수를 치고, 노예창부로 전락시켜 팔아먹는 경우도 있을 거다.

지금도 물증만 없을 뿐이지, 심증이 있는 정치인은 적지 않다.


"존중은 상대에 대한 공포에서 나온다고 하잖아. 이제 그 누구도 대마인을 함부로 건드릴 거라 생각치 않겠지. 그만큼 아키야마 선배의 안전에 주의해야 겠지만."

"아키야만 린코 뿐만이 아니지. 당신에게 그 악마소환 프로그램을 가져다 준 사람. ──후마 토키코도 포함이잖아?"


우주에서 떨어지는 일격이란 점에서, 아키야마 린코와 다를 바 없으니까.

그렇게 피식 웃으며 말하는 찐보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너 뿐만 아니라 아스카까지 죽여버릴 거야."

"흥, 정색하기는."


찐보로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아키야마 선배가 들었던 퓌르스트의 계획처럼, 좋든 싫든 마을의 재건 전까지 대마인은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마을 여기저기에 붙어 있겠지만, 이미 일본 외에도 해외 각지에 파견나가 있는 대마인까지.

합류나 복귀에 어려움을 겪다 보면, 필연적으로 꼬리를 밟히게 되고, 하나둘 씩 제거 당하리라.


"이쪽도 순순히 당해주고만 있을 생각은 없어. 먼저 치고 나갈 거야. 그걸 위해, 조금 도와줬으면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 이쪽도 뭔가 이득이 있어야, 서로 협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다시금 정보상의 모습으로 일변한 마담이 답한다.

나는 진지한 어조로 말한다.


"슬슬 '메시안'들과 접촉하려고 해. 내가 알기로, 음양사 쪽의 우두머리가 EU 측에서 활동하는 엑소시스트들의 장(長)과 접선하려고 한다는데. 거기에 나도 한 발 걸칠 수 있게 도와줘."

"......잘 모르나 본데, 메시안은 그렇게 튼튼한 조직이 아니야.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법. 미연, EU, 러시아 측으로 분열해서 내분 났다고?"

"그래도 마족과 싸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나는 내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액정 위에는 아주 노골적인, 『악마소환 프로그램』 어플이 떠올라 있다.


"이 건수로, 미연 측을 발판 삼아 바티칸에 갈 거야. 도와줘."

"바티칸에? 이걸 들고? 죽으러 가겠다는 거야?"

"아니. 세례 받으러 간다."


노마드는 전세계 각지의 어둠의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 범죄 조직이다.

좋든 싫든, 놈들을 잡으려면 똑같은 판 위에 올라서야 한다.


싸움은 그때부터 성립된다.


"명성이든, 악명이든 나도 상당히 유명하니까. 문전박대 당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잠시 동안이라도 내게 쏠린 동안, 대마인 진영은 별도로 움직여 재정비에 들어갈 거다.

그걸 위해 잔뜩 어그로를 끄는 것. 그게 내가 정한 나 자신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