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칠을 한 벤츠가 한 고층 빌딩의 앞에 멈춰선다.

코팅을 얼마나 덕지덕지 처바른 것인지, 창문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운전수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자, 거기서 한 남자가 나선다.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의 청년이 내린다. 그러나, 아직 학생 티가 남아있는 게 고등학생 정도로 추정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교복이 아닌 정장을 입고 있지만 그래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시죠."

"예."


빌딩 앞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청년은 내부에 들어선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문을 넘어,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분위기가 일변하는 걸 느낀다.


문자 그대로 공기 자체가, 바깥과는 다르다.

결계를 넘어선 거다. 이 내부는 '바깥'과 전혀 다른 이계와 마찬가지다.


"요기(妖氣)가 넘쳐흐르는군요."

"취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눈이 3개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썩어도 대마인입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그런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 상층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춰, 예정된 층에서 내려, 곧바로 실장실을 향해 찾아간다.


똑똑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례하겠습니다, 실장님."

"......어서오게, 후마 당주. 기다리고 있었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중년의 남성이었다.

테이블 명패에는 '아베노 코죠'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군. 그럼 출발하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내인이 바뀐다. 이번에는 실장의 안내를 따라, 일반 직원은 이용할 수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층까지 올라간다.

옥상에는 헬리포트가 있고, 이미 한 대의 헬기가 기다리는 중이었다.


프로펠러가 돌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아직 이륙 준비 중인 듯 하다.

그 헬기 곁에 한 노인이 등을 돌린 채 우뚝 서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관님. 후마 종가의 당주, 후마 코타로라고 합니다. 역사상 최대최강의 음양기사이자, 검성 아베노 류메이 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차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건 아첨 뿐인가, 아니면 그동안의 실적은 그런 식으로 부풀려 온 건가."


초면임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대뜸 돌아오는 건 모욕적 언사.

그러나 후마는 개의치 않았다.


"제가 결례를 범했군요.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흥, 덤벼들 기개도 없나."


개인적인 감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가, 후마는 싱긋 미소 지었다.


"손녀 분과 연락을 하신 건 오랜만이었겠죠. 내용이 사무적인 건 실망스러우셨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애당초, 저 또한 몇 다리 건너서 장관님께 청을 올린 것이니까요."

"후마의 당주는 호색한이라 들었네."


노인이 등을 돌려 후마를 돌아본다. 굉장히 엄격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해온다.



"혹여, 내 손녀에게 흑심을 품은 건 아니길 바라지.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져 온 피에, 후마의 피가 섞이길 바라지는 않으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음양사.

헤이안 무렵부터 권력자들의 비호 아래, 기괴한 업을 구사해 온 음양사들의 권세도 지금은 옛 말.


과학 문명의 융성 속에서 한 개인이 된 음양사들 중에, 그 힘을 악용하는 자가 나타나는 것은 시대의 필연이었을까.

보통 사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음양사 범죄에, 일본 정부는 같은 음양사를 고용해 대항하기로 했다.


음양청의 설립이었다.

그리고 눈 앞의 노인은 전설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후예로, 그 음양청의 장관이다.


똑같이 일반에는 비밀로 되어 있으나, 천 년이 넘은 음양사와 오백 년 남짓의 닌자는 과거부터 그 대우가 달랐다.

음양사는 제대로 된 기관으로서 고개를 뻣뻣히 들지만, 대마인은 내무부, 그 중에서도 한 부서의 조직이라는 형태로 존립하고 있다.


따라서 음양사가 대마인을 무시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요(妖)를 사역한다면, 먼저 우리 측에 인사를 하러 와야 하는 것.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처우는 없었을 걸세."


코죠가 조용히 충고한다.

그러나 후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르는 방법이야 다양하다지만, 마(魔)를 사역한다고 다 음양사인 건 아니잖습니까? 애당초, 저는 여기 계신 분들과 달리, 편법으로 계약을 맺은 상황이니까요."


음양사하면 역시 음양도의 술법과 식신을 먼저 떠올리겠지.

