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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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흐윽…….”

 

억누르려 해도 신음이 입가에서 절로 새어나왔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된 것인지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았다.

 

“선생님… 그마안…….”

 

침대 맡에 걸터앉은 이시연을 바라보며 애원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 않고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히익?!”

 

이시연의 손에 들려있던 붓이 페니스를 부드럽게 훑어내린다.

무언가 질척한 액체에 적셔진 붓이 오슬오슬한 쾌감을 전해왔다.

 

“선생님 제발, 제발 멈춰주세요… 으, 이거 진짜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엇.”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딱히 이상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니.”

 

그러나 이시연은 키득키득 웃으며 손을 놀렸다.

 

“나는 교사로서 내 학생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란다.

절대 야한 일이 아니야. 만약 그랬더라면 시스템이 나를 막지 않았겠니?”

 

어처구니가 없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의 움직임이 제지당하고 있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이시연은 이 게임에서 제정된 규칙의 본질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과연 규칙의 적용이 애매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몇 가지 실험으로 추측하건대 이 게임은 무슨 고성능 AI가 관리한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주최 측의 의사에 달린 것이 아닐까.

 

이 게임은 그 호박 괴인, 혹은 그녀가 소속된 집단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다.

 

거기서 이시연은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애매한 규칙은 주최 측이 재밌게 여기는 방향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말해 관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해석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높은 확률로 허용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란아, 어떠니? 기분 좋지?”

 

그리고 그 가설은 얼추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탈락자들이 투표함을 지켜야 하는 오전 시간에

이시연의 방으로 끌려오다시피 한 백이란은 스스로 구속을 받아들였다.

 

그녀가 이전에 찍었던 영상을 강문희에게 보여주겠며 협박한 것이었다.

 

백이란은 조금이라도 강문희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최소한 자기가 행동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말이다.


어떻게 보자면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판단했고 지금 팔다리를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었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달랐다.

 

그리고 이시연의 희롱이 이어진지 거의 한 시간가량이 지났을 무렵에 백이란은 전신을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잊을 만 하면 미약성분이 섞인 침을 그의 페니스의 늘어뜨려 미칠 듯한 흥분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저 붓으로 문지르기만 하는 간지러운 자극에는 마구 달아오르기만 할 뿐 사정에 이르기까지는 부족했다.

 

쾌락의 과실을 눈앞에서 흔들며 장난치는 그것은 사실상 고문에 가까웠다.

 

“흐윽, 선생님, 더는 안 돼… 멈춰주세요오…….”

 

반쯤 흐느끼는 상태가 되어 애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계속되었다간 정말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래? 그럼 이거 하나만 들어주면 자지 괴롭히는 거 멈춰줄게.”

 

그녀에게 희롱당하는 내내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던 부탁을 그제야 들어주려는 생각인지 이시연은 붓을 떼었다.

 

뒤이어 백이란의 시야가 가려진다.

얼굴에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조금 늦게 이시연이 그의 얼굴 위에 올라탔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옷은 또 언제 벗은 것인지 질척이는 음부가 그의 코끝과 입술에 와닿았다.

음란한 여체의 향기가 비강에 가득 채워졌다.

 

“전부 마시렴.”

 

무게감에 살짝 호흡이 가빠져오는 가운데 이시연이 명령했다.

 

그것을 머리가 이해하기도 전에 입에 무언가 따스한 액체가 졸졸 흘러들기 시작했다.

 

액체에서는 그녀의 체취가 진하게 풍겨왔다.

 

“윽… 읍……!”

“피하지 마렴. 방금 전의 그걸 계속 당하고 싶은 거니?”

 

이윽고 그것이 이시연의 소변임을 알아차리고 백이란은 경악했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열기가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이시연의 싸늘한 경고를 듣자 저항하려는 생각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후으… 이란이 뱃속이 내 걸로 채워진다니…….”

 

이 상황에는 이시연조차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느낀 것인지 어깨를 흠칫흠칫 떨며 중얼거렸다.

 

백이란을 안쪽에서부터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황홀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이시연은 그의 얼굴 위에서 비켜주었다.

