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25, 26편) : https://arca.live/b/yandere/26186202

시리즈 일람 : https://arca.live/b/yandere/26457677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eries/1568103


주요 등장인물 :

토카이 테이오 : 트레이너 바라기, 회장의 라이벌, 얀진이


트레이너 (남) : 주인공, 얀붕이  
 


───────────────────────────────────────────────────────────




 몇 분 후.


 "와~! 트레이너 기숙사란 건 이렇게 되어 있구나~"


 테이오가 빙글빙글 돌면서 실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로 즐거워 보인다.

 즐거워 보이기는 하다만, 완전히 힘에 밀려 버렸다.


 루돌프 보다도 좀 더 억지가 센 건지, 팔을 빈틈 없이 홀드 당해버리면, 빈약한 인간인 나한테는 저항이 어렵다.

 뿌리치고 전력질주 하여, 실내에 틀어박힌다는 수도 없지는 않지만, 오늘은 정식적으로 전속계약서 제출을 끝내고, 아마도 그 자리에서 승인 받을 예정이 있다. 

 테이오를 기다리게 만들면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루돌프랑 헤어지고 나서 기숙사로 가는 길에서, 만약을 위해 하야카와 씨를 경유하여 아키카와 이사장한테 서류를 제출하고 싶다는 취지의 연락을 한 상태인 것이다.

 문자 메세지라고는 하지만, 하야카와 씨한테는 이른 아침부터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키카와 이사장은 꽤나 행동적이라고 할까, 정신을 차리고 보면 트레이닝장 부근에 있거나 등 위치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예정을 확보해 둔 쪽이 좋다고 하는 판단이었다.


 하야카와 씨로부터는 1분도 지나지 않은 채 승낙의 취지를 담은 답변을 받았으니,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즐거운 듯이 방을 어슬렁어슬렁 둘러보는 테이오를 곁눈으로 보며, 이상한 걸 꺼내 놓지 않을까 제정신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루나가 들락날락하던 시기가 있었던 경위로부터, 내 방에는 이상한 물건이라고 할까, 루나의 관심을 끌 것 같은 물건을 두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살풍경한 방이 되어 있을 터였지만.


 그건 그렇고, 학원동 대문 부근에서 아침 인사를 매일 행하고 있기 때문인가, 이사장 비서라고 하는 입장의 하야카와 씨라도 이런 시간부터 이미 일어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트레센 학원의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중노동이 많은 점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또한, 카페테리아 조리담당 직원분들 쪽은 아침 7시에는 이미 주방에서 준비가 완전히 끝나 있다. 카페테리아의 노동시간이 아침 7시부터 통금시간까지 라고 하는 장시간 영업인 점을 생각하면, 대체 어떤 근무체제를 갖고 있는건지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 없다.

 야근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으므로, 2교대 체제일지도 모르겠다.


 "앗, 회장의 파카푸치다!"


 놓여 있는 게 당연한 게 되어있어, 아무 의문도 품지 않게 됐었지만, 접객용 소파에는 언제나 루돌프의 봉제인형이 놓여 있다.

 비매품인 빅 사이즈 제품이어서 그런지, 테이오의 말을 들으니 그 존재감을 다시금 인식한다.

 메이커가 상품으로써 게임 센터에 발매하기 전에, 견본품으로써 루돌프한테 라고 하며 가져온, 어떤 의미로 귀중한 물건이다.

 거실의 정 중앙에 있는 소파를 점거하고 있지만, 평소에 그 쪽에 앉은 적이 없어서 깜빡 잊고 있었다.

 어째저째 해도 청소할 때 먼지를 털거나 그늘진 곳에서 말리거나 등, 열심히 손질은 하고 있다만, 너무나도 자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로 꺼내지 않으면 존재가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저기~, 트레이너. 이거, 오락실에 놓여 있는 녀석보다 크지 않아?"

 "메이커 견본품이니까 말이지. 유통은 되고 있진 않지만, 후원자라던가 한테만 배포되거나 하는 모양이야."

 "그렇구나~! 나도 파카푸치가 되면 여기다 놔도 돼?"

 "그 정도는 상관 없지만. 기념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

 "응~, 내가 내 봉제인형을 소중히 하고 있으면 나르시스트 같아서 좀 그렇네."

 "그런 거려나."

 "게다가 말이지, 트레이너라면 소중히 간직해 줄 거잖아?"


 회장 처럼 말야,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인다.


 "담당 우마무스메가 인기인이 되었다는 증거 비스무리한 걸 험하게 다룰 정도로 내가 그렇게 무심한 사람은 아니지."


 기껏 해야 봉제인형.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양산품이라고 해도 험하게 다룰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나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훈장 같은 물건이다.

 트레이너 중에서는, 그 외견과는 반대로 이제까지 지도해 온 우마무스메의 파카푸치나 굿즈 등이 방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사람도 있다.

