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마셨겠다. 옛날 썰 풀어 봄.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눈 앞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피를 흘리며, 고통에 사무치며, 공포에 찌든 채로, 죽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잊지 못 한다. 

 그것은 공사장에서였다. 아직 내가 어리고, 안정되지 못 했을 무렵이었다. 그때의 나는 약간의 돈이 필요했고, 나는 가볍게 노가다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노가다를 그만 둘 염두도 내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능숙하신 선배분들 사이에서, 나는 어리고 미숙한 어린아이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새로 들어온 후배가 반가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겨우 몇 주로 선후배 사이를 따지냐싶지만, 그 때의 나는, 그를 후배로 여기며 최대한 챙겨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내 후배는 죽고 말았다. 아직 젊은 나이에, 사고로, 우리의 부주의로 죽고 말았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던 무렵이었다. 상가인 걸로 생각되는 수층 높이의 건물을 짓고 있었고,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틀을 세우던 때였다. 이맘때쯤, 그 후배는 일에 어느정도 익숙해 졌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자만심이 싹트고 있는 때였다. 나도 일상에 지치고 내 일에 바빠, 그 후배를 챙겨주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이제는 알아서 잘 하겠지, 내가 지금 참견하면 잔소리가 될 꺼야.하고 생각하며 그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참견을 하지 않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사고는 갑작스러웠다. 위에 설명한 내용처럼 지내던 어느 때, 그 후배는 추락사고를 당했다.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졌고, 하필이면 아무 안전장비도 없었으며, 추락방지망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3층에서 한창 공사중이던 1층으로 떨어졌고, 나는 그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잠깐의 떨어짐 후에 이어지는 털썩 소리에 나는 그에게로 달려갔고, 그는 1층에서 가슴에 철근이 튀어나온채로 누워있었다. 가슴을 관통한 철근에 그의 가슴은 이상하게 들려 있었고, 그의 척추는 휘어 괴상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나는 그 후배에게 당장 달려가서 무릎을 꿇었지만, 어쩔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혈을 할 수도 없었고, 그를 철근에서 빼내줄 수도 없었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사이, 주변의 선배들이 이미 119에 구조 요청을 보냈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후배의 곁에 붙어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철근이 가슴을 관통하고 폐를 찢어놓고 구멍을 뚫어 놓아 말도 하지 못 하는 후배는 그저 내 손을 꼭 잡고서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불안한 눈빛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눈빛이다. 그 눈빛은 공포로 가득 물들어 있어, 섬뜩한 느낌이 드는 눈빛이었다. 내 생애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후배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 후배는 단순히 그 섬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꿇어앉은 무릎을 펴고 어정쩡한 자세로 그의 손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손을 잡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 같았다. 

 내가 그의 눈동자를 계속 바라보며, 살 수 있다고 강박증처럼 외치고 있을 때, 내 무릎은 무언가에 젖었다. 차갑고, 비릿한 냄새가 나는 피였다. 그때,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냄새를 맡았다. 진짜로 냄새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구토를 유발하고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그런 냄새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죽음의 냄새라는 녀석이었을 것이다. 

 후배의 손은 점점 차가워져만 갔다. 내 무릎의 끝만 적시던 피는 어느새 내 신발까지 적시고 있었고, 그 후배의 눈에는 공포와 체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고, 내 다리는 점차 젖어갔으며, 손은 점점 차가워졌다. 

 엠뷸런스가 도착하기 직전,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그 순간에 후배의 눈은 공허해졌다. 초점은 사라졌으며, 눈동자는 기이할 정도로 커지고, 그 눈동자에 비치는 빛은 더 이상 뚜렷하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후배는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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