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 트리시는 계속해서 얼음 조각으로 나란차를 식혔다. 부차라티가 그런 그녀를 말렸다.


“나란차에게 괜한 짓 할 필요 없어! 그 컵의 ‘얼음’은 온전히 네 몫이야!”


트리시는 부차라티를 바라보았다. 부차라티도 노화가 많이 진행돼 가만히 서있는 것 조차 지쳐 보였다.


“나란차는… 상관할 것 없어… 너만 몸을 식혀… 그 작은 조각은 너를 위한 몫이야…”


“부채 바람이나 얼음 수건 정도로는 도저히 식힐 수가 없어요… ‘얼음’으로 직접 식히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제일 먼저 죽어버릴 거예요!”


“나란차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다 각오하고 보스의 명령을 따르는 거야. 넌 자기 안전만 생각하면 돼… 그게 우리의 일이야. 넌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노화시키는 적’은… 밖에 있는 ‘미스타’가 어떻게든 해줄 거야…”


그 순간 꽃병의 꽃이 생명이 끝나 완전히 가루가 되어 바스라 졌다.


“어떻게든… 해줄 거야, 미스타가. 그렇지 않으면…”


그러나, 미스타는 이미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프로슈토와 페시는 이미 운전실에 들어와 있었다. 프로슈토는 운전실 벽을 만지거나 벽에 귀를 기울이더니 생각했다.


‘놈들이… 어디에 어떻게 숨었는지 슬슬 알 것 같다. 찾는 발상을 다르게 해야 해. 부차라티는 역 플랫폼에서 ‘보스’로부터 뭔가 검은 것을 받았어. 그거야. 이 운전실에서 지금 찾아야 하는 건 바로 그거야.’

“잠깐, 페시. 아까 이 운전석에서 네가 느낀 그 ‘기척’, 뭐 같았지? 지금은 안 느껴져?”


페시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 그거 말인데요, 형님… 너… 너무 기대 말라니까요… 아까 내가 느낀 ‘기척’ 같은 거 갖고. 나… 난 감이 영 별로라…”


프로슈토는 페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페시 페시 페시 페시~ 난 널 믿어. 내가 아까 네게 화낸 것 때문에 그러는 거면 자신을 가져도 괜찮아… 네 ‘비치 보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능력이잖아? 안 그러냐? 네가 아까 느낀 ‘기척’은 굉장히 수상해. 지금이 승부의 갈림길이라고, 페시! 우린 놈들을 몰아붙이고 있어! 자신을 가져도 괜찮아! 네 능력에 말이야.”


페시는 긴장이 풀린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 진짜요?”


“그래.”


“그… 그치만 ‘기척’이라고 해도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내 ‘능력’이 통하는 건 표적이 좁혀 졌을 때뿐이라.”


“떠올려봐.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 아까 뭔가 묘한 건 없었고? ‘검은’ 물체라든가.”


“앗! ‘검은 물체’…”


페시는 운전석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검은 물체라고 하니 형님!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생각났어요! 아까 운전석 아래를 한번 볼까 싶었거든요! 뭔가 묘하더라고요!”


페시는 운전석 아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페시는 실망했다.


“미… 미안 해요, 형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분 탓이었나 봐요. 여… 역시, 그… 그러니까 믿을 게 못 된다니까요. 내 ‘감’ 같은 건요.”


“천만에, 그게 또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잘했다, 페시!”


“응? 뭐라고요?”


“수수께끼는 풀렸다! 부차라티 패거리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숨어 있는지. 부차라티가 보스에게서 뭘 받았는지! 네 덕에 전부 다 이해했다, 페시!”


페시는 이해하지 못했다.


“혀… 형님? 뭔 말씀인데요?! 나… 난 잘 모르겠거든요…!”


프로슈토는 품에서 펜을 꺼내 운전석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갈색 배설물을 건드렸다.


“왜 열차 아래에 뜬금없이 ‘동물의 똥’이 있는 걸까? 쥐 같은 건 아냐. 쥐였다면 벌써 진작 수명이 다해 뒈졌을 테니까 말이야. 오래된 똥이 아니야. 방금 싼 느낌이라고… 무슨 뜻일까? 이걸로 추측할 수 있는 건… 응? 스탠드 능력은 인간만이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동물’은! 물건 뒤에 숨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그레이트풀 데드가 계기판 아래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끝네 프로슈토는 계기판 구석에서 등딱지에 열쇠가 박힌 거북이와, 그 열쇠에 장식된 반구형의 보석 안의 트리시를 발견했다. 페시가 소리쳤다.


“뭐… 뭐야 이게에에! 거… 거북?! 거북이잖아! 그리고 이 거북 등에 붙어 있는 물체 속에 있는 건!”


“찾았다! ‘보스의 딸’이다! 딴 놈들도 보인다! 보스이 딸 말고는 전부 다 예상대로 ‘노화해’ 이제 곧 죽기 직전이다! 끝이다! 이 ‘거북’에 추가로 ‘직접’ 능력을 때려 박아주마! 보스의 딸 말고는 전부 다 곧 수명이 다해 목숨이 끊어질 것이다! ‘그레이트풀 데드!’”


“자, 잠깐만요 형님! 이놈들! 한 놈 모자라잖아요!”


페시의 외침에 프로슈토는 공격을 멈추었다.


“봐, 봐요! 누구 한 놈이 없어요! ‘보스의 딸’ 말고 넷밖에 안에 없어요… 누가 없다니까요! 누구지? 누구 한 놈이 안에 없어!”


같은 시간, 미스타의 머리에 난 총알 구멍에서 총알 두 발이 나와 밖으로 떨어졌다. 이윽고 마지막 한 발마저 밖으로 나오자 그 구멍에서 아주 자그마한 얼음 조각을 든 ‘No.5’가 엉엉 울면서 소리쳤다.


“우에에에에에엥~! 미스타! 일어나! 이제 ‘얼음’은 이거 밖에 없지만 정신 좀 차려봐!”


숨이 붙어 있었던 미스타가 중얼거렸다.


“평소의 마음가짐이… 좋았다고나 할까… 아슬아슬하게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아까 주운 ‘얼음’ 파편을… 모자 안에 넣어둔 덕에… 차게 식은 너만이… ‘No.5’. 노화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모양이군… 용케 총알을 멈춰줬다… 세 발이나… ‘No.5’. 하나 더 부탁이 있는데…”


“우에에에에엥! 부차라티에게 가라는 얘기면 미스타! ‘No.6’가 부활해서 이미 갔어! 미스타! ‘No.6’가 네 주머니 안에 있던 ‘얼음’을 갖고 적 두 놈이 거북에게 간다고 알리러 갔어!”


“그래… 갔군… 그걸로 OK야… 난 이제 ‘얼음’은… 필요… 없으니까.”


미스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페시는 드디어 사라진 사람을 알아냈다.


“부차라티다! 형님! 안에 없는 건 ‘부차라티’예요!”


그 순간, 천장에 지퍼가 열리며 그 안에서 부차라티와 얼음을 든 ‘No.6’가 나타났다. ‘No.6’가 말했다.


“해치워! 저 망할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