 쿠로누마 트레이너라던가, 토죠 트레이너 같은 분들 얘기지만 말이다.

 베테랑과 방에서 술을 마실 계획을 감행한 동료 트레이너 왈, 외모와는 다르게 방이 엄청나게 팬시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 나도 여기에 놓아달라고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아무래도 말의 뉘앙스가 이상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우마무스메 특유의 그 것이려나.

 루돌프도 가끔, 묘하게 말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진짜로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도 있어서,

 그리 말할 때에 한해 반드시 나중에 뒤끝이 작렬하는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방심할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루돌프를 동경하고, 또한 초월해 갈 것을 결의하여 나와 전속계약을 맺은 토카이 테이오다.

 쓸 데 없는 걱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도, 방 안을 침식하는 건 차이가 없는 모양이어서 다행이다.


 "자, 그럼 잠시 샤워를 하고 올게. 미안하지만, 목이 마르면 저 쪽에 냉장고가 있어. 부디 술에는 손을 대지 말도록."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잠시 후.

 쏴아, 하고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샤워실에서 들려 온다.


 트레이너는 지금,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우마무스메를 방에 들여 놓고선 경계심이 너무 없는게 아닐까, 라고 살짝 불안감이 들지만, 그 만큼 나를 신용해 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뭔가 복잡하다.


 나는 오늘, 트레이너의  우마무스메 ( 여 자 ) 가 된다.


 오늘부터는, 적어도 '회장만의' 트레이너에서 벗어나게 되고, 나는 트레이너에게 있어서 '애마'가 되는 기념할 만한 날.

 팥찰밥이라도 짓는 게 좋으려나.

 팥찰밥이란 거, 어떻게 짓는 걸까. 찹쌀로 짓는 거였지 아마?


 안돼 안돼.

 그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모처럼 트레이너의 방에 초대받았으니, 이 틈에 여러가지 보고 싶은게 있었어.

 조금이라도 트레이너의 취미를 알아 두지 않으면.


 트레이너가 샤워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물건을 뒤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거실과 복도를 잇는 문을, 살짝 열어 둔다.

 트레이너가 씻고 있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게 되었다.

 쏟아지는 물 소리가, 나한테서 냉정함을 뺏어가려고 하지만, 사명에 불타는 지금의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꽤나 깔끔한 방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너는 모두 바쁜 것 같으니, 그다지 집에서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트레이너 기숙사는 생각한 것보다 커서, 내가 살고 있는 릿토 기숙사의 방 보다 훨씬 넓다.


 자, 그러면 트레이너 집을 현장 답사!

 지금부터, 열 수 있을 만한 곳은 닥치는 대로 열어 보겠습니다!


 옷이 채워져 있는 옷장, 책장 같은 알기 쉬운 곳 부터, 슬그머니 녹화기에 보존되어 있는 TV방송 같은 것도 확인해 나간다.

 옷은 내가 본 적이 없는 옷이 몇 벌 정도 있었지만, 대체적인 경향으로 보면 평소에 입고 있던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의외로 악세서리 같은 것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달고 있지 않을 뿐인 걸까.


 책장에는 어려운 책만 가득.

 스포츠 의학이라던가, 코칭 관련 책이라던가.

 제목 정도 밖에 보지 않았지만, 거의가 일에 관련된 책만 잔뜩하다.

 앨범이 꽂혀 있는 곳도 일부 있었지만, 안을 살펴보니 대부분 회장의 사진이었다.

 이 앨범 속에 내 사진이 늘어가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뭔가 등골이 오싹오싹한다.

 머지 않아, 여기에 나랑… 그리고 그, 나랑 트레이너의 아이라던가의 사진이 들어가는 거네.

 응, 좀 부끄럽지만, 매우 기대돼!


 그건 그렇고, 회장이 나 정도 나잇대였던 사진도 있었지만, 지금과 전혀 인상이 달랐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지금보다 자신이 없어보이는 느낌?

 흐응~. 회장은 이런 표정도 하는구나.

 아, 라이브 할 때의 사진도 있다.


 …그렇지, 그저께 라이브는 정말 좋았지.


 '오늘의 승리의 여신은, 나 한테만 입맞춤해' 파트의 안무를 보고선, 모두들 자기를 향해서 손키스를 날렸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라이브를 보고 있으면, "지금 눈이 맞았어!" 라던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어!" 라던가.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자주 있었다.

 나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틀리다니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틀렸던 건 나였다.

 저건 틀림 없이, 나를 향하고 키스를 날렸어. 그치만 나랑 눈이 맞았던 걸.

 회장은 엄청나게 흥분해서 냉정함을 잃고 있었지만, 바로 옆에 있었으니 착각해도 어쩔수 없었겠지. 응응.


 문득, 방을 물색하고 있던 내 등에, 시선이 향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의를 품은 듯한, 그런 시선.


 뒤를 돌아 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회장의 파카푸치.


 아하하, 회장, 그렇게 째려보지 마.

