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권을 통과한 충격으로 정신이 벙벙한 상태이다. 잠시 고개를 조정판에 대고 눈을 감은 채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했다.

"지금 우주선의 상태를 점검하라."


인공지능은 앞 화면에 우주선의 전체적인 도면을 띄웠다.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일부에는 빨간 표시가 깜박거린다.  

빨갛게 깜박이는 부분의 중요도를 체크한 후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젠장, 우주선을 수리해야 하는데, 부품을 살 돈이 없다. 이러쿵저러쿵 따지며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한다. 지금 창고에 있는 물품은 대부분 이 행성에서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턱대고 팔았다간 아마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교환이 가능한 물품은 대부분은 금속재료뿐인데, 팔아봤자 큰 돈이 안 된다. 어파치 수리비를 다 충당할 수 없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1광년 떨어진 마로나 행성에서 물품을 팔아 우주 여행 경비를 넉넉하게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중력의 진공상태를 운항하는 기계도 고장은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우주선은 아주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엔진을 비롯해서 우주연합회에서 만들어놓은 웜홀을 통행하는 워프 장치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지상을 운행하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많은 고장의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주라는 공간의 특성상 고장을 쉽게 고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장을 이겨낼 수 있는 몇몇 보완수단을 활용하는 고가의 정밀부품으로 떡칠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고장나지 않을 뿐이다. 


아무튼 느닷없이 우주선이 고장났기 때문에 마로나 행성으로 갈 수 없게 되었고, 이곳 삼마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었다. 삼마 행성은 비교적 물자가 풍부한 곳이다. 이곳도 인류가 진출해서 주류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행성간 무역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나와 같은 소규모 장사꾼의 경우에는 외떨어져서 물자의 부족에 시달리는 행성이 주요 타겟이다. 가난한 곳에서 돈을 벌어 부유한 곳에서 돈을 쓰는 것이 여태껏 내가 누려온 생활방식인 것이다. 


우선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인류가 주류종에 편입되어 있는 행성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생물종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서 많은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권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를 공권력이 해결하기는 어렵다. 인류가 사소한 문제에까지 공권력을 행사했다가는 다른 종의 불만을 사기도 쉽고, 공권력의 본래 속성상 빠른 문제해결을 볼 수도 없으며, 설사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어도 항상 만족할 만한 결과를 항상 끌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런 행성에서는 필히 사설 문제 해결사가 있기 마련이다. 흔히들 용병이라고 하는 존재 말이다. 이곳에서 대략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용병으로 고생을 한다면 아마도 우주선의 핵심 부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비명횡사하지 않는 이상 대체적으로 1천년 가량을 살 수 있게 된 요즘에서야 1년이란 기간은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나의 떠돌이 삶이란 이 행성 저 행성을 오가며 색다른 볼거리를 즐기는 가운데 필요 경비는 각 지역의 특산품을 거래하는 것으로 충당하는 것을 반복하는 유유자적함 그 자체일 뿐이다. 굳이 내 삶의 태도를 바꿀 생각은 없다. 이곳에서의 1년도 색다른 경험을 하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어차피 내가 용병생활에 파묻혀 지내는 짧은 기간 우주선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말이다. 


나는 우주선을 저렴하게 보관할 수 있는 창고시설을 알아보았다.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우주선이 불시착한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창고는 섹터 135 지역에 있다. 창고 입구의 문을 통과하자 내가 머리에 쓰고 있는 헬멧 아래 펼쳐진 보안경에는 보관 기간과 보관료 지불 방식 등에 관한 문자가 홀로그램 형식으로 떠올랐다.

"보관기간은 1년으로 하겠다." 

대략적인 보관료가 계산되어 나온다. 3나노코인이다.


코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시스템은 먼 옛날 지구라는 인류 기원 행성에서 사토시라는 사람이 개발해낸 암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전에 금과 같은 금속화폐가 우주적인 경제의 기준이 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범우주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우주를 떠도는 금속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금을 대체하는 금융시스템으로 한 동안 잊혀졌던 암호 기술이 재활용되었다. 아무튼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1나노코인은 10억분의 1 기본코인이고 다시 10억 기본코인이 1사토시이며 1억 사토시가 1비트코인이다. 사실 1비트코인은 실로 엄청난 돈이기 때문에 어느 행성의 총 자산을 합치더라도 그에 필적할 수가 없다. 개개인이 가진 자산을 평가하면 아무리 큰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1사토시를 가진 인간도 존재하기 힘들다. 

