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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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가슴이 마구 요동쳤다.

 

박선정은 또다시 백이란의 방 앞에 서있었다.

 

“…….”

 

무심코 침을 삼킨다.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전신에서 열이 올라왔다.

 

또 음식에 무언가를 탄 것인지 아니면 그저 스스로가 흥분하고 있을 뿐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이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서 박선정은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둑한 방 가운데에 안대를 쓴 남자가 누워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백이란에게 무심코 시선이 향한다.

 

“흐윽… 잠깐 누구 왔어…….”

 

탈락자 세 사람은 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게걸스럽게 핥아대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랫배가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누구 왔다니까앗…….”

“괜찮아, 오빠. 어제랑 똑같이 할 뿐이니까.”

“…선생님?”

 

문이 열린 것을 알아차렸는지 백이란이 멈춰달라고 말했지만 백은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손짓할 뿐이었다.

 

여전히 그는 박선정이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자, 옷 전부 벗고 누워주세요.”

 

이어서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박선정의 옷을 차례차례 벗기며 이끌었다.

 

“아, 준비해오라고 했던 거 챙겨왔네요?”

 

그러다가 박선정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나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것을 백은하는 키득대며 쿡쿡 찔러본다.

 

그녀의 시선에 가벼운 수치심을 느끼며 박선정은 눈을 피했다.

 

“오나홀 사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소개글이나 이미지는 꼼꼼히 살펴본 거 맞죠?”

 

일부러 백이란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해오는 그녀였다.

 

박선정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 구조라든가 살펴보면서 가장 기분 좋을 것 같은 걸로 골라오라고 했는데…….”

 

백은하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솔직히 자기가 직접 섹스할 때도 그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는 안 할 거예요? 엄청 변태 같네요.”

 

계속 신경을 긁어오지만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문희를 위한 일이라고 합리화를 했다고 한들

자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백이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를 향한 마음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박선정은 그저 눈앞의 소녀를 노려보며 불만을 표하는 게 고작이었다.

 

“자, 아무튼 다리 살짝 벌리고 누워서 그거 배 위에 올려볼래요?”

 

하지만 전혀 위협조차 되지 않는지 백은하는 그녀를 침대 한쪽에 눕혔다.

 

박선정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양손으로 잡은 오나홀을 배꼽 위에다 올려두었다.

 

“아이 참, 거기가 아니라 여기 말이에요!”

 

이미 충분히 수치스러운 상황이었으나 백은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팔을 홱 채더니 아래로 당겼다.

 

“……!”

 

음부 바로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은 꼴이었다.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백이란에게 씌워진 안대가 그리도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언니들, 부탁할게요.”

 

백은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곤 박선정과 곁잠을 자듯 달라붙어 누웠다.

 

숨결이 바로 귀에 닿을 거리에 누워선 손에 든 방울을 딸랑딸랑 흔들어오는 그녀였다.

 

“은하 양 부탁이 아니었으면 이런 건 절대 하기 싫은데 말이죠.”

“후힛… 그래도 대신에 밤에는 은하가 양보해주니까…….”

 

그리고 어느새 성란과 박루미는 백이란을 살짝 일으켜세우더니 꿇은 자세를 만들었다.

 

누가 보아도 박선정과 몸을 겹치는 구도가 되어 무심코 침을 삼키는 그녀였다.

 

“이란 씨. 조금 전에 은하 양이 했던 말 들었죠?

밤새도록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골라온 구멍에 지금부터 삽입하는 거예요?”

 

가볍게 조롱이 섞인 말투로 옆에서 키득대며 성란은 그의 페니스를 잡았다.

 

그녀가 밑동을 잡고 조준하는 동안 박루미는 책상에서 젤을 가져오더니 오나홀 안쪽을 가득 채웠다.

 

점액이 주르륵 넘쳐흘러 박선정의 피부에 와닿았다.