 

몽롱해진 눈동자로 백이란은 자유로워진 호흡을 거칠게 들이켰다

 

“……?!”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전신을 휘감는 열락에 파들파들 떨었다.

 

“침보다 이쪽이 훨씬 기분 좋지?”

 

하복부에 묵직한 쾌감이 내달렸다.

 

문자 그대로 이성이 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증폭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싱긋 웃으며 이시연은 그의 어깨를 붓으로 살짝 훑었다.

 

그런 자극만으로도 너무 민감해진 몸이 반응해서 움츠러들고 만다.

 

붓은 천천히 상반신을 타고 내려갔다.

점점 아래로 향할수록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 그렇지. 미안해. 이제 자지는 안 괴롭히기로 했지?”

“흐윽?!”

 

그리고 배꼽 아래에서 붓은 방향을 틀더니 스윽 허벅다리를 타고 내린다.

 

예상하고 있던 쾌감이 찾아오지 않자 순간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백이란과 눈을 맞추더니 히죽거리며 이시연은 사타구니 주변을 빙빙 돌리듯 문질렀다.

 

“어쩔 수 없잖니.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지?

다른 부분은 빠짐없이 꼼꼼히 훑어줄 테니까 걱정마렴.”

 

그 눈동자를 보고서 백이란은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는 사정에 이르지 못하는 자극을 반복하는 고문만을 멈추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 그의 신체는 더욱 나아가서 능동적으로 사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까 전의 것보다 더욱 약한 쾌감만을 잔뜩 심어준다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이시연은 겁에 질린 백이란의 심정을 무시한 채 다시금 애무를 시작했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격하게.

정말로 신체의 모든 부위를 훑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꼼꼼히.

 

“제발… 선생님, 흐윽, 사정시켜주세요오…….”

 

그렇게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백이란은 흐느끼다 못해 눈물을 흘릴 지경으로 마구 애원하고 있었다.

 

허리는 점점 올라가 이제는 그녀에게 사타구니를 내미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멋대로 욕망의 해소를 요구하듯 무의식적으로 허공에 허리를 움찔움찔 작게 흔든다.

 

“어떻게든… 선생님. 이제 진짜 안 돼요…….”

“글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되는데.”

“부탁드려요, 흑, 제발. 제발요…….

 

침대에 묶인 때로부터 계산해보면 벌써 세 시간을 조금 넘긴 고문이었다.

이제는 뇌가 통째로 녹아내릴 지경이 되어 이성이라곤 겨우 한 줌 정도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졍시켜줄까, 말까… 음, 어떻게 하지?”

 

그런 그의 페니스 위에서 일부러 마구 헛손질을 하며 이시연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백이란은 요행을 노리고 그 손에 허리를 뻗어보지만

페니스가 닿기 직전이 되면 얄밉게도 손을 쏙 빼버리는 이시연이었다.

 

“……어머, 누가 왔네.”

 

스르륵 하고 문이 열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백은하와 박선정이 서있었다.

 

그리고 이시연은 붓을 들어 백이란의 페니스를 밑동에서 위로 한 차례 쓸어올렸다.

 

기습적인 그 쾌감에 그의 양물은 꿀렁꿀렁 정액을 토해냈다.

 

저릿저릿한 쾌감이 전신을 덮친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진짜 기분 좋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페니스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는 정액은 그야말로 넘쳐흐른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하지만 평소처럼 쾌감에 쾌감을 더한 끝에 격렬히 싸지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백이란은 이걸로 부족하다고 느껴버리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아아, 만약 누구 방해도 없이 단둘이었으면 쾌락의 끝을 보여줬을 텐데 말이야.”

 

그런 백이란의 귓가에 속삭이고서 이시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목소리는 마치 뱀이 휘감아오는 것처럼 뇌리에 박혔다.

 

“슬슬 점심시간이구나. 나는 먼저 가볼 테니 이란이는 너희들이 풀어줄래? 열쇠는 책상에 있으니까.”