먼 과거부터, 요마를 사역하고 부려온 자들. 음양사들.


그들 입장에서 『악마소환 프로그램』이라는 건 굉장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리라.

자신들의 특수성, 희소성이 빛바래게 만드는 물건이니까.


계약의 강고함과 능력의 사용 자체는 음양사 측이 우위에 있을지 모르나, 음양사 하나에 식신 하나.

다양한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한 서머너와 비교하면 뒤떨어지는 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잡설이 길어지는군. 빨리 타지. 공항까지 직행할 거다. 코죠."

"예."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류메이는 후마와 함께 헬기에 올라타면서 코죠에게 말한다.


"예의 건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겠지?"

"......야규 토와코의 건입니까."

"그래." 

"예. 문제 없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죠는 막힘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유럽으로부터 돌아오기 전까지......"

"잘 마무리 해놓겠습니다."

"수고해라. 너의 충심은 잊지 않으마."

"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코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


류메이 또한 무언으로, 헬기의 문을 닫는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하고,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이륙한다.


코죠는 그것을 받아내며 머리를 숙인 채, 그들을 전송하는 것이었다.


***


"토사구팽입니까."


헬기 바깥은 시끄러운 소음이 울리고 있는데, 정작 내부는 기이하리만큼 정적이 내려앉아 있다.


"레이카가 쓸데없는 것까지 지껄인 모양이군."

"아뇨아뇨. 두 분 사이의 관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썩어도 닌자라고, 정보의 수집에 관해서는 얕볼 수 없나 보군."

"유능한 집사를 두었지요."


후마 당주의 집사인 후마 토키코.

야규 토와코의 집사인 시키 레이카.


두 사람의 가문은 각자 주인을 섬기는 하인 일족으로, 옛부터 인연이 있었다.

후마는 토키코에게 레이카와 다리를 놓아줄 것을 부탁해, 그걸 타고 토와코로, 다시 류메이에게까지 닿았다.


"저 같으면 그런 식으로 내치지 않겠습니다만. 좀 더 빙 돌려 말하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집안 사정이다. 참견하지 마라."

"예, 뭐......그러죠. 혹시나 싶어, 토와코 쪽에 보험을 하나 들어 두었으니까요."


류메이는 힐끗 후마를 노려보았다.

후마의 미소가 깊어진다. 뻔뻔스런 얼굴이다.


아시야 도만이라는 남자가 있다.

헤이안 시대, 아베노 세이메이와 대립했던 괴인으로, 그와의 주술 대결에서 패한 일화가 있다.


아베노 코죠. 본명, 아시야 코죠. 아시야 도만의 후손이다.

그런 그가 아베노 세이메이의 후손 집안의 양자로 들어 갔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 뿐.


아베노 류메이의 장남으로, 음양사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자의 증거인 음양기사 내에서도 으뜸인 12천 장군의 하나. 

심지어 차기 음양청 장관이 될 남자라고 칭해졌다.


그리고 얼마 전, 류메이로부터 내쳐졌다.


"무얼 위해, 야규 토와코를 다시 아베노 토와코로 되돌리시려는지 모르겠으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면 후환이 남기 마련입니다."

"코죠 녀석을 동정하고, 공감이라도 하나?"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쁜 것임은 세 살배기 아이라도 아는 사실입니다."


코죠가 앙심을 품고, 토와코에게 분풀이를 할 수도 있다고.

빙 돌려 전하자, 류메이는 미간을 살짝 모으더니,


"후마 당주. 우리 같은 인간이 다루는 이능. 그 근원을 따라가면, 좋든 싫든 마(魔)가 나오기 마련이지."

"예, 뭐. 그렇죠."

"그건 지금도 우리의 피에 흘러, 이능이란 형태로 자리잡고 있지. 그럼, 강한 이능을 터득하는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魔의 피가 진할 것.


"토와코의 피는 놈의 것보다 진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선조는 그 아베노 세이메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과연......장관님께서 손녀 분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개 같은 새끼인지도.

속으로 그렇게 욕하며, 후마는 류메이와 함께 공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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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기사 토와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