 

어쩐지 섬뜩한 그 감촉에 박선정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잘 보고 계세요. 들어가요. 들어간다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기에는 충분했는데 백은하가 바로 옆에서 속삭여오기까지 했다.

 

“아, 닿는다. 닿는다. 입구 쪽에 닿아버려요.”

 

천천히 방울을 흔들어가면서 숨결 섞인 목소리를 귀에 쑤셔박는다.

 

“아래쪽이 점점 뜨거워지죠?

몸이 뭔가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가 천천히 하복부에 열이 집중되는 게 느껴지나요?”

 

희열에 차있으면서도 다정함이 섞인 목소리에 박선정은 몸을 움찔움찔 떨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당장에라도 신체가 침대 아래로 푹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보이나요? 들어왔어요. 입구를 벌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에 감촉이 전해져오죠?”

 

목소리가 거듭할수록 의식은 점점 몽롱해지고 몸에는 열이 더욱 쌓여왔다.

 

탈락자 두 사람은 백이란의 허리를 붙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흐으, 잠깐만, 멈춰줘…….”

 

처음에는 꽤 느렸지만 갈수록 익숙해진 것인지 점점 속도가 더해져갔다.

 

둘은 나중에 가서는 완전히 여유로운 표정이 되어서는 유두 하나씩을 물고 쪽쪽 빨아대었다.

 

백이란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져갈수록 박선정은 몸 안쪽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곳에는 어느새 입을 벌리고 흥분에 가득 찬 숨결을 토해내는 그녀가 있었다.

 

“기분 좋죠? 문지를수록 점점 기분이 더 좋아지는 거죠. 아, 위험해. 가버려. 진짜로 위험해.”

 

그리고 머지않아 박선정은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한 차례 경련했다.

 

“……?!”

 

귀를 범해오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박선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다리 사이에서 액체가 왈칵 쏟아져나왔다.

 

박선정은 한참 뒤늦게야 자신이 절정했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뭐랄까. 선정이 언니는 최면이라든가 잘 걸릴 것 같더란 말이죠.

약을 썼다곤 해도 정말 여기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백은하가 딸랑딸랑 방울을 울렸다.

 

“바, 방금, 뭐라고 했, 흐윽, 은하야, 조금 전엣…….”

 

그리고 그녀의 말에 반응하듯 백이란이 당황과 쾌락이 뒤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윽?!”

 

그제야 박선정도 늦게나마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음을 알아차린다.

 

“아차, 말실수. 숨겨준다고 했는데 미안해요 언니?”

“은하 양. 이렇게 되면 안대도 필요 없죠?”

“네, 그러네요.”

 

박선정이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성란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안대를 벗겨버렸다.

 

충격을 받은 백이란의 눈동자가 바깥으로 드러났다.

 

“누, 누나… 어째서…?”

 

그 안에 담겨있는 감정은 당황과 배신감이 마구 엉켜있는 실타래였다.

 

“이, 이란아. 그러니까 이건…….”

 

박선정은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윽, 잠시만…!”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성란과 박루미는 양옆에서 백이란의 귀에 혀를 집어넣곤 게걸스럽게 핥아대었다.

 

예상치 못한 자극에 허리를 흠칫 떨며 백이란은 가냘프게 신음을 흘린다.

 

“언니, 혹시 혼자만 기분 좋아지고 끝내는 매정한 사람은 아니죠?”

 

백이란은 저항하려 했으나 두 여자는 그를 꽉 붙잡고 강제로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가리키며 백은하는 박선정과 눈을 마주치며 말해왔다.

 

그녀의 말이 암시하고 있는 것에 박선정은 다시금 침을 삼켰다.

 

그것이 찾아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백이란은 결국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정액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 이거 끝까지 관통된 구조네요?”

 

오나홀을 가득 채우고도 반대쪽 구멍으로 뿜어져나온 정액이 박선정의 배를 물들였다.

 

“하아, 하아…….”

 

배꼽 주위로 튄 그것을 박선정은 거세게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명백한 욕정이 깃들어 있었다.

