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한 명 들어가면 꽉 차는 이 좁디좁은 관 안에 그 이가 들어있다. 불과 수시간 전만 해도 병실 한 켠에 누워 뼈와 혈관이 도드라지는 삐적마른 그런 노쇠한 몸으로 끈질기게 생을 이어가다, 끝내 심장박동기가 가슴을 관통한 듯한 길고 날카로운 소리로 비고를 알리며 작별했다.
그의 곁에 좀 더 다가가자, 언제나 풍기던 익숙한 가령취는 어디가고 코를 헤집는 듯한 독한 약품냄새가 그에게서 난다.
새파랗다 못해 이제는 거무잡잡해진 그의 손에 내 손을 얹자, 말라비틀어진 고목에 얹은 듯 차갑고 딱딱해, 입을 앙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나를 남기고 떠났으면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뭐가 그리 우스운지 미소를 띄고 있다. 가서도 이렇게 사람 속을 썩히고 궃은 일하게 만드는건 온세상을 뒤져봐도 아마 이 이밖에 없을 것이다.
내게 궃은 일 하나 없이 편안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고백할 때가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같이 사는 내내 고생시켜놓곤 마지막에 도망치듯이 가버리다니 정말 야속하기만 해서 눈을 희미하게 감은채 아랫입술을 깨물자 너무나도 아파서 그만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다.
이대로 울음을 터트리면 어쩐지 모르게 무너져내릴 것만 같아서 '끅끅'거리며 겨우 참아내고선 크게 쉼호흠을 한 뒤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에 힘을 주어 다무니 허약한 심장이 고통에 몸서리치기 시작해 관에 머리를 박고 가슴을 움켜쥐어 몸을 들썩였다.
이러고 있으니 며칠 전 이 이가 갑자기 혼절해 병원 침대 모서리에 이마를 박은 채 홀로 자그마한 울음을 터트리며 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 쭉 병실 신세를 지내다가 죽기 직전에 되서야 힘없이 축 늘어진, 주름 가득한 눈꺼풀을 들어올려 자신의 손에 올려진 자신의 손에 올려진 나의 손을 잡고선 한다는 말이
"나 갈 때 되어서도 여전히 곱구려."
이따위 것이라 부르르 떨리는 몸을, 침을 꼴깍 삼켜 겨우 진정시킨 후에
"그런 소리허덜 믈고 몸 성히 일어나기나 혀."
라고 답하고는 손에 힘을 주니, 이 노망난 양반은 이만큼 나잇살 먹고도 아직도 실없는 농담 뱉는걸 고치지 못했는지 내 손을 잡던 손이 풀어지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우리 안사람 어째 고추 달린 내보다 힘이 장사구먼."
그 말에 욕짓거리를 내뱉으려다가 목구녕 안으로 밀어놓곤 이내 삐적마른 멸치마냥 비실비실한 바깥사람한테 쓴소리를 하였다.
"원체 하는 일이 없응께 근이 붙질 않지 이 사람아. 궃은 일없이 살게 해준다믄서 어째 한 평생 고생만 시키게 한디야."
이 말에 이 이는 옅디옅은 숨소리를 내면서도 '껄껄'하고 웃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내 미안허이."
그저 말 한마디로 방금 말을 넘어가려는 이 사람이 괘씸해서 퉁명스럽게 답을 던졌다.
"어이구 말은 잘해네 말이믄단가?"
그러면서 명치 왼편에 가깝게 손으로 '툭'치고선 그대로 가만히 올려두자, 이 이가 손에 힘을 내어 들다가 결국 힘없이 다시 고꾸라지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는 다시 잠 들것네."
"워메 여태껏 디비 쳐 자부렀음서 또 자는가?"
"임자 지금까지 고생혔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마 뜨지도 않던 눈꺼풀이 힘을 잃어 스스륵 닫혀 다시 잠 들었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귀에 거슬리는 심정지 소리가 병실 내에 울려퍼져, 바깥사람이, 아니 이 이가, 내 남편이 나와 이곳에서 작별을 고했음을, 신경이 거슬리도록 알렸다.
회상이 끝나니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와 이 이와 있는, 이제는 나만이 있는 텅빈 공간에서, 원망과 그리움이 담긴 울음을 하늘을 향해 올려보낸다.
임과 나의 질기도록 길었던 인연이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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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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