 

우주선이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 보관료가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1달 정도의 용병생활로 벌 수 있는 돈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기 때문에 우주선을 담보로 해서 나중에 이 행성을 떠날 때 보관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약간의 이자가 붙기는 하지만 전 우주적인 불황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자율이 3% 수준이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우주연합에서 정하는 기준 이자율이 1%인데, 이 행성의 특성을 반영한 추가 이자율이 2%라면 매우 안정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성은 정치적인 안정을 통해 비교적 경제적인 번영을 구가하고 있으며 행성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대대적인 전쟁은 벌어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모두 인류가 주류종으로서 원만한 타협을 이루고 있는 덕분이 크다. 이 행성의 최고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탁월한 지도력을 갖고 있거나 각 정당의 권력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은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차차 알아가면 될 일이겠다. 


홀로그램으로 지정한 보관 장소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후 지상 이동용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항법시스템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목표를 어디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일단 가장 가까운 용병 길드를 검색해 봐." 

"검색되었습니다. 황혼의 탑 길드가 이 지점에서 가장 가깝습니다."

"그래, 그쪽 좌표를 입력하도록. 도착시간은?"

"30분 정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는 잠시 눈을 붙일 것이다. 이상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알려주도록."


우주선의 불시착으로 피로해진 머리를 식힐 겸해서 눈을 조금 붙였다. 약간의 긴장 이완과 함께 소르륵 선잠에 들었다.

"삐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용병 길드 건물의 지하에 있는 주차장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바로 대기하고 있었다. 용병 길드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1층은 보통 용병 휴게실로 활용되고 있을 것이다. 


사무실의 서비스 창구에는 대기자가 없었다. 나는 즉시 창고 앞에 서서 사무원에게 말을 걸었다. 

"마젤란 행성에서 최초로 용병 등록을 했습니다."

"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한누리입니다."

"마젤란 행성에 등록된 한누리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관련 기록을 업로드해서 검색하는 데 5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창구 앞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세요." 


좌석에 앉아 이 행성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행성명은 삼마, 정치형태는 대통령제이다. 지성체 총 인구는 "불명"으로 되어 있다. 주류종은 인류이고, 현 대통령도 사모린 마르케스로 인류이다. 의회에서는 인류가 3분의 1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지성체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삼마 행성은 달이 2개이고,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항성은 벨루스라고 불리는 별이다. 인류가 발상한 태양계의 태양과 대략적으로 비슷한 크기일 뿐만 아니라 삼마 행성과 벨루스 항성 사이의 거리 또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와 비슷하다. 기후 환경도 대략적으로 지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이주를 하는 대부분의 행성이 최소한 지구의 환경과 큰 차이가 없는 곳이 주류이기도 하고 인류의 이주가 시작되면서부터 생활에 적합한 형태로 테라포밍을 한 덕분이기도 하다.


창구의 사무원이 나를 향해 소리를 쳤다.

"한누리님의 용병 기록이 검색되었습니다."

나는 창구 앞으로 갔다. 

"용병 등급은 D급이시군요. 이 등급에 적합한 업무를 원하시나요?"


용병 등급은 S, A, B, C, D, E, F로 나뉜다. 처음 용병으로 등록하는 사람은 보통은 F가 되겠지만 전투력, 탐지력, 적응력 등의 여러 항목에 대해 평가를 받아 더 높은 등급으로 등록할 수도 있고, 용병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면서 실적 포인트를 쌓아 승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D등급으로 등록했다. 아무래도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병 역할은 많이 하지 않았다. 나의 본래 직업은 장사꾼이지 용병은 아니다. 이 번처럼 예상하지 못한 행성에 불시착해서 돈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나 마지못해서 용병 길드를 찾곤 했으니까 말이다.

내 경험상으로 보건대 D등급의 업무도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나는 용병으로서 많은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D등급을 더 수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예, D등급에 맞는 업무를 주세요."

"D급의 표준 수행급은 100피코코인입니다."

"100피코코인이라면 0.1나노코인이군요. 만족스러운 급료는 아니네요. 이 행성의 상황을 파악할 겸 일단 D급의 업무를 맡도록 하죠. 무슨 일이 있나요?"

"업무 데이터를 전송했습니다. 데이터를 확인하시고 원하시는 업무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나는 개인용 통신단말기를 꺼냈다. 스크린에 떠 있는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용병"으로 표시된 아이콘을 클릭했다. 


용병 지역은 삼마 행성으로 변경되었고 D급 업무가 쭉 열거된 화면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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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의자에 앉아 생각 나는 대로 자판을 쳤어요. 그것이 소설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더군요.  

내용이 이상하면 좋은 의견 부탁드려요. 수정할 수 있으면 수정하면서 소설을 완성해 가려고 합니다.


글을 다시 읽어 보았더니 설명이 너무 장황하고 길더군요. 어디 대화 위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겠네요. 일단 완결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글을 작성한 다음에는 대화로 반진감이 있게 하는 문장에 대해 고민을 해서 수정을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