 

이전에 경험했던 백이란의 향과 맛이 신경을 자극해왔다.

 

“히히, 이 정도는 제가 가져도 되죠?”

 

하지만 박선정이 무언가 하는 것보다도 백은하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그녀는 박선정의 배에 얼굴을 파묻더니 일부러 과장스러운 소리를 내며 빨았다.

 

피부를 빨리는 그 섬뜩한 감촉에 박선정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백은하가 입을 떼어내자 그 자리에는 살짝 붉게 달아오른 자국이 남았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두고 성란은 백이란을 눕히더니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오나홀을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하고 싶었다는 듯이 잠시 쳐다본 박루미였지만 이내 포기하곤 손톱을 세워 그의 가슴팍을 살살 간지럽혔다.

 

손아귀 힘에 가감을 줘가며 쥐어짜자 금세 그는 두 번째 사정에 달하고 말았다.

 

바깥으로 튀어나온 정액이 오나홀의 겉면마저 질척하게 더럽혀왔다.

 

“후우, 이제 못 참아요.”

“나, 나는…….”

“기다려요. 나중에 비켜줄 테니까.”

 

그러곤 성란은 오나홀을 홱 던져버리곤 백이란 위에 올라탔다.

 

안팎으로 정액 범벅이 된 장난감이 데굴 굴렀다.

 

“선정이 언니도 나눠드릴까요?”

 

백은하는 그것을 집어들더니 온몸에 힘이 빠져 움찔대고만 있는 박선정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러고는 형태가 뭉개질 정도로 힘껏 쥐어짜낸다.

 

“자, 언니. 입 벌려주세요.”

 

정액이 질척하게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굵게 희끗한 실을 이으며 아래로 주륵 떨어져내린다.

 

그 밑에서 박선정은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음란한 액체가 입술을 적시고, 혀를 범해왔다.

 

다시금 맛본 그것은 약간 비릿하고 또 감미로운 배덕의 맛이 났다.

 

 

1.

 

노이즈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둑한 방에서 영상을 재생하고 있는 캠코더를 강문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름 신뢰하고 있던 교사가 백이란을 희롱하는 영상이 그곳에 찍혀있었다.

 

“하으…….”

 

그녀는 분명 거기에 분노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몰려오는 것은 가슴 먹먹한 감각과 안쪽에서부터 타오르는 열기였다.

 

어느새 강문희는 하의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비부를 문지르고 있었다.

 

“문희야. 잠시 시간 돼?”

“……앗, 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박선정이 방에 들어온 것은 그 행위가 끝에 달해갈 무렵이었다.

 

깜짝 놀라며 강문희는 이불을 끌어당겨 하반신을 가렸다.

 

캠코더는 얼른 전원 버튼을 누른 뒤 배게 아래에 파묻었다.

 

자기 자신도 감탄할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문희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시간이 부족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박선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 그게요…….”

 

그러나 이내 그녀는 금세 표정을 바꾸어 생글생글 웃더니 강문희에게 다가왔다.

 

침대 한쪽에 풀썩 주저앉는 박선정의 행동에 강문희는 당황하며 가장자리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방금 뭐를 했는지 물어봤잖아?”

 

박선정은 고개를 불쑥 내밀어서 더욱 접근했다.

 

최대한 물러나보려고 했던 강문희였지만 금세 벽에 등이 부딪히고 만다.

 

이어서 박선정은 강문희가 덮고 있는 이불을 잡아당겼다.

 

이불은 그녀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선정이 언니, 그러니까 이건…….”

“그래. 사람이 욕구를 참고만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벌거벗은 하반신이 완전히 들어났다.

 

강문희는 부끄러워하며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다.

 

그 모습에 박선정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런데 방금 전에 보고 있었던 건 또 뭐였을까?”

 

이해한다는 박선정의 표정에 조금 긴장이 풀리려는 찰나

그녀의 표정이 싹 바뀌며 날카롭게 노려본다.