“아, 저도 같이 갈게요. 선정이 언니, 좀 부탁할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떠나가는 이시연을 백은하가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사이좋게 팔짱을 끼듯 하며 이시연과 바깥으로 나갔다.

 

“…….”

 

그리고 방 안에 남은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이란아.”

“선정이 누나.”

 

그러다 문득 그렇게 서로를 불러볼 뿐이었다.

 

“많이 힘들지? 밥 먹으러 가자.”

 

책상에 놓인 열쇠를 들어 백이란의 수갑을 풀어주며 그녀는 위로하듯 말을 건네었다.

 

“닦는 건… 이걸로 해.”

“이건…….”

“뭐, 어때. 저런 짓 했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러고는 이시연의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거칠게 집어들곤 그에게 던져주었다.

 

“…누나, 문희한테는 비밀로 해줘.”

“……알았어.”

 

박선정은 그 부탁에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꽤나 힘이 빠진 것인지 비틀거리는 백이란을 부축하여 일으켜세운다.

 

그러면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이었다.

 

과연 그는 자신이 그의 모습에서 눈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의 양물을 바라보며 조금 전 무심코 침을 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런 오만 감정을 어떻게든 파묻어두고 박선정은 그를 데리고 식당에 향하는 것이었다.

 

 

1.

 

“선생님. 참 재밌으시네요.”

 

홀로 향하며 백은하는 그렇게 말하곤 웃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그런 그녀의 말에 이시연은 시치미를 떼었다.

 

“설마 진지하게 우승을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글쎄. 나는 내 욕망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런가요?”

 

무감정함을 가장하며 주고받는 언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마주 웃었다.

 

“그래도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봐요. 이기려면 오빠를 굴복시킬 필요가 있으니까.”

 

마지막 투표가 발생한다면 아마 그때 생존 플레이어는 백이란, 강문희, 이시연의 세 사람.

 

백이란을 제외한 둘은 서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백이란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강문희의 손을 들어줄 것이므로 우승은 강문희가 차지한다.

누가 상대가 되었든 그것은 사실상 확정된 일이었다.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백이란을 어떻게든 회유해야만 했다.

 

이시연이 최근 행하고 있던 작업은 그것과 관련된 일이었으리라.

백은하는 확신할 수가 있었다.

 

“본래는 조금씩 약을 타서 의존도를 높이려고 했으려나요?”

 

그러나 탈락자와 엮인 일들이 이리저리 끼어들며 계획이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미약이고 뭐고 그냥 육체로 밀어붙이는 쾌락이 그를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경계를 사면서까지 직접 접촉했던 건 그래서였겠죠.”

 

최후의 순간에 자신이 선택받기 위해서는 백이란을 약간은 망가뜨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네, 그렇게 생각해요.”

 

백이란을 종속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이시연이 바라보고 있는 목표였다.

 

“아, 그렇지. 내기를 하지 않으실래요?”

“갑자기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구나.”

“말 그대로에요. 선생님이 성공할지 아닐지를 두고 내기를 하는 거죠.”

 

그러다가 문득 백은하는 싱긋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오빠가 문희 언니를 선택하면 제가 이기는 거고, 그 반대면 선생님이 이기는 거예요.”

 

재미있지 않겠냐며 그녀는 팔을 쫙 벌렸다.

 

“이긴 쪽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는 건 어떨까요? 꽤나 재미있는 번외 경기가 될 거예요.

분명 그 호박에게 부탁하면 심판을 봐주고 대가도 어떻게든 치르게하겠죠.”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제안이었다.

 

“할 이유가 없잖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단다.”

 

그 제안에 이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백은하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더니 이내 활짝 웃는다.

 

“플랜 B가 있으시군요, 선생님?”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니?”

“이상해요. 이상하다고요.”

 

백은하는 중얼중얼거리며 이시연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승을 노리면 어차피 당신 주변 것들은 죄다 파멸이에요.

당신이 범한 우리 오빠는 학생이고, 이미 연인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러는 건 그걸 감안하고도 소유권을 얻을 가치가 있다고 여긴 거잖아요.”

