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로도스 아일랜드를 기점으로 생화학 테러가 발생했다.
성분도, 원재료도 파악할 수 없는 생화학무기가 온 곳에 퍼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총책임자인 박사와 아미야, 그 외의 오퍼레이터들에게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리유니온과 끊임없이 대치했던 로도스 아일랜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박사는 이제 필요없는 짐덩이라니까!!"
가시돋힌 고함같은 목소리가 회의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프리트, 비논리적인 말을 하고 있다."
"아앙? 해 보자는 거냐?!"
붉은 후드를 뒤집어 쓴 늑대소녀와, 마치 용과 흡사한 뿔을 달고 있는 다혈질 소녀.
그녀들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스페셜리스트, 레드와 라인 랩 소속의 캐스터, 이프리트다.
"레드의 말이 맞다. 맹우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런 그를 내치겠다니, 무슨 속셈이지?"
"이건, 총책임자인 제 결단입니다."
고풍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은발의 백표청년과 손에 10개의 반지를 끼운 키메라소녀.
쉐라그 소속 대표의 실버애쉬와 로도스 아일랜드 대표의 아미야 또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미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섣부른 선택이 아닐까?"
"하지만 아미야의 말도 일리가 있어. 지금 기억도 제대로 "
"기억이 안 돌아오는 건 박사의 탓이 아니잖아!"
"아미야 님, 부디 다시 생각해주세요."
"아뇨, 저희 의견은 변함없습니다."
이미 저 자들과 말을 섞는 것은 무리였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야. 조금 앞당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 우리는 저런 새끼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역겹다고."
짐승과 다를 바가 없어져버린 그녀들의 만행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치닫아버리고 말았다.
"다음 주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총책임자인 박사님을 해임하도록 하겠습니다."
***
의미없는 일방적 회의가 끝나고, 실버애쉬를 비롯한 여러 오퍼레이터들은 다들 한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 아미야가 저렇게 맹우에게 적대적으로 변하다니……"
"동감이에요. 박사님이랑 재회한지도 아직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이들은 박사의 추방을 반대하는 비감염자파.
이 우매한 흐름을 깨려고 시도한 유일한 양심이었다.
"박사한테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걱정하지 마라, 그때를 대비해서 들어놓은 보험이 있으니까."
"그럼, 실버애쉬 당신만 믿는다?"
그들의 발걸음이 향한 곳에 서 있는 사람은 갈색머리의 곰 소녀.
우르수스 학생자치단 대표, 지마였다.
"어, 왔구나. 회의는 어떻게 됐어?"
"우리 의견은 보기좋게 무시당했지. 다음 주에 맹우를 내쫓겠다고 결정나버렸다."
"씨발…… 아주 잘 돌아가는구만."
"그러는 그 쪽도, 만만찮지 않았나?"
"말도 마. 방금까지만 해도 박사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겠다면서 쳐들어온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창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때에, 방 안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일단 들어가 봐."
"레드, 걱정된다."
열린 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전등의 불도 아닌 촛불이었다.
전기를 끊어버렸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방 안으로 들어갈수록 부서지고, 얼룩지고, 색바랜 흔적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감염자들이 박사에게 표현한 혐오이니 당연하다.
단지 당연하지 않은 게 있다면,
"아…… 왔구나, 모두들."
이것이 단 3주만에 이루어진 참사였다는 것이다.
"맹우여, 몸은 좀 어떤가?"
"괜찮아졌어. 걱정시켜서 미안해……"
그는 애써 거짓말을 했다.
"박사, 미안해…… 박사의 추방, 막지 못했어."
"그렇구나…… 미안해할 것 없어. 오히려 여기까지 도와줘서 고마울 따름이야."
박사의 목소리는 더욱 무거워졌고, 그걸 보고 있자니 오퍼레이터들은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럼, 떠날 준비를 해야겠네. 다들 고마웠어……"
"맹우여, 그대는 그걸로 정말 괜찮은 것인가? 그저 쓰다버려진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실버애쉬의 질문에, 박사는 침묵했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라고 박사는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잖아. 아미야가 결정한 일이니까……”
"박사, 진심이야? 핑계로밖에 안 보이는데?"