 

톡톡 두드리던 손은 이제 완전히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거기에 놀라서 강문희가 굳어버린 순간 박선정은 배게 밑에 있는 캠코더를 홱 낚아챘다.

 

박선정은 그 영상을 확인하고는 킥킥 웃었다.

 

“어, 언니.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문희, 이런 거 좋아하구나?”

 

당황하는 강문희의 허벅지를 손끝으로 가볍게 간질이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비부에서 투명한 액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혹시 나하고 이란이가 하는 상상도 했어?”

“아, 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

“최근에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즐길 수 있는 법을 알아냈단 말이지.”

 

귓가에 속삭이듯 머리를 들이밀고 박선정은 말을 이어나갔다.

 

강문희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이 점점 위로 타고올랐다.

 

질척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꽃잎을 살살 문질러주며 박선정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영상 찍어둔 것도 있다? 만약 사실대로 말해주면 보여줄까 싶었는데…….”

 

손끝이 희롱해올 때마다 강문희의 어깨가 흠칫흠칫 떨려왔다.

 

“문희야, 어때?”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와 손길.

 

강문희는 벅차오르는 흥분감에 입으로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런 거에 흥분하는 거지?”

“네, 네에…….”

 

박선정은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뺨에 입을 한 번 맞추고는 눈을 바라보았다.

 

이내 샐쭉 눈웃음을 지으며 말해오는 그녀였다.

 

“그럼 이란이랑 잔뜩 해버려도 괜찮지?”

 

강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떨리는 눈동자에 감춰진 질척이는 욕망을 보고서 박선정은 환하게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네가 괜찮다고 한 거다?”

“아…….”

 

박선정이 방을 떠나며 남긴 말에 돌아온 탄식은

후회와 기대, 슬픔과 욕정이 마구 뒤섞여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답변이었다.

 

철컹. 문이 닫힌다.

 

소리도 거의 없이 여닫히는 문인데 그때만큼은 몹시도 녹슨 문이 닫히는 것만 같았다.

 

“……후우.”

 

박선정은 그 문에 등을 기대고 주르르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흠칫흠칫 떨었다.

 

얼핏 보면 흐느껴 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아, 젠장. 귀여워 죽겠네…….”

 

스스로의 가슴을 메우는 감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신을 감도는 것은 황홀감이었다.

 

자신이 강문희를 망가뜨리고 말았다는 실감이 똑똑히 다가왔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니라 박선정 그녀 스스로가.

 

그녀가 강문희의 방을 찾았던 것은 사실 사과를 위해서였다.

 

자신이 백이란을 희롱하고 있었음을 본인한테 들켜버린 박선정의 정신은 거의 한계까지 몰려있었다.

 

그녀는 강문희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용서를 빌 작정이었다.

 

자기만족에 불과한 행위였으나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염려는 사르르 녹아내렸다.

 

자신은 전혀 잘못하지 않았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강문희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녀가 이 상황을 즐기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은 이런 선택을 했을 뿐이고 그것은 제대로 성공한 듯 보였다.

 

참고 있던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완전히 파묻었다고 생각했던 백이란에 대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괜찮아. 이건 문희를 위한 일이잖아.

게임이 끝날 동안의 임시방편으로 잠깐의 일탈이 있을 뿐이야.

 

성벽이 조금 왜곡되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임 기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백은하와 이시연 사이에 있던 거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이상

합리화가 완전히 끝난 그녀의 의식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박선정은 웃었다.

그 욕망에 가득 찬 표정이 스스로도 너무 역겨워서 얼굴을 가리고야 말았다.

 

 

2.

 

[문희야. 내일 투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준비해두렴.]


이시연이 스크린 너머에서 중얼거렸다.

 

시간은 흐르고 밤도 스쳐지나간다.

 

거래의 값을 치르는 날까지는 하루가 남아있었다.




딱히 쳅터를 다섯 편 단위로 구분할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까 분량이 딱 이렇게 되네.

흐름상 아마 이 소설도 일주일 이내로 끝이 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