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좋아요. 그렇게 하죠."

 

신 "뭐? 방금 뭐라고 했지?"

 

인간 "모실께요. 됐죠? 언제 시작할까요?"

 

신 "아니! 아니! 잠깐! 다른 사람들이라면 절대 섬기지않겠다고 말하는 게 이치에 맞지않더냐?! 예를 들어 다른 신을 믿고 있으니 섬길 수 없다거나 내 인생을 조종하려 들지말라고 거절하는게 정상이란 말이다!"

 

인간 "아니. 바로 섬기겠다고 말하는 인간이 흔한가요? 거 섬기겠다고 말해도 저러시네."

 

신 "이런 반응은 나도 처음이란 말이다! 바로 섬기겠다고 하니 뭔가 찝찝하단 말이다! 이유라도 말해보거라!"

 

인간 "요즘 세상이 직장 구하기도 어렵잖아요. 안그래도 고용한파가 심해서 외국에 유학을 갖다오거나 명문대를 나온 내 동창도 직장도 못 구해서 단기 알바라도 하는 처지에요. 얼마전에 내 친구도 직장을 못 구해서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에휴. 됐다. 더 말하면 그 녀석을 비참하게 만드는 거 같아서 여기까지 말할께요."

 

신 "그정도로 이승이 이렇게나 어지러워졌단 말이냐? 정말 심각하구만."

 

인간 "그쵸? 그리고 뭐 좀 물을께요. 신님을 섬기면 사주도 보이고 점도 칠 수 있죠? 그리고 작두에 올라타도 절단되지도 않고, 부적도 효능이 있죠? 그것도 일종의 기술직이잖아요."

 

신 "그래. 있기야 하지. 날 섬기면 가능은 한데... 아니아니! 기술직은 아니다! 아니. 맞을지도? 그나저나 정말 바로 승낙할거냐? 한번 튕기고 그래야 부모님이 걱정을 하시지 않겠느냐?"

 

인간 "미쳤어요? 제 부모님은 기독교를 믿었는데 제가 독립하기 전까지 제가 좋아하는 만화와 영화는 사탄의 작품이라고 탄압을 때리느라 앞장선 답없는 사람들이에요."

 

인간 "거기다가 좋은 대학 들어가라고 공부만 강요해서 좋아하는 걸 금지시켰는데 좋아할 의무라도 있어요? 그 말만 듣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좋은 기업에 들어가라고 또 닥달거리고 학점을 따느라 또 공부하지, 등록금까지 버는 동안 청춘이 다 날라갔다고요! 그렇게하다가 학력만 좋은 백수가 되었고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면접봐도 다 떨어졌어요. 공무원에 합격하려고 또 인생하는게 싫어서 독립했어요!"

 

인간 "그런데 제가 직장을 가질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포기하겠어요? 나같이 바로 승낙하는 인간은 엄청 드물어요! 얼른 계약할테니까 빨리 승낙하세요!"

 

신 "어... 그래... 맞는 말이긴한데 뭔가 이상한데? 인간이 바로 섬기는 걸 승낙해야할 정도라니. 이승도 너무 암울해졌구만."

 

 

다른 신 "그래? 친구! 요즘은 어때?"

 

신 "아. 그 인간 친구가 바로 승낙해버렸더군. 자네들은 어떤가?"

 

다른 신2 "나도 그런데. 부모 간섭 안 받고 돈 많이 벌려고 신내림을 바로 승낙했어."

 

다른 신3 "아니? 너도? 난 묻기도 전에 바로 콜 해버렸는데?"

 

신 "정말 시대가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