 

이시연이 지금 하려고 하는 행위를 굳이 평가하자면

그것은 사회적인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라도 백이란을 가지려는 집착에 가까웠다.

 

게다가 실패한다고 그 비용을 다시 반환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오로지 성공만을 바라보고 머리를 드밀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시연은 조금 전의 내기를 거부했는가.

 

‘불필요’를 이유로 들었다면 그럭저럭 납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험부담’이라는 핑계는 명백히 이상했다.

 

이시연의 상태를 금전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파산 직전까지 돈을 밀어넣은 셈이었다.

내기를 받든 말든 그다지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실패를 대비한 행동이었다.

 

“선생님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거죠?”

 

플랜 B. 백이란이 넘어오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무언가의 계책.

이시연의 언동은 명백히 그것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었다.

 

“대체 뭐냐고 물어도 답해주지 않겠죠.”

“그야 당연하잖니.”

 

거기까지 말하고서 백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이시연이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받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내기를 걸었다.

 

다행히 그녀가 떡밥을 물어주긴 했으나 이 이상의 정보를 캐내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뭐, 밥이나 먹죠.”

 

결국 어깨를 으쓱이며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인 백은하였다.

 

 

2.

 

박선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도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내에게 눈이 돌아가고 만다.

 

이렇게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게 얼마 만이더라.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또다시 그쪽을 흘끗 흘겨본다.

 

그녀는 백이란의 오른편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박루미가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녀가 얌전히 식사를 할 리가 없었다.

 

“후힛, 이란아…….”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움직여 백이란의 페니스를 조물락거리고 있었다.

 

터질 듯이 팽팽해진 그의 물건을 이리도 훑어보고 저리도 훑어보며 장난쳐댄다.

 

바로 옆에 있으니 시선 한쪽에서 너무 자기주장이 강한 그것이 신경쓰여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자리에 박선정을 앉힌 것은 백은하의 짓이었다.

 

“…….”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박선정에게 한 가지를 더 명령했다.

 

식사는 오른손만으로 하고, 왼손은 테이블 위로 올리지 말 것.

 

처음에는 그것이 어째서인지 알 수 없었다.

 

“……하아.”

 

그러나 이내 강문희의 반응을 보고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녀가 앉은 자리에서 보면 박루미와 박선정이

양옆에서 백이란을 애무하고 있는 듯이 보일 터였다.

 

강문희는 그녀의 모습과, 움찔움찔 몸부림치는 백이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살펴보면서도 박선정은 알지 못했다.

 

정말로 이래도 괜찮은 걸까.

정말로 강문희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박선정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문희의 눈빛에 깃든 흥분을 알아차렸다.

 

아니, 실제로 정말 그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박선정은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이미 박선정은 백은하의 계획에 협력하기로 했고,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강문희에게 몰래 넘겨주기도 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선 것이다.

 

스스로의 행동을 고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식 쪽이 저절로 합리화하기 마련이었다.

박선정에게 일어난 것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어내려면 강문희가 이쪽 성벽을 가지고 있다 믿는 수밖에 없었다.


박선정은 일부러 테이블 위에서도 보이도록 왼팔을 조금씩 움직였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그녀를 위한 일에 불과하다.

 

그것이 점점 자신의 판단력조차 늪 아래로 가라앉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믿고 싶은 희망사항을 믿어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흐윽…….”

 

가냘픈 신음과 함께 백이란은 몸을 가볍게 움츠렸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의 상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의 페니스가 정액을 쏟아내고 있음을 모두가 알아차리고 있었으리라.

 

비릿한 냄새가 테이블 주위를 감돌았다.

 

강렬하게 뿜어져나온 백탁액은 박선정의 손에도 약간 튀었다.

손가락이 녹아내릴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박선정은 그것을 무심코 조심스레 얼굴 앞에 가져와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강문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자 강문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 모습을 보고서 박선정은 일부러 한 번 웃어주고는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요염하게 핥았다.

 

…욕망과 합리화가 뒤섞인 물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며 드디어 굳센 바위를 깎아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