"아냐, 이건 그저……"
박사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무능한 자신에게 되려 혐오감을 느껴버린 걸까.
"박사, 괜찮아?"
"맞아…… 힘없이 당해버렸다는 거에 변함은 없을테지……"
날붙이로 찢긴 모포를 덮은 채로 울고 있는 박사에게 실버애쉬가 다가왔다.
"그래서 말인데, 맹우에게 제안할 게 하나 있다."
그리고, 박사에게 어떤 종이를 꺼냈다.
"이 로도스 아일랜드를 벗어나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이동도시를 세워보지 않겠나?"
그 종이는 다름아닌 계약서.
"뭐……? 설마 너희들도 로도스 아일랜드를 벗어날 생각인거야?"
"그래. 박사가 없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돈은 나중에 받아도 돼."
"어차피 박사님을 감싼 이상, 저희들은 눈 밖에 난 지 오래에요."
박사는 허무한, 하지만 조금은 기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있었구나."
***
소소한 짐을 들고, 박사와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이 이동도시의 출구에 나와있다.
"정말, 후회 안 할거야?"
"그 이야기, 벌써 몇 번인지 알아? 진정 좀 하게 애플파이라도 줄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걸로 작별이네요, 박사님."
아미야를 비롯한 감염자 오퍼레이터들이 박사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나왔다.
아니, 박사를 혐오하는 자들의 입장으로 보자면 액막이와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나가 뒈져버려라."
"부디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프리트가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아미야가 끝까지 매도를 내뱉어도, 박사는 웃어보였다.
"그래, 앞으로도 로도스 아일랜드를 지켜볼게."
"켁."
박사가 배낭을 메고 내려가자,
"그럼, 우리도 작별을 해야겠군."
"……네?"
비감염자 오퍼레이터들도 박사를 따라 하나둘씩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발을 뗐다.
"카란 무역회사는 오늘부로 맹우를 따라가겠다."
실버애쉬를 따라 마터호른, 프라마닉스, 쿠리어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벗어났다.
"우리 펭귄 로지스틱스도 사장님한테 동의를 구하고 정한 일이니까, 빠져도 상관없지?"
뒤이어 엑시아와 모스티마, 크루아상과 바이슨, 소라와 텍사스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났다.
"자, 잠깐……!"
"우리 우르수스도 빠진다. 그 잘난 자존심 가지고 내부분열로 망해버렸으면 좋겠네."
"우리 현상금 사냥꾼은 어차피 자유로웠으니까 안 붙잡을 거라고 믿을게."
아미야의 말이 마저 이어지기도 전에, 지마, 이스티나, 굼, 로사, 스카디도 박사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미야 씨, 전 당신에게 실망했어요. 박사님을 내쫓은 걸, 분명 후회하실 거에요."
"블루포이즌, 당신도……!?"
"레드, 블루포이즌 따라간다."
붉고 푸른 후드를 입은 두 명도 의미없는 곳에서 손을 털었다.
그 뒤로도 많은 오퍼레이터가 박사를 뒤따라나갔다.
아미야가 아무리 그들을 향해 외쳐봐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
박사가 뒤를 돌아보자, 20명이 넘는 오퍼레이터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박사의 눈 앞에는 실버애쉬가 사들인, 용문과 맞먹는 크기의 이동도시가 있었다.
"너희들,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거야?"
"거기에 있어봤자 가시방석이었어. 차라리 이 쪽이 훨씬 속 편해."
"두려워하지 마라, 맹우여. 우리는, 그대를 버리지 않을테니."
"출장은 시켜주는 거지?"
"그래서, 박사님. 이 이동도시는 뭘로 이름을 지으실 건가요?"
"그러게, 모두가 살아가는 곳의 이름……"
잠시 박사는 고민하다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에덴이 나으려나."
"에덴…… 좋은 울림이네요."
박사와 그의 오퍼레이터들의 이동도시.
공허와 다를 바 없었던 로도스 아일랜드를 벗어나 만들어진 낙원,
에덴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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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방 미움받는 약 후회물보고 삘받아서 써 봤다
장편으로 만들지는 좀 생각해볼게
참고로 내 소설에서는 후회물이라고 해도 NTR 섞이는 건 기대 안하는 게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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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후회, 그리고 참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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