 아직 회장은 선행 포지션으로 앞서 나가고 있으니까, 초조해 할 필요는 없잖아?

 오늘 아침도, 트레이너 한테서 그렇게 회장의 냄새가 날 정도로 함께 있었던 거지?

 혹시, 밤에도 같이 있었던걸까? 나중에 트레이너한테 물어 보자.


 …그 옥좌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니까.

 따악, 하고 얼굴에 딱밤을 날리자, 회장의 봉제인형은 뒤로 풀썩 하고 쓰려졌다.

 원망을 담은 것 같은 눈이, 이 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앨범 속을 다시 물색한다.


 …아, 다른 애의 사진도 있다.

 이거 누구지? 신경쓰이네.


 저기 트레이너.

 아직 회장한테 눈이 가 있는 건 분하기도 하지만, 이해는 하고 있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봐 주지 않으면 안 돼.


 앗차. 트레이너가 샤워실의 문을 열은 걸까.

 재빨리 정리해두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나는 소파에 앉는다.

 트레이너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쪽이 아니라, 회장의 봉제인형을, 살짝 옆으로 치우고.

 쭉 트레이너의 방에 진을 치고 있었던 탓인지, 인형으로부터도 어렴풋이 트레이너의 냄새가 나는 게, 지금은 공연히 화가 나서, 살짝 '동경하는 사람'한테 기대 보기도 한다.

 의외로 부드러워서, 몸이 푹 잠긴다.

 내 봉제인형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이 쪽보다도 반대 쪽 자리가 좋겠다.

 아니면, 침대 위에다 놔 달라고 할까.

 어느 쪽도 매력적이어서 곤란하다.


 "다녀왔어. 착하게 잘 기다리고 있었지?"

 "회장하고 함께 기다렸어~"

 "그거 튼튼하게 만들어졌는데, 의외로 말랑말랑해서 기분 좋단 말이지."

 "아아~ 이대로 드러눕고싶어. 쿠션으로 삼고 싶어~"


 회장의 인형에 몸이 파묻힌 상태로, 나는 대답한다.

 트레이너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 그럼, 준비 다하면 트레이닝장으로 갈테니까, 테이오도 나갈 준비 하고 있어."

 "네에~!"



 …드디어 오늘 부터,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거네.


 봐야할 건 다른 아이인가, 나인가.

 그 눈으로 제대로 확인해 봐.


 확실하게, 나 밖에 보이지 않도록 해 줄테니까, 말야.


 샤워를 끝낸 트레이너는, 부드러운 비누 냄새가 났다.

 그래서 일단 나는, 트레이너한테 달려들어 껴안아 보기로 했다.



───────────────────────────────────────────────────────────


참고자료


1. 파카푸치


우마무스메 세계관에 존재하는 우마무스메 캐릭터 인형.

게임판 우마무스메 기준으로는 우마무스메 캐릭터를 그대로 SD화 한 모양의 그래픽을 사용하며,

이는 서클룸 등에서 서클 소속 유저의 아바타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음.


현실에서는 두가지 방면으로 이 파카푸치에 대입되는 게 존재하는데,

게임 센터에서 인형뽑기 기계로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러가지 캐릭터 봉제인형 굿즈에 해당하는 위치에 서 있고,


우마무스메의 캐릭터가 실제 경마에 나가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는 경마 관련 굿즈로 팔리고 있는

경주마 봉제인형 굿즈에 대입할 수 있음.


여담으로, 일본 경주마 중에서 최초로 봉제인형으로 만들어져서 팔리게 된 경주마를 꼽자면 오구리 캡을 꼽을 수 있는데,

지방 출신 삼류 혈통말이 중앙의 엘리트 말들을 때려 눕힌다고 하는 성공 스토리로 인하여, 

일본 경마계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공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경주에서 최초로 경주마의 콜이 이루어지기도 한 아이돌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경주마였음.


이는 우마무스메의 오구리캡 또한 자신의 봉제인형하고 자주 엮이게 되는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였음.



───────────────────────────────────────────────────────────


남자친구의 자택방문이라는 아주 정석적인 장면을 선보인 에피소드.

다만 이미 얀순이 루돌프가 반쯤 점거하고 있던 방이라 얀진이 테이오한테는 그닥 맘에 안드는 모양.


그리고, 전 편에서 트레이너는 테이오한테 루돌프의 냄새를 들키지 않고 넘어가서 안도한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테이오는 그 냄새를 모두 다 눈치채고 있었음.


이대로 전개가 이어지면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루돌프랑 테이오가 만나게 될 터인데,

그 때의 삼자대면도 기대되는 부분.


그리고, 글의 엑스트라로 금방 지나가고 만 다이와 스칼렛과 보드카가 잘 나오지 않는 부분이 살짝 불만인 부분임.


이번에는 글 외적인 방면으로 딱히 할 이야기는 없지만,

오타 및 오역 지적 그리고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대환영.